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 찢어진 티셔츠 한 벌만 가진 그녀는 어떻게 CEO가 되었을까
매들린 펜들턴 지음, 김미란 옮김 / 와이즈베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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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매디." 그는 엄마와 아빠만이 사용했던 내 별명을 부르며 말했다. "너는 자식이 부모를 키우는 내가 아는 유일한 아이야."

당시에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이제는 안다.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부성애는 갖추고 있었지만 현실적인 재정 능력은 전혀 없었던 아빠, 재정적으로 안정을 이뤄야 한다는 책임감은 있었지만 그것을 정말로 해낼 인내심이 부족했던 엄마. 그 중간에 그저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어설픈 내가 있었다.               p.60


마치 소설의 한 장면처럼 시작되는 이 책은 남자친구의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시작된다. 저자의 남자친구였던 드루는 사업이 금전 문제에 부닥쳐 파산보호 신청을 하고 친구에게 사업을 매각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매들린은 전날까지 아무런 조짐을 느끼지 못했다. 드루는 함께 미래를 계획했던 집 근처 협곡에서 자살했다. 금전적 스트레스에 압도되어 탈출구를 찾지 못해 죽음을 선택했던 것이다. 그날 매들린은 자본주의가 생사의 문제라는 끔찍한 교훈 하나를 얻게 되었다. 이 책은 ‘180만 팔로워를 거느린 틱톡의 슈퍼스타’이자 의류회사의 CEO인 매들린 펜들턴의 독특한 회고록이면서도 재테크 가이드이다.


어릴 때부터 가난하게 자라온 경험담을 솔직하게 담고 있는데, 그녀는 열네 살 때부터 취업허가를 받아 일을 구할 계획을 세웠고, 대학을 졸업한 스물두 살 때는 자신의 기술로 돈을 버는 직업을 얻고자 했다. 가난하게 자란 펑크족 소녀가 어떻게 돈을 벌고, 공동체주의적인 회사를 창업하고 운영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과정은 매우 드라마틱한 스토리로 읽히지만, 그 속에 현재의 경제 체제와 금융 시스템을 바라보는 통찰력을 담고 있어 대단히 흥미로웠다. 각 챕터마다 '자본주의 생존 기술'이라는 코너가 있는데, 신용을 쌓는 방법, 집을 빌리고, 일을 구하는 방법, 연봉을 협상하고, 자동차를 사는 방법, 재정적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빚을 상환하는 방법, 집을 사고 공정한 사업체를 운영하는 법 등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팁들이 가득하다. 





세상의 돈이 흘러가는 방식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면서 나는 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틀을 개발했다. 내가 깨달은 사실은 이렇다. 부자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돈을 벌기 위해 일하지 않는다. 부자들은 회사와 아파트 같은 건물을 소유하고, 나와 실장 같은 사람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일을 대신하게 한다. 실장이 경제적으로 나보다 낫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단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불완전한 시스템 속에서 불완전한 결정을 내리는 그녀를 보면서, 나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공통점을 가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둘 다 같은 경주를 하고 있었다. 나는 닥터마틴을 신고 그녀는 페라가모 펌프스를 신고서 말이다.              p.219~220


