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유 어게인 in 평양 - 나는 북한 최초의 미국인 유학생입니다
트래비스 제퍼슨 지음, 최은경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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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에서 조선어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저는 정말 처음 들어보는데요. 이번에 읽은 <시 유 어게인 in 평양>은 미국인 신분으로 최초로 북한의 김형직 사범대학에서 조선어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수료한 트래비스 제퍼슨의 에세이인데요. 소설가이자 시인인 그는 북한에서의 시간을 기록하면서, 여러 인물들과 사건을 잘 조합하여 이야기로 엮어냈는데요. 북한은 아무래도 우리에게도 지리적으로는 너무나 가깝지만 물리적이나 심리적으로는 너무나 먼 나라라 더욱 신기하게 느껴졌어요.

 그는 2012년에 처음 평양을 방문한 이후로, 북한을 여러 번 찾았는데요. 2016년에는 어학연수를 하면서 한달 동안 북한에서 머물 수 있게 되요. 언어를 배우면서도 안내원들과 함께 북한을 돌아보게 됩니다. 북한의 여러 곳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중에 영재교육 기관인 만경대학생소년궁전에서 만난 자이니치 조선인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공연을 보고 나온 그는 함께 연수를 받고 있는 알렉에게 쟤들 키 큰 것 좀 봐라고 말하는데요. 사실 그들이 키가 컸던 것이 아니라 그가 북한에서 보낸 삼 주의 시간 동안, 익숙하게 바라봤던 북한인들이 왜소했던 것이죠. 사람들이 자신이 생활하는 환경에 얼마나 금방 적응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이었던 것 같아요. 그 곳이 북한이라는 그의 표현대로라면 ‘20세기 중반 어딘가에 갇혀 꼼짝 못하고있는 곳이라도 말이죠.

이방인이 그러한데 그 곳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너무나 다른 생각과 시선을 보여줍니다. 북한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를 보면 평행선이라는 말이 절로 생각날 정도죠. 가끔은 속내를 드러내는 사람도 있었지만, 교육을 통해서 사람들의 생각을 거푸집으로 찍어내듯이 만들어내는 북한의 사회가 조금은 두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물론 그가 절로 감탄할 정도로 그 와중에도 희망을 키워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말이죠. 생각해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북한의 모습은 정말 단편적이고, 어쩌면 과연 현시점의 모습인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해요.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북한의 현재의 모습,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북한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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