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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스트레인저
세라 워터스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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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40이 가까워 오는 패러데이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영국 워릭셔의 유서 깊은 저택 헌드레즈홀에서 일했던 유모의 아들로, 부모의 헌신 덕에 의사가 되었지만 벌이는 신통치 않다. 건강 보험법이 통과되면 수입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인기는 없지만 실력은 꽤 인정받고 있다. 응급환자를 돌보는 동업자 대신 찾게 된 헌드레즈홀에서 그는 유년시절의 기억과 조우한다. 저택은 이미 쇠락의 기운이 가득하다. 양차 대전 이후, 에어즈 가문의 가세가 기울었고 넓은 저택을 관리하던 하인들도 하나 둘 떠난 것이다. 패러데이는 저택의 영광된 시기를 잘 기억하고 있다. 방문 이유는 그 댁의 유일한 하녀, 베티의 꾀병 때문인데 너무도 크고 조용한 저택의 ‘기운’에 짓눌려 느낀 공포가 그 원인이었다.


저택의 구성원은 에어즈 부인과 그녀의 자녀들인 캐럴라인과 로더릭이다. 낡은 옷을 걸칠 지언정 과거의 영광을 두르고 살아가는 에어즈 부인과 달리, 자녀들은 어떻게든 살림을 꾸리는데 힘쓰고 있다. 가주인 로더릭은 24살로, 전쟁에서 얻은 상처가 낫기도 전에 농장 일을 하느라 언제나 고달프다. 26살인 캐럴라인은 털털한 성격이지만 저택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지라 외모에 신경쓸 틈이 없다. 그들의 이름에 지워진 책임은 막중하지만... 패러데이는 로더릭의 다리 상처를 봐주겠노라며 주말마다 저택을 방문하며 에어즈 가와 친분을 맺는다. 패러데이의 시선은 저택의 인물들을 낱낱이 해체하며, 당시 영국 사회의 귀족의 몰락을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그 몰락은 이미 낡아버린 저택의 구성원들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사악한 것’에 공격을 당하면서 시작된다.


저택(계급)에 대한 공격은 가문을 지켜온 오랜 피의 약점을 하나씩 들춰낸다. 처음은 가주로서의 책임이 막중한 로더릭을, 다음은 개 지프에 의지하는 캐럴라인을 그리고 긍지 넘치는 에어즈 부인의 아픈 과거가 마지막 대상이다. 귀신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은 저택에 머무는 여러 사람들에 의해 목격되지만 오직 ‘에어즈 가’ 사람들만 공격한다. 이러한 존재(리틀 스트레인저)의 정체는 마지막까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으며, 세 사람에게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가문의 몰락과 마찬가지로 주목해야할 점은 바로 ‘패러데이’의 심리 상태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헌드레즈홀을 동경했고, 쇠락했을지언정 여전히 아름다움을 간직한 이 저택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 에어즈 가 사람들이 공포에 질릴수록, 에어즈 가의 준-구성원이 되어 이 사태에 끼어드는 그의 모습은 점점 기이한 형태로 발전된다.


폴터가이스트를 소재로 했지만 무섭지 않은 것이, 정작 작가가 얘기하려던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조금 으스스하긴 했지만 앞부분은 오히려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과학도, 의사로서 전개하는 패러데이의 논리가 의아하게 느껴지는 순간부터 이 소설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패러데이의 욕망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바로 공포의 발원지이기 때문이다. 로맨스가 지루하게 느껴지는 이유 또한 후반부에 가서야 이해가 된다. 공포소설이라기 보다는 추리소설에 가깝지 않은가 한다. 소설은 사회변화가 가져온 계급의 몰락과 욕망을 거대한 저택에 비유한다. 저택을 지키려는 사람, 떠나려는 사람, 떠날 수 없는 사람 그리고 들어가려는 사람... 결국 떠나고자 한 사람은 자유를 얻지 못했고, 들어가고자 한 사람은 권한을 얻지 못한다. 사회가 변했을지언정, 계급이 몰락했을지언정 이미 그어진 선은 넘을 수 없다는 것일까? 처음부터 시작한 찜찜한 분위기는 개운하지 못하게 마무리된다. 개인적으로 세라 워터스의 전작이 낫다고 느껴진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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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11-13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읽다보니, 조금 무서운 면도 있는 이야기 같은데요.^^;
잘 읽었습니다. 에이바님, 즐거운 주말 되세요.^^

에이바 2015-11-14 10:46   좋아요 1 | URL
섬찟한 부분들이 있었어요. 서니데이님도 행복한 주말 되세요^^

CREBBP 2015-11-14 17: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경우 어느 순간 패러데이의 욕망이 읽혔냐면 캐롤라인이랑 결혼하자고 하면서 우리 집이라는 표현을 쓸 때 그랬어요 완전 깜놓했죠. 그래서 그 이후부터 그의 계략을 눈여겨보려고 집중했는데 화자가 독자애개 거짓말을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죠

CREBBP 2015-11-14 17:40   좋아요 0 | URL
그 전까도 조금 의심은 했지만..암튼 그럼에도 결론에 대해 이해가 안돼요. 화자가 어떻게 그 모든 일을 꾸밀 수 있죠? 사건이 있던 부분만 골라서 다시 읽어봐야겠는데 두꺼워서 쉽지 않겠다는 생각에요.

