달콤한 킬러 덱스터 모중석 스릴러 클럽 36
제프 린제이 지음, 부선희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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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히가시노 게이고 원작의 영화 <방황하는 칼날>을 보았다. 긴박감 넘치는 구성에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였지만, 영화를 보고 나오는 내내 분통이 터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실제 청소년 범죄가 일어나면 법의 보호를 받는 건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이기 때문이다. 미성년자는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며 가벼운 보호 처분으로 적당히 마무리되고, 가해자들은 이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당당하게 생활한다. 하지만 피해자는 평생을 아픈 기억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곤 한다. 왜 피해가족이 죄인처럼 숨어 살아야 할까? 우리가 만약 피해자의 부모라면 극중 딸을 잃은 그처럼, 범인에게 복수하고 싶어지지 않을까? 숱한 영화나 소설에서 미성년자 처벌의 맹점과 개인의 사적인 복수에 대해서 다루어지곤 했었다. 하지만 언제나 결론은 한 가지이다. 비단 미성년자 처벌의 문제만이 아니라, 어떤 범죄에서건 사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는 건 솔직히 피해자가 아닌 경우가 다반사이다. 법률에도 명기되어 있다고 한다. 사법은 피해자를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그러니 가해자는 벌을 주기 위해 정중히 보호하지만, 피해자는 언론에 두 번 세 번 죽임을 당하든 말든 그냥 방치되고, 수사 상황은 고사하고 사건에 관한 정보도 가르쳐주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가해자가 지은 죄라는 게, 피해자한테 해를 가한 게 문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법을 위반한 것, 사회 질서를 어지럽힌 것이라 처벌을 하는 거라나. 이러니 안타깝지만 빽 없고, 힘없는 피해자들은 억울하고 분해도 그저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영웅이다. 법이 처벌해주지 않는 범죄자들을 응징해서 직접 처벌할 수 있는 그런 존재 말이다. 법이 존재하는 나라에서는 그 어떤 경우에라도 개인의 사적인 복수를 허용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니 우리처럼 평범한 독자들은 극중에서라도 법의 테두리를 무시하고, 범죄자들에게 제대로 한 방 먹여줄 수 있는 우리 만의 영웅을 꿈꿀 수밖에 없다. 우리가 허구의 이야기에 열광하고, 위안받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지 않나.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기적 같은 경험을 하고 싶어서. 말이다. 할리우드 영화 속의 안티 히어로들처럼, 우리를 열광케 하는 그, 덱스터가 돌아왔다. 그의 직업은 경찰 소속 혈흔 분석가이지만, 그는 세상의 '연쇄 살인범'을 대상으로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 캐릭터이다. 살인을 저지르지만, 사회의 악을 숙청한다는 의미에서는 '안티 히어로'로서의 최고의 영웅이라 하겠다. '달콤한 킬러 덱스터' 2004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로 시작해서, '끔찍하게 헌신적인 덱스터', '어둠 속의 덱스터', 그리고 '친절한 킬러 덱스터'에 이어 다섯 번째 시리즈이다. 소설로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지만, TV드라마 덱스터는 무려 시즌 8까지 나오면서 선풍적인 열풍을 일으켰었다. 특히나 이번 다섯 번째 작품에서는 잔혹한 킬러인 덱스터의 아이가 태어나면서 그가 딸 바보 아빠가 되면서 시작한다. 극악한 살인을 저지르는 킬러가 딸 아이에게 하트 섞인 눈빛을 보내는 달콤한 캐릭터가 되다니, 초반에는 적응하기가 어려워 다소 어리둥절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동안의 시리즈를 찬찬히 돌이켜본다면, 그가 뜬금없이 딸 바보가 된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드라마로 제작될 만큼의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시리즈이므로, 그 동안의 시리즈를 전혀 보지 않았다고 해도 이번 작품을 읽는데 크게 무리는 없다. 하지만, 전작을 읽었었더라면 그 재미는 당연히 몇 배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전작들을 다시 다 읽어볼 수는 없기에, 첫번째 시리즈인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를 다시 꺼내어 읽어보았다. 국내에 2006년에 출간되었던 책이라, 꽤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 그제야 덱스터가 이런 인물이었지, 하고 새록새록 기억이 났다. 이번 신작을 더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서, 덱스터가 어떤 캐릭터였는지 잠깐 정리해보자.

