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그림이 그리고 싶어졌어 - 나의 갈팡질팡 지망생 시절 이야기
반지수 지음 / 송송책방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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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좇는 이들에게 전하는 일러스트레이터 반지수의 성장기!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을지 고민이라면 이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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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크와 팩트 - 왜 합리적 인류는 때때로 멍청해지는가
데이비드 로버트 그라임스 지음, 김보은 옮김 / 디플롯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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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마음에는 장점이 이렇게나 다양하지만, 인간의 사고력에는 결함이 너무나 많다. 훌륭한 하드웨어를 선물받았는데도 우리는 사소한 것부터 치명적인 것까지 실수를 자주 저지른다. 역사가 흐르는 내내 우리는 엉망이었지만, 지금은 우리가 실수하는 순간을 인지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우리는 손가락 끝으로 인간 지식의 보고에 곧바로 접속하는 시대에 산다. 그러나 이 자유가 오해와 잘못된 정보, 허위 사실을 그 어느 때보다 더 널리, 더 빠르게 퍼뜨리는 역설을 마주하고 있다. 그러나 절망하기에는 이르다. 실수를 저지르는 인간의 마음은 특이하게도 실수를 통해 배우기도 한다.                 p.25


급격한 변혁의 시기를 겪고 있던 1950년대의 중국, 당시 주석이었던 마오쩌둥은 대담한 계획을 세운다. 농업 집단화와 새로운 정책을 세우는 과정에서 지목된 것은 농부들이 키운 곡물을 먹어 치우는 참새였다. 참새는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못 박혔고, 1958년 참새 잡기 운동이 시작된다. 베이징에서만 300만 명이 동원되어, 이 운동은 1년을 넘기기도 전에 참새 약 10억 마리를 죽게 만든다. 실제로 이 일로 중국에서 참새는 멸종하게 되는데, 문제는 유일한 천적이었던 참새가 사라지자 메뚜기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결국 메뚜기 떼가 중국 전역을 휩쓸며 곡물을 먹어 치웠고, 이후 3년의 대기근으로 1500~4500만 명의 무고한 인민이 아사하는 비극이 초래된다. 이는 비판적 사고가 뒷전으로 밀리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중국 공산당들은 근대화를 향한 과도한 열망으로 위험을 보고도 눈감았고, 과학자들의 경고에도 귀를 막았던 것이다. 


사고하고 반성하며 추론하는 능력은 인간이 가진 가장 뛰어난 기술이다. 어쩌면 인간을 종으로서 특징 짓는 최고의 능력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자주 실수를 저지르고, 잘못된 사고로 인해 큰 비극을 초래하기도 한다. 우리에게는 거짓을 구별하는 특별한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마음은 매우 정교하지만 결국 감정적인 동물이고, 우리의 현실은 거짓에 너무나 쉽게 침식된다. 우리 모두 망상이나 수상한 믿음을 어느 정도는 품고 살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작정하고 덤비는 사기꾼과 선동가, 돌팔이들이 판치는 세상이다.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속지 않고, 허튼소리의 맹습으로 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을까. 이 책은 바로 거기서 시작되었다. 인간이 실수를 저지르는 주요 원인을 밝히고, 분석적 사고와 과학적 방법을 활용해 우리의 삶뿐 아니라 세상을 개선할 방법을 탐색하기 위해서 말이다. 





우리의 생각은 우리를 정의하지 않는다. 때로 잘못된 생각도 있으며 새로운 정보를 수용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감탄할 만하며, 증거를 보고도 마음의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 진짜 부끄러운 일이다. 증거가 없다면 즉각적으로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필요는 없다. 급하게 세운 주장은 잘못되기 쉽고 변화에 저항하기도 한다. 결론을 서둘러 내리지 않는다고 해서 부끄럽다거나 소심하다는 뜻은 아니다. 불확실성은 불안하지만 견뎌내야 한다.... 불확실성을 견디기는 어렵지만 그건 다른 덕목 대부분도 마찬가지다.                 p.482


우리는 가끔 터무니없는 거짓말이 사실을 뒤덮는 탈진실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떠나는 브렉시트 투표의 여파로 휘청거리는 모습 등 노골적인 거짓말과 선전, 선동적인 허구가 만들어낸 사건들을 우리는 연일 목격해왔다. 게다가 근거없는 비타민 C 만능설과 백신에 대한 공포가 만들어낸 부작용설, 그리고 믿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되는 대체의학의 문제점과 목격자의 왜곡된 증언 등 언제나 진실은 멀리 있고, 우리는 쉽게 속아 넘어가고 좌절해왔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거짓에 깜빡 넘어가는 것일까. 어떻게 저런 사람에게 홀려 한 표를 던지지? 어쩌다가 보이스피싱에 속았을까? 저런 뻔한 눈속임에 당했다고? 각종 음모론과 난무하는 가짜뉴스와 떠돌아 다니는 괴담 등 SNS의 시대에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나간다. 


