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관 1 - 2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2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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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쌀쌀해지는 때, 「풀잎관」을 먼저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지난 여름 ‘로마’에 빠지게 한 『마스터스 오브 로마』의 2부이다. 방대한 분량으로 인하여 1부를 미처 읽지 못하신 분들, 시간이 지나 인명과 지명을 잊으신 분들도 안심하시라. 콜린 매컬로는 등장인물들과 함께 지난 사건들의 추이를 되짚으며 독서 보폭을 맞춰주고 있다.


‘로마 제3의 건국자’라 불리던 가이우스 마리우스는 로마 정치계에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그의 측근으로 정계에 입문한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는 스카우루스의 젊은 아내 달마티카로 인해 법무관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한다. 로마의 평화는 더 이상, 유구르타와 게르만족에 맞섰던 두 영웅에게 환호하지 않는다. 게다가 정적인 퀸투스 카이킬리우스 메텔루스 누미디쿠스(똥돼지)의 귀환으로 두 사람의 입지는 더욱 좁아진다. 마리우스는 가족과 함께 동방으로 여행을 떠나는데, 실은 로마의 아시아 속주와 이웃한 폰토스 등의 정세를 살펴볼 목적이었다. 선거 참패, 아우렐리아와의 접촉과 거부로 인해 술라는 지독한 좌절감에 빠진다. 전장에서 떠난 지 3년, 그는 익숙한 살해 욕구에 시달린다. 1부에서와 마찬가지로, 다시 선조의 이마고를 보관해 둔 작은 서랍 앞에 선 술라. 그는 작은 병을 손에 쥐고 욕구를 해소할 곳으로 향한다. 여신이 사랑하는 자(펠릭스)답게, 깨끗하게 일을 마무리한다.


1장의 대부분은 마리우스의 동방 여정기로, 앞으로 다가올 ‘아시아 속주 전쟁’을 위한 초석이다. 앞서 폰토스의 혼란을 정리한 미트리다테스 6세는 로마에 사절을 보내 우호동맹국의 칭호를 요구한다. 그러나 앙숙 비티니아의 니코메데스 왕의 항의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트리다테스는 갈라티아를 손에 넣고, 상인으로 변장해 비티니아를 오가면서 정세를 살핀다. 1년여 잠행 끝에 궁에 돌아온 그는 반란을 모의한 이들을 숙청하고 왕권을 강화한다. 비티니아를 방문한 마리우스는 이 곳이 상당히 부유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페르가몬에 총독으로 부임한 스카이볼라와 보좌관 루푸스와 조우한다. 부재중 투표로 마리우스가 조점관(신관)에 선출되었다는 소식을 알리고 스카이볼라는 급히 로마로 향한다. 집정관 시절 마리우스가 속주에서 걷은 세금으로 로마의 빈민층을 공유지에 정착시키기 위해 힘을 쏟을 때, 징세청부업자들은 세금 수치를 날조하고 고리대금업을 일삼았다. 가혹한 수탈은 로마인에 대한 증오를 키울 뿐이었다. 총독으로 부임한 스카이볼라는 이를 바로잡았고, 국고 위원회에 로비하는 징세청부업자들을 저지하기 위해 귀국해야했던 것이다.


