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용골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엘릭시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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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팔크의 말대로 에드릭이 작정하고 숨었다면 쉽게 찾아낼 수 없으리라. 

"하지만 미니언을 발견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마술을 건 자와 마술에 걸린 자 사이에는 한 조각의 빵을 반으로 나눈 듯 일종의 연결고리가 생기기 때문이죠. 미니언을 산 채로 붙잡을 수 있다면, 술자의 위치도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미니언과 암살기사는 마술의 실로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이 실을 눈에 보이게 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만, 시간을 들이면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p.168



브리튼섬 동쪽, 런던에서 출항해 북해의 험한 파도를 헤치고 사흘 밤낮을 가면 두 개의 섬, 솔론제도가 있다. 이 황폐한 섬에서 도시의 기반을 닦아 발전시킨 것은 북해 무역을 장악한 에일윈 가문이다. 어느 날 솔론섬에 동방에서 온 방랑기사 팔크 피츠존과 그의 어린 종사 니콜라가 찾아와 자신들이 쫓고 있는 ‘암살기사’가 솔론의 영주를 노리고 있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그날 밤 솔론의 영주가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솔론섬은 북쪽과 서쪽은 깎아지른 절벽이고 동쪽은 암초가 많아 바이킹조차 함부로 접근할 수 없는 천혜의 요새지역이었다. 밤이면 외부와 단절되는 섬에 숨어든 자는 누구일까. 솔론 영주의 호기심 많은 딸 아미나는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밝히기 위해 팔크와 함께 사건 조사를 시작한다.


팔크는 마술을 통해 살인 현장에서 찍힌 지 얼마 되지 않은 발자국을 찾아낸다. 은빛 가루를 뿌리고 숨을 불어넣자, 돌바닥에 어지러이 찍힌 발자국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 사실을 토대로 살인자가 어떻게 영주관에 침입했는지, 살인의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찾아냈지만 그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사악한 마술을 사용하는 암살기사는 어떻게 살인을 저질렀을까. 팔크는 암살기사가 사용한 마술의 종류가 '강제된 신조'라 불리는 사악한 마술이라고 단언한다. 암살기사가 점찍은 인간의 피를 입수해 그 피를 은으로 만든 단검에 발라 납그릇에 채운 포도주에 담근다. 그러면 피의 주인은 가엾게도 암살기사의 앞잡이, 미니언이 되는 것이다. 바로 그 미니언이 암살기사에 의해 조종당해 실제로 살인을 저지르고는, 그 일을 잊어 버리게 된다. 그러니 그들은 살인을 행하고도 그 사실을 잊어 버린 '미니언'이 누구인지부터 찾아야 했다. 현시점에서 의심스러운 인물은 모두 여덟 사람이었고, 그들 중 누군가가 영주를 죽인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영주의 허락을 받은 이들만 머무르고 있었을 ‘작은 솔론’이라는 거대한 밀실 속에서, 아무도 모르게 영주를 살해할 수 있었던 자는 과연 누구일까?





"요컨대 그곳에 발자국을 남긴 사람은 밤중에 젖은 발로 작은 솔론에 침입한 자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것은 즉 큰 솔론에 있던 다섯 명 중 누군가가 롤렌트 님을 살해한 미니언이라는 뜻입니다."

"그럴 리 없소!" 

한 기사가 버럭 외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솔론은 철벽수비를 자랑하오. 동이 트기 전에는 큰 솔론에서 작은 솔론으로 건너갈 수 없지. 그게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증명하지 않는 한, 당신 이야기는 전혀 믿을 수 없소."              p.502


요네자와 호노부의 <부러진 용골>이 새롭게 옷을 갈아입고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판타지에 미스터리를 접목시킨 특수 설정 미스터리인데, 지금이야 하나의 독립된 장르로 자리잡았지만 출간 당시(2010년)만 하더라도 흔치 않았다.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마법이 등장하는 판타지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논리에 입각한 수수께끼 풀이, 즉 본격 미스터리의 골격이 자리잡고 있다. '타인을 조종해 살인을 지시하는 암살기사와 그를 쫓는 마법기사'라는 설정이 중심에 있기 때문에 논리와 이성으로 풀어 나가는 본격 미스터리와는 완전히 정반대의 지점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야기인데, 요노자와 호노부는 물과 기름처럼 어우러질 수 없는 두 가지를 한 작품 속에서 구현해낸다. 


