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이 아닌 날들 - 가족사진으로 보는 재일조선인, 피차별부락, 아이누, 오키나와, 필리핀, 베트남 여성의 삶
미리내 지음, 양지연 옮김, 조경희 감수 / 사계절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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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적부터 일본에 알게모르게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

내가 TV를 통해 즐겨봤었던 더빙된 만화영화가 나중에 일본애니메이션임을 알게되고 한국의 애니와 일본의 애니의 격차를 실감했을 떄  

그리고 그 때 당시 서울에 계신 이모집에 샤프 텔레비젼을 보았을때, 아버지께서 일본출장을 다녀오며 사온 일제 사인펜세트를 받고 좋아했던 그런 날들을 지나며 그런 일본을 동경 했었다. 그리고 중고등학교때도 특유의 시니컬함이나 철학적인 의미를 지닌 일본 만화나 일본 영화를 보며 철학적인 부분을 어설프게나마 그곳에서 배웠고 괜히 어른스러워졌음을 느끼며 뿌듯했었다. 그와 동시에 근현대사를 공부하면서 민족투사가 되어 일본욕을 마음속으로 했던 적도 있듯 과거의 일본은 싫어했고 현대의 일본을 좋아했다. 그리고 일본 관련 책을 읽으며 뉴스를 보며 와 양국이 비슷하면서도 뭔가 다른 느낌을 받았었다.


예전에 대학에서 일본정치 수업을 수강했었는데 그땐 뭐 민족성에 대한 주제였던것 같다. 그 수업에서 한국이나 일본이 비슷한 점이 유독 단일민족임을 강조한다는 것이라고 했었던 게 생각이 난다. 그래 나도 그때 속으로 뭐가 한국이 단일민족이냐. 한반도에서 얼마나 많이 침략을 받기도.. 새로운 나라가 새워지기도 했는데 그 속에서 유일한 민족의 피로만 이어져 있을까? 인종적으로 몽골계 동양인이 매우 다수이기에 흡사 그렇게 느껴지고 뭔가 국가적으로 단결하기 위해 이런걸 이용하는거지 라고 생각했었다. 한국은 강한 배타성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아직 여러민족이 이루어진 형태에 대해서 진지하게 논의 되본 적이 없다. 이웃나라인 일본도 비슷하다. 일본도 예전부터 단일민족임을 주장하며 강한 배타성을 가진 나란데 이 나라엔 아직도 깊게 내재된 차별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일본내 마이너리티라고 볼 수 있는 재일조선인, 피차별부락, 아이누족, 오키나와인, 이주민들 등 이다.


이 책 『보통이 아닌 날들』은 가족사진을 통해 이러한 일본내 마이너리티 여성들의 삶을 보여준다. 왜 가족사진일까? 재일조선인의 집에는 가족사진이 많았다. 다른 피차별부락, 아이누족, 오키나와인, 이주민들도 비슷했다. 


사진은 모순을 갖고 있고 가족사진 또한 모순덩어리 같은 것 아닐까요? 물론 개인의 초상에도 참과 거짓의 모순이 가득 차 있습니다. 요즘의 셀카도 거짓이 가득하다는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셀카는 한 개인을 대상으로 합니다. 그에 비해 가족사진은 다수가 찍으니까 더욱 거짓이 확대된다고나 할까요. 가족사진에 사람과의 이상적인 관계를 담으려는 욕망이 있습니다. 얽히고설킨 현실의 관계를 숨기고 사이좋은 가족이기를 바라는 욕망을 찍으려 하기 때문에 더욱 복잡해지지요.

(p. 271) 


출신으로서 사회적·경제적 차별받았고 동시에 여성으로서 받았던 이중적 차별을 겪고 있는 그들이 좋든, 싫든 가족과 커뮤니티는 자신의 삶을 지탱하는(동시에 구속하는) 곳이였다. 현실이 아무리 혹독했더라도 그곳에서 꿈꾸는 이상적인 모습을 바라며 가족사진으로 남겼다. 