이 책은 '페이크'와 '팩트'가 난잡하게 뒤섞인 사회 속에서 어떻게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을 지에 대한 방법을 제시한다. 마오쩌둥의 참새 박멸이 결국 수천만 명을 아사 시키는 일이 되었던 비극부터 인류가 탄생한 이래 지금까지 일어났던 논리적 흑역사들을 차근차근 살펴본다. 우리가 비합리적으로 사고하는 패턴들을 이해하게 되면, 역사 속 실패들을 통해 통찰력을 얻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게 될테니 말이다. 각종 SNS와 알고리즘은 어떤 방식으로 우리를 속이고 있는지, 통계의 남용은 어떻게 결함을 감추고 절대적인 것처럼 우리를 휘두르는지, 왜 합리적 인류는 때때로 멍청해지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저자인 데이비드 로버트 그라임스는 과학자로서, 과학의 기본 태도인 '비판적 사고방식'이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우리의 무기라고 말한다. 매력적인 개소리와 결함투성이 논리를 후려치는 팩트의 과학을 만나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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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마스터 공식 가이드북 드래곤 마스터
트레이시 웨스트 지음, 매트 러브릿지 그림, 윤영 옮김 / 다산어린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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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마스터 세트> 서포터즈로 활동하게 되어 10주간 5번의 미션을 수행하게 되었다. 1주차 미션은 세트 개봉기과 <드래곤 마스터 공식 가이드북> 리뷰이다. 2014년 첫 출간을 시작으로 10년 동안 시리즈를 이어 오고 있는 이 시리즈는 드래곤 마스터인 아이들의 성격도, 배경도 모두 다르고, 각각의 드래곤들도 능력과 개성이 다르기 때문에 세계관을 정리해둘 필요가 있다. 그래서 '드래곤 마스터'를 위한 스폐셜 에디션으로 <드래곤 마스터 공식 가이드북>이 있는 것이다. 




가이드북을 통해 드래곤 마스터와의 성향과 각 드래곤의 속성 등을 마스터한다면, 이 시리즈를 제대로 즐기는 데 도움이 되어 줄 것이다. 특히나 가이드북은 풀컬러의 다채로운 드래곤을 감상할 수 있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드래곤 마스터가 되고 싶다면, 마스터가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지, 나와 어떤 드래곤이 잘 맞을지 알아볼 수 있어 본 이야기를 훨씬 더 흥미롭게 즐 길 수 있도록 해준다


가이드북은 <드래곤 마스터> 1권이 출간될 때 함께 나왔다. 이유는 공식 가이드북이 독자들을 <드래곤 마스터>의 세계로 완전히 빠져들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시리즈가 처음 출간될 때부터 읽어 왔기에 가이드북도 매우 궁금했는데, 이번에 서포터즈가 되어 만나보게 되었다. 




마법사들의 능력과 배경부터 브라켄 왕국 지도, 롤랜드왕의 성 내부 구조, 지하실에 있는 교실과 훈련실, 드래곤 굴 등이 아주 자세하게 나와 있어 정말 알차게 만들었구나 싶었다. 드래곤 마스터의 역사와 드래곤을 보살피는 법, 그리고 각각의 드래곤 마스터에 대한 장점과 배경 등이 나와 있고, 자신의 드래곤에 대한 소개도 바로 만나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게다가 본책에서는 자세히 설명할 수 없었던 전후좌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니 놓치지 말아야겠다.  




전 세계 어린이 독자들에게 사랑받아온 <드래곤 마스터> 시리즈가 벌써 10권까지 출간되었는데, 한국어판 10권 출간을 맞이해 세트로 구성되어 나왔다. 드래곤 마스터 1~10권과 공식 가이드북까지 총 11권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거기다 세트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선물이 포함되어 있다. 스페셜 버전의 드래곤 카드 10종과 드래곤 마스터 수련 노트 그리고 드래곤 장식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벽걸이 페이퍼토이까지 이 모든 걸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는 세트이다. 




