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스톰
매튜 매서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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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은 국가와 사회의 기본 틀이다. 세계는 이와 같은 기본 틀을 흔드는 총성 없는 사이버 전쟁 중이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한컴 오피스 업데이트 파일로 위장한 악성코드가 대량 유포되고, 청와대 사칭 해킹메일부터 삼성그룹 메신저 위장 악성코드까지 북한발 사이버 테러 주의보를 내린 것이 바로 최근의 일이다. 사이버 테러 관련해서 가장 많이 뉴스에서 언급된 것이 바로 북한인데, 그들은 과거에도 디도스 공격으로 주요 정부기관·포털·은행사이트·외국기관 등을 일거에 무력화시킨 적이 있으니 말이다. 청와대 홈페이지, 언론사 서버, 은행 전산망, 서울메트로 및 코레일 전산망들이 죄다 해킹 공격을 받았으니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테러는 생각보다 더 심각한 문제이다. 실제로 나도 전 직장에 근무할 때, 회사가 사이버 공격을 받아 난리가 났던 일을 직접 경험했기에 사태의 심각성을 체감한 적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뉴스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자신이 직접 피부에 체감하는 일을 겪지 않는 이상 이런 일들로 인해 세상이 파괴될 수도 있다는 걸 믿지 못한다.

그저 마우스 클릭 한 번만으로 세상이 얼마나 끔찍해질 수 있는지 말이다.

"사람들은 사이버 전쟁에 대해 나름의 이미지를 갖고 있어. 사이버 전쟁이라고 하면 비디오게임이나 떠올려. 아주 깨끗한 전쟁이라고 여기면서 말이야. 실상은 그렇지도 않은데."

....."대량 살상이 가능한 새로운 사이버 무기를 개발 중이고 아무도 테스트를 하지 않은 것뿐이야. 핵무기라고 하면 일단은 너부터도 겁을 내지. 히로시마나 비키니 섬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사건은 잘 알려져 있으니까. 그런데 사이버 무기라고 하면 파괴력이 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몰라. 그러니까 양국의 정부 기관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서로의 사회기반시설을 사이버 무기로 공격할 수 있는 거라고. 크리스마스트리에 지팡이 모양 사탕을 매달 듯이 가볍게 최후의 심판 일을 도래시키는 거야."

여느 때와 같았던 추수 감사절, 뉴스에서는 미국 정부의 웹사이트가 해킹됐고, 항공모함을 두고 중국해군과 미 해군이 대치중인 상황에서 양국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크리스마스 이틀 전, 마트의 바코드 스캔 장치가 작동을 멈춰 한 시간이 계산대에서 기다리던 성난 사람들은 돈도 내지 않고 물건을 들고 나가버린다. 이어서 보도되는 뉴스는 중국 전투기의 추락, 바이러스로 인해 모든 물류 시스템이 멈춰버리고, 조류 독감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들이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내리기 시작한 작은 눈송이들마저 사람들을 불길한 기분에 휩싸이게 만들고 있었다. 휴대폰 네트워크며 인터넷이 다운되고, 전국의 응급 의료 서비스가 엉망이 되고, 눈보라를 시작으로 폭풍우가 몰려온다는 소식까지 들려온다. 사람들은 대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정확히 알 수 조차 없는 상황이다. 테러리스트들의 짓인지, 중국인들의 공격인지, 그냥 지나가 버릴 사소한 문제들인지 말이다.

크리스마스 이브, 아침에 일어났더니 전기가 끊어져있고, 창 밖으로는 눈이 휘날리고, 눈 섞인 돌풍이 창문을 두드리고 있다. 미국의 비상사태통제 시스템의 90퍼센트를 한 회사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사실 회사 하나만 해킹하면 이렇게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는 것이다. '정부가 하는 일을 교란시키고, 보급선을 끊고, 대중교통을 마비시키고, 통신을 두절시키고, 민간인들을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겁을 주고, 산업 기지를 박살내고, 전기 공급이 차단되고, 사이버 공격은 이렇게 무시무시한 형태를 띠고 사람들의 삶을 서서히 파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은 무려 두 달 가까이 지속된다. 과연 혹독한 겨울 추위와 눈 폭풍 속에 고립되어, 전기, 난방, 수도가 끊기고 통신도 모두 두절된 상태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버텨낼 수 있을까.