1993년 어머니는 쉰일곱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때 나는 서른여섯이었다. 어머니의 앨범을 정리하는데 잊고 있던 사진이 나왔다. 친구 어머니들과 나란히 서서 웃고 있는, 어딜 보나 일본인인 기모노 차림의 어머니 사진이었다. 나는 그 사진을 찢어서 버렸다. 재일조선인의 장녀로 교토에서 나고 자란 어머니, 일본 사회의 혹독한 차별 속에서 형제들을 돌보느라 학교도 가지 못하고 늘 누군가를 위한 인생을 살아온 어머니, 그런 어머니에게 나는 어머니를 멸시하는 일본인처럼 되라고 강요했다. 부끄러웠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p. 40) (황보강자)


한국에 머무는 동안 할머니가 점심으로 북엇국을 끓여주셨다.

 투명한 국물 속에서 황금빛이 도는 말린 생선과 콩나물이 너울너울 춤추었다. 한 입 떠먹는데 눈물이 떨어졌다. 할머니가 끓여주신 국은 엄마가 만들어주던, 내가 너무나도 싫어했던 바로 그 국과 똑같은 맛이었다. 나는 엄마가 할머니에게 전수받은 집안의 맛을 엄마의 병을 이유로 거부하며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일본 사회에 동화되어 평범하게 살아가라고 그 누구보다 세차게 엄마를 몰아붙였던 사람이 엄마의 딸인 나이지 않았을까. 나는 내 앞에 놓인 차별에 저항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편협한 시각에 사로잡혀 엄마를 궁지로 몰아갔다.

(p. 116) (최리영)


엄마의 삶 속에 '젠더적 관점'은 손톱만큼도 없었다. 엄마에게 일이란 '성역할의 분담'같은 단어 너머에 있었다. 엄마는 일터에서 접하는 부당한 대우, 이를테면 '남자 일을 하는 여자', '여자 주제에'같은 멸시의 시선을 어떻게 느꼈을까. 나는 잘 모르겠다. 엄마는 딸인 나와 여동생을 정말 아끼고 사랑했지만 어른이 된 뒤 엄마와 여자로서 마주않아 이야기를 나눠 본 적은 없다. 분명 엄마도 나와 여동생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지 않았을까. 뒤 돌아보니 자꾸 마음에 걸린다. 

 늘 싱글싱글 웃으면서 땀을 훔치던 엄마는 딸과 속마음 한 번 나누어보지 못한 채 1999년 2월 19일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했다. 향년 62세였다.

(p. 207) (야마자키 마유)


평소처럼 둘이서 저녁식사 뒷정리를 하는데 엄마가 괴로운 표정으로 비밀을 얘기하듯이 조그만 목소리로 말했다. "참관일에 갈 테니까, 미리 참석자 확인 명당에 엄마 이름을 한자로 써놔. 꼭 적어놓아야 해."


그때 엄마가 지은 표정이 지금도 뇌리에 또렷하다. 아니 잊어서는 안되는 기억으로 내 마음속에 새겨졌다.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쓸쓸해 보이기도 했고, 부끄러운 듯도 햇다. 지금 생각해보면 10살 남짓한 딸에게 지어 보일 표정은 아니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그 표정을 본 순간, 엄마가 참관일에 오지 않았던 진짜 이유를 비로소 깨달았다. 딸에게 조차, 아니 딸이기 때문에 더욱 말할 수 없는 절박한 이유. 엄마는 글을 쓸 줄 몰랐던 것이다. 아마 나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생각만 하다보니 엄마의 사정 따위는 전혀 신경 쓸겨를이 없었다. 그렇게 사람은 누군가에게 쉽게 상처를 준다. 10살인 내 안에도 남을 차별하는 사람들의 자기중심적인 변명이 들어 있었다. 어린애가 뭘 아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상황을 이해하게 되었을 때 나는 정말 엄마에게 미안했다. 자식에게 이런 부탁을 해야만 했던 엄마를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쓰리다.

(p. 208~209) (야마자키 마유)


재일조선인3세로 살아온 황보강자씨, 부락민과 한국인사이에서 태어난 최리영씨, 피차별부락출신의 야마자키 마유씨.

