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크와 팩트 - 왜 합리적 인류는 때때로 멍청해지는가
데이비드 로버트 그라임스 지음, 김보은 옮김 / 디플롯 / 2024년 7월
평점 :
예약주문




인간의 마음에는 장점이 이렇게나 다양하지만, 인간의 사고력에는 결함이 너무나 많다. 훌륭한 하드웨어를 선물받았는데도 우리는 사소한 것부터 치명적인 것까지 실수를 자주 저지른다. 역사가 흐르는 내내 우리는 엉망이었지만, 지금은 우리가 실수하는 순간을 인지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우리는 손가락 끝으로 인간 지식의 보고에 곧바로 접속하는 시대에 산다. 그러나 이 자유가 오해와 잘못된 정보, 허위 사실을 그 어느 때보다 더 널리, 더 빠르게 퍼뜨리는 역설을 마주하고 있다. 그러나 절망하기에는 이르다. 실수를 저지르는 인간의 마음은 특이하게도 실수를 통해 배우기도 한다.                 p.25


급격한 변혁의 시기를 겪고 있던 1950년대의 중국, 당시 주석이었던 마오쩌둥은 대담한 계획을 세운다. 농업 집단화와 새로운 정책을 세우는 과정에서 지목된 것은 농부들이 키운 곡물을 먹어 치우는 참새였다. 참새는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못 박혔고, 1958년 참새 잡기 운동이 시작된다. 베이징에서만 300만 명이 동원되어, 이 운동은 1년을 넘기기도 전에 참새 약 10억 마리를 죽게 만든다. 실제로 이 일로 중국에서 참새는 멸종하게 되는데, 문제는 유일한 천적이었던 참새가 사라지자 메뚜기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결국 메뚜기 떼가 중국 전역을 휩쓸며 곡물을 먹어 치웠고, 이후 3년의 대기근으로 1500~4500만 명의 무고한 인민이 아사하는 비극이 초래된다. 이는 비판적 사고가 뒷전으로 밀리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중국 공산당들은 근대화를 향한 과도한 열망으로 위험을 보고도 눈감았고, 과학자들의 경고에도 귀를 막았던 것이다. 


사고하고 반성하며 추론하는 능력은 인간이 가진 가장 뛰어난 기술이다. 어쩌면 인간을 종으로서 특징 짓는 최고의 능력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자주 실수를 저지르고, 잘못된 사고로 인해 큰 비극을 초래하기도 한다. 우리에게는 거짓을 구별하는 특별한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마음은 매우 정교하지만 결국 감정적인 동물이고, 우리의 현실은 거짓에 너무나 쉽게 침식된다. 우리 모두 망상이나 수상한 믿음을 어느 정도는 품고 살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작정하고 덤비는 사기꾼과 선동가, 돌팔이들이 판치는 세상이다.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속지 않고, 허튼소리의 맹습으로 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을까. 이 책은 바로 거기서 시작되었다. 인간이 실수를 저지르는 주요 원인을 밝히고, 분석적 사고와 과학적 방법을 활용해 우리의 삶뿐 아니라 세상을 개선할 방법을 탐색하기 위해서 말이다. 





우리의 생각은 우리를 정의하지 않는다. 때로 잘못된 생각도 있으며 새로운 정보를 수용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감탄할 만하며, 증거를 보고도 마음의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 진짜 부끄러운 일이다. 증거가 없다면 즉각적으로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필요는 없다. 급하게 세운 주장은 잘못되기 쉽고 변화에 저항하기도 한다. 결론을 서둘러 내리지 않는다고 해서 부끄럽다거나 소심하다는 뜻은 아니다. 불확실성은 불안하지만 견뎌내야 한다.... 불확실성을 견디기는 어렵지만 그건 다른 덕목 대부분도 마찬가지다.                 p.482


우리는 가끔 터무니없는 거짓말이 사실을 뒤덮는 탈진실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떠나는 브렉시트 투표의 여파로 휘청거리는 모습 등 노골적인 거짓말과 선전, 선동적인 허구가 만들어낸 사건들을 우리는 연일 목격해왔다. 게다가 근거없는 비타민 C 만능설과 백신에 대한 공포가 만들어낸 부작용설, 그리고 믿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되는 대체의학의 문제점과 목격자의 왜곡된 증언 등 언제나 진실은 멀리 있고, 우리는 쉽게 속아 넘어가고 좌절해왔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거짓에 깜빡 넘어가는 것일까. 어떻게 저런 사람에게 홀려 한 표를 던지지? 어쩌다가 보이스피싱에 속았을까? 저런 뻔한 눈속임에 당했다고? 각종 음모론과 난무하는 가짜뉴스와 떠돌아 다니는 괴담 등 SNS의 시대에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나간다. 


이 책은 '페이크'와 '팩트'가 난잡하게 뒤섞인 사회 속에서 어떻게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을 지에 대한 방법을 제시한다. 마오쩌둥의 참새 박멸이 결국 수천만 명을 아사 시키는 일이 되었던 비극부터 인류가 탄생한 이래 지금까지 일어났던 논리적 흑역사들을 차근차근 살펴본다. 우리가 비합리적으로 사고하는 패턴들을 이해하게 되면, 역사 속 실패들을 통해 통찰력을 얻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게 될테니 말이다. 각종 SNS와 알고리즘은 어떤 방식으로 우리를 속이고 있는지, 통계의 남용은 어떻게 결함을 감추고 절대적인 것처럼 우리를 휘두르는지, 왜 합리적 인류는 때때로 멍청해지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저자인 데이비드 로버트 그라임스는 과학자로서, 과학의 기본 태도인 '비판적 사고방식'이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우리의 무기라고 말한다. 매력적인 개소리와 결함투성이 논리를 후려치는 팩트의 과학을 만나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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