에이바 2015-11-15 12:35   좋아요 1 | URL
(스포일러)




이건 제가 이해한 거긴 한데... 산만한 중에 읽은지라 기억만 더듬어 볼게요. 패러데이의 진술이 처음부터 거짓일 가능성을 고려해야할 것 같아요. 오히려 헌드레즈홀(상류층)에 대한 욕망만큼은 선연한데, 어릴적에 벽장식을 떼서 호주머니에 넣잖아요. 베티 왕진으로 30년만에 찾은 저택에서도 그 부분을 가장 먼저 확인하고요. 그리고선 로드에게 치료를 빙자해서 접근하는데 집안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이죠. 전장에서 귀환한 20대 초반의 청년을 의사가 주무르기 쉽잖아요. PTSD 치료 경험도 있고요. 로드에게 건넨 연고나 담배에 환각 성분이 있었을 수도 있고, 지프를 자극한 것도 패러데이 일 수 있죠. 또 남매와 달리 어릴 때 수전의 존재와 에어즈 가의 영광을 알고 있으니 에어즈 부인을 자극할 수 있죠. 베티는 어리고 순진하니 의사라는 권위가 더욱 먹히고요. 저택 식구를 하나씩 고립하면서 남은 건 캐럴라인인데, 군에서도 멋지게 복무를 했고 `에어즈 가`에 어울리면서도(권위) 어울리지 않는(자유) 인물이잖아요. 캐럴라인을 살려둔 것은 그녀를 통해 욕망을 달성함과 동시에, 호락호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봐요. 후반부 패러데이가 발광할 때 캐럴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처음 봤을 때의 눈빛과 비슷하고, 자신에게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는 부분이 있는데 거기서 확인할 수 있고... 심지어 지인들까지 캐럴의 파혼을 이해한다고 해야 하나 패러데이를 애잔하게 보잖아요. 결국 삼년이 지났음에도 열쇠를 버리지 않고 저택을 드나드는 집착에서 봐도 뭐 패러데이는 정상이 아니다... 그런...ㅋㅋㅋ 마지막 장면은 자신도 알고 있다는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에이바 2015-11-15 1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근데 별점 너무 짜게 줬네요. 3.5 정도 됩니다... 사라 워터스에 대한 기대치 때문에 깎은 거예요 ㅠㅠ

단발머리 2015-11-15 2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이바님~ 리뷰 잘 읽었어요.
도서관에서 빌려읽던 중에 무섭다는 리뷰가 많아, 무서운 부분까지만 읽어야지... 했거든요.
저택 파티에서 여자아이가 개에게 물렸을때부터 읽지 않았는데 며칠을 계속 궁금한 거예요.
다른 분들 리뷰 읽어도 이해가 안 되구요.
오늘에서야 .... 아하...했습니다.
마저 읽고 싶기도 하고, 조금 무섭기도 하고.... 그런 밤입니다. ^^

에이바 2015-11-16 13:00   좋아요 0 | URL
에어즈 부인에게 리틀 스트레인저가 다가오는 부분이 좀 무서워요. 개에 물리는 장면부터 재밌어지는데 아쉽네요 ㅎㅎ 근데 전체적으로 그다지 무섭진 않았어요. 음...
 
돈키호테 1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지음, 안영옥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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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는 스페인의 황금시대였다. 그러나 정치·외교적 결합은 영토 내 갈등과 분열을 봉합하지 못했고, 펠리페 2세는 스페인의 내적 통일을 위해 가톨릭을 강조한다. 이는 사회·경제적 발전을 시작한 타국에 비해 스페인이 뒤처지는 배경이 된다. 금서 목록의 선포는 출판물의 검열로 문학 발전을 저해했다. 세르반테스는 레판토 해전 참전영웅으로, 포로로 붙들려 5년간 노예생활을 한다. 가까스로 돌아온 고국은 짙은 패배감에 빠져 있다. 네덜란드는 독립하였고 무적함대는 영국에 격파 당했으며, 국가는 파산했다. 도덕적 가치를 부르짖던 시절은 역사 너머로 사라졌다. 따라서 그는 당시 스페인 사회의 모순을 풍자하는, 기사소설을 패러디하는 노인 편력기사가 등장하는 소설을 구상한다.


『돈키호테』는 기사소설에 푹 빠진 한 노인이 옆집에 사는 농부를 꼬드겨 종자로 삼고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이다. 이 영감에게 풍차는 거인으로, 창녀는 귀부인으로, 놋쇠 대야는 전설의 투구로 보인다. 따라다니는 시선들은 그를 ‘광인’으로 취급한다. 재미있는 것은 기사소설에 관련된 상황에서만 모험을 빙자한 사건·사고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즉 다른 주제를 다룰 때 이 이달고의 통찰력과 판단력은 정상이다. 돈키호테는 정말 광인일까? 그런 것 같지 않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이 기사소설을 ‘패러디’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에라 모레나 산맥에서 둘시네아로부터 버려졌다는 ‘설정’의 고행을 시작하는 장면을 보자.