복도에 앉아 있는데 이상한 기시감이 강렬하게 나를 사로잡았다. 기시감이라고는 하지만 내 인생에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이레나가 70년 전 레닌그라드 포위전 때 겪었다고 한 일을 내가 여기서 다시금 겪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사이버 전쟁은 미래와는 무관하게 이미 과거의 일부인 듯했다. 마치 병에 걸린 벌레처럼, 서로에게 끝없이 고통을 가해온 인류의 본질 속으로 파고 들었다.

미래를 알고 싶으면 과거를 돌아보면 된다.

결혼 전 원룸에 살 때, 가끔 두꺼비 집 차단기가 내려가 정전이 되곤 했었다. 요즘 시대에 웬 정전이냐 싶겠지만, 어이없게도 강남 한복판에서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곤 했다. 건물 자체가 워낙 낡기도 했거니와, 오래 거주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터라 종종 일어났던 상황이었는데, 그럴 때마다 굉장히 난감했던 기억이 난다. 전기가 차단되거나, 인터넷이 끊기거나, 해킹으로 인해 개인정보가 털리거나 다들 한번쯤은 겪어 봤을 것이다. 사소해 보이지만 우리를 너무도 불편하게 만드는 그것들은, 현재의 사회 기반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가 그런 세상에 어떻게 익숙해져 있는지 여실하게 깨닫게 만들어 주곤 한다. 하물며, 이렇게 사소한 일들도 그런데, 그 모든 것들이 죄다 마비가 된다면 얼마나 무시무시할까.

매튜 매서의 <사이버 스톰>은 그렇게나 현실적으로 리얼한 지옥의 풍경도를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을 '극사실주의 종말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구분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여타의 종말소설, SF소설과는 다르게 실제 사이버 보안 및 컴퓨터 나노 기술 등 IT 전문가인 저자의 장기가 유감없이 발휘되어 정말 '있을 법한' 일들을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품이 더욱 무시무시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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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세누 몬테이루의 잃어버린 머리/안토니오 타부키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작품 세계로 알려진 타부키의 '실제' 벌어졌던 살인사건을 소재로 쓰인 이 작품은 그의 작품 중에 드물게 환상을 빌리지 않고 부패한 사회를 비판한 작품이란다. 사실은 제목 때문이기도 하고, 그저 궁금한 작품이다.

 

 

 

 

 

 

 

 

 

오에 겐자부로/오에 겐자부로

 

일단 현대문학의 세계문학 단편선은 믿을 만하다.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책이기도 하고 말이다. 특히 이 작품집은 오에 겐자부로가 소설 집필을 그만둔 뒤 기존에 발표했던 작품들을 추려 모으고 꼼꼼히 손본 단편집이라고 하니, 무조건 읽어봐고 싶어진다.

 

 

 

 

 

 

 

 

캐나다/리처드 포드

 

줄거리 만큼이나 강렬한 첫 문장때문에 궁금해진 작품이다. “나는 우선 우리 부모가 저지른 강도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다음에는 나중에 일어난 살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뭐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러브 레플리카/윤이형

 

국내 작가들의 단편집에 관심이 많기도 하고, 윤이형 작가의 문장들을 좋아해서 읽고 싶은 작품이기도 하다.

