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마스터 1 - 드래곤 스톤의 선택 드래곤 마스터 1
트레이시 웨스트 지음, 그래엄 하웰스 그림, 윤영 옮김 / 다산어린이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4년 첫 출간을 시작으로 9년 동안 시리즈를 이어 오며 전 세계 어린이 독자들에게 사랑받아온 <드래곤 마스터> 시리즈가 드디어 국내에도 번역 출간되었다. 현재 23권까지 나왔고, 계속 이어질 예정이라 원서랑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원서 자체도 분량이 작고, 어렵지 않은 편이라 원서 읽기로도 많이 활용되는 시리즈이니 말이다.

 

이번에 국내에 소개되는 것은 <드래곤 마스터>1권과 함께 드래곤 마스터 공식 가이드북이 함께 출간되었다. 공식 가이드북은 독자들을 <드래곤 마스터> 세계로 완전히 빠져들 수 있게 도와주며, 본 이야기를 훨씬 더 흥미롭게 즐 길 수 있는 요소가 많다고 하니 가이드북도 읽어 보려고 한다.

 

 

자, 이 세계의 드래곤들은 고유의 속성에 따라 나뉘며, 제각기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드래곤 마스터는 여덟 살 정도의 어린이들이며, 이들은 드래곤과 함께 훈련하며 드래곤의 능력이 잘 발휘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우리의 주인공 드레이크는 농부의 아들로 그들 가족은 평생 양파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다. 그 날도 드레이크는 양파 밭을 일구는 데 정신이 팔려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왕이 보낸 병사들이 집으로 들이닥친다. 그렇게 병사들과 함께 성으로 간 드레이크는 왕의 마법사 그리피스를 만나게 된다. 그는 드래곤 문양이 새겨진 나무 상자 속에 들어 있는 초록빛 드래곤 스톤을 보여주며, 드레이크가 드래곤 심장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 준다. 그렇게 드레이크는 진짜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거대한 드래곤을 마주하게 된다.

 

 

로리와 반짝이는 빨간 비늘로 뒤덮인 드래곤 벌컨, 보와 파란 비늘의 드래곤 슈, 애나와 읜색과 노란색이 섞인 드래곤 케프리를 만난 드레이크는 마침내 자신의 드래곤을 만나러 간다. 하지만 드레이크의 드래곤은 다리가 없어 마치 큰 뱀처럼 보이는 기운 없고 보잘 것 없는 모습이었다. 드레이크는 지렁이를 닮은 자신의 드래곤에게 '웜'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웜과 함께 드래곤 마스터 훈련을 시작한다.

 

다른 드래곤들에 비해서 무기력해 보이고, 할 줄 아는 게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이는 '웜'은 아이들과 드래곤이 몰래 밖으로 나간 모험에서 멋진 능력을 보여준다. 그리고 드레이크는 차츰 웜과 마음을 나누면서 조금씩 더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이 시리즈는 미국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독서 습관을 길러 주기 위해 강력 추천하는 책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짧은 문장과 빠른 전개가 책 읽기가 익숙하지 않는 저학년 아이들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독서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푹 빠져서 읽게 만드는 이야기라고 하니, 판타지 동화를 좋아하지만 아직 긴 글은 읽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도 적극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드레이크와 드래곤 '웜'이 주인공이지만, 매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각각의 에피소드에서는 주요 인물과 드래곤이 바뀐다고 한다. 드래곤 마스터인 아이들의 성격도, 배경도 모두 다르고, 각각의 드래곤들도 능력과 개성이 다르기 때문에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2권이 나오기 전까지 '공식 가이드북을 통해 드래곤 마스터와의 성향과 각 드래곤의 속성 등을 마스터하면 좋을 것 같다. 특히나 가이드북은 스페셜 에디션으로 풀컬러의 다채로운 드래곤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하니 더 근사하다. 평범한 소년이 드래곤 마스터가 되어 펼치게 될 환상적인 모험의 세계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지 기대가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에 이는 물결 - 작가, 독자, 상상력에 대하여
어슐러 K. 르 귄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현재 생각하는 픽션, 즉 18세기 이후의 장편과 단편 소설은 다양한 사람들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도 이해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 중 하나를 제공한다. 픽션이 실제로 겪은 경험보다 훨씬 더 유용할 때가 많다. 시간이 훨씬 적게 걸리고, 비용이 전혀 들지 않으며(도서관을 이용하면 된다),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돈된 형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픽션을 이해할 수 있다. 경험은 증기 롤러처럼 우리를 휙 깔고 지나간다. 세월이 흐른 뒤에야 우리는 그것이 어찌 된 일인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p.79

