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개자식에게
비르지니 데팡트 지음, 김미정 옮김 / 비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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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친애하는 개자식에게.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 봤습니다. 어깨에 똥을 싸지르는 비둘기보다 당신이 나은 게 하나라도 있을까요? 역겹고 불쾌하기 짝이 없군요. “왈왈왈, 나는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허접한 머저리입니다. 사람들 주목을 받고 싶어 칭얼거리는 개새끼입니다.” SNS에 영광을 돌려야겠네요, 아주 잠시나마 유명세를 누렸을 테니. 내가 당신에게 답장을 쓰는 게 그 증거입니다.          p.8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사십대 작가 오스카는 파리의 거리에서 우연히 동경하던 배우 레베카를 본다. '위험하고, 치명적이며, 연약하고, 애처롭다가도, 때론 영웅적이기까지 한 여자'였던 그녀가 '살이 올랐고,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옷차림에 피부 상태도 엉망'이었다고,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린다. 레베카는 '지고의 아름다움이 완전히 몰락해버렸다'고 자신의 외모를 폄하하는 글을 보고 그에게 항의하는 메일을 보낸다. '친애하는 개자식에게'로 시작되는 그 메일에서 그녀는 역겹고 불쾌하기 짝이 없었던 자신의 감정을 온갖 저주의 말과 함께 내뱉는다. 적의로 가득찬 레베카의 메일에 오스카는 의도적으로 신랄하게 쓴 글이었다며 사과를 하지만, 사실 그녀의 반응이 꽤 재미있었다는 말로 답신을 보낸다. 


두 사람은 그렇게 몇 차례 메일을 주고받으며 공방을 이어가면서 마치 친구사이처럼 각자의 속에 있던 말을 나누게 된다. 오스카는 도서 홍보 담당자였던 이십대 여성 조에에게 미투 고발을 당했고, 알코올과 마약 등 온갖 중독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었고, 레베카는 오십대에 접어들면서 맡을 수 있는 배역이 제한되자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오스카는 부르주아 계급 여성들이 노동 계급 출신인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고 억울함을 주장했다. 한편, 20대 조에는 몇 년 전부터 페미니즘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악의에 찬 공격과 살해 및 강간 운운하는 협박 등의 댓글에는 익숙한 편이다. 하지만 오스카와의 사이에서 있었던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한 뒤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항의 글이 쏟아졌다. 사람들은 조에가 느낀 감정이 틀렸다고, 그녀의 관점이 테러 행위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찾아내 위협하고 모욕하는 글들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폭로를 이어나간다.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은 여성의 성이 저지른 사기이다. 남자들의 성관계 목표는 사랑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그보다는 인정에 가깝다." 여기에 모든 게 담겨 있다고 친구는 말합니다. 여성에 관한 음모론에 가까운 생각 말입니다... 피의자는 언제나 희생자인 척합니다. 연대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퍼뜨립니다. 그 사이에 ‘인정’은 있을 수 없다고요. 그들에게 여성은 이상한 성이자, 적에 해당하는 성별입니다. 반대의 경우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여기 있습니다. 우리를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요?           p.102


비르지니 데팡트는 남성 작가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폭력과 포르노그래피를 정면으로 다루며 프랑스 문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작가이다. 데뷔 이래로 열일곱 살에 겪은 집단강간, 정신병원에 강제 수용된 이력, 성 노동자로 일한 경험, 퀴어로서의 정체성 등 비주류 여성으로 살아온 삶을 질료 삼아 폭력적 남성성과 정상성을 겨냥하는 도발적인 작품을 선보여왔다. 데뷔작 <베즈 무아>에서는 남성들의 전유물이던 포르노그래피와 폭력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고, <킹콩걸>은 실제로 열일곱 살에 집단강간을 당하고 성 노동자로 일한 경험 등을 다룬 논픽션이었다. 두 작품 모두 국내에 소개되었었지만, 아쉽게도 현재는 절판된 상태이다. 주류에서 소외돈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작가 비르지니 데팡트가 궁금했다면, 이번에 나온 <친애하는 개자식에게>로 처음 만나도 좋을 것 같다. 


