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어떻게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었나 - 석기 시대부터 부동산 버블까지, 신경인류학이 말하는 우리의 집
존 S. 앨런 지음, 이계순 옮김 / 반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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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을 워낙 사랑하기 때문에, 그 끝을 알 수 없는 사랑에 이유를 알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밖에 없죠. 그런 호기심을 채워줄 수 있는 신경인류학자 존 S. 앨런의 <집은 어떻게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었나>

물론 쉬운 책은 아니지만, 제가 집에선 느끼는 감각들이 그저 느낌이 아니라,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는 것을 살펴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어요. 때로는 나만의 유난스러움이 아니구나 그런 생각도 들고요. 외부에서는 어느 정도는 예민한 상태이고, 이런 저런 상태를 받기도 하고 그러죠. 하지만 휴식과 회복의 공간인 집이 있기에 인간은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는데요. 물론 집이라고 해서 다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건물을 뜻하는 집이 아니라 우리가 편히 쉴 수 있는 그런 집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공간에서는 몸뿐만 아니라 마음의 긴장마저 풀어지죠. 그래서 뇌도 휴지상태로 들어갈 수 있는 것입니다. 휴지상태의 뇌를 연구한 여러 학자들은 이 상태에서 사람들은 자신에게 내재된 정신적 기능을 강화시킨다고 말하죠. 그래서일까요? 집에 있으면 너무나 복잡하게 엉켜있던 문제도 조금은 다른 각도로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거 같아요.

이러한 집의 역할 뿐 아니라, 호모 에코노미쿠스의 관점에서 집을 살펴보기도 합니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그 원인을 살펴보면 집 즉 상품으로서의 부동산이 있죠. 전세계적으로 이슈가 되는 젠트리피게이션역시 그렇고, 우리나라 역시 부동산이 주요한 투자상품이 되었고, 다양한 사회문제를 만들어내고 있죠. ‘호모 에코노미쿠스는 집을 느낄 수 있을까?’라는 부제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는데, 너무나 잘 느끼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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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치유하는 시간 - 세계문학으로 읽는 상처 테라피
김세라 지음 / 보아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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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편이 외국소설과 12편의 국내소설 속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의 마음을 살펴보고, 상담해주는 <책으로 치유하는 시간>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으면서, 제 마음을 살펴보고 함께 이해해나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읽었던 소설도 있지만, 안 읽은 소설도 꽤 많아서 저와 비슷한 고민, 혹은 마음의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가던 인물들을 만나러 떠나고 싶어지더군요. 특히나 단테의 말이 기억에 남는데요. 그는 신곡에서 지옥에서 가장 뜨거운 자리는 도덕적 위기의 시기에 중립을 지킨 자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고 해요. 왠지 갈팡질팡하고 있는 저에게 길을 밝혀주는 한마디인 것 같습니다.

제가 늘 갈팡질팡하게 되는 것은 후회가 두렵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긴 후회는 스스로에게 상처가 될 뿐이다’, 바로 이 테마에 소개된 두 개의 소설이 다 좋았어요. 박완서의 그 해 겨울은 따뜻했네에 등장한 수지의 상황을 보면, 후회라는 것은 정말 끝이 없는 터널을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것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도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결정장애나 선택장애를 호소하곤 하죠. 하지만 그런 우유부단함이 결국은 후회의 길로 이끌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죠. 저 역시 제대로 결정하고 끊어내야 할 때 끊지 못해서, 결국 최악의 상황까지 흘러간 적도 많으니 말이죠.

지나치게 하나에 몰입하여 주위를 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일 것 같아요. 안톤 체호프의 <귀여운 여인>에는 매력적이고 순수한 여성이 등장합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살아가고 싶어하고, 과거를 빠르게 잊고, 자신이 놓여진 현실에 금방 적응하여 행복을 찾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문제는 자신에게만 충실하여, 주변 사람들의 일상을 뒤죽박죽으로 만든다는 것이죠. 이 이야기를 보면서 또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어쩌면 수지 역시 자신만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해요. 꽤 닮아 있는 두 여인이더군요. 그런 선택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과연 머리로 아는 것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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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해시대의 탄생 -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위대한 모험
송동훈 지음 / 시공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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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항해 시대’, 물론 역사적으로 중요한 변곡점이 된 시대를 일컫는 말이라는 것을 알지만, 아무래도 제 머릿속에서는 게임이 먼저 떠오르게 되네요. 세계지리에 빠져들게 된 시점도 그때였는데, 모험과 도전으로 가득한 그 시대를 다룬 책을 만나니 더욱 설레는 기분이 들었어요. 바로 문명탐험가 송동훈의 <대항해 시대의 탄생>입니다. 물론 제가 대항해 시대에 너무 주목하는 바람에 탄생에 방점이 찍혔다는 것을 미처 몰랐지만 말이죠.