 

어슐러 르 귄의 <어스시의 마법사>는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와 함께 세계 3대 판타지 문학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장르의 경계를 넘어 높은 문학성을 인정받는 작가이기도 한 르 귄은 소설만큼이나 훌륭한 산문집을 쓰는 걸로도 유명하다. 글 속에 세상을 살아온 그 시간만큼의 사유와 고뇌와 혜안이 모두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1988년부터 2003년까지 15년간 문예지 등에 발표해온 에세이, 문학 작품집의 해설과 서문 및 글쓰기 워크숍 강연 원고 등을 새롭게 손보아 내놓은 것으로, 2005년 베스트 논픽션 부문 로커스상을 수상했다. 특히나 어슐러 K. 르 귄이 이 선집을 위해 새롭게 집필한 글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 더욱 의미가 있다. 30편의 에세이는 각각의 성격에 따라 ‘개인적인 문제들, 독서, 토론과 의견, 글쓰기에 대하여’의 네 개 범주로 나누어 묶었다. 제목인 '마음에 이는 물결'은 의식의 흐름과 글쓰기에 대한 버지니아 울프의 은유에서 가져왔으며, 다양한 주제에 대한 논평, 글쓰기와 읽기라는 예술에 관한 르귄의 성찰이 매 페이지마다 가득하다.

 

 

 

책을 읽는 독자는 그 책을 만들어간다. 임의적인 상징과 인쇄된 글자를 자기만의 내적인 현실로 번역해서 거기에 의미를 부여한다. 독서는 창조적인 행동이다.... 독서는 텍스트와 독자 사이의 적극적인 거래다. 텍스트는 독자의 통제하에 있다. 독자는 텍스트를 건너띌 수도 있고, 한 곳에서 머뭇거릴 수도 있고, 텍스트를 해석할 수도 있고, 오독할 수도 있고, 앞으로 다시 돌아가 생각에 잠길 수도 있고,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갈 수도 있고 거부할 수도 있고, 판단을 내릴 수도 있고, 그 판단을 수정할 수도 있다... 소설은 작가와 독자 사이에서 활발히 진행되는 협업이다.         p.442~443

 