‘가족 같은’ 회사에 취직해 노동력을 착취당하기도 하고, 임금 사기도 당하며, 자주 고장 나는 자동차 덕에 신용카드 빚은 늘어나고, 대도시에서의 생활비는 점점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이건 비단 매들린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꿈꾸던 삶을 위해 고향을 떠나 대도시로 옮겨오고, 대학에 진학하고, 회사에 취직하고, 더 많은 돌을 벌기 위해 노력하지만 매번 노력이 모든 걸 보상해주지는 않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니 말이다. 게다가 매들린은 리바이스에 인턴으로 취업하면서 정규직의 희망이 보이나 싶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일명 대침체를 맞이하는 바람에 원하는 일자리는 날아가고 대학 졸업장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덕분에 친구와 200달러씩, 총 400달러를 투자해 터널비전이라는 사업을 시작하게 되지만, 사업을 운영하는 과정 또한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현재 매들린이 운영하는 회사인 터널비전은 CEO와 전 직원이 동일하게 주 4일, 27시간을 일하고 임금도 똑같이 받는다. 수익은 전 직원에게 자동차나 가구를 사주는 식으로 돌아가며, 유급휴가도 무제한이다. 그야말로 꿈의 직장처럼 보이는 이 곳은 매들린이 끊임없이 자본주의의 규칙을 공부하고, 배우고, 실천해오며 깨달은 것들을 토대로 만들어 졌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담을 인터넷 및 SNS로 나누면서 미국 젊은 층들 사이에서 유명인사로 떠올랐다. 현재 그녀는 180만의 팔로워를 거느린 ‘틱톡의 슈퍼스타’이다. 오르지 않는 임금, 급증하는 주거비, 학자금 대출과 신용카드 빚으로 허덕이는 지금의 MZ세대들에게 이 책은 특히나 공감할 부분이 많을 것 같다. 이 전례 없는 시대에 어떻게 재정을 관리해야 할지 궁금하다면, 살아남기 위한 자본주의 생존 기술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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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다정한 책장들 - 24개 나라를 여행하며 관찰한 책과 사람들
모모 파밀리아 지음 / 효형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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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된 공간은 책이다. 공간이 기록된다는 건 그 안에 인물, 사건, 서사가 존재함을 뜻하기 때문이다. 기록되는 순간 공간은 이야기꾼이 되어 사람들에게 읽히기 시작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러 복작거릴 관광지나 유적지에 늘 사람이 몰리는 까닭이다. 고전을 읽듯 역사 유적지에 가고, 신작 수필을 읽듯 근교 관광지로 나들이를 떠나기도 한다. 책장을 펼치듯 공간에 발을 들이고, 본문을 읽듯 공간을 누비며, 문장을 탐닉하듯 공간 하나하나를 훑는다. 기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사진을 찍으며 공간 기록을 남기는 일은 책을 읽고 느낀 바를 독후감으로 옮겨 적는 일과 닮았다.          p.27


여기 130일 동안 유럽 24개국의 책장을 여행한 가족이 있다. 작가인 엄마와 삼성 반도체 연구원인 아빠, 그리고 5학년, 2학년이 된 두 아이까지 네 명은 10년에 걸쳐 기획한 여행을 기꺼이 실행에 옮겼다. 가족의 본질을 되새기며 패밀리의 라틴어 어원인 파밀리아를 애칭으로, 두 아이 이름의 '모'자를 붙여 '모모 파밀리아가 되었다. 세계 여행을 다녀온 이들의 글을 담고 있는 책들을 꽤 만나 왔지만, 이렇게 읽는 내내 부러웠던 적은 처음이다. 그냥 유럽 24개국을 둘러본 여행이 아니라, 그곳의 서점과 책장들만 찾아 다닌 여정이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뒤처지거나 돌아올 자리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넘어 정말 큰맘 먹고 육아 휴직계를 낸 아빠도, 이렇게 꿈 같은 책장 여행을 기획한 작가 엄마도 너무너무 근사하게 느껴졌다. 누구나 머릿속에 머나먼 꿈처럼 상상만 하는 그것을 발로 뛰고, 눈으로 담으며 현실로 만들어 내는 가족이라니.... 다시 태어난다면 이런 가족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부모라면 누구나 자녀가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주길 바라지만, 아이가 책을 읽게 하는 것, 더 나아가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책장에 둘러싸여 있다고 책이 저절로 좋아지는 마법은 일어나지 않으니까. 하지만 이들 가족처럼 직접 각 나라의 역사, 문화적으로 의미 깊은 책장들을 방문하며 몸으로 체험하고, 익힌 것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부러운 마음으로 읽었던 책이다. 





소매치기는커녕 유럽엔 신사 숙녀 여러분만 사는지 모두들 상냥했고, 도움을 주려 했고, 아늑하기만 한 안전 가옥 그 자체였다. 역시 걱정은 미리 할 게 못 된다고 안심하던 끝에 불현듯 다시 생각해 보니 유럽이 안전한 게 아니었다. 책장 곁이라 안전한 것이었다. 책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 중에 고루하고 답답한 사람은 있을지언정 나태하고 악한 사람은 여태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지성과 감성은 심성도 말랑말랑하게 녹이는지, 책을 따라다니는 발걸음에 배타적인 시선은 없었다. 더욱이 어린 두 아들을 데리고 입장하는 외국인 부부에겐 책장 곁 누구나 절대적 관심과 배려를 보내왔다.              p.291~292