이미 내가 말하지 않았나? 돈키호테가 말했다. 아마디스를 모방하여 여기서 절망한 채 어리석고 분노에 찬 자로 지내겠다고 말이야. 그리고 곁들여 용감한 돈 롤단도 모방할걸세. … 그중에서 제일 핵심적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큰 틀에서라도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볼 작정이네. (355)


돈키호테가 미친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아무도 기사도와 정의를 논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는 왜 ‘광인’ 취급을 받으면서도 모험을 계속하는 것일까. 편력기사가 되어 정의로운 이상을 펼치는 것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변화된 스페인에서 기사소설 속에 등장하는 영웅적 가치들은 비웃음의 대상이다. 그러나 등장인물들은 돈키호테를 조롱하면서도, 그들 역시 기사소설에 통달한 이중성을 보여준다. 작품 초반에 돈키호테의 서재에서 불온서적을 골라내던 신부와 이발사, 미코미코나 공주 행세를 했던 도로테아, 객줏집 주인과 그 가족, 이후 만나게 되는 교단 회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돈키호테만큼 기사소설을 좋아한다. 객줏집 주인은 그 내용이 허구라는 말에 분개할 정도이다. 황금시대를 그리워하면서도, 그 때를 상징하는 ‘기사소설’의 가치와 그 상징을 박대하는 당시 스페인 사회의 모순인 것이다.


돈키호테로 대변되는 이상주의를 추구하는 인간의 모습은, 그가 소중히 여기는 ‘자유’에서 잘 드러난다. 서문의 ‘자유는 황금으로도 살 수 없다’는 말은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이는 세르반테스가 노예 생활을 통해 뼈저리게 배웠던 인간의 존엄으로, 자유를 강제하는 것을 무자비하게 여겨 자신의 의지에 반해 끌려가는 포로들을 풀어주는 돈키호테의 모습에서 엿볼 수 있다. 무어 여인 소라이다와 함께 등장한 포로의 이야기에 나오는 사아베드라 아무개는 세르반테스 자신이며, 아무리 두들겨 맞아도 편력기사로서의 사명을 포기하지 않는 돈키호테의 모습은 그 자신의 경험이 투영된 것이다.


그의 주장은 남성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당시의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로 인식되었으며, 최고의 가치는 아름다움과 순결이었다. 결혼 후 ‘집안에 갇혀 살던’ 카밀라, 정인이 있음에도 아버지가 결정한 사람과 결혼해야 했던 루스신다, 천과 망으로 창문을 가려놓은 집에 살았던 클라라는 당시 여성들의 삶을 보여준다. 세르반테스는 목동 마르셀라의 순결에 대한 이야기와 비혼 선언을 비호하는 돈키호테를 통해, 여성 역시 남성과 평등하며 자신의 인생을 결정할 자유의지가 있음을 알린다. 이 외에도 신분 차이와 같은 갈등으로 이뤄지지 못했던 남녀를 맺어줌으로써, 자유연애를 거쳐 사랑으로 맺어진 결혼을 장려하는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돈키호테가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불도저 같은 인물로 해석되던 시기가 있었다. 시대착오적 인물로, 계몽적 인물로 또 실존적 인물로 해석되기도 했다. 시대별로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은 작품이 전달하는 힘이 그만큼 생생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호황 시절을 그리워하는 대한민국은 황금시대를 그리워하던 스페인과 닮았다. ‘섬’을 얻어 신분 상승을 꿈꾸는 산초 판사의 욕망 역시 로또 1등을 염원하는 현대인의 욕망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현실에 두 발을 딛고 섰던 산초 판사가 돈키호테의 이상에 어느 정도 공감하여 동화되어 가는 것처럼, 가치 있는 일을 행동으로 옮기는 열정은 그 온도를 주변에 퍼뜨린다. 출간된 지 400년이 지났지만 돈키호테가 우리 시대에 의미를 주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 그리고 ‘사랑’을 역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에 대한 열정과 그 도전이 하찮게 느껴지더라도, 그 시도가 몰가치 한 것이 아님을 돈키호테는 보여주고 있다. 비록 수레에 실려 집으로 돌아오지만 누구도 걷지 않았던 길을 걸었던 그의 모험은 진정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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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5-11-12 1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돈키호테, 항상 `읽고 싶어요`에 올라있는 책이지만, 아직도 시작을 못 하고 있는, 그 돈키호테.
집에는 창비 출판사에서 나온 빨간 책이라, 열린책들 사서 읽으리라 하고 세월만 보내고 있었는데,
에이바님 멋진 리뷰 읽고나니, 이젠 더 이상 안 되겠어요.
읽어야겠네요. 진짜...
만나야겠네요, 이 사람 ^^

에이바 2015-11-12 14:29   좋아요 1 | URL
특유의 만연체도 잘 살린 번역인데 앞 부분만 잘 넘기면(문장) 술술 넘어가요. 구스타프 도레의 삽화도 삽입이 되어 있고, 주석도 풍부한데 주석은 호불호가 좀 갈리는 모양이에요. 미주가 아니라 각주라서... 돈키호테의 모험담에 낄낄 웃다가도 측은해지고 오만 생각이 다 드네요. 기사소설 덕후 영감님 만나보세요, 단발머리님. ㅎㅎ

만병통치약 2015-11-12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덕후˝ 맞네요. 기사애니 덕후...돈키호테를 두고 이런 저런 해석이 많은데 오늘로 논쟁 종결이네요. 돈키호테는 세계최초의 덕후문학이다.!!!