어슐러 르 귄을 작가로 만들어 준 데는 도서관이 아주 큰 역할을 했다. 어린 시절 엄마가 장을 보러 간 동안 오빠와 함께 단어를 찾아 다니는 미사일처럼 도서관의 어린이 방을 돌아다녔던 기억부터 아이들을 위한 책을 모두 섭렵하고 나서 어른 방으로 몰래 들어갔지만 사서들이 모른 척해주었던 추억, 고등학교 시절 학교를 싫어했던 것만큼 좋아했던 도서관에서는 아무도 가지 않던 외서 구역에서 사랑이 크면 알지 못하는 언어도 읽을 수 있게 된다는 걸 깨달았던 나날까지. 굶주린 것처럼 책을 읽던, 읽고 또 읽어서 줄줄 외울 정도로 책을 사랑했던 어린이가 자라서 위대한 작가가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는 이렇게 개인적인 회상부터 다양한 주제에 대한 논평, 글쓰기와 읽기라는 예술에 관한 성찰 등 다양한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바로 톨스토이의 위대한 문장 '모든 행복한 가정은 똑같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불행하다'에 이의를 제기한 부분이었다. 르 귄은 톨스토이를 너무 존경한 나머지 그의 생각에 이의를 제기할 생각을 해보지 않았지만, 나이가 60대에 접어든 뒤에는 남을 존경하는 능력이 많이 줄었다는 문장으로 이 글을 시작한다. 그리고 톨스토이를 위대한 작가로서 존경하지만, 그럼에도 톨스토이의 이런 점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사정없이 지적을 하며, 그에 대한 무례한 질문들을 조용히 던져댄다. 그 동안 입 밖으로 내지 못한 의문들과 소리 없는 이의들이 마치 포도주가 숙성되는 것처럼 성숙해지고, 강해져서 밖으로 표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생각들은 '톨스토이의 유명한 문장이 거짓임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톨스토이의 소설'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르 귄의 이 글을 읽다 보면 오히려 톨스토이의 작품들을 다시 읽고 싶어지는데, 어쩌면 그것도 작가의 의도일지도 모르겠다. 그 외에도 <반지의 제왕>의 리듬 패턴, 각종 산문의 운율 분석과 강세 패턴 실험 등 그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독특하고 흥미로운 글들을 만날 수 있었다. 상상력이 어떻게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독서가 어떤 역할을 해낼 수 있는지, 장르 문학과 판타지가 어떤 즐거움을 만들어 내는지 궁금하다면 이 우아하고, 아름다운 산문집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최재천의 동물대탐험 2 : 나무늘보의 노래 - 달라서 좋아, 동물들의 생존 전략 최재천의 동물대탐험 2
최재천 기획, 박현미 그림, 황혜영 글, 안선영 해설 / 다산어린이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한민국 대표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가 다음 세대를 위해 준비한 생물학 동화 시리즈인 <최재천의 동물대탐험>의 두 번째 이야기가 나왔다. 권별로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 동화로 담아내는 이 시리즈의 1권에서는 생물학의 학이슈 '의태'였다. 한 생물이 다른 생물이나 무생물을 흉내 내거나 닮아서 혼동을 일으키는 현상인 '의태'는 진화의 강력한 증거이자 생명의 경이로움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번에 나온 2권에서는 '동물들의 생존 전략'에 대해서 들려준다. 나무늘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저렇게 느린데 어떻게 살아남았을까'가 아니라, '저렇게 느렸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인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을 주며 동물들은 저마다 각자의 방법으로 살아남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시리즈는 호기심 많고 곤충에 푹 빠져 있는 똘똘한 10살 소년 호야, 만화와 모험을 사랑하는 자유분방한 10살 소년 와니와 애완까치 핀, 그리고 동물을 사랑하고 환경 보호에 앞장서는 11살 소녀 미리, 미리의 동생이자 태권도 유단자로 씩씩한 10살 소녀 아라가 우연히 개미박사와 함께 비글호라는 탐사선을 타고 여행을 떠나게 되면서 시작했었다. 전편에서 빽빽한 열대우림 한가운데 착륙한 비글호 덕분에 정글을 탐험했던 데 이어서,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중남미에만 사는 나무늘보가 인도네시아에 나타난 사건을 계기로 야생동물 밀거래에 대한 사연을 들려 준다.

 

 

야생동물들을 불법 유통하려는 조직이 희귀 앵무새부터 멸종 위기 원숭이까지 닥치는 대로 포획하는 일이 벌어지고, 경찰 추적을 피하려던 중에 붙잡힌 동물들을 버리고 달아나자 개미 박사가 나서게 된다. 개미 박사가 다녀오는 동안 비글호에는 인공지능인 다윈박사와 아이들만 남겨지게 되는데, 위험하니 절대 탐사선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는 말을 아이들은 지킬 수 있을까.

 

하지만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얌전히 비글호 안에서 있을 리가 없다. 탐사선의 자동 제어 기능을 통해 개미 박사가 시킨 일들에서 벗어난 아이들은 신나게 탐사선을 엉망으로 어지르며 놀기 시작한다. 그러다 잠깐 비글호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는데, 자동 제어 프로그램이 에너지 소모가 너무 커서 모든 시스템이 블랙아웃이 되어버리고, 비글호의 문이 그대로 닫혀 버린다. 결국 비글호 밖 정글에 갇혀 버린 아이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모험을 하게 되는데.. 전편보다 더 파란만장한 아이들의 여정이 펼쳐진다.

