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는 비명 킴 스톤 시리즈 1
앤절라 마슨즈 지음, 강동혁 옮김 / 품스토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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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절라 마슨즈의 <킴 스톤 시리즈>는 독보적인 캐릭터의 힘과 탄탄한 플롯, 전개로 압도적인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으로 스릴러 장르를 좋아한다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시리즈이다. 표지 디자인이 바뀌었고, 제목도 원제에 맞게 달라져 새롭게 시작하는 시리즈이니 만큼 18권까지 계속 나와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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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나의 저주받은 둘째 딸들
로리 넬슨 스필먼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옆의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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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으로 폰타나 가문 둘째 딸의 저주를 눈치챈 것은 일곱 살 때였다. 사회 시간에 가계도를 그리게 됐는데 나는 외가 쪽, 그러니까 폰타나 가문을 선택했다. 단 3초 만에 내 가계를 다 살펴본 레지나 수녀 선생님이 내가 미처 몰랐고 어쩌면 알고 싶지도 않았을 사실을 불쑥 꺼냈다. “네 가계도에서 결혼하지 않은 여자들 전부 말이야.” 선생님이 얼굴을 찌푸리면서 더 자세히 들여다봤다. “이상하구나. 다 둘째 딸이네.”             p.41

 

옛날 옛적 이탈리아 트레스피아노 마을에 얼굴도 심성도 별로인 필로미나 폰타나라는 소녀가 살았다. 필로미나와는 달리 미모를 타고나는 복을 받은 여동생이 있었는데, 자신의 애인까지 동생에게 홀딱 반해버리자 그녀는 동생을 원망하며 폰타나 가문의 모든 둘째 딸들에게 평생 사랑 없이 살라는 저주를 내린다. 그리고 200여 년이 흘렀지만, 필로미나가 저주를 내린 이래로 폰타나 가문의 둘째 딸 중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을 찾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게 우연이든, 말이 씨가 된 경우였든, 혹은 진짜 저주였든 간에 말이다.

 

 

뉴욕 브루클린의 이탈리아 이주민 지역에 사는 에밀리아는 가족들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파티시에로 일하고 있다. 에밀리아는 폰타나 가문의 둘째 딸이었고, 그녀가 만든 디저트에 대해 칭찬을 하는 단골 남자 손님 앞에 그녀를 파티시에로 내세우지 않는 할머니를 비롯해서 온 가족이 그녀가 절대 사랑을 찾지 못하리라고 확신했으며 그렇게 대했다. 하지만 에밀리아는 싱글의 삶에 만족했고, 가족들을 원망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폰타나 가문의 둘째 딸이 가지고 있는 저주에 대해서 들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에밀리아에게 편지가 한 통 온다. 오랫동안 왕래가 없었던 이모할머니 포피로부터 함께 이탈리아로 여행을 가자는 편지였다. 할머니의 여동생인 포피는 가족과 불화를 일으켰던 탓에 집안 전체에서 만남을 금지하고 있었던 인물이기도 했다. 포피는 자신의 여든 번째 생일을 기념해 이탈리아로 함께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한다. 경비를 전액 지원해줄 것이고, 폰타나 가문의 저주도 자신이 풀어주겠다는 것이다. 에밀리아는 물론 함께 여행을 가고 싶었지만, 할머니가 허락하실 리가 없었다.

 

 

“언젠가 알게 될 게다, 에밀리아. 삶이 항상 동그란 원은 아님을. 그보다는 우회로와 막다른 길, 거짓된 시작과 가슴 아픈 이별이 있는 뒤얽힌 매듭일 때가 더 많단다. 길을 찾을 수 없고 지도가 있어봐야 소용없는, 부아가 치밀고 어찔어찔한 미로지.” 포피가 내 손을 꽉 쥔다. “하지만 모퉁이 하나도, 커브 길 하나도 절대로, 절대로 빠뜨려서는 안 된단다.”               p.330

 

할머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우여곡절 끝에 에밀리아와 사촌 루시, 그리고 포피 할머니의 이탈리아 여행이 시작된다. 에밀리아와 루시 모두 폰타타 가문의 둘째 딸이었는데 저주를 믿지 않았지만 독신 생활에 만족해 온 에밀리아에 비해, 저주를 철석같이 믿는 루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남자들을 적극적으로 만나왔지만 이상하게 제대로 된 연애를 할 수 없었다.

