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화학자 2 - 명화에 담긴 과학과 예술의 화학작용 미술관에 간 지식인
전창림 지음 / 어바웃어북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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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관에 간 지식인시리즈는 언제나 다음 편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는데요. 자신의 전문분야를 살려서 미술을 읽어주는 것도 흥미롭고, 또 예술과 예술가에 대한 풍부한 이야기를 더해주어 놀랍기도 하죠. 이번에는 <미술관에 간 화학자> 두 번째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제리코의 <메두사의 뗏목>이라는 작품은 정말 유명한데요. 실제로 벌어졌던 일을 작품으로 옮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사건의 비극성과 함의에 대한 연구가 많기 때문이기도 한 거 같아요. 그래서 작품 그 자체보다 다양한 담론에 더욱 귀를 기울일 때도 있었는데요. 그런데 그 작품이 실제로 화가가 의도한 것보다 더 많이 어두워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바로 그가 사용한 안료와 물감 때문인데요. 역청과 상아를 태운 재로 만든 아이보리 블랙이라는 물감 때문에 흑벽현상과 균열, 그리고 부풀어오르는 스케일링 현상까지 있다니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어쩌면 그래서 그 그림의 의미가 더욱 깊게 와 닿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죠.

 엑스레이와 미술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아요. 엑스레이로 명화를 재해석하는 전시회에서 저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품은 바로 쿠르베의 자화상 중에 하나인 <부상당한 남자>였는데요. 그는 사랑하는 여인을 가슴에 안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가 실연을 하고, 여인을 지워냈다고 해요. 그 흔적이 엑스레이로 보면 드러나는데요. 저는 도리어 여성이 쿠르베를 품에 안은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여인에 대한 그의 사랑이 더욱 강하게 느껴지고 지워진 그 흔적이 더욱 아프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원근법은 공기 원근법이라고 해요. 공기가 갖고 있는 무게와 밀도 때문에 멀어질수록 흐릿해지는 것을 작품으로 구현하는 것인데요. 이와 다른 원근법을 사용한 화가가 있었어요. 바로 라위스달이죠. 그는 정말 정밀한 묘사로 작품을 채우지만, 그렇지만 그가 남긴 풍경화에서는 분명히 입체감이 느껴지니 참 신기했어요. <유대인의 묘지>도 그렇고, 그와 같은 방식을 사용하여 풍경화의 완성자라고 불리는 컨스터블의 <곡물밭>도요. 그래서 더욱 신기하게 기억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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