유럽 24개국에 있는 113개의 도서관과 서점이라는 목적지를 거치면서, 130일 동안 아이들은 책장 곁에서 주제 글쓰기를 했다고 한다. 과연 아이들은 책과 사랑에 빠졌을까? 이들 가족이 유럽 대장정의 첫 도시로 신중을 기해 고른 것은 케임브리지. 뉴턴의 사과나무가 있다는 트리니티대학, 그 근처에 있는 케임브리지대학교 출판부가 진짜 목적지였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출판사이자, 아이작 뉴턴, 스티븐 호킹 등 노벨 수상자들의 저서만 170권 이상 출간한 이력을 자랑하는 곳이다. 도시를 범람하며 책이 흐르는 런던의 풍경도 흥미로웠다. 셰익스피어와 조앤 롤링의 나라답게 지하철이나 공원 벤치에서도 독서 삼매경인 사람들을 수도 없이 목격했다고 하니, 책이 스며든 그들의 일상이 부럽기만 했다. 그렇게 에든버러, 더블린, 파리, 몬테카를로, 암스테르담, 코펜하겐, 스톡홀름, 헬싱키, 뮌헨, 프라하, 부다페스트, 아테네, 제네바, 바르셀로나, 로마, 베네치아, 피렌체 의 서점과 도서관들을 경험해본다. 


이들 가족이 곳곳에서 만난 책장과 서가 사진들이 아주 많이 수록되어 있고, 방문한 책장이 기록된 지도는 QR 코드로 삽입되어 있다. 누구라도 이 책과 함께 책장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가이드가 되어주는 셈이다. 그리고 유럽 113개의 책장에서 자라난 두 아이들의 생각을 주제별로 엮은 '생각거리'라는 코너도 재미있게 읽었다. 어린이들의 생각이야말로 순수하고, 꾸밈없는 느낌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책장의 기능과 역할은 무엇인지, 그리고 책의 본질과 책의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유럽인들의 책을 대하는 태도, 책이 일상이 된 풍경을 통해서도 느낀 바가 많다. 언젠가는 이 책에서 만난 유럽의 어느 책장을 마주하게 되기를 바라며, 꿈 같은 책장 여행기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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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림이 그리고 싶어졌어 - 나의 갈팡질팡 지망생 시절 이야기
반지수 지음 / 송송책방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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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나이에 걸맞은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강박이 너무 심하다. 나도 이런 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아직도 그렇다. 별로 좋은 문화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이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계속해서 되뇌려고 한다. 다른 사계를 찾으려고 다양한 생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예술가들의 생을 읽고 알게 되며 가장 좋았던 점은 100명의 예술가가 있다면, 100가지의 예술가가 되는 방법, 100가지의 삶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알고 나서 내가 너무 늦지 않았는지 나에게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되묻거나 의심하기를 줄였다. 나도 나만의 인생의 길을 만들면 되는 거였다.          p.103


<불편한 편의점>,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위저드 베이커리>, <달팽이 식당>, <책들의 부엌>...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바로 표지 일러스트를 한 작가가 그렸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베스트셀러를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된 반지수 작가의 처음 시작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 나왔다. 


반지수 일러스트레이터를 유명하게 만든 표지들은 다소 화려하고 구체적이며 색이 넘치고 여백이 거의 없는 편이다. 깨알같이 디테일이 하나하나 살아 있는데, 그 모든 것들이 일상 속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것들이라 이상하게 정감이 가곤 했다. 그래서 그렇게나 많은 책을 통해서 표지 그림을 만날 수 있는 거였겠지만 말이다.




아마도 지금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가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 정작 그녀는 그림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거의 독학으로 배워 지금의 자리에 오른 거라고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전공이 아닌데 어떻게 그림을 그리는 일을 직업으로 하게 된 걸까. 반지수 작가는 예술 고등학교나 미술 대학을 다니지 않았다. 미술학원도 다닌 적이 없으며,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고, 12주짜리 취미 드로잉 수업을 듣고 지망생 시절 여섯 시간짜리 유화 수업을 들은 게 전부라고 한다. 물론 전공과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어쩐지 예술 분야는 아주 어릴 때부터 배워왔던 이들만 할 것 같다는 상상을 하게 되는데 정말 특별한 케이스가 아닌가 싶다. 


반지수 작가가 어떻게 전공이 아닌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 직업으로까지 발전시킬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면, 이번에 나온 <다시 그림이 그리고 싶어졌어>를 읽어 보길 추천해주고 싶다.




