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넘 숲
엘리너 캐턴 지음, 권진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미라가 그렇게 원예 농업에 빠진 한 가지 이유는 식물을 돌볼 때면 가차 없는 자기비판 습성에서 한숨 돌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식물을 키우면 명백히 용서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건 삶의 다른 어떤 영역에서도 불가능한, 영속적으로 이행하며 새로워지는 느낌이었다. 심지어 실패하고 실수해도 ─ 예컨대 양파 씨앗은 오래 보관할 수 없다거나, 흙 온도가 낮으면 당근색이 연해진다거나, 회향풀은 다른 식물의 성장을 막기 때문에 따로 번식시켜야 한다는 사실들을 배울 때 ─ 전혀 야단맞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텃밭에서는 진실이 올바름의 형태를 취하지 않았고, 옳음의 반대가 틀림도 아니었다.              p.76



미라는 버려진 땅에서 작물을 키우는 게릴라 가드닝 단체 〈버넘 숲〉의 설립자다. 게릴라 가드닝은 아무도 돌보지 않는 땅에 쓰레기 대신 꽃과 식물을 심어 정원을 만든다는 긍정적인 측면과 토지 소유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몰래 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불법이라는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 환경 운동가로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이상을 품고 있는 미라는 5년간 활동해왔지만 조금씩 침체되어 가고 있는 버넘 숲의 미래를 위한 돌파구를 찾는 중이다. 그녀는 산사태로 고립된 마을 부지 답사에 나섰다가, 제조업체의 CEO이자 억만장자인 로버트 르모인과 우연히 맞닥뜨린다. 


땅의 원래 주인이 알면 안 되는 계획을 각자 품고 있던 미라와 르모인은 원예가와 기업가라는 상반된 직업에 추구하는 가치도 전혀 달랐다. 이론상으로는 철천지원수 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에게서 묘한 공통점, 자신만만하고 매력적인 야심가라는 점을 발견한다. 미나는 처음에 자신의 가짜 신분 중 하나를 골라서 말하며 그 자리를 회피하려고 했지만, 사실 르모인은 그녀의 이름이 미라라는 것과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간파해낸다. 이유는 그녀를 먼저 발견한 즉시 미라의 휴대 전화와의 강제 연결로 신원 정보에 접근해 그녀에 대해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르모인은 미라에게 '당신이 날 방해하지 않으면 나도 당신을 방해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미라와 그녀의 프로젝트를 이용해야겠다고 마 음 먹었기 때문이다. 르모인은 자신이 비밀리에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숨기기 위한 연막작전으로 버넘 숲에 재정 지원을 약속하는데, 그로 인해 갈등이 시작된다. 





「...뭐가 옳은지는 사실 아무도 모르잖아. 내 말은, 뭐가 옳은지 안다고 생각할 수 있고, 안다고 자신에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선택하는 시점에는, 그러니까 그 순간에는 절대 확신하지 못하잖아. 그냥 바랄 뿐이지. 그냥 일단 행동하고 최선의 결과가 나오길 바라는 거지. 지나고 보면, 그게 옳은 일이었을 수도 있고, 아니었을 수도 있지. 아닐 경우에는, 적어도 노력은 했다고 말할 수밖에. 하지만 잘못된 일은 말이야, 종종 훨씬 분명해. 잘못된 일은 많은 경우 옳은 일보다 더 잘 보여. 더 명확해. 이건 내가 안 넘을 걸 아는 선, 이건 내가 절대 하지 않을 일, 이런 식으로.」              p.332~333