제한된 공간과 한정된 용의자, 하지만 마법이 실재하는 세계라면 초현실적인 능력으로 어떻게 '논리와 이성'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을까. 얼핏 상상이 잘 되지 않겠지만, 그걸 가능하게 만든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특수한 설정을 사용한 미스터리라도 독자와 작가 사이에 합의된 명확한 약속이 있다면, 그 약속이 설령 이 세상의 법칙이 아닐지라도 미스터리는 성립한다. 거기에 미스터리라는 지적 유희의 심오함이 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작품의 재미는 바로 그런 부분에서 만들어 진다. 비현실적인 소재를 추리의 전제로 받아들여 소설적 재미를 확장시키는 것이 바로 '특수설정 미스터리'만의 매력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는 이 작품의 이야기를 12세기 말 유럽으로 정한 이유로 수도사 캐드펠의 흔적이 남아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풀어나가는 이야기지만, 같은 시대라서 주는 재미가 있어 더욱 흥미롭게 읽었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최신작들을 좋아한다면, 그의 또 다른 매력을 볼 수 있는 이 작품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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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창비교육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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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누명. 애정의 입을 통해 처음 들었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그 말이 지금 내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었다. 견은 한 종사관을 끌어내릴 무언가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며 그 단어를 입에 올렸다. 한때는 너무 어려 이해하지 못했던 단어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머릿속에 박혔고, 시간이 흐르며 무슨 뜻인지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감춰진 진실. 피해자가 고통에 시달리는 동안 가해자는 처벌을 받지 않는 부조리. 찢어내야 할 거짓과 오해의 장막. 누명. 날카로운 가시처럼 목구멍에 파고드는 이 두 글자는 아무리 침을 삼켜도 내려가지 않았다.               p.151



조선의 수도 한양을 둘러싼 성벽 근처에서 젊은 여인의 시체가 발견된다. 피해자는 장신구로 달고 다니던 자신의 은장도에 찔려 죽었다. 신분패를 확인하니 오 판서 대감의 딸로 이제 열아홉밖에 되지 않은 여인이었다. 유교의 법도에 따라 여성 범죄자를 체포하거나 여성 피해자를 검시하는 역할은 남자가 할 수 없었다.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은 한성부 포도청 소속 다모였다. 노비 신분인 열여섯 '설'은 포도청 다모로 종사관을 도와 사건 수사를 돕는다. 수사 과정 중에 피해자의 몸종이 도망쳐 인왕산으로 횃불을 든 관원들과 함께 설은 수색에 나서게 된다. 인왕산이라면 백호가 산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설에게 공포의 장소였다. 그리고 실제로 호랑이와 마주하게 된다. 


설이 그곳에 도착했을 때 개울 반대쪽에 한쪽 소매가 피로 물든 한 종사관이 서 있었고, 바로 몇 발짝 앞에 호랑이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고 있었던 거다. 덩치가 사람만한 그 놈은 발이 솥뚜껑 같고 발톱은 날카로웠으며 가슴으로부터 깊은 으르렁 소리가 울렸다. 말은 피를 흘리며 땅에 쓰러져 몸부림치고 있었고, 그 뒤에 도망친 몸종이 웅크리고 있었다. 당장 호랑이를 겨눠야 했다. 설은 머뭇거리든 포졸 견을 대신해 망설임 없이 단번에 표적을 겨냥해 활을 쏜다. 화살은 바람을 가르며 호랑이의 몸통으로 날아가 퍽 꽂혔고, 놈이 내지른 포효에 놀란 말이 앞다리를 들고 일어나며 설을 허공에 던져버린다. 설은 그대로 정신을 잃게 되지만, 한 종사관의 목숨을 구했다는 이유로 사건이 해결되면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게 된다. 하지만 살인사건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쌓여가는 증거가 가리키는 범인은 설을 혼란스럽게 하는데, 과연 진실을 풀어나갈 수 있을까. 