미투 운동이 한창이던 2020년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번 작품은 미투 고발자인 20대 여성과 미투 가해자인 40대 남성, 그리고 관찰자이자 방관자인 50대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서간체 소설이다. 현대 사회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이야기가 '서간체'라는 형식으로 쓰여 더욱 흥미로웠던 작품이다. 작가는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세 인물이 치열하게 반목하는 과정을 통해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과연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세대 갈등과 남녀 분열이 극심해진 현대 사회에서 여성과 남성은, 청년 세대와 기득권 세대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하나로 연결될 수 있을까. 현실감 넘치는 인물 설정과 신랄한 유머로 무장하고 갈등과 논쟁의 장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이 뜨거운 작품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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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올로지 - 몸이 말하는, 말하지 못한, 말할 수 없는 것
이유진 지음 / 디플롯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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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성형이라는 이슈에는 '같은 환자'끼리의 연대와 돌봄, '같지 않은 환자'들 개개인의 계급성까지 중층적인 '진짜 이야기'들이 촘촘하게 분포돼 있다. '환자'가 끝내 외모를 변화시키고 획득하고 싶었던 지위나 사회적 인정에 관한 문제도 이 '외모 인생 이야기' 속에 포함돼야 한다. 특히 한국인들은 얼굴과 이름을 바꾸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성공 사례를 적지 않게 보아왔다. 이는 성형으로 개선할 수 있는 인생에 대한 환상을 더욱 강화한다. 그러나 사실은 이 '인생 메이크오버' 또한 시장 경제의 바탕 위에서 돈과 네트워크, 정보력 있는 사람들만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이다.               p.111



제목인 '바디올로지(bodiology)'는 몸을 뜻하는 '보디body'와 학문을 의미하는 '올로지-ology'를 결합한 조어다. 몸에 관한 담론으로부터 시작해 젠더, 장애, 노화 등에 관한 이야기를 사회적, 역사적, 문화적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가슴, 엉덩이, 각선미, 발, 얼굴, 성형, 거식증, 피부, 손, 눈물, 단식 등 신체의 각 부분이나 몸과 관련된 스물아홉 편의 글은 한겨레 신문에 칼럼으로 연재된 것을 책으로 묶었다. 


여자들 중에 다이어트 한번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누구나 먹으면 살이 쪄 뚱보가 될 거라는 공포와 불안감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급기야는 자신의 몸을 지나치게 통제해서 거식증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10대 여성의 거식증은 매년 늘어가고 있고, 이는 '신경성 식욕부진증'이라는 섭식장애의 대표적 질환이다. 때로 거식증은 지나치게 먹는 '신경성 폭식증'으로 변하기도 한다. 거식증은 완치가 어렵고 치사율이 약 5퍼센트로 정신 질환 중 가장 사망률이 높은 질환이라 이는 사회적으로 심각하게 고민을 해봐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거식증은 중요한 사회적 현상이며 예산을 투입해 더 깊고 넓게 연구하고 개입해야 할 이슈이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마른 몸을 아름답다고 보는 시선, 날씬한 몸에만 주어지는 기회, 몸이 큰 여성을 비난하고 수치심을 주는 일... 이 모든 것들이 여성을 굶주리게 한다. 우리는 위험한 것이 굶는 여성이 아니라 굶기는 사회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간은 한 손으로 다른 사람을 껴안고, 다른 손으로 공격하면서 역사를 만들어왔다. 나아가 주먹은 반드시 남을 가격하기 위해서만 쓰이는 것도 아니다. 주먹은 저항하기 위해서 휘두를 때, 데모할 때 유용하다. 쓰러진 사람이 각오를 다지면서 다시 일어설 때, 타인에게 용기를 줄 때도 주먹을 높이 들어 올린다. 주먹을 쥘 때 엄지손가락은 나머지 손가락과 다른 방향으로 구부러진다. 이를 맞섬opposition이라고 한다. 엄지의 맞섬은 도구적 인간, 싸우는 인간, 저항적 인간을 만들어냈다. 평화가 투쟁과 저항 없이 저절로 이뤄질 수 없는 상태라고 한다면 손은 그 빛과 그림자 모두를 거머쥐도록 변화했다고도 볼 수 있다.                   p.188