공식적으로 버넘 숲은 시내의 열여덟 군데에서 경작하고 있었다. 요양원과 어린이집 정원, 병원 주차장 근처, 학생 임대 아파트 마당 등에 자리하고 있었다. 땅과 수돗물을 사용하는 대가로 땅 주인들에게 모든 수확물의 반을 주고, 나머지 반은 회원들끼리 소비하거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기도 했다. 누구도 임금을 받지 않았고, 모든 자산은 공동 소유였으며, 활동은 거의 모두 비상근으로 이뤄졌다. 미라의 친구이자 현실적인 조력자인 셸리는 활동 계획을 좀 더 안정적으로 세우기 위해 농산물 구독 서비스를 시작해보자고 의견을 냈지만 결국 실현되지는 못했다. 셸리에 비해 미라가 버넘 숲에 품은 야심은 급직적이고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사회 변화였다. 버넘 숲에는 현명적 목표를 품은 이론 공상적 사회 개량주의자들, 두 개의 파가 존재했다. 미라는 르모인의 제안을 손에 쥐고 버넘 숲의 일원들을 설득하려 한다. 어떤 조건도 없이, 그냥 기부 같은 걸로 자금을 대주겠다고 했다며, 그걸로 우리가 제대로 된 비영리 기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버넘 숲의 일원들은 각자 생각이 달랐다. 


이 작품은 <루미너리스>로  맨부커상 최연소 수상을 했던 엘리너 캐턴이 10년만에 발표한 신작이다. 자본주의 구조 밖에서 활동하던 원예가가 엄청난 자본과 함께 나타난 기업가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 이야기는 단순한 선과 악의 구도를 넘어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절대 움직이지 않을 거라고 믿었던 맥베스의 '버넘 숲'이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 떠올려보면, 이 작품의 제목이 의미하는 바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처음에 이들은 과세 신고도 하지 않고 단속도 받지 않으며 때로는 범죄자, 때로는 박애주의 친구 모임 같은 집단에 불과했다. 하지만 억만장자 르모인이 나타나면서 사태가 달라지고, 충격적인 사고와 어두운 비밀이 드러나면서 산사태처럼 휘몰아치는 전개가 이어진다. 우리 시대의 핵심 문제에 대한 깊은 통찰뿐만 아니라 이야기 자체로서도 매우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압도적인 몰입감의 페이지 터너가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만나 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언제나 늙기를 기다려왔다
안드레아 칼라일 지음, 양소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노년은 잘 무장해야 진입할 수 있는 낯선 세계가 아니라 친숙하던 자신의 세계가 확장되는 시기이다. 노화는 개인적인 것이어서 각자 자신이 잃고 있는 것과 이미 잃은 것, 즉 여기서 무언가를 빼고 저기서 무언가를 더하는 구체적인 리스트를 만들 수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허영심을 동원하고 심지어 산업적 동반자와 함께한다고 해도 노화에서 벗어날 순 없다. 인생 내내 우리에게 닥쳐온 신체적 변화를 멈출 수 없었던 것처럼.             p.144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늙음'은 아무도 피해갈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나이 드는 것을 두려워할까? 나이가 든다는 것은 기억력이 감퇴하고, 인지 능력이 저하되며, 외모도 달라지고, 다양한 생리적 변화도 일어나는 일이다. 그리고 한때 가졌지만 다신 가질 수 없는 능력과 더 이상 곁에 없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그리워하게 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우리의 내면은 지극히 풍요로워진다. 살아온 시간만큼의 통찰과 혜안을 누구나 갖게 되는 것은 아닐지라도, 젊을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감정의 깊이와 성숙한 시각을 얻을 수 있다. 나이 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노년은 우리의 삶이 가장 깊어지는 순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곧 여든 살을 앞둔 노년 작가 안드레아 칼라일은 100세까지 살다 떠난 어머니를 7년 동안 간병하며, 나이 듦에 관한 고정관념에 질문을 품게 된다. 왜 우리는 나이 드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할까? 강가의 하우스보트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저자는 산책을 하며 삶을 돌아보고, 자연 안에서 많은 것을 느낀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노년>, 진 리스의 <나의 날들> 등 작가들이 나이 듦에 대해 사유한 책들을 읽으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한다. 어린 시절부터 수많은 책을 읽어 오면서 주인공에게서 공감할 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그로 인해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었는데, 나이가 들고 보니 나이 든 여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 자체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문화 속에서 중심인물로서의 노인이 거의 부재한 건 이미 느끼고 있는 존재감 상실에 더해 우리를 더욱 보이지 않게 한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그렇게 저자는 '우리 이야기는 어디에 있는가' 라고 묻는 목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온라인에서 삶의 이 시기를 다룬 좋은 소설을 검색하곤 했다고 한다. 그렇게 모은 노년을 주제로 다룬 소설들에 대한 리스트도 매우 흥미로웠다.   