 제목 그대로 대항해 시대의 탄생을 꼼꼼하게 살펴본 책인데요. 사실 위대한 탐험가, 모험가로 이름을 남긴 항해왕 엔히크, 그의 귀환이 게임의 시작점이었던 바스쿠 다 가마,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 세계일주를 해내어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알려준 마젤란까지 역사에 길이 남을 탐험가들의 뒤에는 분명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기 마련이겠죠. 당시 모든 경제적 활동이 이루어지던 지중해에서 조금은 빗겨나갔던 이베리아 반도에 자리잡았던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대항해 시대를 열게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처럼 말이죠.

 이야기는 이베리아 반도 서쪽끝 작지만 단단한 나라로 성장하고 있던 포르투갈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바다를 건너 이슬람 왕국의 전략적 요충지인 세우타를 점령하고, 첫 해외 영토를 만들어내면서, 유럽을 놀라게 합니다. 후에 해양왕으로 불리게 되는 엔히크는 그리스도 기사단의 지원과 아버지인 주앙 1세의 신뢰를 바탕으로 바다 개척을 준비해나가는데요. 엔히크는 오스만 튀르크 제국을 피해 인도의 향신료를 가져올 무역길을 찾고자 했죠. 수많은 뱃길을 개척해냈고, 그의 성과는 이후 펼쳐지는 대항해시대의 초석이 되었습니다. 이후 바스쿠 다 가마의 함대가 인도에 도착하면서 그의 꿈이 이루어졌고, 포르투갈은 이를 통해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국가의 위상을 높일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스페인으로 넘어가게 되는 것은 바로 이사벨 여왕의 등장으로 시작됩니다. 그는 포르투갈이 추진하는 해양 개척사업에 큰 감명을 받았고, 판세를 엎을 방법을 고심하다, 폴투갈의 주앙2세가 거절했던 모든 조건을 수용하여 콜럼버스와 계약을 하게 되죠.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면서 대항해 시대를 이끌던 큰 흐름이 넘어오게 되는 것이죠. 마젤란 포르투갈의 마누엘 1세의 야박함에 질려 스페인의 카를5세의 관대한 보상을 약속 받고, 역사적인 항해를 시작하니 말이죠. 물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이 책의 저자는 이를 우주의 법칙이라고까지 말하죠. 물론 그럴 수 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상황들이기는 했지만,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배울 수 있는 입장이다 보니 그런 부분에 더욱 주목하게 되는 것 같아요. 도전하지 않는, 현실에 안주하게 되는 순간부터 결국 쇠퇴는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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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엄마 디즈니의 악당들 5
세레나 발렌티노 지음, 김지혜 옮김 / 라곰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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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레나 발렌티노가 써내려가고 있는 디즈니의 악당들이전에 <저주받은 야수>를 읽은 것에 이어, 이번에는 <가짜 엄마>를 읽었는데요. ‘Mother knows best’라는 원제를 갖고 있는 가짜엄마는 바로 라푼젤에 등장하는 마녀 고델입니다.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라푼젤의 원제는 ‘tangled’인데요. ‘헝클어진, 복잡한, 뒤얽힌이라는 뜻이었는데요. 이번에 고델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왠지 비슷한 느낌이 들더군요. 그녀의 삶 역시 어렸을 때부터 이리저리 꼬여 있었기 때문에, 결국 그렇게 삐뚤어진 욕망에 사로잡힐 수 밖에 없었겠지요. 그리고 라푼젤을보면서 하나 이해가 안 갔던 점을 이해할 수 있게 되기도 했어요. 애니메이션 라푼젤의 이야기를 조금 해야 할 것 같아요. 신비한 꽃 라푼젤’, 그 꽃은 모든 것을 치유하고, 영원히 젊음을 유지하며 살 수 있게 해준다고 하죠. 왕비가 병에 걸리자, 왕비의 병을 치유하기 위해 고델이 지키고 있던 라푼젤을 가져가버립니다. 그래서 그 꽃을 달인 물을 먹고 낳은 아이가 바로 라푼젤이고, 그 꽃의 힘이 라푼젤의 머리에 깃들게 됩니다. 고델은 그녀를 납치하여 어머니를 자처하며 키우는데요. 그런데 그녀가 집착하는 젊음과 미모가 저에게는 조금 의아했거든요. 어머니로 충분히 속을 만큼 중년의 여성이었으니까 말이죠. 그런데 고델에게는 또 하나의 사연이 있었던 것입니다.  