그들 모두 일본내에서 마이러니티의 정체성을 가지고 태어나 자라며 어릴적부터 '일반적'인 일본인과 다름을 느끼기 시작했고 더 일본인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적도 있었다. 어머니에게 학교졸업식때 저고리가 아닌 기모노를 입어달라고 부탁해 실제 기모노를 입고온 어머니의 모습에 기뻐했었고.(황보강자) 어머니가 늘 해주신 그 일본음식 같지 않은 북엇국을 싫어해 어머니에게 제발 일본사회에 동화되어 살라고 모질게 다그친 적도 있었고(최리영) 다들 오는 학부모 참관일에 늘 오지 않던 어머니에게 왜 안오냐고 한번 오는게 힘든거냐고 크게 화를 낸적도 있었다.(야마자키 마유) 하지만 그들 또한 단지 일본인처럼 '평범'하게 사는 것을 결국 국가는 사회적으로 허용하지 않았다. 이 후 그녀의 어머니들이 겪었을 지독한 차별로 인해 자신의 학교도 온전히 마치지 못한채 가족을 부양하고 자식들을 양육해야 했을 상황을 이해했을때 그들은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이 책은 일본내의 마이너리티의 삶을 산 이들이 다음세대로 이어진 이야기로서만이 아닌 마이너리티 여성의 이야기기도 하다. 출신과 성이라는 이중의 차별 속에서 우리에게 말해주는 그들 일생의 이야기는 울림이 크다. 일본뿐만의 이야기일까? 한국이라고 다를까? 한국내 다문화가정의 여성의 삶, 매매혼으로 한국으로 건너온 여성들의 삶을 보다 더 관심을 가지고 신경써야될 이유를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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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10-24 16: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좋은 책을 알고 갑니다, 블랙겟타님.

블랙겟타 2019-10-24 23:19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ㅎㅎ ( •◡-)
 














요즘에 북플에서..서재에서... 이 책이 많이 보였다.

와 다들 읽기 시작하는구나..

어? 그러고 보니 나도 써야하는데? 급히 알라딘 서재에 접속해 이렇게 쓰고 있다.  ^^;;;

사실.. 한달 안에 완독해야지에만 몰두한 나머지 룰이기도 했던 '자주 서재에 글쓰기'를 너무 안지키고 있었다. ㅠㅠ


앞서 같이 읽었던 대부분의 책에서 『제2의 성』이 자주 언급되었던 걸 보고 그렇게 유명한가?  당대를 넘어 아직도 여성주의 고전하면 이 책!이 먼저 떠오른다던데 나한텐 저자인 보부아르 이름만 들어봤지 전혀 읽어본적도 없고... 이러던 차에 드디어 10, 11월 도서가 이 책으로 선정되었다.

드디어 나도 한번 읽어보는구나.     


며칠 전 2권짜리로 된 『제2의 성』을 샀고 하루 뒤 무사히 받았다. 그리고..집에 있던 알라딘 북커버를 씌우니 딱 맞다. 

읽기도 전인데 괜히 기분이 좋았다. 



 남자는 결코 어떤 성(性)에 속하는 개인으로 자신을 규정하며 시작하지는 않는다. 그가 남자라는 것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남성'·'여성'이라는 용어는 법률서류에서나 형식상 대칭적으로 쓰일 뿐이다. 실제로 두 성의 관계는 전기의 양극 및 음극의 관계와 똑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프랑스어로 '남자(homme)'라는 단어가 인류 전체를 가리키는 뜻으로 흔히 쓰이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남자가 양성(陽性)과 중성(中性)을 대표하기 떄문이다. 라틴어의 '남자(vir)'란 단어가 지닌 개별적인 의미가 '인간(homo)'의 전체적인 의미에 동화해 버린 것이다. 반면에 여자란 오로지 음(陰)으로만 여겨지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온갖 규제가 주어진다.