 

이렇게 성격도, 생각도, 스타일도 다른 세 사람은 초반에는 의견 차이로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점차 서로에게 의지하며 수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이야기는 에밀리아의 시점과 과거 포피의 시점으로 교차 진행되는데, 여행 내내 포피는 자신이 스무 살 무렵 만났던 첫사랑과의 애절한 사연과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들 가족사의 숨겨진 진실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여행은 에밀리아와 루시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까.

 

 

세대도 성향도 다른 세 명의 여성들이 떠나는 이탈리아 여행의 여정을 통해서 그녀들이 200년간 집안에 내려온 저주를 깰 수 있을 것인가,가 주요 플롯이지만 섬세하고도 다정하게 인물들의 심리를 그려내는 드라마가 워낙 탄탄해서 가족소설로도, 성장소설로도 매력적인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이탈리아 곳곳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보는 재미도 있고, 이탈리아 음식의 맛깔스러운 풍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이 작품이 가진 큰 장점이다.

 

사랑과 저주에 대한 우리의 상상력을 훌쩍 뛰어 넘어 매력적인 가족 드라마를 풀어내는 작가의 솜씨에 감탄하며 읽었다. 특히나 포피 할머니 캐릭터가 너무도 인상적이었는데, 소심한 에밀리아가 스스로의 자아를 찾아 내기까지 가장 큰 역할을 해주었다. 현명하고, 어른스럽고, 통찰력있고, 게다가 유쾌하고, 다정하며, 멋쟁이 할머니인 포피를 보면서 나에게도 이런 할머니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한 가문에 내려진 저주와 이탈리아 여행이라는 소재가 만나서 어쩐지 동화스럽고, 한편으로는 영화 같기도 한 그런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 같다. 소설을 읽는 것만으로 이탈리아 여행을 떠나는 듯한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면, 운명에 도전하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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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Challenge - 영어회화 루틴 만들기
이시원.시원스쿨어학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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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작심삼일로 끝나게 되는 경우가 가장 많은 목표나 계획이 영어 공부가 아닐까 싶다. 사실 학창 시절에 꽤 오랜 시간을 들여 우리는 영어 공부를 해왔다. 그래서 아는 단어들은 꽤 있는데도 불구하고, 실전에서는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분명히 아는 단어의 조합인데도 말이다. 특히나 주입식 암기 교육의 세대라면 더욱 '회화'가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영어 회화'는 가볍게 해외 여행만 가더라도 꼭 필요한 것이기에, 오히려 학창시절보다는 졸업한지 한참 된 지금의 우리에게 더 절실하다.

 

나 역시 영어 공부에 여전히 관심이 많아 매년 원서 독해와 회화 공부에 대한 계획을 세우곤 하지만, 뭐 제대로 끝까지 간 적이 없다.

 

 

그래서 이번에 만난 '66 Challenge'라는 책을 처음 봤을 때, 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데 가장 큰 메리트를 느꼈다. 딱 66일 동안 도전해볼 수 있는 영어 회화 공부라고 하니 말이다. 이 책에 따르면 새로운 행동이 습관으로 만들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66일'이라고 한다. 이는 영국의 심리학자가 진행한 실험에 의한 것으로 동일한 행동을 평균 66일 이후부터 자동 반사적으로 하게 되었다고 하니 말이다. 그렇다면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이나, 목표를 떠올리며 '의무감'에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크게 힘을 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습관처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에 하나씩 상황별 영어회화 표현과 영어 패턴을 익힐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패턴에 단어만 바꿔 끼우면 회화가 되도록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36개의 패턴을 익힐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친구 사귀기에서 직업, 가족관계, 취미, 학교, 성격 등을 묻고 대답하고, 일상 대화에서 요일, 날짜, 날씨, 위치, 기분에 대해 대화하고, 식당, 카페, 쇼핑, 대중교통, SNS 사용하기 등등 다양한 상황별 영어 표현 익히기가 수록되어 있는데, 날마다 다르게 배울 수 있는 주제들이 선정되어 있어 지루함 없이 공부할 수 있다. 그리고 10분 테마별 실생활 예문에서는 바로 실생활에서 적용해 볼 수 있는 문장들이라 회화 연습하기에도 그만이다. 그리고 배운 표현을 25개의 문제를 통해 풀어보며 복습을 하는 것까지가 하루치 공부 분량으로 딱 네 페이지밖에 되지 않는다. 판형이 큰 책이라 한 페이지에 각각의 테마별로 한 눈에 들어오도록 구성이 되어 있어 더욱 좋다.