고델은 마법으로 수호되고 있는 죽음의 숲을 다스리는 죽음의 여왕 마네아의 딸이었어요. 그녀에게는 헤일즈와 프림로즈라는 언니가 있었는데요. 마네아는 망자를 깨워내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해할 정도로 강력한 마법을 부리고 있지만, 헤일즈와 프림로즈는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엄마에 대해 반감을 갖게 됩니다. 엄마의 역할을 대신해주던 언니들을 잘 따르는 고델이지만, 엄마의 부리는 마법에 경외감을 갖게 되죠. 마네아가 딸들에게 자신의 자리를 물려주기 위한 의식을 행하던 중에, 언니들이 너무나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고델은 엄마의 보물인 라푼젤 꽃이 있는 온실을 불태우게 됩니다. 그렇게 엄마를 죽게 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던 고델은 결국 그렇게 지키고 싶어했던 언니까지 잃게 되죠. 결국 막냇동생 키르케를 구하기 위한 세마녀의 계략에 빠져들어 헛된 욕망을 탐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을 이용하여 자신의 꿈을 이루려는 욕심, 어쩌면 온갖 분란을 일으키고 있는 세자매 역시 그러한데요. 두 편을 읽었을 뿐인데도, 세자매 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해집니다. 행복하게 자라던 어린 소녀가 결국 엄마와 같은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 안타까워서인 것 같기도 하고요.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라푼젤에게 집착하는지 이해가 안 되던 고델의 이야기를 읽으니, 왠지 또 다른 시선으로 그녀를 보게 되는데요. 그래서인지 이 시리즈를 읽다 보면, 왠지 전형적으로 느껴지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거 같아요. 키르케는 제가 읽었던 저주받은 야수에서 마음에 큰 상처를 받은 착한 마녀인데요. 이 시리즈는 이야기가 연결되는 고리가 있어서, 다 챙겨 읽으면 더욱 재미있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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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들이 참 좋았습니다 - 따뜻한 아랫목 같은 기억들
초록담쟁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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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그라폴리오에 아름다웠던 날들을 연재중인 초록담쟁이의 <그날들이 참 좋았습니다> 시골에서 자연과 어우러져 보냈던 시간들에 대한 찬가와 같이 다가오더군요. 도시에서만 살아가던 저에게도 외갓집에서 보냈던 시간들이 참 따스하게 남아 있었는데요. 초록담쟁이의 글과 그림 덕분에 잊고 있었던 보물상자를 찾은 것처럼, 참 소중한 기억들이 하나하나 떠올라서 절로 행복하고 따스해지네요.

 모든 계절을 담아, ‘따듯한 아랫목 같은 기억들을 그려내고 있는데요. ‘친구야 노올자저도 꼭 그렇게 말했던 것 같아요. ‘노올자~~’ 외갓집에 놀라갔다가 함께 놀게 된 친구들이 있었어요.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 길이 좀 바뀌고 그래서인지, 어린 시절 친구네 집으로 향해 그렇게 열심히 달려갔던 길을 눈으로 보면서 운전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제 기억이 맞는지 의심이 될 정도로 상당한 거리였더군요. 오죽하면 엄마한테 그 집이 맞는지 확인하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는 전혀 몰랐던 거 같아요. 정말 그때는 친구들과 그렇게 열심히 달려가서도 참말로 신나게놀던 시절이니 말이죠.

 툇마루에 앉아 소나기가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던 그림도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더군요. 외가에는 집이 두 개 있었거든요. 말 그대로 한옥과 양옥, 오래된 한옥에 앉아서 비가 내리는 모습을 보면 그 처마 밑에 있는 패인 자국이 그렇게 신기했어요. 정확하게 그 웅덩이 위로 똑똑 덜어지던 빗방울도 말이죠. 그리고 비가 그치고 나면 유난히 더 싱그럽던 풍경들도 왠지 눈앞에 그대로 그려지는 듯하네요. 가을날 시골집 대문 앞에 나란히 앉아 계시던 할머니, 눈 오는 창가, 소풍날 아침은 저에게도 너무나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순간을 그대로 그려놓은 듯 했어요. 감수성이 가득한 글과 그림이 함께하는 책이라 더욱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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