 

 

덱스터의 현재 직업은 마이애미 경찰 과학수사팀의 혈흔분석가이다. 그는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경찰 소속 혈흔분석가이다. 하지만 그가 하는 일이 또 하나 있었으니 바로 연쇄살인마들만 골라서 처단하는 또 다른 연쇄살인마이다. 그는 왜 살인을 즐기게 되었으며, 또 왜 무고한 사람들은 죽이지 않고, 연쇄살인마들만 찾아내어 죽이게 되었을까? 대답은 어린 시절에 있다. 무려 세 살 때 엄마가 참혹하게 살해당하는 고스란히 지켜본 트라우마가 살인충동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전기 톱, 날아다니는 시체 토막들.. 그리고 피 속에서 덱스터와 그의 형 브라이언은 그 모든 걸 보면서 이틀하고도 반나절을 보내야 했다. 그 어린 아이들이 어떻게 무사히 살아나올 수 있었는지 신기할 정도로 말이다. 사람들은 그들이 아직 어리니 곧 정상으로 회복될 거라고 했지만, 둘 다 그 사건으로 인해 괴물이 되어버린다. 스스로 내면에서부터 올라오는 살인 충동을 제어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여자든 아이든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는 브라이언과 달리 덱스터는 양아버지 해리의 가르침 덕분에 조금 다른 살인마로 자라난다. 어린 그가 외상성 사건의 피해자로 살인 충동을 가지고 있는 걸 알게 된 해리는 어린 덱스터에게 이렇게 말한다.

 

넌 좋은 아이란다. 넌 그냥 시키는 대로 했을 분이야. 아마 제어가 되지 않았을 거다.

그 충동을 억제하기 힘들 테니, 순순히 끌려가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넌 너를 제어할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다. 누구를 죽여야 할지 선택하는 것.

 

살인충동을 제어할 수 없다면, 그 충동을 좀더 좋은 방향으로 선회할 수 있다고 알려준 것이다. 세상엔 죽어 마땅한 사람들이 많다고, 그렇게 덱스터는 양아버지를 통해서 적절한 목표물을 고르는 법을 배우고, 완벽한 일 처리와 깔끔한 뒷정리에 대해서도 배운다. 실수하지 않으려면 흔적을 남기지 않아야 하고, 상대를 감정적으로 대하지 말라는 것까지 말이다. 그렇게 덱스터는 양아버지 해리의 엄격한 가르침에 의해긍정적인 살인마로 살아서 지금에 이르렀다. 어릴 적 겪은 입에 담기도 끔찍한 공포로 인한 트라우마로 살인 충동을 가지게 되었지만, 그것을 세상의 어둠을 숙청하는 방향으로 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의 형 브라이언은 해리의 방식과 같은 통제 없이 어른이 되었기에, 덱스터와는 다른 살인범이 되어 가끔 덱스터 앞에 나타날 때마다 문제를 일으킨다.

 