 

 

 

 

 

 

 

 

 

캐롤/패트리샤 하이스미스

 

극찬을 받고 있는 동명의 영화 때문에 궁금해진 원작 소설이지만, 기존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작품을 떠올려 보자면, 사랑을 그리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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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 램의 선택
제인 로저스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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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서 모체사망증후군 MDS(Maternal Death Syndrome)라는 바이러스가 나타난다. 여성이 임신을 하게 되면 감염되는 이 바이러스는 임산부와 태아 모두를 죽게 하는 무시무시한 병이다. 따라서 여성들은 임신하지 않기 위해 피아 이식형 피임제인 임플라논 시술을 받는다. 임신하고도 살아 있는 여자들이 있긴 하지만, 그들은 MDS가 돌기 전에 임신한 것이라, 그들이 출산하고 나면 다시는 아기가 태어날 수 없다.  이게 무슨 끔찍한 소리일까. 결국 이 얘기는 현재 살아 있는 가장 어린 사람이 나이가 들면 그 사람이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사람이 될 거라는 거다. 더 이상 세상에 아이들은 없을 테고, 언젠가는 죄다 노인밖에 남지 않게 되고, 그들 마저 죽고 나면 인류는 멸종할 거라는 말이다. 무시무시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나는 그게 바로 지금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MDS는 하나의 균열로 시작되었지만 이제 온 세상을 산산조각 내고 있었다.

냉동 배아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어미를 죽이며 태어나야 하는 그 아기들만이 희망이었다.

제인 로저스의 이 작품을 단순히 허구의 공상 과학 SF물이라고만 치부하기엔 조금 섬뜩한 것이, 바로 요즘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지카 바이러스 때문일 것이다. 중남미를 중심으로 확산되던 지카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 되고 있으니 말이다. 지카 바이러스는 면역력에 문제가 없으면 감기처럼 살짝 앓다가 지나가거나, 아예 증상이 없는 경우도 다반사인데, 문제는 임산부라고 한다. 임산부가 감염이 돼서 태아에게 바이러스가 전이되면 신경계 세포를 공격해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소두증 태아는 임신 중이나 출생 직후 사망하거나 생존하더라도 뇌성마비, 시각 또는 청각 장애 등을 겪을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우리는 작년 한해 메르스 사태를 겪어봤지 않나. 해외에서 감염된 사람이 걸러지지 않고 입국하고, 그 대응에 실패하게 되면 확산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테니 말이다.

그래서 임산부를 공격하는 바이러스 때문에 인류가 결국 멸망하게 될 거라는 세기말적 설정이 너무도 현실적으로 다가와서 더욱 두렵게 느껴졌다. 특히나 이 작품이 독특한 것은 배경은 분명 '공상과학' 어딘가에 있는데, 진행되는 스토리는 '청소년성장' 드라마라는 점이었는데, 그 덕분에 더욱 공감대 형성이 쉽다는 장점도 있다. 열여섯 소녀 제시 램의 목소리를 통해서 이야기가 진행되어 세계가 직면한 문제를 굉장히 단순하게 판단하고 받아들이는데, 사실 정치적인 여러 부분들을 걸러낸 그것이 바로 일반 시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진짜 이니 말이다.

제가 원하는 게 뭔지 아는 것뿐이에요."

"아니, 넌 몰라. 환상에 사로잡혀서 영웅이 되고 싶은 거야."

"제가 선택한 일을 할 거예요."

"세상을 구하겠다, 그거구나."

"그러면 안 돼요?"

아빠가 과장스럽게 한숨을 쉬었다. "넌 아직 어려서 이해 못 해.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가게 마련이야."

"대충 살고 싶지 않아요. 제 삶이 쓸모 있기를 바라요."