(p17~18)


우리가 고전적으로 두가지로 구분해서 단지 서류따위에서 성별란에 기입하는 남/여 또는 여/남 으로 쓰는 정도의 간단한 차이를 느끼면서 현실을 살아가고 있지는 않다. 나만해도 '남자다움'을 대중매체나 어른들에게 약하든 강하든 강요받으며 자라오긴 했지만 어떤 다른 존재로 생각해본 적이 있던가? 그냥 이런 것을 의식안하고 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차이다. 그리고 왜 여성은 음(陰)일까? 한자로 음은 숫자적으로도 마이너스이자 음양설에서도 소극적이고 차가운 뭐 그런 걸 뜻한다.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나는 어릴적에 대부분을 왼손으로 썼다고 했다. 그떄는 다 그렇지만 할아버지께서 강력하게 우파(정치적인게 아니라 오른쪽 손으로 써야한다는..)를 주장하며 훈육하셨기에 글씨는 굴복해서(?) 지금은 오른쪽으로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ㅠㅠ. 하지만 밥을 먹을 땐 왼쪽을 지켜냈다. ㅋㅋ 훈육의 부작용인지.. 이게 좀 이상해져서 어떤 것은 오른쪽으로 사용하는게 편하고 어떤건 왼쪽이 편하고 양손잡이인것 같지만 양손 다 잘 쓰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린 건 좀 이상하긴 하다..


아! 이 일화를 왜 꺼냈냐면 '왼'이란 단어라는 것도 이렇듯 부정적인 느낌이 있다. 결과적인건지 원래 옛날부터 인류는 뭔가 오른쪽을 써야하는게 자연스러웠는지는 모르지만 왼쪽을 사용하는 쪽이 소수이기 때문에 '왼'이 부정적인 느낌이 생겼나라는 일말의 변명이 있다고 한다고 해도  '음'을 뜻하는 여자는 비율로 따져도 인류에서도 남성과 대등한 수준으로 있는 데도 이쪽은 왜 그럴까? 


생물학적으로 여성인 보부아르는 늘 정상적인 성인 남자의 반대급부로 치부되는 '여성'이란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고 이 책을 썼었을 거다. 
















그리고 이 책을 도서관에서 읽는 도중 쟝쟝님이 최근에 읽었던 책인 『미투의 정치학』이 도서관에 있나 검색해보니 어, 대출가능이네? 바로 빌려서 이 책도 동시에 읽고 있다. 오늘 첫장인 권김현영님의 글 「그 남자들의 '여자 문제'」를 읽었는데 여기에서 언급한 미투 사건중 우연히 (엄청 가까이서 접했던건 아니었지만) 비교적 근처에서 접했던 사건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직접 잡음이 나오는 모습을 보기도 했고, 연관되었던 사람에게 그 시기를 지나 이 후에 다시 당시의 상황을 들으며 생각보다 더 심했구나를 느꼈었던 게 생각이 났다. 


아까 쟝쟝님의 페이퍼를 보고 갑자기 생각난 것이 있다. 그 페이퍼에서 시스젠더인 남자가 여성주의를 읽거나 공부하는 기분이 뭘까라는 질문이 있었는데 다른 남자들은 모르겠지만 나같은 경운 처음 이 분야의 책을 읽는 초창기에는 지적 호기심이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어. 자책도, 죄책감도 생기면서 읽고 있었고 나중에는 뭔가 잘못된 것은 알겠는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남자사람인 내가 뭔가 일조할 방법은 없을까?라는 생각을 요즘은 가지고 있다. 여성들이 이 분야의 책을 읽는 것과 내가 책들을 읽음으로써 느끼는 감정들이 같을 것 같지도 않고 아직 나만의 생각으로 안 다져진 부분도 있기에 우선 할 수 있는 만큼 이 분야 책을 읽어가고 대화를 하며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진 상태다.   


# 추가- 요즘 듣고 있는 노래. (원래 올리려고 했던 노랜데 깜빡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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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10-19 1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주 서재에 글쓰기’ 룰을 기억해주셔서 고마워요! ㅎㅎ

블랙겟타 2019-10-20 07:15   좋아요 0 | URL
(๑•̀ᴗ-)

공쟝쟝 2019-11-11 08: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아 놔 ㅋㅋ 저 이거 왜 인제 읽었죠?ㅋㅋㅋ 시스젠더 남자 사람이 페미니즘 공부하는 이유 잘 읽었습니다! 그러나 올려치지 않을거야! 더 분발해서 친구들 설득하시오 🤗