세 개의 획으로 이루어진 모음은 구분하기 쉬웠다. 가로선은 평평한 땅, 점은 하늘의 태양, 세로선은 똑바로 선 인간을 상징했다. 땅, 태양, 인간. 이 세 가지를 더한 것이 인생이라지만, 인생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거미줄처럼 복잡하고, 거짓과 기만의 실로 뒤엉켜 있었다. 하지만 궁금했다. 그 실을 따라가 한 종사관의 근본에 이르면 나는 어떤 진실을 보게 될까? 그가 마음 한가운데 품고 있는 진실도 가장 흔한 살인 동기인 욕정, 탐욕, 복수심, 이 세 가지처럼 단순할까?              p.295


설은 호기심이 넘치고,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며, 두려움에 맞설 용기를 가졌다. 설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위험에 처한 친구를 구하기 위해 부지런히 뛰어다닌다. 하지만 1800년 조선이라는 시대는 어린 여자 노비인 설에게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무시와 면박을 당할 때마다 '나를 구해줄 사람은 나 하나'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고난과 시련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선다. ‘설’뿐만 아니라 세상에 노비로 태어난 사람은 없다며 하인에게 글 읽는 법을 알려준 ‘오 소저’, 친구의 딱한 사정을 듣고 기꺼이 손을 내미는 ‘우림’, 두렵다는 이유로 선행을 포기하지 말라며 남장을 한 채 위험을 무릅쓰고 타인을 돕는 ‘강씨 부인’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해 서사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어 나간다. 


왕이 승하한 직후의 혼란스러운 시기를 배경으로 연쇄 살인사건을 해결하려는 소녀 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사라진 소녀들의 숲>으로 만났던 허주은 작가의 신작이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캐나다에서 자란 작가가 15세기 초 조선을 배경으로 쓴 역사 미스터리라는 점으로 인상깊게 읽었었는데, 전작들처럼 이번 작품 역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작품이다. 이민진 <파친코>, 김주혜 <작은 땅의 야수들>등 한국계 미국인 작가들의 작품이 세계에서 먼저 호평을 받고 나서 국내로 소개되면서 허주은 작가의 작품들도 국내에 꽤 많이 소개가 되었다. 벌써 네 번째 작품이니 말이다. <사라진 소녀들의 숲>은 조선 세종 대까지 존재했던 공녀 제도를 중심으로 가부장 시대 조선 여성들의 삶을 그렸고,  <붉은 궁>은 조선시대 영조 치하의 궁궐을 배경으로 의녀를 주인공으로 미스터리와 로맨스를 함께 보여주었다. <늑대 사이의 학>에서는 조선 시대 연산군의 폭정과 중종반정을 배경으로 불의에 저항하고 연대하는 인물들의 목소리를 담았고, 이번 <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에선 1800년 정조 사후 정순왕후의 수렴청정이 시작된 조선을 배경으로 여성 수사관 다모가 사건의 비밀을 추적해나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뛰어난 가독성으로 책을 읽는 내내 우리를 조선 후기의 시간 한복판으로 데려간다. 억울하게 목숨을 빼앗긴 사람들의 이름을 다시 찾아주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열여섯 소녀의 흥미진진한 모험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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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세계문학 원정대 5 - 레 미제라블 김영하의 세계문학 원정대 5
박성일 그림, 김난영 스토리 / 주니어김영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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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김영하의 세계문학 원정대' 시리즈 그 다섯 번째 책이 나왔다. 이 시리즈는 김영하 작가와 함께 세계 문학 작품 속으로 들어가 명작의 교훈과 가치를 느끼고 현재의 관점에서 명작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신개념 학습만화이다.


<셜록 홈즈의 모험>을 시작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오만과 편견>, <지킬 박사와 하이드/프랑켄슈타인>, <빨간 머리 앤>에 이어 이번에는 <레 미제라블>이다. 김영하 작가와 함께 엄선한 세계 문학 작품들이 계속 이어질 예정인데, 다음 이야기는 <15소년 표류기>라고 하니 또한 기대가 된다. 




사실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은 총5권으로 나왔을 만큼 분량이 엄청난 걸로도 유명하다. 성인 독자가 완독하기에도 부담스러운 분량이라, 어린이들이 이 책을 통해서 쉽고, 재미있게 먼저 접하게 되면 정말 좋을 것 같다.