제시 램의 아빠가 인공수정 전문 병원에 있는 배아 연구소에서 일하는 덕분에, 그들 가족은 누구보다 발 빠르게 현재 진행되는 상황과 대응책에 대한 소식을 접하게 된다. 과학자들이 MDS에 대처하는 해결책으로 만들어낸 것은 일명 '잠자는 숲 속의 미녀'라는 방법이었다. 임신 초기에 MDS 증상을 약화시키고 마취제를 투여하게 되면 아기가 살 수 있다는 것이다. , 약으로 산모는 혼수상태에 빠지고, MDS는 임신중인 임산부의 두뇌를 파괴한다. 그렇게 임신 막바지에 의사들이 죽은 산모로부터 제왕절개수술로 아기를 꺼낸다는 것이다. MDS가 아기가 아니라 엄마를 공격하므로, 아기는 엄마 몸에서 필요한 것을 계속 얻을 수 있다는 논리인데, 사실 누군가 태어나게 하기 위해 죽어야 한다는 논리는 끔찍하기 그지 없다. 이어서 마련된 두 번째 대책은 MDS 백신인데, MDS가 나오기 전에 시험관아기 시술을 위해 냉동실에 보관된 깨끗하고 건강한 배아에게 예방접종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MDS가 전세계 모든 사람에게 퍼진 상태라 이 방법을 시도하려는 여자들 역시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쳐야만 한다. 어미를 죽이며 태어나야 하는 아기들만이 유일한 희망인 세상이라니. 소름이 끼친다.

그렇게 미래가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세계를 살아내고 있는 열여섯 소녀 제시 램은, 인류의 역사를 바꿀 수 있는 결정을 하게 된다. 그녀의 생각은 단순했고, 순수했다.

"세상이 나아지기를 바란다면, 남한테 이래라저래라 해봐야 소용이 없어요. 아빠가 말한 것처럼 누군가는 첫 시위를 당겨야 해요."

왜냐하면 이것 말고 세상을 다시 정상으로 되돌릴 방법이 없었기에. 어린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바로 대리모가 되어 아기를 탄생시키는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떠들기만 하고, 걱정만 하는 것은 사실 아무 소용도 없다. 그런 식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으니까. 유일한 해결책은 바로 '새롭게 시작하는 것'뿐이다. 실제로 일어나게 '행동'하는 것만이 유일한 구원이다. 제시 램의 부모와 친구들은 그녀의 선택을 말리지만, 그녀는 스스로의 결정에 대해 이건 절대 미친 짓이 아니라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라며 자신의 소신을 꿋꿋하게 밀어 붙인다. 그 결과 아버지에 의해 감금 당하기까지 하지만 말이다.

'나만 아니면 돼'가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나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이 어린 소녀의 결연한 의지는 무모해 보이지만, 그만큼 묵직한 감동을 준다. 나라면 그럴 수 있을까. 당신이라면 그럴 수 있을까. , 이렇게 여운이 길게 남는 SF 문학은 처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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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 아마존 SF 1위『사이버 스톰』서평단 모집!

 

안녕하세요. 황금가지 출판사 입니다.

신간 도서 『사이버 스톰』의 서평단을 모집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사이버 테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화제의 소설

사이버 보안 전문가가 선보이는 흡인력 넘치는 테크노 스릴러.

아마존 SF 1, 5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화제작.

자비 출판만으로 미국 최대 서점 아마존 SF 부문 1위를 기록한 화제의 소설. 사이버 테러와 해킹으로 인터넷이 한순간에 마비된 도시를 배경으로, 60여 일 동안 겨울 혹한과 눈 폭풍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이들의 생존기를 담고 있다. 실제 사이버 보안 및 컴퓨터 나노 기술 등 IT 전문가인 저자 매튜 매서는, 점차 광범위해지는 인터넷 활용도에 비해 허술한 보안 체계가 불러올 위험성과 새로운 국가간 전쟁터로서의 사이버 세계를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독자들에게 놀라움과 재미를 동시에 안겨주었다. 자비 출판된 책으로는 기록적으로 50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으며, 아마존 책 정보에는 현재까지 수천여 건의 리뷰가 등록되어 있어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세계 20개국 가까이 판매되었으며, 현재 20세기 폭스사가 판권을 사들여 영화로 제작 중이다. 저자는 이 작품의 성공으로 극사실주의 종말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아토피아 연대기를 연속해서 출간하고 있다.