이 책에는 문학 작품 속에 드러난 이성애자 남성들의 유난한 가슴 사랑, 크고 빵빵한 엉덩이를 매력적인 상품으로 만든 역사 속에 숨어 있는 너무도 끔찍한 이야기, 걷고 싶을 때 걷고, 가고 싶은 곳에 언제라도 갈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안전한 보행의 자유를 얻지 못했던 여성들의 역사, 객관적 미인의 기준을 세우고 예쁜 얼굴을 판별하기 위해 과학을 동원해 수치화되는 얼굴 에 관한 담론, 자랑스러움과 부끄러움이라는 양면성을 지닌 '성형 강국 한국'이라는 말, 피부를 가진 동물이 접촉을 통해 느끼는 사회적 온기, 공기마저 자본이 되는 세상 등 다양한 담론이 담겨 있다. '몸'이라는 것이 단순한 생물학적 실체가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역사적 억압과 폭력이 새겨진 텍스트라는 점이 이 모든 스토리텔링의 중심에 있다. 인류의 몸이 언제부터 강력한 물적 자본으로 부상했는지 살펴보고, 사회적 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추적하는 것은 몸을 향한 우리의 모든 편견을 부서뜨린다. 


몸은 그냥 ‘태어나지’ 않는다. 사회적 시선, 담론, 말뭉치에 따라 정교하게 ‘만들어진다’.  몸을 가꾸는 것이 자기계발의 일부로 취급되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은 책이었다. 얼굴, 성형, 살집, 머리카락, 섹스와 출산, 피부, 허기와 식인(카니발리즘), 죽음, 부활 등 인간의 몸 이야기에는 인류가 겪은 억압과 권력, 극복의 서사가 모두 담겨 있다. 그러니 이 책은 몸 담론으로 본 사회사이자 역사이기도 한 것이다. 한국인의 신체에는 한반도의 근대사가 응축되어 있다. ‘얼평’ ‘몸평’의 변화상을 통해 대한민국의 시대상을 읽는 경험은 가히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우리 모두 꼭 알고 있어야 할 것들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모든 사람은 자신의 몸이라는 신전을 짓는 건축가”라고 했다. 그렇다면 내 몸의 주도권은 나에게 있고, 언제든 자신이 바라는 쪽으로 몸을 변화시킬 수 있어야만 한다는 뜻이다. 이 책을 통해 몸을 향한 보이지 않던 수많은 억압에 대해 깨닫게 되고, 사회 속에서 우리 몸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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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프로젝트 - 나를 바꾸고, 인생을 바꾸는 집중의 힘
에릭 퀄먼 지음, 안기순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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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무언가에 시간을 쓸 때마다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나무 바닥에 손수 페인트칠을 하느라 쏟는 시간을 활용할 수 있으므로 다른 일을 해서 350달러를 벌 수도 있다. 비용이 349.99달러 이하이면 외주를 주는 대안에 즉시 "Yes"라고 해야 한다. 이 공식은 꽤 간단해 보이지만 설사 돈이 있더라도 실천하기 어렵다. 잔디를 깎거나 나무를 다듬거나 집을 청소하기 위해 사람을 고용하는 것을 '게으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을 지불해서 시간을 살지 묻는 질문을 받으면 사람들은 어떻게 대답할까? 누구나 단호하게 "Yes"라고 대답한다.            p.154


《해리 포터》 조앤 K. 롤링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 2위로 선정된 에릭 퀄먼은 전 세계 55개국 5,000만 명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하고 있는 동기부여 전문가이다. 그는 구글, 페이스북, 삼성 등 글로벌 기업, 버락 오바마, 워렌 버핏, 일론 머스크 등 전 세계 셀럽들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 왔다. 그리고 그 중심에 '집중과 유지'가 있다. 한 기업의 대표는 ‘기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비결’을 '집중'이라고 말했는데, “기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데 가장 어려운 점" 또한 '집중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집중과 유지가 어려운 이유는 그것이 바로 최고의 난제인 ‘일과 생활’에서의 균형 실현이 가능한 유일한 솔루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집중을 학습할 수 있을까? 근육처럼 훈련할 수 있을까? 습관으로 만들 수 있을까? 이 책은 그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답을 들려 준다. 우리는 대부분 한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과대평가하면서도, 작은 보폭으로 한 번에 한 걸음씩 꾸준히 내디디면서 한 달, 1년, 일생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매일 어떤 작은 단계를 밟아서 장기적인 목표를 달성하게 되는 과정을 우리가 자주 실패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저자는 12개월 동안 집중할 목록을 열두 가지로 좁혔다. 집중할 일과 집중하지 않을 일을 미리 선택하고, 가장 중요한 대상에 집중하는 것으로 삶의 방향을 바꾼 것이다. 이 책은 1월부터 12월까지, 매달 한가지 주제를 정해 집중을 훈련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는 추진력을 유지해야 한다. 스페인어 학습 앱에서 단계를 계속 살리든, 40일 동안 초콜릿을 끊든, 딸이 100일 동안 하루 15분씩 피아노 연습을 하든 자신에게 유리하게 추진력을 사용해야 한다. 자신에게 효과 있는 방법이라면 무엇이든 사용하라.