물론 긍정적인 살인마이긴 하지만 덱스터가 평범한 영웅은 아니다. 그에겐 양심이나 수치심, 죄책감이 없고, 사람들을 사귀고 사랑하려고 노력하지만 번번히 실패한다. 동물들조차 그를 싫어해서 애완동물도 기를 수가 없다고 하니 뭐 말 다했지 않은가. 그 스스로도 알고 있다. 그 무엇도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자기 자신조차 절대 사랑할 수 없는 괴물이라는 사실 또한 말이다. 하지만 그는 리타라는 활동적이고 생기가 넘치는 여자를 만났고, 그녀의 두 아이 애스터와 코디와 함께 가정을 이루고 살게 된다. 그리고 드디어. 다섯 번째 시리즈에 이르러 그들 두 사람의 아이가 태어나게 된 것이다.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었던 그가, 자신의 아이라고 해서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마음이 따뜻하고, 자상한 아빠로 변할 수 있을까. 의문이 가는 사람들이라면, 첫 번째 시리즈를 다시 떠올려보아야 한다. 덱스터라는 캐릭터가 우리에게 당도한 첫 번째 장면에서 그는 아이들에게 몹쓸 짓을 한 신부를 찾아가 응징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니야. 어떻게 애들한테 이런 짓을 할 수 있지? 적어도 너처럼 아이들을 죽이진 않아. 그저 너 같은 놈을 찾아 제거할 뿐이지" 라는 그의 말은 그가 평범한 사람처럼 사랑이라는 감정을 품고 있지는 않지만, 적어도 아이들에 대해서만은 꽤 관대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리타의 두 아이 애스터와 코디를 만났을 때도 역시 마찬가지, 그는 아이들을 좋아했고, 아이들 또한 덱스터를 믿고 따랐다. 세상에서 자신에게 애정을 보내는 존재를 가장 빨리 알아차리는 존재가 애완동물과 아기들이라고 했다. 아이들은 이 사람이 자신을 진짜 좋아하는지, 아니면 그런 척 하는지 그 누구보다 빨리 캐치한다는 뜻이다. 세상 사람들이 한 순간에 죽어버린다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만한 냉혈한 킬러이지만, 그런 그에게도 아이들만은 상처 주고 싶지 않은 그런 존재였던 것이다. 게다가 자신의 DNA를 물려받은, 자신과 닮은 아이라니, 얼마나 감회가 새롭겠는가.

 

릴리 앤이 태어났다. 나는 달라지고 싶다. 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아이를 지키고 싶다. 무릎에 앉히고, 아이에게 크리스토퍼 로빈이나 닥터 수스의 책을 읽어주고 싶다.... 그렇게 키운 내 아이가 불치병도 고칠 만한 아름답고 경이적인 교향곡을 쓰는 어른이 되는지 옆에서 지켜보고 싶다. 이 모든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전과 다른 내가 되어야만 한다. 그럴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이 생겼으니까.

더는 어둠 속의 덱스터로 살아가고 싶지 않다.

 

그의 딸이 시작하면서부터 그에게는 세상이 갑자기 황홀해진다. 모든 것이 새롭고 경이로워지고, 인생 자체가 변하게 된 것이다. 그는 릴리 앤을 보면서 과거의 끔찍한 덱스터는 이제 사라지고, 그 동안의 어둡고 끔찍한 기쁨들은 모두 그 순간으로 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디 그렇게 세상이 만만하던가. 이제 살인을 그만두고 예쁜 딸을 사랑하고 보살피는 아빠로만 살고 싶었지만, 음험한 어둠 속의 속삭임은 끊임없이 살인을 부추기고, 끊임없이 벌어지는 사건 속에 식인 뱀파이어들의 등장, 그리고 골치덩어리 형 브라이언까지 나타난다. 그는 과연 살인의 희열을 포기하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까? 나날이 발전하는 살인마들의 만행을 그저 모른 척 두고 볼 수 있을까? 그가 어떻게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고, 아빠로서의 결심을 지키는지에 대한 매우 흥미로운 스토리가 이번 <달콤한 킬러 덱스터>의 주요 내용이다. 덱스터 시리즈가 탄생한지 10년이 되었지만, 역시 덱스터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2014년에 가장 어울릴만한 안티 히어로가 아닐까? 실제 이런 캐릭터가 있어 사회의 지저분한 무리들을 치워낸다면, 세상이 좀더 깨끗하고 행복해지지 않을까? 싶은 행복한 기대감이 잠을 설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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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도 전략이 필요해 - 프러포즈 기다리다 지친 그녀에게
김범준.이수빈.임회선 지음 / 이지북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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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결혼은 완벽한 커플이 만났을 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불완전한 커플이 서로의 차이점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법을 배울 때 이루어진다.