 

<이벤트 참여방법>

 

1. 이벤트 기간  :  1월 25일 ~ 1월 29일

   당첨자 발표  :  1월 29일(금) _ 선착순

   발송  :  1월 29일(금)

 

2. 모집인원  :  5명 

 

3. 참여방법

- 이벤트 페이지를 스크랩하세요. (필수)

- 스크랩한 이벤트 페이지를 홍보해주세요. (SNS필수)

- 책을 읽고 싶은 이유와 함께 스크랩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4. 당첨되신 분은 꼭 지켜주세요.

- 도서 수령 후, 7일 이내에 '개인블로그'와 '알라딘' 에 도서 리뷰를 꼭 올려주세요.

 * (미서평시 서평단 선정에서 제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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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바 1 - 제152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늘의 일본문학 14
니시 카나코 지음, 송태욱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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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일생을 쭈욱 나열한 것만큼 지루하면서도, 재미있는 것이 없다. 너무도 뻔해서 굳이 궁금하지 않으면서도, 나와 닮은 점과 다른 점을 비교해보고 싶은 마음에 호기심이 슬며시 생기니 말이다. 우리가 SNS를 하는 것도 그와 유사한 이유에서일 것이다. 자신의 일상을 공개해서 공감을 받거나, 혹은 남의 일상을 훔쳐보면서 대리만족을 받거나 위로를 받거나. 니시 가나코의 <사라바>는 한 인물이 태어나면서부터 삼십 대인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여과 없이, 낱낱이 보여주는 작품이다. 매우 담담한 어조로, 특별한 클라이막스 없이 담백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는 1권이 끝이 날 때까지 주인공의 현재가 등장하지 않을 정도로 자세하게 어린 시절부터의 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어느 순간은 그런 기분마저 든다. 꼭 누군가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고 있는 것 같은, 그런 기분 말이다.

어머니는 그런 나를 칭찬하고 때로는 안아주었다. 그래서 나는 점점 더 고분고분하고 착한 아이가 되었다. 왜냐하면 '고분고분하고 착한 아이로 있자'라고 강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린 내가 보기에도 누나의 폭거는 손해였다. 고분고분하고 착한 아이로 있으면 있을수록 어머니나 주변 어른들은 내가 바라는 애정을 쏟아주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아직 손해나 이익이라는 말을 모르는 어린아이였지만 그 감정은 이미 경험했다. 그리고 네 살이 되어 유치원에 들어갈 무렵에는 완전히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 아이가 되어 있었다.

 

'나는 이 세상에 왼발부터 등장했다' 며 이야기는 주인공이 엄마 뱃속에서 태어난 순간에서 시작한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어느 정도는 아이의 성격이 결정된다는 얘길 들었던 터라, 그가 스스로 자신다운 등장이라고 생각한다는 부분이 재미있으면서도 공감되었다. 전혀 모르는 세계에 곧바로 뛰어들지 않고 공포부터 느껴 우선 멈췄다가 어쩔 수 없다는 체념으로 그 세계에 발을 내딛는 성격을 가진 아유무와 달리 태어날 때부터 요란했던 누나의 성격을 비교해보면 더욱 그렇다. 2주나 먼저 나오려고 했다가, 정작 출산 순간에는 산도에 내려와서는 밖으로 나오지 않아 엄마가 빨리 나오라며 분노에 휩싸여 소리를 쳤던 누나의 탄생은 커가면서 어딘지 세상에 시비조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애초에 탄생시의 분노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니 말이다.

미남미녀 아버지 어머니를 닮아 준수한 외모의 아유무에 비해 얼굴과 몸매에 문제가 있었던 누나는 매사 어머니와 대립했고, 누나와 어머니 사이에서 허둥거리던 아버지의 역할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아유무는 그들의 대립에는 철저하게 객관적인 자세로, 그리고 되도록 얌전히 눈에 띄지 않으려고 애쓰며 살아왔다. 외모 덕분에 살짝 만 붙임성을 보여도 순식간에 사랑을 받는 캐릭터라 너무도 특이한 행동만을 일삼고 문제를 일으키는 누나를 대신해 모두에게 사랑 받으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어찌되었든 그들 네 가족은 행복했다. 무엇 하나 부족함 없이 자랐고, 세상은 유독 그에게 관대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 한 통의 편지가 모든 걸 바꿔 놓게 된다.