우리는 사고방식을 급진적으로 바꿔야 한다. 원하는 것을 해야 하는 것으로 바꿔야 한다. 나는 10년 동안 스페인어를 배우고 싶었다. 하지만 스페인어를 배워야 할 필요성을 이제야 깨닫는다... 이러한 사고방식의 변화는 언어 학습 속도를 급격하게 증가시키는데 유용하게 작용했다.             p.251~252


1월에는 '성장'에 집중하기로 한다. 사람마다 성장시키려 집중하는 대상이 다를 수 있지만, 처음에는 자신이 절대 실패하지 않을 대상을 중심으로 집중하는 것이 좋다. 중요한 성장에 우선순위를 두고 결과를 도출하는 데 중요한 대상에 집중해보자. 내가 잘해야 하는 한 가지를 정한 뒤, 의도적으로 집중해 보는 것이다. 극적인 집중은 극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2월에는 '시간 관'를 집중 강화 대상으로 정하고 연습해본다. 일정표를 짜고, 하지 말아야 할 일 목록을 작성하고, 잘 정리해서 시간을 잘 관리해보는 것이다. 3월에는 '가족과 친구', 4월에는 ‘건강’, 5월에는 ‘관계’, 6월에는 ‘배움’에 집중해 본다. 그리고 7월부터는 본격적으로 ‘포커스 프로젝트’의 메인 솔루션인, ‘창의성’에 집중하는 것을 시작한다. 8월에는 '공감', 9월에는 '마음챙김', 10월에는 ‘베풂’, 11월에는 '감사', 그리고 12월에는 '스스로에 집중'하는 것으로 프로젝트가 끝이 난다. 마지막 달에 자신에게 가장 효과적인 습관에 집중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면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야기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 것이다. 


매일 주어지는 시간의 양은 누구에게나 같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같은 시간에 엄청나게 많은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누군가는 늘 시간에 쫓겨 허덕이며 살아간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요한 것이 집중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면, 이 책과 함께 매일 연습해보자. 삶을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새로운 결말을 맞기 위한 삶을 오늘 시작할 수는 있으니 말이다. 감정과 몸이 늘 극도로 지쳐 있다면, 상당히 바쁘게 일하는데도 늘 제자리를 맴도는 것 같다면, 여러 가지 일을 완수하지만 여전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면, 지나치게 많은 일을 하느라 스스로를 혹사시키고 있다고 느낀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레이디 가가, 톰 행크스, 제니퍼 로페즈가 극찬한 ‘포커스 프로젝트’의 미러클 솔루션이 번아웃을 극복하고, ‘일과 생활’의 완벽한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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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대학교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7
김동식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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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게 해주실 수 있습니까?”

“가능하다. 악마로서의 내 권능은 ‘사랑을 공략하는 힘’이니까. 인간은 사랑이 인연과 운명이라고 믿지만, 사랑은 그렇게 순수한 게 아니라 그저 공략할 게임에 불과하다. 난 지금 당장 그녀가 너를 사랑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다."

"정말입니까?"