 

이 책은 "프러포즈 기다리다 지친 그녀에게"라는 부제가 보여주듯이, 어떻게 하면 결혼하자고 말하지 않는 내 남자와 결혼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일종의 리얼한 보고서이다. 그러니까 연인이 없는데 결혼은 하고 싶은 이나, 모태솔로인데 결혼은 하고 싶은 사람이나, 결혼을 앞두고 티격태격하는 커플에게는 그다지 도움이 되는 책은 아니다. 그러니까 연애를 하고 있는데 도통 남자가 프러포즈를 하지 않아서 애타는 여자들, 지금 내가 만나는 남자와 평생을 함께 해도 좋을지에 대한 확인이 없는 여자들에게는 매우 솔깃할 수 있는 책이 되겠다. 얼마 뒤에 결혼을 앞두고 있는 터라 결혼에 필요한 전략이라는 제목에 호기심이 생겼는데, 딱히 나 같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책은 아니었단 말이다. 하지만 전직 커플매니저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실제 상황을 리얼하게 분석해서 말해주는 남자들의 속마음은 매우 흥미로웠다. 게다가 주변에 아직 솔로인 친구들이 많아서인지, 그녀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기도 했다.

 

 

, 당신의 남자는 좋은 남자인지 체크해보라는 내용이다. 당신의 연인은 위의 <좋은 남자 체크 리스트>중에 몇 개에 해당되는가? 몇 개 해당이 안 된다면 화가 날 수도 있겠지만, 저자는 크게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한다. 위의 10가지 항목에 모두 해당한다면 그건 '남자 사람'이 아니라, '신이 된 남자'라고. 세상에 그런 남자는 없다고 말이다.

 

연애를 할 때 남자와 여자가 다투는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그것이다. 상대방을 나에게 맞추려고 하는 것. 자신은 변하지 않으면서, 상대방만 변하기를 바라는 것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착각이 바로 이것이다. '이 사람이 나로 인해 변할 수도 있다는 믿음' 말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이 삼십 년을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완전히 다른 사람들과 지내면서 각자의 가치관을 쌓아 구축된 인격과 성격인데, 그게 일 이년 만에 바뀔 수가 있겠는가 말이다. 자신이 동화 속에 나오는 공주가 아닌 줄 뻔히 알면서, 왜 내 남자는 드라마 속에 나오는 백마 탄 왕자이기를 바라는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인정한다면, 솔직히 연인 간에 별로 다툴 일이 없다. 부족하면 부족한 모습 그대로, 마음에 안 들더라도 있는 성격 그대로의 그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이 연애만 즐길게 아니라, 누군가와 가정을 이루고 결혼을 하고 싶다면 말이다.

 

 

결혼과 연애는 분명 완전히 다른 단계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그저, 결혼 적령기에 만나고 있는 그 사람이 특별히 싫지 않으면 어쩌다 보니 하게 되는 게 결혼이라고 하기도 한다. 가슴 떨리게 좋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진저리 나게 싫지도 않은 사람이고, 내가 경제적으로 결혼할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에서 적당한 나이에 만나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레 결혼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대목 중에 가장 공감이 되었던 것은 바로 아래 부분이다. 바로 나의 꿈을 지지해줄 수 있는 남자를 만나야 한다는 것. 꿈을 존중해주고, 미래를 지지해주는 그런 남자는 사실 흔치 않으니까 말이다.

 

이제 여성의 시대로 돌입했다. 미래에는 여성이 사회의 반 이상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당신은 그때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당신의 꿈은 반드시 간직되어져야 하고, 이루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결혼이 그것에 장애가 되어선 곤란하다. 남자는 당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일상의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당신이 확인해야 할 것은 남자의 유머 감각, 패션 감각 등이 아니다. 당신의 남자는 당신의 꿈을 후원할 수 있는 '후원아티스트'인가? 지금 당장 확인해보라!

