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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스트레인저
세라 워터스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9월
평점 :
작품은 40이 가까워 오는 패러데이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영국 워릭셔의 유서 깊은 저택 헌드레즈홀에서 일했던 유모의 아들로, 부모의 헌신 덕에 의사가 되었지만 벌이는 신통치 않다. 건강 보험법이 통과되면 수입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인기는 없지만 실력은 꽤 인정받고 있다. 응급환자를 돌보는 동업자 대신 찾게 된 헌드레즈홀에서 그는 유년시절의 기억과 조우한다. 저택은 이미 쇠락의 기운이 가득하다. 양차 대전 이후, 에어즈 가문의 가세가 기울었고 넓은 저택을 관리하던 하인들도 하나 둘 떠난 것이다. 패러데이는 저택의 영광된 시기를 잘 기억하고 있다. 방문 이유는 그 댁의 유일한 하녀, 베티의 꾀병 때문인데 너무도 크고 조용한 저택의 ‘기운’에 짓눌려 느낀 공포가 그 원인이었다.
저택의 구성원은 에어즈 부인과 그녀의 자녀들인 캐럴라인과 로더릭이다. 낡은 옷을 걸칠 지언정 과거의 영광을 두르고 살아가는 에어즈 부인과 달리, 자녀들은 어떻게든 살림을 꾸리는데 힘쓰고 있다. 가주인 로더릭은 24살로, 전쟁에서 얻은 상처가 낫기도 전에 농장 일을 하느라 언제나 고달프다. 26살인 캐럴라인은 털털한 성격이지만 저택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지라 외모에 신경쓸 틈이 없다. 그들의 이름에 지워진 책임은 막중하지만... 패러데이는 로더릭의 다리 상처를 봐주겠노라며 주말마다 저택을 방문하며 에어즈 가와 친분을 맺는다. 패러데이의 시선은 저택의 인물들을 낱낱이 해체하며, 당시 영국 사회의 귀족의 몰락을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그 몰락은 이미 낡아버린 저택의 구성원들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사악한 것’에 공격을 당하면서 시작된다.
저택(계급)에 대한 공격은 가문을 지켜온 오랜 피의 약점을 하나씩 들춰낸다. 처음은 가주로서의 책임이 막중한 로더릭을, 다음은 개 지프에 의지하는 캐럴라인을 그리고 긍지 넘치는 에어즈 부인의 아픈 과거가 마지막 대상이다. 귀신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은 저택에 머무는 여러 사람들에 의해 목격되지만 오직 ‘에어즈 가’ 사람들만 공격한다. 이러한 존재(리틀 스트레인저)의 정체는 마지막까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으며, 세 사람에게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가문의 몰락과 마찬가지로 주목해야할 점은 바로 ‘패러데이’의 심리 상태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헌드레즈홀을 동경했고, 쇠락했을지언정 여전히 아름다움을 간직한 이 저택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 에어즈 가 사람들이 공포에 질릴수록, 에어즈 가의 준-구성원이 되어 이 사태에 끼어드는 그의 모습은 점점 기이한 형태로 발전된다.
폴터가이스트를 소재로 했지만 무섭지 않은 것이, 정작 작가가 얘기하려던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조금 으스스하긴 했지만 앞부분은 오히려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과학도, 의사로서 전개하는 패러데이의 논리가 의아하게 느껴지는 순간부터 이 소설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패러데이의 욕망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바로 공포의 발원지이기 때문이다. 로맨스가 지루하게 느껴지는 이유 또한 후반부에 가서야 이해가 된다. 공포소설이라기 보다는 추리소설에 가깝지 않은가 한다. 소설은 사회변화가 가져온 계급의 몰락과 욕망을 거대한 저택에 비유한다. 저택을 지키려는 사람, 떠나려는 사람, 떠날 수 없는 사람 그리고 들어가려는 사람... 결국 떠나고자 한 사람은 자유를 얻지 못했고, 들어가고자 한 사람은 권한을 얻지 못한다. 사회가 변했을지언정, 계급이 몰락했을지언정 이미 그어진 선은 넘을 수 없다는 것일까? 처음부터 시작한 찜찜한 분위기는 개운하지 못하게 마무리된다. 개인적으로 세라 워터스의 전작이 낫다고 느껴진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