어떻게 하면 오늘날의 중장년층인 우리가 나이 듦에 대한 기존의 편견 어린 인식을 새롭게 하고 절실히 필요한 걸 더할 수 있을까?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은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서 시작되겠지만 사회가 외면하라고 지시하고 결국 많은 사람이 우릴 외면하는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만약 우리가 진정한 인간으로서, 온전한 존재로서 대우받기 위해서 보이고 인식되어야 한다면, 그리고 버려지고 잊힐 집단으로 취급되지 않으려면, 나는 더 많은 사람이 '어떻게'라는 질문 속으로 발을 들여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p.186~187


우리가 어릴 때부터 접한 동화 속에서 나이 든 여자, 그러니까 '노파'는 보통 가난했고 외모는 지저분한 수준부터 눈 뜨고 보지 못할 정도로 흉측한 수준까지 다양했다. 과자집에 살면서 헨젤과 그레텔을 오븐에 밀어 넣으려는 노파, 다리 한 쌍을 주는 대가로 인어 공주의 목소리를 받아내는 바다 마녀, 의붓딸에게 독이 든 사과를 건네는 사악한 여왕, 공주가 물레에 찔려 깊은 잠에 빠지도록 주문을 거는 사악한 요정, 라푼젤을 탑에 가두는 사악한 마법사 등 동화 속 노파들에게서 혐오감 외에 다른 감정을 느끼기란 어려웠다. 많은 동화들이 은연중에, 혹은 노골적으로 공포와 두려움을 이용해 어린이에게 교훈을 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외롭고, 심술궂으며, 악의적인 존재로 그려지는 나이든 여자의 이미지는 우리의 무의식에 영향을 미쳐 노화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이 책은 노인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이 자리 잡은 역사적, 사회문화적 배경을 설명하며, 이를 걷어내고 있는 그대로의 시선으로 나이 듦을 바라보기를 제안한다. 나이 드는 일이 편안하지만은 않겠지만, 다행한 건 우리가 평생 살아오며 품어온 몸과 자아 그대로를 지닌 채 나이가 든다는 것이다. 이를 받아들이고 나면 새로운 즐거움과 변화가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나이 든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탐험하는 이 책을 통해 누구나 머지않아 당도할 노년의 세계를 준비해보는 건 어떨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기는 요괴 병원 1 - 요괴도 감기에 걸려요! 여기는 요괴 병원 1
도미야스 요코 지음, 고마쓰 요시카 그림, 송지현 옮김 / 다산어린이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인 미네기시 준은 절 뒤에 있는 연못으로 붕어를 잡으러 간다. 하지만 뜰채로 건져 올린 건 조개껍데기로 만든 작은 단추뿐이었다. 단추가 아주 예뻤기 때문에 버리지 않고 주머니에 잘 넣어 두었는데, 그때만 해도 그 단추 때문에 이상한 세계로 끌려 들어가게 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붕어는 한 마리도 잡지 못한 채 배가 고파서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 준은 익숙한 길에서 낯선 골목길을 발견한다. 좁디좁은 샛길은 집으로 가는 지름길처럼 보였고, 배가 고파 집에 빨리 가고 싶었던 터라 골목길에 발을 들인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걸어도 걸어도 골목은 끝나지 않았다. 그러다 발견한 것은 빛바랜 크림색 건물, 간판에는 <내과, 요괴과 전문 병원>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곳은 요괴들을 위한 병원이었다. 어떻게 보아도 수상한 마술사나 사기꾼처럼 보이는 의사인 호즈키 선생님이 골목길에서 봤던 남자를 상대하고 있었다. 남자는 인간 마을에 놀러 가 볼까 하고 변신했다가, 원래 모습대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말하는 중이었다. 그러다 변신했을 때의 모습에서 뭔가를 잃어버리면 다시 돌아가지 못한다는 의사의 말에, 단추를 분실한 걸 알아차리게 된다. 마침 그 단추는 준이 연못에서 주웠던 그 조개껍데기 단추였다. 