"하지만 알고 있겠지? 악마와의 거래는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p.17


매년 6월, 악마대학교에서는 ‘창의융합 경진대회’가 열린다. 지옥을 대표하는 기업의 쟁쟁한 악마들이 한쪽에 마련된 귀빈석에 앉아 있고, 학생들은 '어떻게 인간을 불행하게 만들 것인지'에 대해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발표한다. 이 자리에서 주목을 받느냐 받지 못하느냐에 따라 지옥 대기업 스카우트 여부가 갈리기에 교수에게도, 학생에게도 무척이나 중요한 행사이다. 대회를 며칠 앞두고 열린 사전 점검 발표 날, 지각한 악마 '벨'은 인간들이 가장 욕망하는 '영생'을 주제로 발표를 하지만, 교수 악마에게 여러가지 문제점만 지적 당하고 엉망진창으로 깨진다. 


실망한 벨은 수업이 끝난 뒤 '인간 욕망 연구회' 동아리방으로 향해 친구 악마들에게 조언을 구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각자 준비한 '사랑'과 '도박'이라는 주제로 인간계로 내려가 시뮬레이션 한 것을 보여준다. 악마 '아블로'는 인간들이 최고의 가치라고 부르는 것은 '사랑'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같은 과 친구를 짝사랑하는 청년에게 다가가 '사랑을 공략하는 힘'을 가지고 게임을 시작한다. 그 대가는 수명이 줄어드는 것이었고, 아주 조금씩 사용되었던 수명은 점점 늘어나게 된다. 이성을 공략하는 방법에 취해 점점 더 능력을 빈번하게 사용하던 청년이 어떻게 되었을지는 뻔한 결과였다. 악마 '비델'은 인간이 가장 크게 욕망하는 건 '돈'이라고 자신한다. 그는 평범한 3년차 회사원에게 접근해 도박을 제안한다. 도박의 룰은 특정 대상이 언제 죽는지를 맞히는 거였다. 간단해 보였던 도박은 큰 돈을 벌고, 잃게 되면서 평범한 인간을 점점 괴물로 만들게 된다. 벨도 친구들의 도움으로 인간계에 내려가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테스트해보기로 하는데, 과연 그는 발표일에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저를 만난 그는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겠죠. 고민하다가, 시간을 역재생하여 과거로 돌아가는 선택을 말입니다. 그것까지도 정해진 결과였으니까. 그렇게 과거로 돌아간 그는 또다시 같은 삶을 반복하다가 다시 저를 만나 과거로 돌아가고, 또 똑같은 삶을 반복하다가 다시 저를 만나고, 다시 또, 다시, 다시, 영원히 맴돌게 되는 거예요. 제 제안을 받아들이자마자 그 인간은 현실에서 영영 사라져 끝나는 겁니다. 그 사라짐은 죽음보다도 더합니다. 영혼의 안식조차 없을 테니까요. 그야말로 영원히."                 p.108~109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장르> 시리즈의 일곱 번째 작품이다. 그동안 수많은 초단편 소설을 발표해 온 김동식 작가의 첫 중편소설이기도 하다.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은 정보라 작가의 <밤이 오면 우리는>이었다. 두 번째 작품은 단요 작가의 <케이크 손>, 그리고 세 번째 작품은 이희영 작가의 <페이스>, 네 번째 작품은 조예은 작가의 <적산가옥의 유령>, 다섯 번째 작품은 황모과 작가의 <언더 더 독>, 그리고 여섯 번째 작품은 연여름 작가의 <부적격자의 차트>였다. 


김동식 작가는 소설집 <회색 인간> 이후 굉장히 다작을 해왔는데, 개인적으로는 핀 장르 시리즈로 처음 만나게 되었다. 일단 가독성이 굉장히 좋고, 짧은 분량임에도 임팩트가 있으며, 무엇보다 기발한 상상력이 빛나는 작품이었다. 악마들조차 대학에 가서 교육을 받고 인간을 연구한다는 색다른 설정부터 매우 기대가 되었다. 두꺼운 전공 서적을 품에 안고 학구열에 불타는(의미 그대로 진짜 불타기도 하는) 악마들이 한가득 앉아 있는 강의실을 상상만 해보더라도 흥미진진한 그림이 그려지니 말이다. 게다가 악마들도 학점을 따야 하고 취업 걱정을 한다면, 가장 ‘악마적인 수법’을 겨루는 것으로 졸업 후 진로가 결정된다니 재미있지 않은가. 김동식 작가는 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통해 오늘날을 살아가는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에 대해 사유한다. 보잘 것 없어 보이던, 악평만 받던 '벨'의 아이디어가 대반전되면서 펼쳐지는 결말 부분이 특히나 재미있었고, "정말 인간은 대단히도 어리석은 존재구나."로 마무리되는 마지막 페이지에 가면 인간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인간을 진정 파멸로 이끈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추천해주고 싶다. 김동식 작가의 작품들을 재미있게 보아왔다면, 이 작품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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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꼬미 동물병원 6 - 기묘한 동물 편 쪼꼬미 동물병원 6
권용찬 지음, 이연 그림, 최영민 감수 / 서울문화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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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51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SBS TV 동물농장 X 애니멀봐>의 오리지널 콘텐츠 중 하나인 '쪼꼬미 동물병원' 시리즈, 그 여섯 번째 책이다. 곤충과 동물에 관심이 많은 아이 덕분에 다양한 반려동물들과 함께 지내왔기에, 정말 재미있게 챙겨보고 있는 시리즈이다. 