 

 

게다가 이 책을 구매한 독자들은 QR 스캔 후 접속해서 7일 동안 무료로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수강권도 받을 수 있다. 영어 습관 달력과 원어민 mp3가 제공되어 활용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책 속에 있는 QR을 통해 강의를 구매하고, 66일 간 영어 공부 습관 미션 달성을 할 경우 강의료를 100% 환급받을 수 있는 특별한 기회도 있다. 무턱대고 학원을 끊거나 온라인 강의를 결제해놓고는 며칠 듣다가 포기해서 끝까지 가본 적이 없다면, 이번 기회를 통해 66일 챌린지에 도전해보면 좋을 것 같다. 강의료 환급이라는 미션이 있기 때문에 챌린지를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될 수밖에 없고, 66일이 지난 뒤에는 영어 공부 습관도 자연스럽게 생길 것이며, 결제한 강의료도 돌려받을 수 있으니 일석 삼조이다.

 

굉장히 실용적인 회화 표현들로 가득한데도 불구하고, 어려운 단어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아서 누구라도 쉽게 시작해 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66일 동안 매일 이 책을 통해서 영어회화를 공부하는 습관을 만들어 보자. 지금부터 66일 뒤, 완전히 달라진 자신의 영어회화 실력을 만나게 될 테니 말이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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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울의 살인법 - 독약, 은밀하게 사람을 죽이는 가장 과학적인 방법
닐 브래드버리 지음, 김은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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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 끼치는 역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아트로핀은 현대 의학에서 새로운 용도로 주목받고 있다. 신경독에 노출된 스파이를 치료한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아트로핀은 병원에서 심장 박동을 제어하는 약물로 흔히 쓰인다. 심장 박동이 느려진 환자나 심지어는 아예 심장이 멈춰버린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다. 또한 수술을 앞둔 환자에게 아트로핀을 투여해서 수술 도중 타액이나 체액이 폐에 고여 폐렴을 유발하는 것을 사전에 막는다. 한때는 사람을 죽이는 데 쓰이던 물질이 치료제로 재탄생한 것이다.          p.95

 

제목부터 미스터리, 스릴러를 연상하게 만들지만, 이 책은 과학 도서이다. 생리학 및 생물 물리학 교수인 저자는 미스터리 마니아이기도 한데, 이 책에서 역사상 독약으로 가장 많이 사용된 11가지 화학 물질과 그것이 사용된 실제 독살 사건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인슐린, 아트로핀, 스트리크닌, 칼륨, 비소 등 각각의 독약이 가지고 있는 치명성과 과학적 원리를 밝히고, 역사 속에서 벌어졌던 독살 사건들을 낱낱이 파헤친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을 죽이는 데 쓰이던 물질이 의료용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건강을 위한 물질로 출발했지만 세상에서 가장 흉악한 독약이 되고 마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물질들이 우리 몸에서 작용하는 과정을 화학적 원리에 근거해 설명해주고 있어 '독살 교양 과학' 도서로서도 상당히 매력적인 책이다. 게다가 실제로 벌어졌던 여러 살인 사건들을 살펴보는 논픽션으로도 흥미진진한데, 웬만한 범죄 소설보다 더 재미있게 읽었다. 사실 범죄의 역사 속에서도 피가 끓어올라 순간적으로 저지르는 충동적인 살인에 비해, 치밀한 사전 계획과 냉혹한 계산에 따라 저질러지는 독살은 그것이 의도적이라는 데 더욱 섬뜩해지는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애거사 크리스티를 비롯해 많은 미스터리 소설 작가들 역시 그래서 독살을 작품의 소재로 종종 사용해 왔을 테고 말이다. 게다가 독살은 철저한 사전 계획과 조사가 있다면 힘 없는 보통 사람도 실행할 수 있는 종류의 살인법이라는 점도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좋은 부분이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완전 살인을 성공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살인 무기를 깔끔하게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피 묻은 칼이나 지문으로 범벅이 된 총기류는 감추기가 어렵다. 그러나 아주 간단하고 단순한 무기라면? 아무런 흔적도 없이 혈액 속에 녹여버릴 수 있는 거라면? 일반적인 식품점이나 마트의 진열대에 독약이 아무런 제재없이 진열되어 있으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우리가 이번 장에서 다룰 독약은 바로 그런 독약이다.         p.243