18세기 프랑스, 혁명은 성공했지만 서민들은 여전히 굶주리고 있었다. 나뭇가지 치는 일을 하는 청년 장 발장은 벌써 일주일째 아무것도 못 먹은 상태였다. 그는 굶주리는 누나와 일곱 조카들을 위해 빵 한 덩이를 훔쳤다가 19년간 감옥살이를 한다. 처음 그에게 선고된 것은 5년의 노역형이었지만, 네 번 탈옥하려다 실패해서 결국 형량이 19년이 된 것이다. 이후 출소했지만 이미 범죄자로 낙인찍혀 일할 곳도, 하룻밤 머물 곳도 찾기 힘든 상태였다. 그런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 준 미리엘 신부의 은그릇을 훔쳐 다시 잡히고 말지만, 신부는 그런 장 발장을 용서하고 은그릇을 자신이 준 선물이라고 말해 위기에서 벗어나게 된다. 앞으로 정직한 사람, 선한 사람이 되어 달라는 신부 덕분에 장 발장의 인생이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세월이 더 흐른 뒤, 사업가에서 시장이 된 장발장을 비롯해 배고픔과 학대 속에서 자란 코제트, 자식을 위해 이와 머리카락까지 판 여성 노동자 팡틴, 법 수호에 목숨을 걸고 장 발장의 뒤를 끈질기게 쫓는 경찰 자베르, 코제트와 사랑에 빠지는 청년 마리우스, 여관을 운영하는 악랄한 성격의 테나르디에 부부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 풍성한 이야기를 들려 준다.


이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김영하 작가와 문학부 친구들이 가상 현실 시스템을 작동해 명작 속으로 모험을 떠나는 컨셉으로 진행이 된다. 정직한과 조아라를 비롯해 작가 X를 찾아 미래에서 온 로봇 김영일, 나희재까지 이들 문학부는 <레 미제라블> 속 등장인물이 되어 작품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생생하게 체험한다. 작품 속 캐릭터와 다른 행동을 하게 되면 페널티를 받게 되고, 작품이 추구하는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게 되어 카드를 획득하면 프로그램이 종료되어 현실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위대한 세계 문학 작품들을 만화로 풀어내어 부답없이 작품들을 접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이다. 중간 중간 작품의 배경이 되는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학습 정보, 그리고 문학 작품과 작가에 대한 추가 정보도 수록되어 있고, 다 읽고 나면 마지막에 '김영하의 세계 문학 다시 읽기'를 통해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는 작품 해설도 수록되어 있다. 작품의 이야기 배경이었던 프랑스 혁명의 의미에 대해서, 그리고 <레 미제라블>이라는 작품이 주는 감동과 교훈에 대해서 김영하 작가의 해설을 읽다 보면 내용이 잘 정리되는 느낌이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문학부 쉬는 시간'이라고 해서 미리엘 주교 집 찾기, 알맞은 대사 넣기, 숨은그림찾기, 다른 그림 찾기 등 재미있는 놀이로 머리를 쉬게 해줄 수도 있다. 작품과 관련있는 내용으로 꾸며 더 재미있게 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작품 속 인물들이 세계 문학의 가치를 찾아내는 재미를 독자들도 느낄 수 있도록 실물 가치 카드를 부록으로 받아볼 수 있으니, 수집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서 세계 역사의 중요 사건인 ‘프랑스 혁명’에 대해서 배울 수 있게 되고, 빅토리 위고의 작품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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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빼앗는 사회 - 카이스트 실패연구소의 한국 사회 실패 탐구 보고서
안혜정 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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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무엇이 실패인가'라는 질문에는 '누구의 기준으로', '언제', '어떤 상황에서'라는 전제와 맥락이 생략되어 있다. 같은 사건이라도 어떤 입장에서 바라보는지, 어떤 시간적 프레임에서 바라보는지에 따라 실패로 여겨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승자와 패자가 명확히 갈리는 스포츠나 경연 등에서는 실패가 명확하게 드러나지만, 그 외의 맥락에서 우리가 실패라 여기는 많은 일은 상당히 주관적이고, 때로 상대적이며, 나중에 의미가 달라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실패는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유동적이고 다층적인 경험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p.67~68