 

후원아티스트란 바로 나의 꿈을 후원할 수 있는 남자란 뜻이다. 이제는 여자의 사회적 진출과 행복한 일상을 위해 아낌없이 지원해주는 남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내가 곧 결혼할 나의 남자도, 가장 든든한 점이 바로 그거였다. 바로 내 꿈을 믿어주고, 지지해준다는 것이다. 지금은 현실 없어 보이고, 아득히 먼 미래의 일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내가 포기하지 않도록, 내가 언젠가는 그곳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고 응원해주기 때문에 나도 그에게 무한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 물론 누군가 에게는 결혼을 결심할 수 있는 남자의 조건이 배경일수도, 학벌일수도, 외모일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단 한번의 선택으로 나의 앞으로 남은 일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 그러니 이 책을 통해서 좀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결혼상대를 선택하고, 자신 있게 그에게 프러포즈를 요구하고, 여자가 결혼을 주도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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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04 2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4-08 00: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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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롯 - “예수는 정치적 혁명가였다” 20년간의 연구로 복원한 인간 예수를 만나다
레자 아슬란 지음, 민경식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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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를 말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나사렛 예수' , 역사적 인물로서 중점을 두는 연구와 신앙의 대상으로 받드는 '그리스도 예수' 연구이다. '나사렛 예수'에도 예수를 윤리적 교사, 사회 개혁가, 정치적 혁명가, 심지어 마술사나 퇴마 사로 보는 등 여러 가지라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예수를 '정치적 의식이 투철한 유대 혁명가'라고 말한다. 저자의 시각에 동의하든 하지 않든, 기독교를 믿는 아니든 간에 이 책 속에서 그려지는 역사적 예수의 모습은 매우 흥미롭다. 무엇보다 종교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억지가 없어서, 비 기독교인인 내가 읽기에도 크게 무리가 없었다.  예수에 대한 역사적 주장이 잘 검증되고 세밀하게 연구되고 어마어마하게 권위가 있다 하더라도, 그 주장에 반박하는 반대편 주장 역시 똑같이 잘 검증되고 세밀하게 연구되고 권위가 있다는 말로 서두를 시작하는 것만 보아도, 저자의 시각이 편협 되지 않았음을 잘 보여준다 하겠다.  

 

 

1부에서는 로마 제국의 통치와 귀족 대제사장들의 탐욕으로 민중들의 신음소리가 높았던 시대가 그려진다. 하느님의 나라가 도래할 것이라는 과거의 예언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차, 스스로 계시를 받은 메시아임을 자처하는 인물들이 끊임없이 등장하여 반란을 일으켰던 혼란스러운 시대의 모습이다. 1세기 팔레스타인의 역사적 상황을 훑으며 메시아들 중 하나로 등장했던 예수의 모습이 어떠했을 지를 짐작할 수 있도록 보여준다. 2부에서는 예수에 관련된 주요 사건들이 흥미롭게 그려지고 있다. 성전 정화 사건을 비롯해서 본격적인 선교에 나서는 모습과 나병 환자 등을 치유해주었던 일화 등 역사적 사실관계를 비롯해서 예수가 꿈꿨던 세상이 점차 구체화되어 보여진다. 이어지는 3부는 예수 십자가 처형 이후, 예수의 동생 야고보를 중심으로 예루살렘을 근거지로 한 유대 파와 주로 로마에서 활동했던 바울의 헬라 파로 나뉘어 진행된 예수 운동을 그려진다. 예루살렘 함락 이후 기독교가 로마의 시민을 대상으로 포교되었으며, 로마의 정권 교체 속에서 박해 받았다 다시 국교로 인정되고 그렇게 현재 기독교의 모습을 갖추게 되는 것이 보여지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서 그 동안은 예수의 모습이 로마에 사는 초기 기독교인들을 선교하기 위해 혁명가와는 거리가 멀게 그려졌다는 것에 대해 들려주고 있다.