그들의 대화를 듣던 준은 자신도 모르게 나서서 단추를 내밀고, 덕분에 호즈키 선생님과 처음으로 대면하게 된다.




마침 응급환자가 있다는 연락이 오고, 호즈키 선생은 준에게 자신이 자리를 비우는 동안 예약 환자가 있기 때문에 잠깐 병원을 지켜달라고 말한다. 그렇게 준은 요괴가 모습을 볼 수 없도록 하는 부적을 등에 붙인 채 홀로 병원을 지키게 되는데, 그야말로 요괴들이 끊임없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몸에 달린 눈 100개가 부산스럽게 여기저기를 두리번 거리는 커다란 점토같은 요괴를 시작으로 등딱지에 생긴 곰팡이를 없애고 싶다는 할아버지 요괴, 잠을 잘못 자는 바람에 목을 집어넣을 수 없게 됐다는 긴목요괴, 쉴 새 없이 재채기를 하는 눈이 하나밖에 없는 커다란 스님.... 그리고 예약한 환자인 달걀귀신까지 등장하는데... 과연 인간 아이인 준은 호즈키 선생님이 돌아올 때까지 무사히 병원을 지킬 수 있을까.




일본 판타지의 거장 도미야스 요코가 <수상한 이웃집 시노다> 시리즈에 이어 두 번째로 국내에 소개하는 작품이다. <여기는 요괴 병원> 시리즈는 벌써 4권까지 출간되었고, 이번에 만나본 것은 그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이다. 평범한 초등학생이 요괴들이 사는 세계에 우연히 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 이야기는 세상에 딱 하나밖에 없는 '요괴 전문 병원'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요괴를 치료하는 '인간' 의사인 호즈키 선생님을 비롯해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희귀하지만 어쩐지 무섭게만 느껴지지는 않는 여러 요괴들이 등장해 재미를 더해준다. 


요괴도 인간처럼 감기에 걸리고, 어딘가 아파서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는 설정도 신선하지만, 겉모습과는 달리 인간과 비슷한 면모를 보여주면서 느껴지는 친근함이 이 시리즈만의 매력이다. 담대한 성격과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대하는 의사 선생님과 호기심 가득하고 강단 있는 초등학생 조수라는 독특한 조합이 만들어 내는 유쾌한 활약도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자, 앞으로 요괴병원에서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기대해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Who? 마리아 몬테소리 Who 세계인물 30
이동규 지음, 오천년 그림, 경기초등사회과교육연구회 감수 / 다산어린이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정치, 경제, 인문, 사상, 인권,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오늘날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든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who? 세계인물> 시리즈! 이번에는 어린이의 가능성을 발견한 교육자 마리아 몬테소리를 만나보았다. 몬테소리 교육법이란 표현은 다들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바로 그 몬테소리 교육법을 만든 것이 마리아 몬테소리이다. 그녀는 여자가 의대에 들어가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시절, 이탈리아 최초로 여자 의사가 된 인물이다. 정신과에서 어린이 환자들을 돌보는 과정에서 교육으로 아이들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의사에서 교육자로 변신해 가난한 노동자들의 자녀들을 가르치는 어린이의 집을 설립하기에 이른다. 