블랙겟타 2019-11-11 11:22   좋아요 0 | URL
부부담스런 과제를 던져 주셨네요.. ㅋㅋㅋㅋ (٥﹏٥` )

공쟝쟝 2019-11-11 11:57   좋아요 1 | URL
성평등에 일조하라!!ㅋㅋㅋ

블랙겟타 2019-11-11 13:11   좋아요 1 | URL
네.. ㅋㅋㅋ 최소한 밀알이라도 되겠습니.. ㅋㅋㅋ
 















예전에 대학생시절 서양정치사상의 고전을 소개한  책을 읽다가 뭔 바람이 불었는지 아리스토텔리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이랑 플라톤의 『국가』를 덜컥 구매한 적이 있다. 꽤 오랫동안 책장의 한켠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결국 근 몇년동안 잦았던 이사를 통해. 결국 처분할 수 밖에 없었다. 무겁기도 무겁고... 읽을 것 같지가 않았다.(사놓고 안 읽었다는 얘기다.ㅡㅡ)

이렇듯이 고전은 진짜 스스로는 못 읽겠다고 느꼈었다.


흘러흘러 작년 말부터 우연한 기회에 참가한 여성주의 책 읽기 모임에서 7월 선정도서로 이 책 『여성주의 고전을 읽는다』로 정했다. 

어.. 고전?..앞 전에 읽었던 책들도 쉬운건 아니였지만 고전을 다룬 책을 드디어 접하는 것이다.

(사실 이 책을 6월 도서이자 이 책에 다루었던 파이어스톤의 『성의 변증법』과 동시에 읽었긴 하지만 말이다. ^^:;)


그래. 생각해보니 이왕 여성주의 책을 읽기로 했으니 고전을 읽으면서 여성주의의 흐름을 잡을 필요도 있겠군..


이렇게 말했지만 이 책은 고전자체이기 보다 고전에 대한 해설을 하는 책으로 입문자에겐 더 맞는 책이다.

그래도 아무리 고전을 해설하는 책이라도  혼자서 읽는 것 보다 누군가와 같이 읽는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이처럼 여성주의 고전에 대한 지식이 전파된 것은 이미 한 세기가 되었지만 그 내용은 상당히 제한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콜론타이만 하더라도 그녀의 여성해방론 전체가 아니라 자유연애론만 과도한 관심 속에 부각되었을 뿐이다. 한국에서는 여성참정권이 해방 후 선물로 주어졌기 때문에 여성운동가들이 참정권 요구를 내걸 일도 없었지만, 참정권운동을 통해 여자들이 조직화하고 여성운동의 역량을 축적하는 경험도 할 수 없었다. 여자들이 스스로 의제를 설정하고 외부와의 대결 속에서 자기 정체성과 자기인식을 확고히 해가는 체험을 할 계기가 없었던 것이니, 외적 행운이 언제나 내적결실의 강화만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었다.

(p. 6)


생각보다 그동안 한국내에서는 여성주의 고전에 대해 제대로 소개될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최근들어 어느때보다 활발해진 페미니즘 이슈로 인해 나같은 사람도 이 책을 접하게 되었으니 앞으론 고전도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질 거라고 믿는다. 이 책에선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에서 주디스 버틀러까지 여러명의 여성주의자들이 언급되는데 나에겐 '엥겔스, 밀도 여기에 포함되는거야?'라던가 그나마 이름이라도 들어본 보부아르 빼곤 다 모르는 사람들 투성이었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명의 여성주의자들중에 주목해서 본 여성주의자는 매리 울스턴크래프트, 알렌산드리아 콜론타이, 베티 프리단이었다.

먼저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나온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를 통해 근대 페미니즘의 출발이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있었다.



계몽사상의 옹호자였던 울스턴크래프트는 여성의 권리도 이성옹호의 차원에서 옹호했다. 즉 인간은 이성의 담지자이고, 여자도 인긴이기에 이성의 담지자인 만큼, 이성을 가진 존재로서 여성의 권리를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인간의 보편적 속성과 가치를 중시하는 입장이었으므로, 여성적 가치를 중시하지말고 여자를 인간으로 대해달라는 것이 울스턴크래프트의 가장 강력한 요구였다.