에이바 2015-11-12 17:48   좋아요 1 | URL
그렇죠? 요즘 시대에 태어났다면 코믹콘에서 코스프레로 유명세를 떨쳤을 거예요.ㅎㅎ

붉은돼지 2015-11-12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함 읽어보려고 열린책들 `돈키호테`를 사 놓고는 있습니다만...
그 중후한 자태를 볼때마다 감히 엄두를 못내고 있습니다. ㅜㅜ 너무 두꺼워요 ㅜㅜ

에이바 2015-11-12 17:50   좋아요 0 | URL
며칠에 걸쳐 읽긴 했는데 재밌었어요. 앞부분에 글투만 좀 적응되면 진도가 쑥쑥 나가요. 액자소설 구성의 이야기들도 좀 있고...

2015-11-13 1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14 1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망 좋은 방 열린책들 세계문학 28
E. M. 포스터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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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회자되었던 배우자를 고르는 법은 같은 풍경을 보고 싶은 사람이어야 한다고 했다. 같은 풍경을 바라본다는 것은 관심사와 가치관 등 많은 것을 함축하는 것이기도 하다. E. M. 포스터의 작품 제목이기도 한 ‘전망 좋은 방’은 그런 배우자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주인공 루시는 약혼자 세실이 ‘창이 없는 응접실’처럼 느껴진다. 세실은 자신을 전망 좋은 방으로 여겨주길 바랐지만... 어째서일까. 세실은 중세, 고딕 조각 같은 금욕적 인물이다. 잘난 자신에게 도취되어 뽐내기를 즐기고, 사람들을 평가하고 가르치려 든다. 루시의 가족들은 그를 좋아하지 않지만, 어쨌든 그는 좋은 배우자의 조건을 갖추었다. 잘난 외모와 사회적 지위 때문에 루시의 이상적인 배우자로 여겨진다. 사회와 주변 인물들의 가르침 덕에 루시 역시 그를 사랑하노라 ‘생각’한다. (루시는 세 번째 청혼에서야 그를 받아들인다.) 이웃을 곯리고자 한 세실의 심술은 에머슨 부자를 이 런던 교외의 조용한 동네에 정착케 한다. 여기서 과거의 일이 불쑥 튀어나온다.


이들 모두는 이탈리아 여행에서 만났다. 루시는 나이 차가 있는 사촌 샬럿과 함께 여행중이었다. 피렌체에서 머문 빌라, 그 곳에서 에머슨 부자는 괴짜로 여겨진다. 아버지는 예의 없고 아들은 염세주의자이기 때문인데 아직 어려 사회의 기준에 물들지 않은 루시는 이들을 좋게 보려한다. 광장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 기절한 루시를 돌봐 준 조지. 그는 이 사건으로 인해 살아야겠다고 마음먹는다. 날씨가 좋은 날, 떠난 소풍에서 풍경을 즐기던 조지는 우연히 제비꽃 밭에 떨어진 루시에 다가가 열정적인 키스를 한다.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데, 하늘에서 떨어진 루시는 너무도 아름다웠으리라. 그날 밤 비를 맞고 돌아온 조지는 루시와 대화하려 했지만 샬럿에게 제지당한다. 샤프롱인 샬럿이 그 장면을 봤기 때문이다. 루시 역시 무언가를 느꼈지만 다음 날 아침 샬럿의 재촉으로 떠나야 했기 때문에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나서 로마에서 세실을 만나 약혼에 이른 것이다. 어쨌든 루시와 재회한 조지는 행복하고, 루시는 불편하다. 남동생의 초대로 조지와 어울리게 된 루시는 그가 키스 사건을 함구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이 일을 비밀에 부치게 한 샬럿이 조지와의 일을 발설했음이 드러난다. 화가 난 루시는 샬럿에 따지지만 결국, 사촌의 의도대로 조지에게 떠나줄 것을 요구하게 된다. 이에 조지는 루시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세실의 본모습을 보라고 한다. 루시는 자신의 눈에서 ‘비늘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느낀다.


이상적인 조건을 갖춘 세실은 루시를 한 존재로서가 아닌, 방에 걸어 둘 예술품 같은 소유물로서 사랑한다. 그래서 루시는 약혼자를 ‘창이 없는 응접실’ 같다고 여겼을지 모른다. 살고자 하는 욕망, 사랑을 담아 열정적인 키스를 했던 조지, 그리고 어설픈 키스를 한 세실의 차이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조지는 솔직하게 고백한다. 자신도 루시를 ‘가지고 싶고 지배하고 싶다’고. 하지만 자신의 품안에서도 ‘다른’ 생각을 하기를 바란다고 한다. 루시 스스로의 생각과 행동, 그 자체를 사랑한다고 말이다. 조지는 루시가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이라며 호소한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었다. 샬럿의 가르침, 어머니와 사회의 시선으로 루시는 세실을 ‘사랑한다’고 믿었고 그와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응접실에 걸린 그림, 화병에 놓인 꽃처럼 살기엔 그녀의 영혼은 너무도 열정적이다. 언제나 ‘승리’한 것처럼 피아노를 연주하는 루시. 결국 세실과 파혼하지만 손가락질 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도피하려 한다. 그러나 목사관에서 만난 에머슨 씨와의 대화로 사랑을 마주할 용기를 낸다. 루시와 조지는 피렌체의 그 빌라, 전망 좋은 창가에 앉아 서로의 이름을 속삭이며 끝난다.