 

마치 역사소설인 것처럼 스펙 타클하고 긴장감 넘치는 전개는 논픽션으로서의 매력을 충분히 발산하고 있다. 20년에 걸친 학술적인 연구와 토론을 밑바탕으로 그려진 나사렛 예수는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예수 그리스도와 전혀 같지 않다. 저자의 설득력 있고 흥미로운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로마 제국이 위세를 떨치던 당시의 역사적 상황과 초기 기독교 형성 과정을 자연스레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이슬람교도에, 이란 출신의 저자가예수에 관해 연구한 작품을 발표했다는 데 심기가 불편해진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미디어인 폭스 TV가 저자를 불러놓고 공격적으로 인터뷰한 걸로 유명하다. 누가 봐도 명백히, 미국 내 반 이슬람 감정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저자는 이에 이런 편견이 없는 진실을 추구하기를 바란다는 대답으로 오히려 반 이슬람 감정에 대한 반성과 종교 다원주의에 대한 논쟁의 기회를 열었다고 한다. 그만큼 논쟁을 불러일으키지만, 읽을 만한 가치가 충분한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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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크라이 카오스/레너드 로젠/알에이치코리아(RHK)


“존 르 카레가 움베르토 에코를 만났다.” 라는 홍모 문구 하나로 마음을 사로잡은 작품!!

 철학과 수학, 종교와 세계경제, 국제 미스터리가 정교하게 응축된 최고의 지적 스릴러라고 한다. 데뷔작의 수준을 넘어선 독창적 소재와 이야기 구성력, 그리고 완성도 높은 캐릭터들의 구축과 빼어난 문장까지 갖추었다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된다.

 

세계적인 수학자의 증손자이자, 학구적이고 내성적인 인터폴 형사 앙리 푸앵카레가 폭발 테러로 암살당한 천재 수학자의 살인 사건에 대한 단서를 추적한다. 완전 기대되는 작품이다.

 

 

 

 

저지대/줌파 라히리/마음산책

 

퓰리처상을 수상한 인도계 미국 작가 줌파 라히리의 2013년 최신작이라고 한다. <축복받은 집>, <이름 뒤에 숨은 사랑>, <그저 좋은 사람>으로 현재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우뚝 선 줌파 라히리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자 통산 네 번째 책이다. 단편집인 전작 <그저 좋은 사람> 이후 5년 만의 신작이라고 하니 반가운 마음부터 든다.

 

서로 다른 성격, 서로 다른 선택으로 판이한 삶을 살아가는 두 형제와 가족의 70여 년간의 일대기라고 하는데, 줌파 라히리 특유의 문체와 행간의 여백과 분위기가 매우 기대된다.

 

 

 

 

 

 

오리지널 오브 로라/블라디미르 나보코프/문학동네

 

<롤리타>의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남긴 미완성 유작이다. 그는 독특하게도 원고지가 아닌 인덱스카드에 초고를 집필했다고 한다. 카드 뭉치를 항상 들고 다니면서 문장을  고치거나 순서를 재배치하는 식으로 글을 수정하다가, 원고 정리가 끝나고 나면 초고를 전부 불태워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나보코프는 죽기 전 원고를 모두 불태우라는 유언을 남겼다.

 

아들 드미트리는 오랜 고민 끝에 작품을 출간하기로 결정했고, 원고는 나보코프가 세상을 떠난 지 32년 만에 빛을 보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나보코프의 창작 현장을 엿볼 수 있는 유일한 창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매우 설레이고, 매혹적인 책이 아닐까 싶다.

 

 

인간 짐승/에밀 졸라/문학동네

 

<테레즈 라캥>. <목로주점>에 이은 에밀 졸라의 충격적인 문제작이라고 한다.

 

죽음이 난무하는 잔혹성과 외설적인 성 묘사, 진실을 외면하고 거짓을 수호하는 고위 관료들의 부패상, 그리고 먹잇감 앞에서 가차없이 육식 본능이 작동하는 야수와도 다름없는 인간 짐승들의 음험하고도 치밀한 범죄 심리를 정교한 서사를 통해 보여주어 출간 당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문제작이라고 소개되어 있는 문구를 보아하니, 어쩐지 놓쳐서는 안 될 것만 같은 작품!!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김중혁/문학과지성사

 