우리는 유독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한국은 놀라울 정도로 짧은 기간에 압축적인 성장을 이루어냈고, 이는 경쟁적 입시 문화를 만들어냈으며, 획일화된 성공 경로를 따르며 위험을 최소화하려고 해왔다. 덕분에 우리는 어릴 때부터 실패를 절대적으로 피해야 하는 것으로 배워왔다. 결과와 성공만 중시하며 실패를 부정하고 숨기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실패에서 배울 기회마저 놓쳐버리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실패를 통해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카이스트 실패연구소가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카이스트 학생들을 비롯해 학교 안팎으로 여러 사람들을 만나 '실패에서 배우는 법'을 고민하고 연구하고 실험한 결과를 담은 것이다.  사실 실패에서 제대로 배우기란 쉽지 않다. 실패연구소가 카이스트 학생들에게 먼저 제안한 것은 일상 속 실패를 관찰하고 사진과 글로 기록하는 거였다. 실제로 학생들이 제출한 '포토보이스' 사진들도 이 책에 수록되어 있다. 카이스트 학생은 어떤 실패를 경험할까? 부서진 실험 도구, 밤새 만들었지만 작동하지 않는 기계, 오류로 기괴한 결과물을 산출하는 프로그램 등 그저 보기만 해도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한눈에 알 수 있는 것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순간들도 많았다. 포켓몬 초코빵에서 안 귀여운 스티커가 나왔다는 뽑기 실패 사진, 취업 면접을 망친 후 그날 입은 정장 사진, 밤새 연구하고 새벽녘 중천에 뜬 밝은 해, 오늘도 다이어트 실패라는 새벽에 뜯은 과자 봉지 사진까지 다양했다. 학생들의 사례를 살펴보면서 실패라는 것의 개념과 실패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실패에서 배운다'라는 말에서 진정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실패'가 아닌 '배움'이다. 실패연구소의 경험이 보여주듯, 우리는 실패뿐 아니라 삶의 모든 순간에서 배울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경험한다고 해서, 혹은 실패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의미 있는 배움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다슌 왕 교수의 연구가 보여주듯 같은 횟수의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그로부터 실질적인 성장을 이루는 사람이 있는 반면 반복된 실패에도 의미 있는 교훈을 얻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실패에서 진정으로 배우려면 먼저 그 일을 하는 목적과 의미가 분명해야 한다. 왜 이 일을 하는지, 이 과정에서 무엇을 추구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선행될 때, 실패는 비로소 의미 있는 교훈이 된다.                 p.267~268


실패를 이야기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 보다가 "그런데, 실패는 성공했다는 알리바이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이야기 아닐까요?" 라는 말에 잠시 얼어붙고 말았다는 대목이 있다. 아무래도 대부분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실패를 접하는 것이 일반론이니 말이다. 우리는 흔히 성공과 실패를 객관적인 기준, 예를 들어 성적, 직업, 사회적 지위 등을 통해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개인이 무엇을 실패로 여기는가는 저마다의 목표와 가치, 그들의 상황에 따라 언제든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카이스트를 졸업한 학생이 사회에서 성공이라고 여겨지는 결과를 얻을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실패를 겪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 책이 가장 흥미로웠던 지점 중 하나는 실패에 대한 판단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식이었던 것 같다. 


실패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용인함으로써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사회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시도는 각자의 실패 경험을 관찰하고 기록하며 성찰하고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실패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실패의 경험을 개인적 교훈이 아니라 사회적 자산으로, 그리고 사회 구조적 차원에서 재해석하기 위한 디딤돌이 되어 준다. 성공이 아니라 실패가 디폴트라면, 실패가 기본값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실패하지 않기보다 크고 작은 실패에 크게 휘둘리지 않는 회복 탄력적 마인드셋을 가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실제로 대부분의 과학 연구는 문제를 정하고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되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단순히 경험한다고 해서, 혹은 실패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의미 있는 배움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모두가 실패에서 배우라고 하지만 아무도 그 방법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았다. 이 책을 통해 실패연구소가 어렵게 찾아낸 '실패에서 제대로 배우는 법'을 만나보자. 언젠가는 한국 사회도 실패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제대로 배우는 분위기로 나아가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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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0분 한줌영어
강하영(제이미쌤) 지음 / 길벗이지톡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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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영어는 몇 시간 몰아서 공부하는 것보다, 20분씩이라도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꾸준히,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것이다. 온라인 강의를 결제하거나, 학원을 수강하거나, 새로운 책을 구입했지만 작심삼일로 끝난 경험 다들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정말 도움이 될만한 영어 책을 만났다.