 

 

평소 '배우는 줄도 모르며 즐기다 보니 어느덧 배웠더라'는 교육이 가장 훌륭한 교육이라고 해왔던 최재천 교수는 이 시리즈를 통해 재미있게 읽는 것만으로 저절로 지구에 살고 있는 동물들에 대해 알게 되고, 자연의 섭리도 깨우치는 것을 기대한다고 말한다. 그는 권별 주제 선정, 캐릭터 설정, 글과 삽화 감수, 해설 정보 감수 등을 담당했다. 거기다 동화의 주인공 중 한 명인 ‘개미박사’로 출연하여 동화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는데, 어른인 내가 함께 읽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 아이들에게도 멋진 선물 같은 책이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타잔을 흠모했고, 허클베리 핀, 톰 소여처럼 모험을 하며 살고 싶었던 마음이 고스란히 이 시리즈에 담겨 있어 아이들이 더 흥미롭게 생물학의 세계로 빠져들어갈 수 있는 이야기가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책 속 부록인 ‘멸종위기 야생생물 카드’를 모으면서, 멸종위기 야생생물들을 오래 기억하고 보존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생명의 다양함과 소중함을 일깨워 줄 수 있는, 정말 재미있는 학습동화를 찾는다면 이 시리즈를 만나 보자. 최재천 교수와 함께 떠나는 유쾌한 동물 탐험을 통해 지구와 자연을 사랑하는 아이로 자라게 될 테니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설민석의 세계사 대모험 16 - 몽골 편 : 위대한 제국 설민석의 세계사 대모험 16
설민석.김정욱 지음, 박성일 그림, 김장구 감수 / 단꿈아이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램프 원정대가 이번에는 세계를 정복한 몽골의 지도자 칭기즈 칸을 만나러 가는군요! 연도와 사실 정보만을 외우는 것으로 역사를 학습했던 세대라 그런지 이런 책으로 놀면서 공부할 수 있는 아이들이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어렵고 느껴지는 세계사도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명 지르게 하라, 불타오르게 하라 - 갈망, 관찰, 거주의 글쓰기
레슬리 제이미슨 지음, 송섬별 옮김 / 반비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 외롭지 않았어요. 혼자라고 해서 꼭 외로워야 하나요? 저는 혼자예요. 그렇다고 외롭진 않아요, 그럴 수도 있잖아요? 친구 집에 놀러 가고, 와인을 사고,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하고, 요리도 한다고요."

그렇게 우기는 리어노라가 과도하게 반발한다는 느낌을 무시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그의 말에는 겸허함의 인식 역시 깃들어 있었다. 다른 사람의 심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함부로 짐작하지 말라. 그 마음이 품은 열망을 짐작하지 말라. 혼자라면 고독하리라고 짐작하지 말라.        p.38



<공감 연습>과 <리커버링>으로 국내에 소개되었던 레슬리 제이미슨의 신작이다. 레슬리 제이미슨은 영문학과 문예창작을 공부한 뒤 제빵사, 단기 사무직, 숙박업소 관리자, 개인교사, 의료배우로 일했던 독특한 이력들을 바탕으로 자신이 직접 겪었거나 보고 접했던 일들을 솔직하게 써내려가는 작가이다. <공감 연습>에서 타인의 고통에 공감한다는 것에 관해서, <리커버링>에서는 자신의 자신의 알코올중독 경험과 회복의 과정을 고스란히 글로 보여줬었다. 