무엇보다 세트를 통해서 다양한 독후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시리즈는 계속해서 읽는 재미가 있는데, 10권의 이야기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좋고, 공식 가이드북을 통해 방대한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어 앞으로 계속 이어질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도 높여준다. 


특히나 수집하는 재미가 있는 드래곤 카드는 반짝이는 네온컬러가 아주 예쁘고 최강 드래곤 '웜'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페이퍼토이가 또한 세트 구성에서만 만날 수 있는 희귀템이라 아주 마음에 들었다. 설명서와 도안이 들어 있어 아이들도 쉽게 따라 만들 수 있는데, 완성작이 바로 최강 드래곤 '웜'이라 더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줄 것 같다. 




이 시리즈는 미국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독서 습관을 길러 주기 위해 강력 추천하는 걸로도 유명하다. 그만큼 짧은 문장과 빠른 전개가 책 읽기가 익숙하지 않는 저학년 아이들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다. 독서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푹 빠져서 읽게 만드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판타지 동화를 좋아하지만 아직 긴 글은 읽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도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 


원서는 스무 권이 넘게 나오고 있는데, 원서 자체도 분량이 작고, 어렵지 않은 편이라 원서 읽기로도 많이 활용되는 시리즈라 아이들과 영어 공부하기에도 딱 좋은 시리즈이다.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길 바라는 부모들이 많을 텐데, 이 시리즈와 함께 아이들이 책읽기가 재미있는 거라는 걸 알게 해준다면 독서 습관 기르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자, 평범한 소년이 드래곤 마스터가 되어 펼치게 될 환상적인 모험의 세계로 떠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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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제스틱 극장에 빛이 쏟아지면
매튜 퀵 지음, 박산호 옮김 / 미디어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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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비극이 일어난 후, 비탄에 젖은 내 일부가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어요. 마치 괴물처럼요. 상상도 할 수 없는 운명에 감염된 사람 같았어요. 이웃들이 불과 몇 초도 똑바로 보지 못할 그런 사람이 된 것처럼 말이죠.” 회의실 안을 둘러봤을 때내 말에 공감하는 눈빛이 여럿 보이더군요.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괴물로 만든 사람들도 있어요. 아무 잘못도 없는데 사람들이 던지는 비난의 대상이 되고 따돌림을 받은 사람들. 자신이 너무나 비천한 존재라고 느껴 스스로 소외된 사람들. 오늘 밤 그런 사람 중 한 명을 여러분에게 소개하려고 합니다.”                   p.134


할리우드가 사랑하는 작가,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으로 잘 알려진 매튜 퀵의 신작이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이 로맨틱 코미디였다면, 이번 작품은 총기 난사라는 참혹한 비극을 겪은 한 남자가 스스로를 비롯해 상처 입은 이웃과 마을을치유하는 여정을 그리고 있는 서간체 소설이다. 정신분석가인 칼에게 고등학교 상담 교사인 루카스가 보내는 편지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대답이 없는 상대에게 보내는 편지 18통으로 이루어져 있다. 왜 칼은 루카스에게 한 번도 답장을 하지 않는지, 루카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끊임없이 편지를 보내는 것일까. 그 이유가 밝혀지는 것은 작품의 후반부에 이르러서 이다. 그 과정 동안 우리는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그날 어떤 끔찍한 비극이 벌어졌던 것인지 퍼즐 조각을 맞춰 가는 것처럼 조금씩 알게 된다. 


칼과 루카스 모두 참혹한 사고에서 살아남은 피해자이자 생존자이다. 두 사람모두 그 사고에서 아내를 잃어 버렸다. 18명의 죽음을 불러온 비극이 왜 일어난 것인지, 열아홉 소년 제이콥은 총을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 그날 왜 크리스마스 영화를 보던 이웃들을 쏘려 했는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제이콥의 동생 앨리는 형의 죽음 이후로 루카스 집 뒷마당에 텐트를 치고 살기 시작한다. 루카스는 앨리와 함께 졸업 프로젝트로 영화를 준비하며 머제스틱 극장에서 비극이 있었던 그날 밤 거기 있었던 사람들 모두 프로젝트에 참여시키고자 한다. 괴물마저도 좋거나 나쁜 게 아니라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한, 선과 악으로 편을 가르지 않는 세계를 그릴 이 영화는 비탄에 젖은 사람들을 구원할 수 있을까. 