(p. 50~51)


그녀는 18세기 후반의 인물로 계몽사상의 옹호자였다. 인간은 이성적 존재라고 믿는 울스턴크래프트는 남성과 여성은 이성의 담지자로서 평등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왜 현실 속 여성은 약할까라고 의문을 가졌던 그녀는 여성억압적인 담론과 교육이 그 원인이라고 지목하며 여자는 여자로 만들어진다고 주장했다. 여자를 똑같이 인간으로 대해달라는 요구였지만 당시로선 저정도의 주장을 목소리 내는 것도 힘들었다고 유추해볼 수 있다.  


그래서 울스턴크래프트는 이를 위해 여성을 위한 올바른 교육이 필요하며 여성의 경제적 독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대적 한계도 분명했다. 여성이 교육을 받아야 되는 이유가 잘 교육 받는 여성이 좋은 어머니, 좋은 시민이 된다고 생각했다.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말하기 보다는 여성과 남성의 평등을 말하는 데 더 방점을 두었다. 그리고 계급적인 면에선 기층여성들의 삶을 대변하지 못한 분명한 한계도 있는 인물이었다. 그녀는 이성주의자로서 여성주의사상을 개척해나갔다고 볼 수 있다. 한계가 있음에도 그녀의 주장했던 내용은 근대 페미니즘의 출발로 볼때 의미 있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는 알렉산드라 콜론타이다.




그녀는 러시아 혁명을 주도한 혁명가, 소련의 정치인이자  여성 외교관이었다. 그리고 맑시스트 여성운동가였다.

이력에도 알 수 있듯 마르크스주의자 여성운동가로서 그녀도 역시 당시 자신이 발 딯고 있는 영역에서 여성주의자로서 받았을 많은 어려움과 한계를 가진 인물이었다.


콜론타이의 여성주의적 면모는 오히려 소련 학계에는 곤혹스러운 요소였다. 소련 시대에는 공식 학계나 여성운동계에서도 '여성주의'라는 말은 기피의 대상이었다. 소련 체제는 콜론타이와 같은 걸출한 여성운동 지도자가 현장에서 사라진 이후에는 여성운동을 왜소화시키고 관제화시켰으며, 그렇게 축소된 테두리에 포섭되지 않는 여성해방 관련 논의들을 폄훼의 대상으로 삼아버렸다.

(p. 229)


그녀는 마르크스주의자중에서 여성해방을 위해 힘쓴 인물로 이후 마르크스주의와 여성주의를 결합시켰다고 평가받고 있다. 왜 소련에서는 콜론타이를 곤혹스러워했을까? 마르크스주의에서는 농민문제나 여성문제등 개별분야에서 해결되어야할 문제들을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해석하면서 사회주의 혁명을 통해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이지 독자적인 움직임이나 해결방식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속에서도 콜론타이는 여성의 억압을 느끼고 여성주의적 입장을 내었었다. 


시대적 한계라고 봐야할까? 여성주의자이기 이전에 마르크스주의자였다. 전통적인 마크르스주의자로서는 독자적인 활동을 하는 '페미니즘' 운동을 여성참정권운동과 동일시하는 '부르주아 여성주의'의 의미로 해석하였기에 함께 할 수 없었다. 여성문제를 중시하되 부르주아 여성주의자들이 이를 주도해서는 안된다고 보아서 그 자유주의적 여성운동가들에게 '페미니스트'라고 부르며 비판을 하며 억압하기까지 하였다.  


그럼에도 그녀는 마르크스주의자로서 필연적으로 맞닥드릴 수 밖에 없는 문제인 생산수단의 사회화가 이루어진다면 '자동'적으로 여성문제가 해결될까 라는 의문에 대해서 복잡한 심경이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처음에는 그렇게 된다고 믿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1920년대를 거쳐가며 사회주의가 '자동'으로 여성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면서 여성문제에 관한 콜론타이의 견해는 점점 진화했고 여성문제의 상대적 독자성을 점차 인정하는 쪽으로 나아갔다.  