이번 신작 <비명 지르게 하라, 불타오르게 하라>에서는 강렬한 제목만큼이나 깊이 있는 사유와 통찰력을 보여준다. 글쓰기의 에세이의 본질에 관해, '타인의 삶'을 쓴다는 것에 대해 치열하게 탐구한다. 이 책에는 '갈망, 관찰, 거주의 글쓰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자신에게 없는 것을 갈망하고, 타인의 삶을 관찰하며, 그 부근 혹은 그 안에 거주하는 글쓰기로 카테고리를 나누고, 각각의 글들을 묶어 두었다. 1부의 시작은 52헤르츠라는 처음 발견된 음역대의 주파수로 울음소리를 내는 고래, 52 블루의 존재를 발견하고 관찰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멈추지 않고 움직이며 독립적으로 혼자만의 노래를 부르는 52 블루라는,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라는 전설이 탄생되어 가는 과정이 매우 흥미로웠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항공기 추락 사고가 등장하는 악몽에 꾸준히 시달리는 어린이가 등장한다. 꿈에서 시작된 그것은 몇 년이 지나면서 점점 더 구체화되었고, 아이는 부모에게 그것이 전생의 기억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것은 증명할 수 있는 경험인 것일까. 그는 정말 환생을 경험한 것일까.





결혼은 수개월에 걸친 환상이 아니라, 수년에 걸친 냉장고 비우기다. 오랫동안 나는 친구들이, 엄마가, 오빠가, 회복 모임에 오는 다른 사람들이 가진 제자리에 존재하는 기술을 부러워했지만, 다른 삶의 방식을 존경하는 것과 스스로 그렇게 살고자 노력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마치 사랑이 스스로 그런 일을 할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사랑이 그 자리에 머무르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사랑이 그 무엇도 영원히 약속할 수 없고, 단 한 가지 약속하는 것이 있다면 끊임없이 변화하는 무엇이라는 사실을 아는 채로 그 사랑을 지탱하려 매일 아침 눈을 뜨는 일이다.          p.276



2부에서는 더 묵직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행잡지에서 의뢰받은 글을 쓰기 위해 방문한 스리랑카였다. 그곳에는 민간인 수천 명이 사망한 내전 지역들이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기자는 여행객들이 북부의 해안을 자연 그대로인, 오염되지 않은 곳이라 표현할 때마다 심란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곳의 해안 모래 속에는 사람들의 뼈가 묻혀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1년쯤 전 친구를 만나러 간 캄보디아로 이어진다. 프놈펜에 도착해 먼저 간 곳은 옛 크메르주주 감옥인 투올슬렝이었는데, 그곳은 1만 4000명이 들어왔다가 단 일곱 명이 살아서 나간 장소였다. 바닥에는 여전히 핏자국이 남아 있고, 오래된 쇠고랑과 전기고문에 사용한 전압상자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 관광지가 되어 있었다. 레슬리 제이미슨은 많은 이들이 사진을 찍어대고 있는 투올슬렝에서 이런 생각을 한다. '집단학살 관광산업은 공공의 역사를 민간의 상품으로 탈바꿈시킨다'고. 그렇게 '과거는 집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찢어낸 입장권과 사진으로, 경험 그 자체라는 기념품으로 포장'되고 있는 것이다. 



3부의 글들은 가장 자기고백적이고, 감정적인 부분이 많다. 부모의 결혼식 풍경,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의 추억, 짧은 연애의 기억들, 술을 끊은 지 2년이 지난 어느 날 글쓰기 워크숍을 위해 방문한 라스베이거스의 풍경들, 아내를 잃은 남자와 결혼해 함께 딸을 키우는 이야기, 식이장애를 겪던 몸에서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게 되는 경험 등 매우 사적인 이야기들이지만 여지없이 보편적인 정서를 건드리는 글들을 만날 수 있었다. 레슬리 제이미슨은 '삶이란 줄거리의 끊임없는 전환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스스로를 위해 쓴 각본을 내주고 그 대가로 진짜 삶을 받는'거라고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를, 내 주변 사람들을, 세계의 풍경들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삶과 진실에 대해서, 나와 타인에 대해서. 레슬리 제이미슨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난 듯한 느낌이다. 왜 조앤 디디온이나 수전 손택과 같은 시대의 상징이 된 여성 작가들에 비견되어온 건지 저절로 납득이 되는 책이었다. 그녀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