이야기를 마쳤을 때 앨리가 말했어요. “왜 그들은 우리를 사랑하지 않을까요? 우리 엄마들 말이에요.”

“자기에게 없는 걸 줄 수는 없으니까.” 그렇게 말한 후 우리는 방금 내가 말한 진실의 묵직한 무게를 느끼며 누워 있었어요. 

앨리가 말했어요. “다른 아이들은 다 자기를 사랑해주는 엄마가 있잖아요. 사람들은 대부분 괜찮은 엄마가 있는 것 같던데요. 우리는 그냥 운이 없는 걸까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그냥 입을 다물고 있었어요.

p. 172~173


이 작품은 참사에서 살아남은 피해자, 가족과 친구와 이웃을 잃은 남겨진 사람들, 가해자의 가족 등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비극이 벌어진 이후의 삶에 대해 보여준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는 비극을 겪은 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남은 이들인 그것을 극복하고, 회복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참혹한 비극을 다루는 소설의 경우 대부분 비극이 벌어졌던 그 날에서 모든 서사가 벌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독특하게도 비극 그 자체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미 비극은 벌어졌고, 돌이킬 수 없으며,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이 이미 죽었기에 이유도 알아낼 수가 없다. 그저 남겨진 이들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고통을 털어놓고, 위로하며 보듬어 주고,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절대 혼자서는 할 수 없다.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그 손을 맞잡아야만 가능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 비극을 겪은 것이 혼자가 아니었고, 남겨진 것 또한 혼자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상처받고 소외된 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작가의 솜씨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아름다운 문장들이 많은 작품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내 영혼의 가장 좋은 부분이 네 영혼의 가장 좋은 부분을 사랑한단다.” 라는 문장이 마음에 오래도록 남았다. 루카스는 참사로 인해 아내를 잃었지만, 그 날 했던 행동으로 인해 마을 사람들로부터 영웅으로 추앙받지만 상실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제이콥의 동생 앨리는 가해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로부터 배척당한다. 게다가 형의 행동에 대해 그 어떤 것도 이해할 수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도망치듯 자신의 집으로 와 텐트를 치고 살기 시작한 루카스가 앨리에게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영화를 만들기로 하지만 그 과정 또한 순탄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루카스와 앨리,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영화라는 매개체로 함께 웃고 울고 마음을 달래면서 예술을 통한 집단 치유를 경험해나간다. 실제로 작가인 매튜 퀵은 오랜 슬럼프로 인해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극복하고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그러니 칼에게 쓰는 편지를 통해서 시련을 헤쳐나갈 힘을 얻는 루카스의 모습에 작가 자신의 모습을 어느 정도 투영했을 거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그래서 더 진실된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감동을 전해줄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 작품은 깊은 상실감과 끔찍한 고통으로 인해 삶이 산산조각 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것은 타인에 대한 이해와 포용, 그리고 연대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다정하게 보여준다. 우리 모두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 이 작품이 바로 그 증거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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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포포프 - 잊힌 아이들을 돕는 비밀스러운 밤의 시간 다산어린이문학
안야 포르틴 지음, 밀라 웨스틴 그림, 정보람 옮김 / 다산어린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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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만다의 말을 듣는 동안 마음속이 따뜻해졌다. 그런 일들을 함께하자는 건지 물어볼 용기는 없었지만, 속으론 그렇길 바랐다. 함께 사과들을 정리한다. 함께 안토노브카를 포장지에 싼다. 함께 잼을 만든다. 누군가 함께란 단어의 울타리 안에 나를 포함해 말하는 걸 들어 본 게 정말 오랜만이었다. 함께 뭔가를 하는 것과 뭔가를 하라는 말을 듣는 건 큰 차이가 있다. '포장지에 싸라.' '잼을 만들어라.'는 이제 그만. 함께 종이에 싸고 함께 잼을 만들고, 함께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한다. 얼마나 듣기 좋은지!           p.29