눈에서 비늘이 벗겨진 순간 그 광장에서, 그 숲 속에서 조지는 루시를 발견했고 사랑에 빠졌다. 에머슨 부자는 솔직하기 때문에 무례하게 느껴지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이들이다. 루시를 향한 사랑에도 자유를 주고자 하는 소망이 드러나 있지 않은가. 예의범절, 사회의 관습을 중시하던 루시가 결국 내면의 열정을 택하는 것은 이탈리아 여행 덕분이었다. 작품에 등장하는 영국은 내내 보수적인 시선으로 그려진다. 반면 이탈리아는 자유로운 시선을 대변한다. 가부장에 도전하지만 한계를 지닌 영국인 여성, 엘리너 래비쉬가 등장하는 곳도 이탈리아다. 이곳에서 주인공들은 사랑에 빠지고, 삶에 대한 시선을 달리한다. 루시는 주변인들의 위선을 감지할 만큼 새로운 경험을 얻었으며, 조지는 사랑을 알고 염세주의를 버린다.


조지의 진솔한 고백이 와 닿는다. 있는 그대로,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만큼 어려운 게 어디 있을까. 눈에서 비늘이 벗겨진 사람은 루시만이 아니었다. 샬럿은 양심을 발휘하여 루시를 자신이 속한 그 어둠의 군대에서 몰아냈다. 용기 내어 응접실의 그림이 아닌, 전망을 택한 루시처럼 때로는 행복을 위해 사회의 가치관에 맞설 용기가 필요하다. 후일담이 함께 실린 꽉 막힌 해피엔딩이다. 이탈리아인들은 사랑을 잘 안다고 했던가? 마부가 좋은 남자(젠틀맨, 여기서는 함께 소풍을 갔던 목사)에게 데려다 달라고 했던 루시를 조지에게 데려다 준 것을 보면 그 말이 틀린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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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11-06 1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읽다가 포기한 책이로군요...^^
그렇게 지루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열린책들 책은 글자가 너무 깨알스럽게 많고 줄간격이 또 좁아 눈알이 몹시 피곤하고 또 책장 넘기는 재미가 없어요 그래서 실패......

에이바 2015-11-06 18:06   좋아요 1 | URL
지루한 건 딱히 없는데 앞부분은 묘하게 집중하기 어려웠어요. 영화도 재밌어요. 헬레나 보넘 카터가 열여덟살인가 그때 찍었는데 무지 이쁩니다..

다락방 2015-11-06 15: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래전에 이 책 읽었는데 이게 이런 내용이었나요?(기억력 어쩔 ㅜㅜ)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에이바 2015-11-06 18:07   좋아요 1 | URL
20세기 초 소설이라는 걸 감안해야 하지만 괜찮았어요. 영화도 배우들 비주얼 아름답고 좋고요..

2015-11-07 1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11 1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풀잎관 1 - 2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2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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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쌀쌀해지는 때, 「풀잎관」을 먼저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지난 여름 ‘로마’에 빠지게 한 『마스터스 오브 로마』의 2부이다. 방대한 분량으로 인하여 1부를 미처 읽지 못하신 분들, 시간이 지나 인명과 지명을 잊으신 분들도 안심하시라. 콜린 매컬로는 등장인물들과 함께 지난 사건들의 추이를 되짚으며 독서 보폭을 맞춰주고 있다.


‘로마 제3의 건국자’라 불리던 가이우스 마리우스는 로마 정치계에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그의 측근으로 정계에 입문한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는 스카우루스의 젊은 아내 달마티카로 인해 법무관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한다. 로마의 평화는 더 이상, 유구르타와 게르만족에 맞섰던 두 영웅에게 환호하지 않는다. 게다가 정적인 퀸투스 카이킬리우스 메텔루스 누미디쿠스(똥돼지)의 귀환으로 두 사람의 입지는 더욱 좁아진다. 마리우스는 가족과 함께 동방으로 여행을 떠나는데, 실은 로마의 아시아 속주와 이웃한 폰토스 등의 정세를 살펴볼 목적이었다. 선거 참패, 아우렐리아와의 접촉과 거부로 인해 술라는 지독한 좌절감에 빠진다. 전장에서 떠난 지 3년, 그는 익숙한 살해 욕구에 시달린다. 1부에서와 마찬가지로, 다시 선조의 이마고를 보관해 둔 작은 서랍 앞에 선 술라. 그는 작은 병을 손에 쥐고 욕구를 해소할 곳으로 향한다. 여신이 사랑하는 자(펠릭스)답게, 깨끗하게 일을 마무리한다.