사람은 어쩔 수 없이 타고나는 성격과 기질을 갖고 있으면서도 노력으로 후천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모습도 함께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을 잘 들여다보고 알게 되면, 어디까지가 나의 타고난 기질이고, 내가 노력해서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은 어디까지인지가 보인다. 그러면 바꾸기 힘든 부분에 대해서는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된다. 나의 경우는 생각이 왔다갔다 하는 내 모습, 더딘 내 모습은 어느 정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남들보다 느려도 남들 기준으로 타박하지 않고 '이게 나의 속도야.' 라면서 흔들리지 않을 수 있게 된다. 대신 노력으로 바꿔야 할 부분에만 집중할 수 있다.               p.282


반지수 작가가 첫 그림 의뢰를 받은 것이 11년 전이고, 그동안 월간지에 만화를 두 번 연재했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배경 아티스트로 일했으며, 영화 포스터, 책 홍보 일러스트,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를 만들었고, 온라인 수업 플랫폼에서 아이패드 드로잉 수업도 해왔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의 고민에 대해서 이런저런 기록을 남겨왔는데, 2012년부터 202년까지 썼던 작업일지들을 이 책에 고스란히 수록했다. 일러스트레이터 지망생이나 그림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스물한 살 무렵부터 자신의 꿈을 글로 기록해왔고, 읽은 책, 본 영화, 그렸던 그림 등에 대해서 써왔다. 특히나 독학자로서의 고민과 생각에 대한 부분들이 공감되는 내용이 많았는데, 어떤 분야든지 혼자 힘으로 해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테니 말이다. 독학하면서 어려웠던 것들과 독학할 때 도움 됐던 경험들을 따로 정리했고, 그림으로 먹고 살기가 가능해지기까지의 시간들을 담아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조언이 되어 준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을지, 비전공자인데 그림을 시작해도 되는 건지, 나이를 먹을 만큼 먹어서 꿈을 좇아도 괜찮을 지.... 누구나 할법한 고민들에 대한 해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지금은 너무도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지만, 반지수 작가 역시 그림을 다시 그려도 될지 고민하고, 회의하고, 희망과 절망을 오가며 노력과 번아웃을 겪고, 자기 확신과 불신 사이를 갈팡질팡하며 수년의 시간을 견뎌 내왔다. 


비전공자가 아주 천천히 돌고 돌아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고, 그 분야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자리까지 우뚝 선다는 것은 정말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결코 쉽게 얻은 성공이 아니라는 것을, 결코 우연한 기회가 만들어 준 유명세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그림 전공자들 혹은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는 지망생들에게는 가이드가 되어 주고, 그녀의 그림을 좋아하는 일반 독자들에게는 그녀의 삶의 태도를 통해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준다. 매일매일, 하루하루가 쌓이고 쌓여서 이루어 낼 수 있는 반짝거리는 자신만의 꿈의 의미에 대해서도 말이다. 특히나 뒤늦게 꿈을 좇는 이들에게 꼭 읽어 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더욱 용기가 나서 절대 포기하지 않게 될테니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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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림이 그리고 싶어졌어 - 나의 갈팡질팡 지망생 시절 이야기
반지수 지음 / 송송책방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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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좇는 이들에게 전하는 일러스트레이터 반지수의 성장기!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을지 고민이라면 이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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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크와 팩트 - 왜 합리적 인류는 때때로 멍청해지는가
데이비드 로버트 그라임스 지음, 김보은 옮김 / 디플롯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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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마음에는 장점이 이렇게나 다양하지만, 인간의 사고력에는 결함이 너무나 많다. 훌륭한 하드웨어를 선물받았는데도 우리는 사소한 것부터 치명적인 것까지 실수를 자주 저지른다. 역사가 흐르는 내내 우리는 엉망이었지만, 지금은 우리가 실수하는 순간을 인지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우리는 손가락 끝으로 인간 지식의 보고에 곧바로 접속하는 시대에 산다. 그러나 이 자유가 오해와 잘못된 정보, 허위 사실을 그 어느 때보다 더 널리, 더 빠르게 퍼뜨리는 역설을 마주하고 있다. 그러나 절망하기에는 이르다. 실수를 저지르는 인간의 마음은 특이하게도 실수를 통해 배우기도 한다.                 p.25