아홉 살 알프레드는 늘 혼자였다. 엄마는 태어나서 본 적이 없고, 아빠도 늘 집에 계시지 않았다. 아빠는 일 때문에 자주 집을 비웠는데, 벌써 아빠가 떠난 지 한 달은 지난 상태다. 아빠는 어디로 가는지, 언제 돌아올 건지 한 번도 말해 준 적이 없다. 보통은 떠나기 전에 먹을거리를 사 두곤 했지만, 이번에는 장 봐 두는 것도, 먹을거리를 살 용돈을 남겨 두는 것도 잊어 버렸다. 게다가 전기세 내는 것도 잊어 버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기가 끊겨 버렸다. 그렇게 깜깜한 어둠 속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알프레드는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런데 바깥 계단 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발소리가 멈추더니 뭔가 부딪치는 소리가 났고, 다시 발소리는 알프레드의 집 현관문 뒤에 멈춰 선다. 문 뒤에 침입자가 있었던 것이다. 복도는 유령이 나타난 것처럼 조용했고, 갑자기 우편물 투입구가 열리며 뭔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니까 침입자는 평범한 신문 배달원이었던 거다. 텔레비전도, 컴퓨터도, 휴대 전화도 전기 없인 켤 수 없었기에 그 신문은 난데없이 떨어진 황금 동아줄이나 다름없었다. 신문을 보는 동안에는 세상과 뭔가 이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신문 속에는 사과 한 알과 회색 뜨개 양말, 그리고 냅킨으로 감싼 샌드위치가 들어 있었다. 덕분에 끼니를 해결한 알프레드는 다음 날 밤, 그 침입자와 정면으로 마주하기로 한다.


침입자의 정체는 바로 신문을 배달하며 잊힌 아이들을 찾아내 도와주는 아만다였다.



저는 책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세상에 갈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어떤 때는 과거로, 어떤 때는 스웨덴이나 중국으로, 혹은 잠수함을 타고 바다 밑바닥으로 갈 수 있다는 걸요. 예전에 저는 신문만 읽었어요. 그게 제가 아는 최고의 읽을거리였거든요. 그때는 신문을 읽으면 제가 온갖 일이 벌어지는 멋진 세상의 일부가 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니 제가 어떤 세상의 일부라도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시간이나 장소에 상관없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다른 사람의 머릿속으로 말이죠.           p.164~165


아만다는 사람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세상의 가장자리에 있는 산딸기 죽 색깔의 나무 집에 살았다. 아만다는 아주 특별한 귀를 가지고 있었다. 잊힌 아이들의 존재를 느끼고 그중에 누군가 한숨을 쉬면 항상 떨리기 시작하는, 밝은 귀였다. 알 수 없는 이유로 귀의 고막이 잊힌 아이들의 한숨이 만들어 내는 파동에 반응해 그들을 찾아내고, 아이들을 돕게 하는 것이었다.

알프레드는 아만다의 집에서 함께 지내면서, 우연히 다락에서 낡은 라디오 송신기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잊힌 아이들을 위해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한다. 비밀 라디오 방송은 그렇게 시작되고, 방송의 이름은 실제 라디오의 초기 개발자 중 한 사람으로 알려진 포포프의 이름을 따 '라디오 포포프'가 된다. 고양이 후비투스, 까마귀 하를라모프스키, 그리고 토요일 새벽 3시마다 잊힌 아이들을 돕기 위해 진행되는 라디오 방송까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소중한 세계가 다정하고, 신비스럽게 펼쳐진다.



핀란드에서 가장 권위 있는핀란드아동문학상대상을 받으며 그해 최고의 어린이책으로 뽑힌 이 작품은 행복한 나라로 손꼽히는 북유럽에서 아동 학대라는 소재를 다루었다는 점으로도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아동 학대는 그야말로 무관심과 방치이다. 돌봄을 받아야 할 나이에 제대로 어른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 또한 폭력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주인공인 알프레드를 비롯해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러 아이들은 모두 부모와 사회로부터 '잊힌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은 책임감 없는 어른들을 떠나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나는데, 동화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도 이런 일들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깊은 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고,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작고 여린 존재들이 짓는 한숨 소리를 누군가 들어 줄 수 있다면, 그 마법처럼 아름답고, 기적 같은 일들이 이 작품 속에서는 가능하다.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 들며, 주체적인 어린이 캐릭터의 새로운 탄생을 보여주는 이 작품이 아동 문학의 고전이 되어 주기를... 그리하여 소외되고, 외로운 어린이들에게 한줌의 온기와 희망이 되어주기를 바래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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