1장의 대부분은 마리우스의 동방 여정기로, 앞으로 다가올 ‘아시아 속주 전쟁’을 위한 초석이다. 앞서 폰토스의 혼란을 정리한 미트리다테스 6세는 로마에 사절을 보내 우호동맹국의 칭호를 요구한다. 그러나 앙숙 비티니아의 니코메데스 왕의 항의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트리다테스는 갈라티아를 손에 넣고, 상인으로 변장해 비티니아를 오가면서 정세를 살핀다. 1년여 잠행 끝에 궁에 돌아온 그는 반란을 모의한 이들을 숙청하고 왕권을 강화한다. 비티니아를 방문한 마리우스는 이 곳이 상당히 부유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페르가몬에 총독으로 부임한 스카이볼라와 보좌관 루푸스와 조우한다. 부재중 투표로 마리우스가 조점관(신관)에 선출되었다는 소식을 알리고 스카이볼라는 급히 로마로 향한다. 집정관 시절 마리우스가 속주에서 걷은 세금으로 로마의 빈민층을 공유지에 정착시키기 위해 힘을 쏟을 때, 징세청부업자들은 세금 수치를 날조하고 고리대금업을 일삼았다. 가혹한 수탈은 로마인에 대한 증오를 키울 뿐이었다. 총독으로 부임한 스카이볼라는 이를 바로잡았고, 국고 위원회에 로비하는 징세청부업자들을 저지하기 위해 귀국해야했던 것이다.


한편 마리우스는 토가 프라이텍스타로 차려입고, 수백명이 호위하는 미트리다테스 앞에 홀로 선다. ‘로마의 위엄’ 그 자체다. 이 만남으로 마리우스는 카파도키아 왕의 정체, 그리고 동방에 드리운 폰토스 왕 미트리다테스의 영향력과 야망을 꿰뚫어본다. 위협을 느낀 미트리다테스는 아르메니아의 티그라네스와 결혼 동맹을 맺는다. 로마에는 새로운 집정관, 법무관, 감찰관들이 뽑힌다. 주목할 부분은 새로운 감찰관들이 아시아 속주의 징세계약을 마무리한 뒤 로마 인구의 전수조사를 계획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인들은 오랜 차별 속에서도 청년들을 로마 군대에 보내왔고, 로마 시민권을 열망해왔다. 그들은 결국 거짓 명부를 작성하게 되고, 이는 ‘동맹시 전쟁’이 벌어지는 시발점이 된다. 7년 전, 아라우시오 전투에서 살아남은 드루수스는 마르시족 실로와 친우가 된다. 그의 가치관을 바꿔버린 이 전투 덕분에, 드루수스는 원로원에 입회한 뒤에도 이탈리아에 관한 진보적인 발언을 해왔다. 드루수스의 측근이자 마르시족 출신으로 로마 군인으로 복무했던 전사, 실로가 거짓명부 작성 사건을 물밑에서 작업한 인물이라는 사실은 앞으로 벌어질 전쟁에 휘말릴 로마와 드루수스의 운명을 예감하게 한다.


마리우스의 친우이자 루푸스의 두 조카딸 아우렐리아와 리비아(드루수스의 여동생)의 이야기도 진행된다. 아우렐리아는 어린 아들 가이우스 카이사르의 영민함으로 인해 고민에 빠져 있지만 역사를 알기에 그의 짧은 등장에도 기대하게 된다. 리비아는 여전히 행복하지 않은 결혼생활 중이다. ‘톨로사의 황금’ 사건으로 결혼 후에도 오빠네에 얹혀 살면서, 리비아는 부부와 여성의 삶에 대한 생각을 발전시킨다. 그래서 남편 카이피오 2세가 스미르나에 숨긴 재산을 정리하기 위해 여행길에 올랐을 때,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오빠 부부에게 신혼 생활도 제공하고, 자신의 자유를 위해 진정한 자기만의 공간을 찾으려 했던 것이다. 로마에서 멀지 않은 투스쿨룸에 위치한 오래된 빌라에 정착한 리비아. 그녀는 그 곳에서 소녀 시절 꿈에 출연했던 빨간 머리 오디세우스를 운명적인 재회를 한다. 1부에서 이어지는 리비아의 이야기에서는 지배층 파트리키 여성의 제한된 삶, 그리고 결혼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실감할 수 있다. 드루수스 남매의 성장과 이어질 삶을 지켜보는 과정은 즐거우면서도 고통스럽다.


관직의 사다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재산이 필요하다. 술라는 가까운 히스파니아에서 율릴라가 예언했던 ‘풀잎관’을 열망하지만 받을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별다른 소득 없이 법무관이 되기 위해 귀국한 술라는 어느덧 소년이 된 아들에게서 위로를 받는다. 카이사르 2세는 여섯 살이 되었고, 그와 함께 술라의 다음 세대를 이끌 어린 키케로도 등장한다. 미래를 알고 있는 독자로서 짜릿한 부분이었다. 법무관으로 로마에 갇혀, 속주의 총독 자리를 열망하며 고통과 좌절을 견딘 술라에게 드디어, 운명의 여신이 손을 내민다. 술라는 미트리다테스의 야망으로 야기된 분쟁을 무마하기 위해 킬리키아로 파견된다. 폰토스의 국왕은 속주에서 만난 로마인들을 로마라 생각해왔다. 그러나 술라는 달랐고, 마리우스 또한 그러했다. 미트리다테스는 본능에 따라 후퇴했으나 술라는 황금 한 자루가 절실하다. 그는 폰토스와 아르메니아의 발을 묶기 위해 파르티아 사절단과의 회담을 주선하고, 동방의 문제를 봉합한다. 이제는 집정관 직에 출마할 자금이 충분하다. 인구 조사 법정으로 인한 라티움 지역의 증오와 혼란, 그 외 로마 소식과 함께 온 편지는 오랜 벗 루푸스의 추방을 알리며 1권을 마무리한다.


