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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 찢어진 티셔츠 한 벌만 가진 그녀는 어떻게 CEO가 되었을까
매들린 펜들턴 지음, 김미란 옮김 / 와이즈베리 / 2024년 7월
평점 :
"있잖아, 매디." 그는 엄마와 아빠만이 사용했던 내 별명을 부르며 말했다. "너는 자식이 부모를 키우는 내가 아는 유일한 아이야."
당시에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이제는 안다.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부성애는 갖추고 있었지만 현실적인 재정 능력은 전혀 없었던 아빠, 재정적으로 안정을 이뤄야 한다는 책임감은 있었지만 그것을 정말로 해낼 인내심이 부족했던 엄마. 그 중간에 그저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어설픈 내가 있었다. p.60
마치 소설의 한 장면처럼 시작되는 이 책은 남자친구의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시작된다. 저자의 남자친구였던 드루는 사업이 금전 문제에 부닥쳐 파산보호 신청을 하고 친구에게 사업을 매각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매들린은 전날까지 아무런 조짐을 느끼지 못했다. 드루는 함께 미래를 계획했던 집 근처 협곡에서 자살했다. 금전적 스트레스에 압도되어 탈출구를 찾지 못해 죽음을 선택했던 것이다. 그날 매들린은 자본주의가 생사의 문제라는 끔찍한 교훈 하나를 얻게 되었다. 이 책은 ‘180만 팔로워를 거느린 틱톡의 슈퍼스타’이자 의류회사의 CEO인 매들린 펜들턴의 독특한 회고록이면서도 재테크 가이드이다.
어릴 때부터 가난하게 자라온 경험담을 솔직하게 담고 있는데, 그녀는 열네 살 때부터 취업허가를 받아 일을 구할 계획을 세웠고, 대학을 졸업한 스물두 살 때는 자신의 기술로 돈을 버는 직업을 얻고자 했다. 가난하게 자란 펑크족 소녀가 어떻게 돈을 벌고, 공동체주의적인 회사를 창업하고 운영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과정은 매우 드라마틱한 스토리로 읽히지만, 그 속에 현재의 경제 체제와 금융 시스템을 바라보는 통찰력을 담고 있어 대단히 흥미로웠다. 각 챕터마다 '자본주의 생존 기술'이라는 코너가 있는데, 신용을 쌓는 방법, 집을 빌리고, 일을 구하는 방법, 연봉을 협상하고, 자동차를 사는 방법, 재정적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빚을 상환하는 방법, 집을 사고 공정한 사업체를 운영하는 법 등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팁들이 가득하다.
세상의 돈이 흘러가는 방식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면서 나는 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틀을 개발했다. 내가 깨달은 사실은 이렇다. 부자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돈을 벌기 위해 일하지 않는다. 부자들은 회사와 아파트 같은 건물을 소유하고, 나와 실장 같은 사람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일을 대신하게 한다. 실장이 경제적으로 나보다 낫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단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불완전한 시스템 속에서 불완전한 결정을 내리는 그녀를 보면서, 나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공통점을 가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둘 다 같은 경주를 하고 있었다. 나는 닥터마틴을 신고 그녀는 페라가모 펌프스를 신고서 말이다. p.219~220
‘가족 같은’ 회사에 취직해 노동력을 착취당하기도 하고, 임금 사기도 당하며, 자주 고장 나는 자동차 덕에 신용카드 빚은 늘어나고, 대도시에서의 생활비는 점점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이건 비단 매들린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꿈꾸던 삶을 위해 고향을 떠나 대도시로 옮겨오고, 대학에 진학하고, 회사에 취직하고, 더 많은 돌을 벌기 위해 노력하지만 매번 노력이 모든 걸 보상해주지는 않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니 말이다. 게다가 매들린은 리바이스에 인턴으로 취업하면서 정규직의 희망이 보이나 싶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일명 대침체를 맞이하는 바람에 원하는 일자리는 날아가고 대학 졸업장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덕분에 친구와 200달러씩, 총 400달러를 투자해 터널비전이라는 사업을 시작하게 되지만, 사업을 운영하는 과정 또한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현재 매들린이 운영하는 회사인 터널비전은 CEO와 전 직원이 동일하게 주 4일, 27시간을 일하고 임금도 똑같이 받는다. 수익은 전 직원에게 자동차나 가구를 사주는 식으로 돌아가며, 유급휴가도 무제한이다. 그야말로 꿈의 직장처럼 보이는 이 곳은 매들린이 끊임없이 자본주의의 규칙을 공부하고, 배우고, 실천해오며 깨달은 것들을 토대로 만들어 졌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담을 인터넷 및 SNS로 나누면서 미국 젊은 층들 사이에서 유명인사로 떠올랐다. 현재 그녀는 180만의 팔로워를 거느린 ‘틱톡의 슈퍼스타’이다. 오르지 않는 임금, 급증하는 주거비, 학자금 대출과 신용카드 빚으로 허덕이는 지금의 MZ세대들에게 이 책은 특히나 공감할 부분이 많을 것 같다. 이 전례 없는 시대에 어떻게 재정을 관리해야 할지 궁금하다면, 살아남기 위한 자본주의 생존 기술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