한편 마리우스는 토가 프라이텍스타로 차려입고, 수백명이 호위하는 미트리다테스 앞에 홀로 선다. ‘로마의 위엄’ 그 자체다. 이 만남으로 마리우스는 카파도키아 왕의 정체, 그리고 동방에 드리운 폰토스 왕 미트리다테스의 영향력과 야망을 꿰뚫어본다. 위협을 느낀 미트리다테스는 아르메니아의 티그라네스와 결혼 동맹을 맺는다. 로마에는 새로운 집정관, 법무관, 감찰관들이 뽑힌다. 주목할 부분은 새로운 감찰관들이 아시아 속주의 징세계약을 마무리한 뒤 로마 인구의 전수조사를 계획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인들은 오랜 차별 속에서도 청년들을 로마 군대에 보내왔고, 로마 시민권을 열망해왔다. 그들은 결국 거짓 명부를 작성하게 되고, 이는 ‘동맹시 전쟁’이 벌어지는 시발점이 된다. 7년 전, 아라우시오 전투에서 살아남은 드루수스는 마르시족 실로와 친우가 된다. 그의 가치관을 바꿔버린 이 전투 덕분에, 드루수스는 원로원에 입회한 뒤에도 이탈리아에 관한 진보적인 발언을 해왔다. 드루수스의 측근이자 마르시족 출신으로 로마 군인으로 복무했던 전사, 실로가 거짓명부 작성 사건을 물밑에서 작업한 인물이라는 사실은 앞으로 벌어질 전쟁에 휘말릴 로마와 드루수스의 운명을 예감하게 한다.


마리우스의 친우이자 루푸스의 두 조카딸 아우렐리아와 리비아(드루수스의 여동생)의 이야기도 진행된다. 아우렐리아는 어린 아들 가이우스 카이사르의 영민함으로 인해 고민에 빠져 있지만 역사를 알기에 그의 짧은 등장에도 기대하게 된다. 리비아는 여전히 행복하지 않은 결혼생활 중이다. ‘톨로사의 황금’ 사건으로 결혼 후에도 오빠네에 얹혀 살면서, 리비아는 부부와 여성의 삶에 대한 생각을 발전시킨다. 그래서 남편 카이피오 2세가 스미르나에 숨긴 재산을 정리하기 위해 여행길에 올랐을 때,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오빠 부부에게 신혼 생활도 제공하고, 자신의 자유를 위해 진정한 자기만의 공간을 찾으려 했던 것이다. 로마에서 멀지 않은 투스쿨룸에 위치한 오래된 빌라에 정착한 리비아. 그녀는 그 곳에서 소녀 시절 꿈에 출연했던 빨간 머리 오디세우스를 운명적인 재회를 한다. 1부에서 이어지는 리비아의 이야기에서는 지배층 파트리키 여성의 제한된 삶, 그리고 결혼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실감할 수 있다. 드루수스 남매의 성장과 이어질 삶을 지켜보는 과정은 즐거우면서도 고통스럽다.


관직의 사다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재산이 필요하다. 술라는 가까운 히스파니아에서 율릴라가 예언했던 ‘풀잎관’을 열망하지만 받을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별다른 소득 없이 법무관이 되기 위해 귀국한 술라는 어느덧 소년이 된 아들에게서 위로를 받는다. 카이사르 2세는 여섯 살이 되었고, 그와 함께 술라의 다음 세대를 이끌 어린 키케로도 등장한다. 미래를 알고 있는 독자로서 짜릿한 부분이었다. 법무관으로 로마에 갇혀, 속주의 총독 자리를 열망하며 고통과 좌절을 견딘 술라에게 드디어, 운명의 여신이 손을 내민다. 술라는 미트리다테스의 야망으로 야기된 분쟁을 무마하기 위해 킬리키아로 파견된다. 폰토스의 국왕은 속주에서 만난 로마인들을 로마라 생각해왔다. 그러나 술라는 달랐고, 마리우스 또한 그러했다. 미트리다테스는 본능에 따라 후퇴했으나 술라는 황금 한 자루가 절실하다. 그는 폰토스와 아르메니아의 발을 묶기 위해 파르티아 사절단과의 회담을 주선하고, 동방의 문제를 봉합한다. 이제는 집정관 직에 출마할 자금이 충분하다. 인구 조사 법정으로 인한 라티움 지역의 증오와 혼란, 그 외 로마 소식과 함께 온 편지는 오랜 벗 루푸스의 추방을 알리며 1권을 마무리한다.