제목인 「풀잎관」은 1부에서부터 예견된 술라의 운명이다. 따라서 기원전 97년~86년을 배경으로 할 2부는 미트리다테스에 맞설 술라의 동방 원정, 그리고 마리우스의 마지막 집정관 시기와 그의 몰락이 맞물릴 것이다. 또 로마시민권을 요구하는 이탈리아인들 편에 설 호민관 드루수스의 운명도 그려질 것이다. 로마 공화정의 빛나는 시기이자 몰락을 가져온 위대한 군벌들의 시대는 현재진행형이다.


로마가 우리의 신이자 우리의 왕, 우리의 생명 그 자체요. 로마인 개개인은 자신의 명성을 쌓고 동료 로마인들이 자신을 우러러보게 하기 위해 애쓰지만 길게 보면 그것은 모두 로마를, 그리고 로마의 위대함을 드높이기 위한 것이오. 우리는 터전을 숭배하오, 오로바조스 경. 사람도 이상도 숭배하지 않소. 사람은 왔다가 가기 마련이고 이 세상에서 순식간에 사라지오. 이상은 온갖 철학의 바람이 불 때마다 바뀌고 흔들리오. 하지만 터전은 그 땅에 사는 자들이 가꾸고 위대함을 더하는 한 영원할 수 있소. 나,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는 위대한 로마인이오. 그러나 내 삶의 끝에 가서 보면 내가 한 모든 일은 나의 터전, 즉 로마의 힘과 위엄을 확대하는데 쓰였을 것이오. 내가 오늘 이곳에 있는 것은 나를 위해서도, 다른 어떤 사람을 위해서도 아니오. 내가 오늘 이곳에 있는 것은 나의 터전 로마를 위해서요! (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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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2015-11-02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리해서 다시 올렸습니다.

살리미 2015-11-02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로마... 손대면 너무 오래 걸려서 시작할까 말까... 망설여져요. 예전에 로마인 이야기도 엄청 길어서 겨......우 지나왔는데 재밌긴 엄청 재밌었거든요^^
로마의 일인자가 대유행을 해도 모른척 하고 있었는데 풀잎관의 등장으로 또다시 흔들립니다 ㅠㅠ

에이바 2015-11-02 20:05   좋아요 1 | URL
오로라님 로마인 이야기와는 달라요! 일단 소설이고요, 기원전 110년의 인물들이 텍스트 위에서 생생히 살아 글자 위로 돋아난다고 해야 할까요? 콜린 매컬로가 20년 가까이 고증하고 써낸다고 눈까지 어두워지고ㅠㅠㅠㅠ 정말 정말 정말 재미있답니다 오로라님... 오로라님 꼭 보세요... 한 번 펼치면 놓을 수 없는 그런 책... 제가 로마 관련 페이퍼 쓰면서 책이랑 영화 드라마를 몇 개나 봤는지 몰라요. 오로라님께 잘 맞는 그런 책일 것 같아요. 영화도 좋아하시잖아요.ㅎㅎ

살리미 2015-11-02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바님 말씀 들으니... 책은 더이상 안사기로 했는데...... 하면서도 또 유혹이..... ㅠㅠ
에이바님 리뷰들을 다시한번 훑어봐야겠어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파고들어야 할지요 ㅎㅎㅎ

에이바 2015-11-02 20:18   좋아요 0 | URL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 소개글: http://blog.aladin.co.kr/769383179/7623138
로마를 다룬 드라마, 영화 소개글: http://blog.aladin.co.kr/769383179/7633318
함께 읽을만한 로마 관련 책 소개글: http://blog.aladin.co.kr/769383179/7647833

로마의일인자 1편 리뷰: http://blog.aladin.co.kr/769383179/7622119
2편 리뷰: http://blog.aladin.co.kr/769383179/7655719
3편 리뷰: http://blog.aladin.co.kr/769383179/7659703

로마 공화정 리뷰: http://blog.aladin.co.kr/769383179/7737996

책을 한 번 펼쳐 보시면 제가 왜 이러는지(?) 아실 거예요... ㅎㅎ

살리미 2015-11-02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ㅋㅋ 감사합니다^^

에이바 2015-11-02 20:55   좋아요 0 | URL
저도 감사합니다 ㅎㅎ
 
반쪼가리 자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41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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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로 칼비노의 작품은 언제나 부채로 느껴졌다. 칼비노의 명성을 익히 들어온지라 그가 남긴 작품들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난해한 표지, 「선조 3부작」 같은 시리즈명은 '생각'만 하게 만들 뿐이었다. 위시리스트에 오르길 한참이었다. 민음사에서 예쁜 표지로 다시 나올 때 2권 이상 사면 테이블 매트를 끼워 줬는데 그 때도 꿋꿋이 버텼다. 러브크래프트 리뷰를 쓰면서도 느꼈지만, 인생에는 '고전'이 찾아오는 법이다. 읽는 인간에서 오에 겐자부로 선생이 한 말씀이기도 하다. 지금 내겐 이탈로 칼비노가 찾아온 것이다.