이 책은 하루 20분, 쇼츠를 보며 부담 없이 영어회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다. 총 30편의 쇼츠 영상을 두 단계로 나누어 60일 동안 체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꼭 필요한 내용만 담았다. 




이 책의 저자는 유튜브 채널 <제이미쌤 한줌영어>를 통해 현지에서 바로 통하는 실전 영어 학습법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조회수 2000만 뷰, 완강률 100% 제이미쌤의 강의가 책으로 나왔다고 해서 매우 궁금했다. 영어 회화책치고는 얇고 가벼운 편이라 의아했는데, 군더더기없이 꼭 필요한 내용만 담고 있어 오히려 부담없이 공부할 수 있는 책이었다.


INPUT 단계에서는 먼저 쇼츠 영상을 보고 생생한 현지 영어를 체험해보고, MP3 파일을 활용해 원어민 발음을 익힌다. 대화 혹 유용한 표현도 배워보고, 핵심 문법도 익힌 뒤에 OUTPUT 단계에서는 배운 내용을 직접 입으로 말하며 훈련하는 것이다. 빈칸을 채우며 단어와 구문을 익히고, 완전한 문장을 만들어 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원어민과 똑같이 말하기 연습을 통해 자신감을 키운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표현 중 하나인 '원 플러스 원'은 영어어일까? 영어 단어(one, plus)로 이루어져 있어서 영어 표현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한국에서만 쓰는 콩클리시 표현이다. 영어로는 '하나 사고 하나를 무료로 받으세요'라는 의미로 buy one get one free라고 한다. 앞 글자를 따서 BOGO라고 하기도 한다. 스타벅스 1+1 쿠폰이 'BOGO쿠폰'인 이유를 생각해보면 된다. 린스, 핸드폰, SNS 역시 콩글리시 표현이다. 영어로는 conditioner, cell phone 또는 mobile phone, social media라고 써야 한다. 


책에 수록된 모든 대화와 예문은 저자가 현지에서 직접 공수한 표현과 실제 상황을 바탕으로 구성되었다. 100% 현지에서 사용하는 리얼 영어 표현들인 것이다. 일상 영어, 여행 영어, 카페 영어, 식당 영어, 연애 영어로 구분해 우리가 자주 쓰지만 영어로 잘못 사용하는 표현과 해외여행 시 꼭 필요한 각종 심사 및 컴플레인 표현, 그리고 연애할 때 실수하기 쉬운 표현과 감정 표현까지 배워볼 수 있었다. 




해외에서, 혹은 외국인과 대화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을 때, 분명 머리로는 아는데 입이 안 떨어지는 경우 종종 겪어봤을 것이다. 단어와 문법을 알아도 말문이 막히는 것은 '아는 영어'와 '쓰는 영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단순한 암기가 아닌 진짜 회화 실력을 키울 수 있도록, 그래서 말하기 실력을 실전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루 20분씩, 60일 동안 꾸준히 연습하면 머릿속 영어가 실제 대화로 이어지는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고 하니, 한번 도전해볼 만하지 않을까. 


하루 20분이면 공부하기에 정말 부담 없는 분량이다. 쇼츠와 강의만 보면서 60일이면 실전 회화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회사 다니느라 바쁜 직장인들도, 학교 생활로 정신없는 학생들도 부담 없이 해볼 수 있다. 영어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경우, 혹은 영어 공부를 했음에도 해외만 나가면 꿀 먹은 벙어리였던 이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자, 제이미쌤과 함께 내일 당장 쓸 수 있는 리얼 실전 영어회화를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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