제목인 「풀잎관」은 1부에서부터 예견된 술라의 운명이다. 따라서 기원전 97년~86년을 배경으로 할 2부는 미트리다테스에 맞설 술라의 동방 원정, 그리고 마리우스의 마지막 집정관 시기와 그의 몰락이 맞물릴 것이다. 또 로마시민권을 요구하는 이탈리아인들 편에 설 호민관 드루수스의 운명도 그려질 것이다. 로마 공화정의 빛나는 시기이자 몰락을 가져온 위대한 군벌들의 시대는 현재진행형이다.


로마가 우리의 신이자 우리의 왕, 우리의 생명 그 자체요. 로마인 개개인은 자신의 명성을 쌓고 동료 로마인들이 자신을 우러러보게 하기 위해 애쓰지만 길게 보면 그것은 모두 로마를, 그리고 로마의 위대함을 드높이기 위한 것이오. 우리는 터전을 숭배하오, 오로바조스 경. 사람도 이상도 숭배하지 않소. 사람은 왔다가 가기 마련이고 이 세상에서 순식간에 사라지오. 이상은 온갖 철학의 바람이 불 때마다 바뀌고 흔들리오. 하지만 터전은 그 땅에 사는 자들이 가꾸고 위대함을 더하는 한 영원할 수 있소. 나,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는 위대한 로마인이오. 그러나 내 삶의 끝에 가서 보면 내가 한 모든 일은 나의 터전, 즉 로마의 힘과 위엄을 확대하는데 쓰였을 것이오. 내가 오늘 이곳에 있는 것은 나를 위해서도, 다른 어떤 사람을 위해서도 아니오. 내가 오늘 이곳에 있는 것은 나의 터전 로마를 위해서요! (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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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2015-11-02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리해서 다시 올렸습니다.

살리미 2015-11-02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로마... 손대면 너무 오래 걸려서 시작할까 말까... 망설여져요. 예전에 로마인 이야기도 엄청 길어서 겨......우 지나왔는데 재밌긴 엄청 재밌었거든요^^
로마의 일인자가 대유행을 해도 모른척 하고 있었는데 풀잎관의 등장으로 또다시 흔들립니다 ㅠㅠ

에이바 2015-11-02 20:05   좋아요 1 | URL
오로라님 로마인 이야기와는 달라요! 일단 소설이고요, 기원전 110년의 인물들이 텍스트 위에서 생생히 살아 글자 위로 돋아난다고 해야 할까요? 콜린 매컬로가 20년 가까이 고증하고 써낸다고 눈까지 어두워지고ㅠㅠㅠㅠ 정말 정말 정말 재미있답니다 오로라님... 오로라님 꼭 보세요... 한 번 펼치면 놓을 수 없는 그런 책... 제가 로마 관련 페이퍼 쓰면서 책이랑 영화 드라마를 몇 개나 봤는지 몰라요. 오로라님께 잘 맞는 그런 책일 것 같아요. 영화도 좋아하시잖아요.ㅎㅎ

살리미 2015-11-02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바님 말씀 들으니... 책은 더이상 안사기로 했는데...... 하면서도 또 유혹이..... ㅠㅠ
에이바님 리뷰들을 다시한번 훑어봐야겠어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파고들어야 할지요 ㅎㅎㅎ

에이바 2015-11-02 20:18   좋아요 0 | URL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 소개글: http://blog.aladin.co.kr/769383179/7623138
로마를 다룬 드라마, 영화 소개글: http://blog.aladin.co.kr/769383179/7633318
함께 읽을만한 로마 관련 책 소개글: http://blog.aladin.co.kr/769383179/7647833

로마의일인자 1편 리뷰: http://blog.aladin.co.kr/769383179/7622119
2편 리뷰: http://blog.aladin.co.kr/769383179/7655719
3편 리뷰: http://blog.aladin.co.kr/769383179/7659703

로마 공화정 리뷰: http://blog.aladin.co.kr/769383179/7737996

책을 한 번 펼쳐 보시면 제가 왜 이러는지(?) 아실 거예요... ㅎㅎ

살리미 2015-11-02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ㅋㅋ 감사합니다^^

에이바 2015-11-02 20:55   좋아요 0 | URL
저도 감사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