 

'독약'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대개 치명적인 화학 물질부터 생각하게 마련이지만, 때로는 독을 만드는 성분과 좋은 목적으로 쓰이는 약의 성분이 똑같을 수도 있다. 하나의 화학 물질이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하는, 언뜻 보면 모순인 것처럼 보이는 이런 현상을 사람들이 처음 알아 차린 것은 르네상스 시대였다고 한다. 이 책에서 처음으로 다루는 '인슐린'도 바로 거기에 해당하는데, 인슐린은 겨우 30년 만에 생명을 구하는 기적의 물질에서 치명적인 살인 무기로 전락하는 불행하고 비극적인 역사를 가졌으니 말이다. 이어 대형 마트에서 벌어진 묻지마 범죄에 사용된 아트로핀, 20세기가 밝아오던 시절까지는 강장제, 활력 회복제로 애용되었던 스트리크닌, 매력적인 보라색 또는 푸른색의 꽃을 피우는 투구꽃에서 추출된 아코나이트, 아름다운 꽃을 피우면서도 잎에는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는 디기탈리스, 여러 스파이 소설과 탐정 소설에서 거의 순식간에 죽음을 불러오는 살인의 도구로 가장 악명 높은 독약인 청산가리 등 이 책은 흥미로운 독약의 과학을 자세하고, 쉽게 알려준다.

 

재미있는 것은 염화칼륨처럼 소금과 화학적으로 거의 유사하며, 요리나 간을 맞추는 데 있어 소금보다 더 건강한 대체품으로 팔리는 것도 독약의 목록에 있었다는 점이다. 칼륨이 없으면 우리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지만, 몸 속에 칼륨이 지나치게 많아도 생명에 위협이 된다고 하니 말이다. 영국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연쇄 살인범이 되어 아직도 경비가 삼엄한 램튼 병원에서 형을 살고 있는 얼릿은 바로 이 염화칼륨을 통해 자신이 간호했던 어린이들을 살해했다. 그 외에도 가장 역사가 길고 가장 흉악한 종류의 독약 중 하나인 비소, 전쟁에서 무기로 사용된 염소 등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과학의 여러 측면에 대해 만날 수 있었다. 생리학자의 눈으로 보는 독극물에 대한 모든 것이 궁금하다면, 11가지 화학 물질이 어떻게 독으로 변해 사람을 죽이게 되었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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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딸들의 완벽한 범죄
테스 샤프 지음, 고상숙 옮김 / 북레시피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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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우리 자매는 깨진 조각들을 억지로 갖다 붙인 그런 여자를 엄마로 두고 자란 상처투성이의 아이들이었다. 내가 태어날 때부터 엄마는 사기꾼이었으니까, 나는 사기꾼의 딸로 태어났다.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살았고, 엄마처럼 미소로 상대를 현혹하는 자질도 타고났다. 사람들은 이걸 '매력'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이것을 '유용한 것'이라 부른다.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이에 따라 어느 상황에서건 그에 적응하여 상대의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거울처럼 행동하는 능력. 이건 자질도 저주도 아니었고 그냥 쓰기 좋은 도구였다.           p.37

 

노라는 전 남친과 현재의 여친과 함께 은행에 도착했다. 현재의 여친이 전 남친과도 친구 사이였기에, 셋이 함께 모이면 불편할 수밖에 없었지만, 잠깐 은행 안으로 들어가 돈만 입금하면 되니까 20분만 참자고 생각한다. 이른 아침이라 줄을 서 있는 사람은 두 사람뿐이었고, 노라와 아이리스, 웨스는 줄을 선다. 그런데, 그들 바로 앞에 줄을 서 있던 남자가 갑자기 총을 꺼내 든 것이다. "바닥에 엎드려!" 라는 은행 강도들의 18번 대사를 듣고는, 은행 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 바닥으로 엎드린다. 그렇게 세 친구는 은행 강도에게 인질로 잡히게 되는데, 보안 요원은 총에 맞아 쓰러지고, 강도들이 원하는 지점장은 현재 자리에 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노라는 어떤 방법을 쓰든 자신과 친구들이 살아남도록 해볼 작정이다.