이렇듯 마르크스주의자로서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여성주의적 견해를 낸 인물로 그녀가 혁명 후 맞닥뜨린 현실에 수긍하지 않고 독자성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대단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는 베티 프리단인데 이 인물은 냉전기 미국의 자유주의 여성주의자로 저서 『여성성 신화』를 통해 당시 페미니즘 제2의 물결을 이끈 사람이기도 했다.



그녀는 여성을 숭배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는 그대로의 여성, 인간으로서의 여성을 보아줄 것을 요구했다. 성별 차이론이 생물학적 차이론으로 나아가고 또다시 여성억압으로 귀결되는 데 대한 비판이 여성성의 신화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p. 365)


프리단은 남녀의 근본적이고 생물학적인 차이를 강조하는 담론이 여성성의 우상숭배를 낳았고 겉으로는 여성을 높여준다는 이 체계가 여성의 다양한 활동기회나 가능성을 박탈하고 여성억압으로 귀결된다고 보았다. 따라서 그대로의 여성으로 보아 줄 것을 요구했다. 전통적인 여성담론에서는 여성혐오나 여성비하로 여성은 열등하고 사악한 존재라는 인식의 한가지와 오히려 여성숭배로서의 농경시대 초기의 여신숭배이거나 아테네 여신숭배따위의 여성은 우상적 존재로 인식하는 한가지로 말 할 수 있다. 이러한 여성담론이 요구하는 여성상은 결국 현모양처로서 가사부담자로서의 여성으로 귀결되었다. 프리단은 그녀가 교외에 거주하는 중산층 주부로서 살면서 느낀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이러한 여성문제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녀는 여성의 독립성, 인격적 성숙, 지적, 사회적 활동을 여성도 당연하게 가능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현 시대에서는 여성을 오로지 가정에 속박하고 성에 집착함으로서 나쁜 어머니가 된다고 보았다. 여성이 가정이라는 선택지만이 있는것이 아니라 독립적 활동만 보장된다면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개인적 의무를 수행할 수 있고 세계에서 중요한 역할과 책임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보부아르의 영향을 받았지만 이 책과 같이 읽었었던  『성의 변증법』의 파이어스톤과는 다르게 자유주의적 관점으로 개인적인 윤리의 차원에서 사고했으며 상대적으로 온건한 여성주의자라고 평가받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고전의 저자들이 기본적으론 여성주의자로 인식될 수 있지만 그 속에는 주장하는 바가 미묘하게 나뉘고 서로간에 부딪치는 면도 볼 수 있었다.  각각의 주장에는 시대적 한계 혹은 자신이 위치하고 있는 곳의 한계로 지금에 와서 볼 때 아쉽거나 비판되어야할 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왜 이 고전을 읽어야할까라는 질문에는 이 책에 나온 인물들이 당대에 주장한 목소리들을 현재에 읽음으로써 당시의 상황을 이해해볼 수도 있을 것이고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나아가할지 어떤것들을 고민해야할지를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선 '고전'을 읽어볼 가치는 충분히 차고도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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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10-10 09: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콜론타이랑 베티 프리단에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콜론타이가 썼다는 소설과 [여성성의 신화] 사두었어요. 아, 물론 여성의 권리 옹호도...
의욕이 앞서는 탓에 이것도 읽고 싶고 저것도 알고 싶고 해서 책을 자꾸 부지런히 쌓아 두지만 그 많은 책들을 언제 다 읽게 될지 모르겠어요. 회사 그만두고 책만 읽으면서 살고 싶네요. 흑흑 ㅠㅠ

10월 도서, [제2의 성]도 열심히 읽읍시다! 저 아직 시작도 안했지만...킁킁.

블랙겟타 2019-10-10 13:03   좋아요 1 | URL
저도 <제2의 성>곧 시작할께요.
아 참 책이 없지.. 책부터 먼저 사고.. ㅋㅋㅋ

2019-10-10 0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0-10 15: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19-10-14 0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성어린 독후감! 짝!🖐🏻 저도 사회주의와 페미니즘 관계 흥미롭게 읽었어요!! 여성주의를 한번 죽 정리해줬던 책! ㅋ

블랙겟타 2019-10-14 22:44   좋아요 0 | URL
네. ^^
이 책 쟝쟝님이 추천하신거죠? 덕분에 다양한 고전과 여성주의자들을 알수 있었어요 ( •◡-)
 
성의 변증법 - 페미니스트 혁명을 위하여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지음, 김민예숙.유숙열 옮김 / 꾸리에 / 2016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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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뎌내었던 시몬 드 보부아르를 위하여.