이 시리즈는 여러 동물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사람과 동물의 세계를 더 가깝게 연결해준다는 컨셉으로 병원을 찾은 소동물 친구들의 치료 이야기를 담아 왔다. 지난 5권에서는 처음으로 병원 밖으로 나가 야생 동물의 세계를 보여주었는데, 이번 6권에서도 놀라운 동물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오싹오싹 동물 테마파크>의 이벤트에 당첨되어 초대권이 생기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동물 테마파크에서 만날 동물들은 하나같이 어마어마하고 무시무시하다고 해서, 하루와 햄지는 테마파크에 가기 전 시간이 날 때마다 공포 영화를 보며 담력을 키운다. 열심히 담력을 키워서 이제 강심장이 되었다고 자신만만한데, 과연 이들은 오싹오싹 동물 테마파크에서 무사히 동물들을 만나고 올 수 있을까.


첫번째 등장하는 것은 바로 지상 최악의 독을 가진 동물이다. 방울뱀보다 15배 더 강한 맹독을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검은과부거미를 시작으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독사 검은맘바까지 등장하는데... 이 무시무시한 동물들도 탈수증과 치통으로 고생 중이었다는 것이 반전이다. 무사히 이들을 도와주고 나면 다음 장은 기이하게 살아가는 동물들이 등장한다. 조류와 포유류를 섞은 듯한 묘한 모습을 한 오리너구리, '새끼 용'이라는 별명으 붙을 정도로 신비로운 외모를 가진 올름을 만날 수 있다. 




쪼꼬미 시리즈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학습 만화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이 되어 더 친근하게 동물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주인공이 되는 동물의 사연이 학습만화로 소개되고, 각 장의 마지막에 해당 동물에 대한 실제 사진과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만화 자체도 재미있지만, '하루'의 쪼꼬미 일지가 이 시리즈의 백미라고 볼 수 있다. 실제 만화 에피소드로 등장했던 동물들의 모습을 만나는 것이니 말이다.


이번 6권에서는 무섭고, 기이한 동물들 외에도 천연 악취 폭탄 스컹크, 갈고리를 연상시키는 가늘고 긴 중지 때문에 악마처럼 여겨졌던 아이아이 원숭이,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알을 낳는 피파개구리, 오래 살고 노화도 오지 않는다는 온몸에 털이 없는 벌거숭이두더지쥐 등 기묘하고, 특별한 동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책은 동물에 대한 정보와 병원 이야기를 만화로 유쾌하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어, 아이들이 자연스레 귀여운 쪼꼬미 동물 친구들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는 수십만 종의 동물도 함께 살고 있기에,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생명체에 대한 존중과 책임감으로 동물을 대할 수 있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 


이번 6권에서는 멋잇감을 잡는 동물들의 신통한 사냥법이 정리되어 있고, 동물에게 물렸을 때 응급처치 및 치료방법에 대해서도 수록되어 있다. 우리가 잘 몰랐던 정보들을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어 동물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어줄 것 같다. 에필로그로 쪼꼬미의 소소한 일상 만화도 아주 귀여우니 놓치지 말고 챙겨보자. 쪼꼬미 동물 친구들과 더 건강하고 재미있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 주는 특별한 안내서, <쪼꼬미 동물병원> 시리즈를 통해 특별한 동물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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