 

여기서 잠깐, 노라는 평범한 10대 소녀가 아니었다. 노라의 엄마는 전문 사기꾼이었고, 자신의 딸을 철저하게 교육시켜 사기에 이용했다. 태어나면서부터 사기꾼의 수제자로 자란 노라는 자연스럽게 사기를 배웠다. 노라의 엄마는 자신의 딸에게 각기 다른 정체성을 부여하여 그에 맞는 성격과 머리 색깔을 갖도록 했고, 먹잇감을 완벽하게 사기 치기 위해 분신하는 여자들의 완벽한 딸이 되도록 강요했다. 그렇게 레베카, 사만다, 헤일리, 케이티, 애슐리라는 각기 다른 성격과 겉모습을 가진 소녀들이 탄생했고, 사실 노라의 이름 또한 그녀의 진짜 이름이 아니었다. 노라는 그렇게 거짓말과 폭력의 삶 속에서 살다가 겨우 엄마와 그녀의 남편을 감옥으로 보내고, 그 끔찍한 지옥에서 벗어나 5년 째 평범한 생활을 하던 중이었다. 한때 희대의 사기극 중심에 섰던 노라는 그 동안 숨겨왔던 자신의 정체를 무기로 엄마로부터 배운 기술들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은행 강도들에게 맞설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그런 말을 몇 번이나 들었던가? 세상은 그런 거란다. 남자란 다 그런 거야. 세상은 다 그런 거니까 네가 알아서 처신해. 이번에도 엄마는 세상은 다 그런 거니까 나보고 알아서 하라고 할가? 내가 헤일리였을 때 엄마는 '이거 해낼 수 있지?'라고 했고, 나는 '그렇다'고 했으며, 그 결과 피를 보았다. 난 지금까지 항상 너무 '예'라고만 했던 건 아닌가? 모든 걸 포기하고? 그래서 결국 이렇게 여기까지 온 거지? 우리 엄마는 괴물일까?              p.231

 

이야기는 은행 강도의 인질이 된 노라와 친구 아이리스와 웨스의 현재 시점과 노라의 과거가 교차 진행된다. 노라와 언니 리가 어떻게 엄마로부터 벗어났는지, 노라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어떤 짓까지 저질러야 했는지 말이다. 그리고 노라의 친구 두 명과의 과거도 함께 보여지면서, 그들간의 관계와 현재 노라의 처지에 대해서도 차곡차곡 이야기를 쌓아 나간다. 무엇보다 노라의 어린 시절을 그리고 있는 장들이 충격적이다. 상냥하고, 조용하며, 명랑한 소녀로 살 때는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머리띠를 하고 다니다가, 가냘프고, 우아하며, 얌전한 소녀가 되어서는 머리를 두 갈래로 땋고 다니며 엄청난 장난감 인형을 쌓아 놓고 살았고, 겸손하고, 독실하며, 얌전한 소녀일 때는 상대가 어떤 행동을 해도 연약하게 다 받아줘야 했으며, 그러다 결국 사랑스럽고, 생기 넘치며, 똑똑한 소녀가 되어서는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저지르게 된다. 노라의 어린 시절은 의지할 곳 없는, 정신적으로 학대 당한 시간들이었다. 그럼에도 노라는 살아 남았고, 그 여러 명의 소녀들이 가르쳐준 거짓말하는 법, 숨는 법, 싸우는 법, 두려움, 생존하는 법을 다시 꺼내려고 한다. 친구들을 구하고, 살아남기 위해서.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 테스 샤프는 이 작품을 통해 정말 매혹적인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곧 넷플릭스로 영화화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영상화된 버전도 매우 기대가 된다. 원작 소설 역시 시리즈로 만들어도 되겠다 싶을 만큼 캐릭터의 힘이 압도적인 작품이라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가 군더더기 없이 매끄럽게 펼쳐져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한 번도 진짜 자신의 모습대로 살아 보지 못한 한 소녀가 자기 자신을 찾아 가는 과정, 가짜 삶이 아닌 진짜 삶을 배우기 시작하는 순간의 감동도 있고, 끝까지 드라마틱한 전개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몰입감도 뛰어난 작품이다. 완벽한 캐릭터가 만들어 내는 완벽한 스릴러가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만나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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