독보적인 상상력을 자랑하는 김중혁 작가의 세번째 장편소설이다. 특히나 이번 작품은 '딜리터deleter' 혹은 '딜리팅'에 대한 이야기로 자신의 비밀을 탐정에게 의뢰해 세상에서 지워지게 하는 소재라고 하니 더욱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게다가 이 매혹적인 제목이라니, 어쩜 제목을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이라고 기막히게 지었을까.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 제목때문에 꼭 보아야할 책 리스트에 올려두고 싶은 책이다. 힘 있는 재력가와 그의 추악한 비밀을 차지한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거래. 그리고 그들로부터 비밀을 지워달라는 딜리팅 요청을 받은 구동치 탐정의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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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12년
솔로몬 노섭 지음, 오숙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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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그랬겠지만, 나 역시 소설 원작을 읽기 전에 스티브 매퀸 감독의 영화를 먼저 보았다. 인상적인 장면이 꽤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여운이 남았던 장면은 솔로몬이 만난 여러 주인 중에 온정적인 주인이었던 포드의 아래에 있었을 때의 한 씬 이었다. 자신을 무시하고 농장주의 환심을 샀다고 분노하는 백인 감독이 플랫에게 시비를 걸다 그에게 두들겨 맞자, 동료들을 데려와 그를 나무에 목 매달아 죽이려고 하는 장면이다. 다행히 감독보다 윗사람인 감독관이 재산보호 차원에서 그를 막아 목숨은 건지게 되지만, 농장주가 도착하기 전까지 그는 그대로 나무에 묶여 있어야 했다. 그 장면은 꽤 긴 롱 테이크로 이어지는데, 솔로몬은 다리가 간신히 발끝만 땅에 닿은 채 목이 매달려 버둥거린다. 다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길게 이어지는 그 불편한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렇게 애처롭게 그의 목숨이 매달려 있는 동안 다른 노예들은 일상의 일과를 그대로 이어가고, 그의 등 뒤로 아이들은 천진하게 뛰어 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선한 농장주의 호의를 받으며 잠시나마 자유인으로의 복귀를 꿈꾸는 솔로몬의 의지가 완전히 꺽어버리는 장면이기도 하고, 한 쪽에서는 이렇게 끔찍한 노예제도가 자행되고 있는데, 다른 한 쪽에서는 너무도 평화로운 일상이 펼쳐지고 있던 세계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여전히 나는 한낮의 태양 아래 서서,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낡이 밝기 훨씬 전부터 빵 한 조각도 먹은 게 없었다. 통증으로, 또 갈증으로, 또 배고픔으로 정신이 혼미해져 왔다......

그날처럼 태양이 하늘에서 그렇게 느리게 움직인 적이 없었고, 그날처럼 태양이 그렇게 뜨겁고 사나운 햇살을 퍼부은 적이 없었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그때 내가 무슨 생각-혼미한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들이 밀려왔다-을 했는지 말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 긴긴 하루 동안, 자기 주인 밑에서 먹고, 입고, 채찍질당하거나 보호받는 남부의 노예들이 북부의 자유로운 흑인들보다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만 말해 두겠다.

 

이 작품은 자유로운 뉴욕 시민이자 바이올리스트였던 솔로몬 노섭이 워싱턴 시에서 1841년 납치되어 루이지애나의 레드 강 근처 한 목화 농장에서 1853년 구출되기까지의 12년 동안의 일을 담고 있다. 단순히 착취당하고 억압받는 노예의 수난만 다룬 게 아니라, 당시 미국 사회의 단면들을 보여 주는 풍부한 소재와 묘사들이 넘쳐 소설로서의 가치도 충분하다. 게다가 최근에 국내에서도 비슷한 뉴스가 한동안 화제가 되었었다. 지난 2월 전남 신안군에 있는 외딴 섬에서 현대판 노예인 일명 '섬 노예' 2명이 구출되는 일이 있었다. 그 중 한 명은 지적 장애가 있는 장애인이었다는데, 국민들의 분노가 더욱 심했었다. 지적 장애인인 채 모씨는 10여 년을 넘게 공사판에서 일일 노동자로 일을 하고 노숙생활을 하다가 직업소개소 고씨의 꾀임에 넘어가 신안 염전에서 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염전 주인인 홍씨는 5년을 넘게 그에게 월급은 한 푼도 주지 않은 채 쇠파이프로 구타하기도 하는 등 매일매일 노예처럼 부렸다고 한다. 다른 한명인 김모씨는 카드 빚 때문에 노숙생활을 하던 중 역시 고씨의 꾀임에 넘어가 섬으로 왔고, 그들은 탈출을 시도할 때마다 번번히 실패했다고 한다. 19세기 초의 노예제도가 비단 옛날 이야기만이 아니라는 말이다. 21세기에도 버젓이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니, 뉴스를 보면서 더욱 솔로몬 노섭이 겪었던 경험들이 생생하게 다가와 분노를 금할 수가 없었다.