사실 당시만 하더라도 이탈리아는 열살 이상의 인구 중 4분의 3은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문맹자들이었다. 부모들은 자식들의 학업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들을 생활 전선으로 내보낼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았다. 가난이나 사정 때문에 자식들을 제대로 교육하지도 못했고 말이다. 그리고 유아 교육은 어른들의 기준에 의해 주입식 교육과 체벌이 중심이 되었으며, 이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뒤떨어졌다고 생각해 제대로 돌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몬테소리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어린이는 어른과는 다른 특징이 있으며, 어린이들이 스스로 능력을 기를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인식이 유아 교육에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 책은 만화를 통해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어 마리아 몬테소리가 만든 특별한 교육법에 대해, 그리고 19세기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와 어린이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몬테소리는 자신의 교육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어린이가 표현하는 것을 받아들였습니다. 그것이 바로 몬테소리 교육법입니다."


지적 장애 아이들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된 몬테소리 교육법은 점차 일반적인 어린이 모두에게 확대되고, 오늘날 우리가 몬테소리 교육의 교구라고 하는 아름다운 모양과 예쁜 색깔의 도구들을 보듯이 여전히 아이들을 위해 이용되고 있다. 어린이의 발달 단계에 맞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 몬테소리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유아 교육이 어떻게 달라졌을 지 생각해 본다면, 그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다. 




통합지식 플러스 코너를 통해 집중력과 도전 정신, 약자를 사랑하는 마음과 추진력 등 몬테소리이 성공 열쇠에 대해 짚어보고, 당시 이탈리아와 19세기 여성들의 생활에 대해 배워본다. 정보들이 꽤나 구체적으로 다양하게 담겨 있기 때문에 재미있게 읽으면서 지식 습독도 할 수 있어 더 좋다. 진로 탐색 코너로 인물의 직업에 대해 알아보고, 독후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되어 있어 활용도도 높다. 

대통령, 변호사, 성직자, 애널리스트, CEO, 사회 운동가, 의사, 철학자, 환경운동가, 문화인류학자, 고고학자, 수필가 등 다양한 직업군을 다루고 있어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미래에 대해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점도 좋다. 




<who? 세계인물> 시리즈가 새롭게 옷을 갈아입고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는데, 아이들이 닮고 싶은 롤 모델을 발견하고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면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 평생을 이끌어 줄 최고의 멘토가 여기 다 모여 있으니 말이다. who? 시리즈 중에 '세계인물' 편은 정치, 경제, 인문, 사상, 인권,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오늘날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든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에이브러햄 링컨을 시작으로 워런 버핏, 넬슨 만델라, 체 게바라, 헬렌 켈러, 마더 테레사, 알베르트 슈바이처, 프리드리히 니체, 존 스튜어트 밀, 헨리 데이비드 소로 등 40명의 인물을 만나볼 수 있다.


시간순으로 나열된 세계사 책은 아이들이 읽기에는 다소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세계의 인물들을 통해 세계사의 주요 사건들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는 점도 who? 세계인물 시리즈의 장점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꿈을 찾고 이루어 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who? 세계인물> 시리즈를 만나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넛을 나누는 기분 (시절 시집 에디션)
김소형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 권의 책이 입을 열어/열 개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백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는 것//우리는 각자의 반에서 가장 말이 없지만/누구보다 빼곡한 문장이 머릿속에 출렁이고 있지/어디서든 생각에 잠겨 그 속을 유영할 수 있지//뒷자리의 누군가가 네 등을 두드리며/무슨 생각 해? 하고 물어 온다면//한 권의 근사한 책처럼/닫혀 있던 마음을 펼쳐/네가 가진 이야기를 들려줄 수도 있겠지

           - 조온윤, '도서부의 즐거움' 중에서, p.42~43


황인찬, 박소란, 양안다, 박준, 유희경 등 자신만의 고유하고 개성 넘치는 시 세계를 구축한 20명의 젊은 시인들이 저마다의 10대 시절을 추억하며 쓴 창작 시 60편을 모은 시집이다. 스무 명의 시인들은 각각 세 편씩의 시와 시작 노트를 수록했다. 시작노트에는 작품을 쓰면서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떤 마음으로 접근했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의 청소년기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렇게 모인 예순 편의 시들은 시 초심자를 위한 일종의 초대장이기도 하다.