급격한 변혁의 시기를 겪고 있던 1950년대의 중국, 당시 주석이었던 마오쩌둥은 대담한 계획을 세운다. 농업 집단화와 새로운 정책을 세우는 과정에서 지목된 것은 농부들이 키운 곡물을 먹어 치우는 참새였다. 참새는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못 박혔고, 1958년 참새 잡기 운동이 시작된다. 베이징에서만 300만 명이 동원되어, 이 운동은 1년을 넘기기도 전에 참새 약 10억 마리를 죽게 만든다. 실제로 이 일로 중국에서 참새는 멸종하게 되는데, 문제는 유일한 천적이었던 참새가 사라지자 메뚜기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결국 메뚜기 떼가 중국 전역을 휩쓸며 곡물을 먹어 치웠고, 이후 3년의 대기근으로 1500~4500만 명의 무고한 인민이 아사하는 비극이 초래된다. 이는 비판적 사고가 뒷전으로 밀리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중국 공산당들은 근대화를 향한 과도한 열망으로 위험을 보고도 눈감았고, 과학자들의 경고에도 귀를 막았던 것이다. 


사고하고 반성하며 추론하는 능력은 인간이 가진 가장 뛰어난 기술이다. 어쩌면 인간을 종으로서 특징 짓는 최고의 능력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자주 실수를 저지르고, 잘못된 사고로 인해 큰 비극을 초래하기도 한다. 우리에게는 거짓을 구별하는 특별한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마음은 매우 정교하지만 결국 감정적인 동물이고, 우리의 현실은 거짓에 너무나 쉽게 침식된다. 우리 모두 망상이나 수상한 믿음을 어느 정도는 품고 살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작정하고 덤비는 사기꾼과 선동가, 돌팔이들이 판치는 세상이다.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속지 않고, 허튼소리의 맹습으로 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을까. 이 책은 바로 거기서 시작되었다. 인간이 실수를 저지르는 주요 원인을 밝히고, 분석적 사고와 과학적 방법을 활용해 우리의 삶뿐 아니라 세상을 개선할 방법을 탐색하기 위해서 말이다. 





우리의 생각은 우리를 정의하지 않는다. 때로 잘못된 생각도 있으며 새로운 정보를 수용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감탄할 만하며, 증거를 보고도 마음의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 진짜 부끄러운 일이다. 증거가 없다면 즉각적으로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필요는 없다. 급하게 세운 주장은 잘못되기 쉽고 변화에 저항하기도 한다. 결론을 서둘러 내리지 않는다고 해서 부끄럽다거나 소심하다는 뜻은 아니다. 불확실성은 불안하지만 견뎌내야 한다.... 불확실성을 견디기는 어렵지만 그건 다른 덕목 대부분도 마찬가지다.                 p.482


우리는 가끔 터무니없는 거짓말이 사실을 뒤덮는 탈진실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떠나는 브렉시트 투표의 여파로 휘청거리는 모습 등 노골적인 거짓말과 선전, 선동적인 허구가 만들어낸 사건들을 우리는 연일 목격해왔다. 게다가 근거없는 비타민 C 만능설과 백신에 대한 공포가 만들어낸 부작용설, 그리고 믿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되는 대체의학의 문제점과 목격자의 왜곡된 증언 등 언제나 진실은 멀리 있고, 우리는 쉽게 속아 넘어가고 좌절해왔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거짓에 깜빡 넘어가는 것일까. 어떻게 저런 사람에게 홀려 한 표를 던지지? 어쩌다가 보이스피싱에 속았을까? 저런 뻔한 눈속임에 당했다고? 각종 음모론과 난무하는 가짜뉴스와 떠돌아 다니는 괴담 등 SNS의 시대에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나간다. 


이 책은 '페이크'와 '팩트'가 난잡하게 뒤섞인 사회 속에서 어떻게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을 지에 대한 방법을 제시한다. 마오쩌둥의 참새 박멸이 결국 수천만 명을 아사 시키는 일이 되었던 비극부터 인류가 탄생한 이래 지금까지 일어났던 논리적 흑역사들을 차근차근 살펴본다. 우리가 비합리적으로 사고하는 패턴들을 이해하게 되면, 역사 속 실패들을 통해 통찰력을 얻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게 될테니 말이다. 각종 SNS와 알고리즘은 어떤 방식으로 우리를 속이고 있는지, 통계의 남용은 어떻게 결함을 감추고 절대적인 것처럼 우리를 휘두르는지, 왜 합리적 인류는 때때로 멍청해지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저자인 데이비드 로버트 그라임스는 과학자로서, 과학의 기본 태도인 '비판적 사고방식'이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우리의 무기라고 말한다. 매력적인 개소리와 결함투성이 논리를 후려치는 팩트의 과학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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