"내가 믿을 것은 내가 정해."

내 발 밑을 개미가 기어갔다. 검은 몸은 밟으면 바로 찌그러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아유무."

나는 개미를 가만히 보고 있었다.

"너도 네가 믿을 것을 찾아. 너만이 믿을 것을. 다른 누군가와 비교하면 안 돼. 물론 나하고도, 가족하고도, 친구하고도. 그냥 너는 너인 거야. 너는 너일 수밖에 없는 거란 말이야."

 

해외 부임 중인 아버지 덕분에 이란에서 태어나 유치원 때 일본에 왔다가, 다시 이집트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다 일본으로 돌아와 생활했던 그들 가족은 부모의 이혼과 엄마의 요란한 연애, 아빠의 출가에다 누나는 이상한 종교에 빠져 있고 점점 더 단란했던 가족의 모습에서 멀어져 간다. 그러다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유무는 서른 살이 되어 있었다. 여린 마스크와 훤칠한 몸은 여전했으나, 최근 들어 머리가 빠지기 시작한다. 어릴 때부터 엄마를 닮은 용모 덕을 톡톡히 봤던 탓에, 그런 용모에 비뚤어진 열등감을 가졌던 그가 머리가 빠지기 시작하면서 숱이 적어지자 오히려 여린 마스크에 방해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발모 클리닉에 가고, 온갖 종류의 모자를 쓰고, 그러다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아 모든 생활을 인터넷에 의존하게 된다. 그렇게 열등감을 가지게 되자 등이 구부러지고, 말이 입안에서 웅얼거리게 되며, 상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게 되어 그의 인상조차 바꿔버리고 만다.

네가 믿을 걸 누군가한테 결정하게 해서는 안 돼.

아이러니하게도, 온갖 이상한 행동만 일삼으며 온 생을 세상에 분노를 표출하는 것으로 살았던 그의 누나가 절망 속에 남겨진 그에게 중요한 말을 건넨다. 무슨 일이든,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 스스로를 믿으라고. 지금까지 내가 믿어온 것은 내가 있었으니까 믿었던 거라고. 내가 나인 한은 믿음이 내 안에 있는 것이고, 스스로를 믿어야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아유무는 누나에게서, 집에서 도망치고 만다. 누나는 어디선가 실컷 인생을 보내고 와서 우쭐해있는 거라고, 가족들로부터 도망간 아버지도, 누나를 간단히 용서한 어머니도, 자신을 배신한 친구와 애인도, 더 이상 일을 주지 않는 출판사 사람들도 모두 나쁘다고. 그들만이 나쁘고 자신만 나쁘지 않다고 세상에 귀를 막아야 버틸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머리가 벗겨지고, 무직이 된 서른네 살의 그는 자신이 혼자라는 걸 깨닫고, 초등학교 시절에 친했던 친구를 찾아 이집트로 간다. 그리고 제대로 말이 통하지 않았던 그들이 만나 대화를 나누는 그 순간, 그 동안 이 작품이 지루하게 쌓아왔던 수많은 이야기의 댐이 폭발한다. 이 장면을 위해서 무려 두 권이나 되는 분량 동안의 소소하고, 일상적이고, 사소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필요했던 거구나 싶어 한 순간 페이지를 멈추고 시간의 결을 느껴 보았다. 나는 나, 내가 나일 수 있을 때야 비로소 세상이 존재한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던 것 같다. 우선 스스로를 믿어야 뭐든 제대로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 작품 덕분에 살아만 있다면, 누구에게나 결정적인 그 순간이 찾아올 거라는 걸 믿고 싶어졌다면 과장일까. 극강의 한파 속에 움츠려든 마음 한 구석이 조금은 따뜻해지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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