시가 뭔지 잘 모르겠고, 읽어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어 어렵게만 느껴졌었다면 이번 기회에 시의 매력을 조금씩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 책은 지난 10년간 출간되어온 ‘창비청소년시선’의 50번 시집 출간을 기념한 것이기도 하다. 시는 학창 시절에 자주 썼던 편지에서, 그 시절을 위로해주던 책과 만화로부터, 이곳 저곳에 붙였던 귀여운 스티커와 어느 소풍날의 기억으로부터 시작될 수도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커다란 일이 시작되고, 보이지 않는 것에 가 닿으려고 노력하는 것'에서 인생에 무늬가 생긴다. 볼 수 없는 것을 함께 돌아보자는 약속처럼 시를 써 왔다는 시인의 말이 선물처럼 느껴졌다. 





잊은 음악을 듣는다/언제 잊었는지 모를 음악//유난히 머리가 가볍다 생각했더니/거리의 풍경이 텅 비어 있었다//여름의 과실이 굴러간다/어차피 다음 계절까지는 못 버텼을 살구들//진득하게 물러 버린 달콤함이/굴러간다//사라지고 치이고/조금씩 드러나는 불온한 감정들//아이들이 듣는 소리를/어른들은 못 듣는다 한다//... 음과 음 사이 솟은 돌멩이를/툭툭 차며//학교에 간다//속수무책/너를 믿고 싶은 풍경이 펼쳐진다                -김소형, '쉿, 비밀인데' 중에서, p.182~185


오랫동안 어린이는 ‘동시’로 시를 향유한 것에 반해, 청소년은 교과서에 실린 정전, 그것도 그들의 삶과 감각에 맞지 않은 어른의 시를 읽어야 했다. ‘창비청소년시선’은 청소년도 동시대의 좋은 시를 읽고 즐겨야 한다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지난 10년간 ‘창비청소년시선’은 대부분의 시집이 올해의 청소년 도서, 문학나눔 등에 선정되었으며, 2025년부터는 중1 새 교과서에만 7편의 작품이 실리기도 했으니 엄청난 성과다. 다시 또 10년, 20년 이어지며 청소년들을 위한 좋은 시들을 만날 수 있따면 좋을 것 같다.


임경섭 시인은 이 책에 실린 시작 노트에서 이렇게 썼다. '초등학생 때의 나, 중학생 때의 나, 고등학생 때의 나. 각 학년마다, 각 학기마다, 그리고 각각의 계절마다, 심지어는 어떤 날들의 아침과 저녁마다... 전혀 다른 내가 거기마다 서 있다'고. 그때그때의 내가, 너무나 많은 내가 모여 지금의 나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이다. '나'라는 존재가 내가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는 말이 너무 와닿아서 밑줄을 긋고 여러번 읽어 보았다. 지금의 내가 겪은 시간들이 미래의 내 일부분이 되고, 내가 생각하고, 경험한 것들이 쌓여서 미래의 나를 만들어 간다면, 지금 현재를 더욱 소중히, 즐기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도서 구매 시, '시절 시집 필사 노트'도 받을 수 있으니, 책에 수록된 시들을 직접 써보면서 천천히 느껴보면 좋을 것 같다. 시를 쓰고, 읽고, 나눈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해준 예쁜 책이었다. 아직은 시가 낯선 청소년들에게, 그리고 여전히 시가 어려운 어른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어둡고, 외롭고, 서글픈 나날에 이 책이 위로가 되어주길 바래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