 

불행한 삶을 살아오면서, 여러 번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 지상의 슬픔이 끝나려 할 때 죽음에 대한 명상-지치고 힘든 몸을 위한 안식처로서의 무덤에 대한 명상-이 편안하게 느껴져서 자꾸 거기에 빠지게 되는 순간들 말이다. 그러나 그런 명상은 위기의 순간에는 사라진다. 죽을힘을 다하는 사람은 무시무시한 <죽음의 대왕>앞에서 두려움 없이 버틸 수 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에게 생명은 소중하다. 땅바닥을 기어가는 벌레도 생명을 위해 싸운다. 그 순간 나에게, 노예가 되어 학대 받는 나에게 생명은 소중했다.

 

자유인 솔로몬과 노예 플랫이라는 두 사람의 삶을 살았던 한 흑인 남자의 마치 거짓말 같은 이야기는 그렇게 '실화'라는 임팩트 만큼이나 문학적인 가치를 남겨준다. 솔로몬은 일자리를 구해준다는 두 명의 백인에게 속아 워싱턴으로 갔다 납치되어 노예상에게 팔린다. 그리고 주인이 여러 번 바뀌면서 12년간 노예라는 굴레가 씌어진 채 살게 된다. 물론 악덕 백인 주인들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온화하고 인정 많은 포드 주인 밑에서도 있었으나, 결국 그도 솔로몬을 지켜주지는 못한다. 그 역시 독자인 우리처럼 무기력한 역사 속의 방관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노예 주인들이 모두 악한 사람으로 그려지지 않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선한 사람도 노예제 아래에서 무책임한 절대 권력을 가지게 되면 얼마든지 악인이 될 수 있고, 악한 사람이라고 종교적 혹은 도적적 감화에 따라 선인으로 거듭날 수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우리 모두 플랫을 비롯한 흑인노예들의 고통에 대해 안타까워하지만,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영화를 보면서도 그렇고, 소설을 읽으면서도 역시 등장인물들의 내면 속으로 들어가기 보다는, 그들의 고통을 그저 지켜보는 방관자의 느낌이 크게 들어 더 마음이 아팠던 것 같다. 물론 우리가 이 작품을 만나기 전에, 1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그가 다시 자유인으로 돌아갈 수 있음을 알고 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중요한 것은, 천신만고 끝에 플랫이 솔로몬 노섭의 이름과 신분으로 가족에게로 돌아가는 고통을 탈출에 있지 않다. 왜냐하면 현실은 그것으로 그저 해피 엔딩이 아니기 때문이다. 솔로몬은 뉴욕으로 다시 돌아와 노예상인들을 법정에 고소했지만, 그들은 솔로몬이 자유인 신분임을 몰랐다고 변명함으로써 무혐의로 풀려난다. 이후 솔로몬은 노예제 폐지 운동가로 강연과 연설을 하던 중 행방 불명 되었다고 한다. 결국 그의 사망 연도나 원인은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니 우리가 이 작품을 읽으면서 간과하면 안 되는 부분은, 한 사람의 드라마틱한 삶과 탈출 서사가 아니라, 끝없는 고통을 견디며 노예로 살았던 이들에 대한 관찰자로서의 무능, 방관자로서의 부끄러움이 아닐까 싶다. 과연 인간답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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