나는 환상문학에 매력을 느낀다. 매니아까지는 아니지만 이 장르에 호감을 가지고 있다. 만약 칼비노의 작품 중 『우주만화』가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면 「선조 3부작」을 읽을 일은 요원했으리라. 아무튼 열린책들에서 나온 『우주 만화』를 샀고, 칼비노를 좋아하는 분이 「선조 3부작」을 먼저 읽는 게 나으리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시간이 흐른 후에야 『반쪼가리 자작』을 읽게 된 것이다. 지난 계절에 민음 세계문학을 여러 권 구비하면서 칼비노의 책도 슬쩍 끼워 넣었다. 예전과는 달리 표지의 반쪽 얼굴들이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고...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7세기, 막 성인이 되어 터키와의 전쟁에 참전한 메다르노 자작은 순진하게 대포 앞에 뛰어들어 몸이 반으로 분리된다. 의사들은 그의 반쪽을 살려내고, 고향으로 돌아온 자작은 보이는 모든 것을 반쪽 낸다. 열매, 버섯, 개구리 등 반쪽이 된 것을 따라 그를 추적할 정도이다. 사람들을 쉽게 죽이는 그의 모습에 마을 사람들은 '악한 반쪽'이 돌아왔음을 깨닫고 두려워한다. '악한 반쪽'은 파멜라에게 구애하지만 그의 악행에 질린 여인은 숲으로 숨어 버린다. 자작이 음산함을 더해가는 때, 메다르노의 '선한 반쪽'이 귀환하면서 마을은 혼란에 빠진다.


「선조 3부작」은 『반쪼가리 자작』, 『나무위의 남작』, 『존재하지 않는 기사』로 이루어져 있다, 『반쪼가리 자작』은 120쪽 정도의 아주 얇은 책으로, 동화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성인용. 등장인물들은 메다르노 자작, 관찰자 소년인 나(자작의 조카), 의사 트렐로니, 파멜라, 문둥병 환자들, 위그노 교도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다. '악한 반쪽'이 등장하기 전, 문둥병 환자들은 격리되어 살고 있고, 술을 마시고 노래하며 방탕한 생활을 한다. 프랑스에서 건너온 위그노 교도들은 황무지를 개간하며 종교 규율에 따른 생활을 한다. 이 인물들은 메다르노의 '악한 반쪽'이 나타났을 때 그리고 '선한 반쪽'이 나타난 뒤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메다르노의 '악한 반쪽'은 공공의 적으로, 두렵지만 무시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들을 다스리는 영주이기 때문이다. '악한 반쪽'이 주문하는 고문대와 사형대를 만들며 목수는 죄책감을 느끼고, 자작이 유모를 쫓아낼 때도 침묵한다. 위그노 교도들은 '악한 반쪽'을 두려워하면서도 예언 때문에 그를 대접한다. '선한 반쪽'이 돌아왔을 때 사람들은 기뻐하지만 곧 그가 늘어놓는 설교에 진저리친다. '선한 반쪽'은 주민들을 위한 기계를 만들 것을 주문하지만, 목수는 복잡한 도안에 좌절한다. 반면 '악한 반쪽'이 의뢰한 고문대와 사형대에는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여 예술적으로 완성하는 것이다. '선한 반쪽'의 설교 앞에 꿈을 지속하지 못하는 문둥병 환자들은 현실에 고통받으며, '선한 반쪽'의 곡물 값에 대한 설교로 인해 위그노 교도들은 농사를 망친다.


'선한 반쪽'이 나타남으로써 '악한 반쪽'에 대한 재평가도 이루어진다. 특히 목수의 사례를 보면 인간은 '악'에 끌릴 수 밖에 없는 것일까? 그는 고문대를 만들며 묘한 쾌감과 죄책감을 동시에 느낀다. 범죄 행위에 동조하는 모습은 전쟁에서 재능을 발휘했던 과학자와 예술가들이 떠오르게 한다. 자신의 기조에 따라 '선'을 행하는 '선한 반쪽'으로 인해 죽임당하는 이들을 통해서는 '선의'가 마냥 '행복'으로 끝나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듯이 극단적인 악과 선은 어느 것이 옳다고 할 수 없는 불완전한 것이다. 의료 행위엔 관심이 없는 의사, 쾌락만 추구하는 문둥병 환자들, 믿음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종교에 따르기만 하는 위그노 교도들은 모두 반쪼가리 인간이다. 하나가 된 자작 역시 여전히 불완전하며 세상은 복잡하기만 하다. 의무와 도깨비불만 남은 세상이라니, 짧은 글이지만 아주 만족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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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BBP 2015-11-11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바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해요. 저는 이번달 꽝 ㅎㅎ 아 선조 3부작 마저 다 읽어야 하는데

에이바 2015-11-11 18:16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기네스님 근데 리뷰/페이퍼 이달의 당선작으로 뽑히셨던데요? 축하합니다ㅎㅎ

CREBBP 2015-11-12 20:58   좋아요 0 | URL
덜렁대다가 못봤었네요 당첨 사실을 메일로 보내주는데 문자로 왔었다고 착각했던거죠. 감솨감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