이 책 첫장에 적혀있는 글이다. 보부아르? 보부아르라면... 사르트르랑 계약결혼한 그 보부아르 말이지? 첫장에서 언급할 정도면 그사람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나보다. 

(10월 선정도서이기도 하니 곧 보부아르의 책을 나도 읽게 되겠지..^^)

저자인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은 이 책 『성의 변증법』단 한권으로 60-70년대를 강타한 페미니즘 '제2의 물결'을 이끈 대표적인 급진적페미니스트라고 알려져있다. 게다가 이 책은 그녀가 25세에 쓴 것이라고 하니.. 대단한 사람이다. 


파이어스톤은 여성을 성 계급으로 선언하면서 생물학적 출산과 양육의 짐을 여성만이 온전히 질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는 늘 열등한 존재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이전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계급분석을 위해 사용한 사적 변증법에서 경제적 해석을 통해 여성의 억압을 희미하게 인식했다고도 볼수 있었다. 파이어스톤은 자신이 직접 마르크스,엥겔스의 계급분석의 틀을 빌려 설명함으로써 그들이 한 작업이 훌륭했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경제적 해석에 의해 여성의 억압을 설명하려는 것은 그자체로 한계점이 있으며 오류라고 생각하였다. 


파이어스톤은 여성억압의 원인을 다양하게 접근하였는데 먼저 여성억압의 핵심이 출산임을 간파하고 출산으로부터의 자유를 주장했다. 그리고 아동에 대해서도 분석하였다. 아동기라는 신화를 만들어냄으로써 아동은 연약하고 보살펴야하는 존재로 만들었다고 하였다. 이런 아동을 1차적으로 보살펴야하는 존재는 대부분 여성이었음으로 여성과 아동을 가정의 틀 안으로 묶어둘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가부장적인 가족으로 강화시키고 이것 또한 여성의 억압의 원인이 출산과 양육인 여성의 역할로 인한 것과 연결된다. 


아동기의 신화는 여성성의 신화와 더 잘 대응된다. 여성과 아이들은 모두 무성적이며, 따라서 남성보다 '더 순수하다'고 여겨졌다. 그들의 열등한 지위는 정교화된 '숭배'하에 나쁘게 은폐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여성과 아이들 앞에서는 심각한 문제들을 논의하지 않았고 한 마디의 욕설도 하지 않았으며, 또한 그들을 공개적으로가 아니라 등 뒤에서 비하했다. 여성과 아이들은 화려하고 비활동적인 옷으로 구분되었고, 특별한 과제(각각 가사노동과 숙제)가 주어졌다. 둘 다 정신적으로 부족하다고 여겨졌다.("여성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는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리다.")

(p.129~130)


아동의 억압과 여성의 억압은 닮아있다. 결국 아동과 여성은 성인 남성보다 열등한 지위를 갖게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사이버네틱 코뮤니즘이라는 커다란 맥락에서 아이의 생식을 위한 가족의 대안으로 가구를 확립하고, 독신 혹은 생식과 무관한 단위에서 살기로 선택한 사람들을 위한 모든 상상가능한 생활방식이 결합되면, 현재 가족으로부터 발생해 인간의 행복을 방해하는 모든 기본적 딜레마들이 해소될 것이다.

(p.336) 


이렇게 여성의 억압의 주요 원인을 출산과 양육에서 찾아내었고 그리고 이러한 억압을 없앨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생물학적 가족'에 대한 대안으로서 '사이버네틱 코뮤니즘'이라는 것을 주장했다. '생물학적 가족의 압제'로 부터의 자유를 위해 독신 직업인이나 생식에 무관하게 함께 살기로한 사람들끼리의 동거를 통해 '생물학적'이 아닌 가족을 형성할 수 있고 생물학적인 생식인 출산은 과학에 의한 생식인 인공생식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당시로선 상상하기 힘든 과학의 발전을 통한 대안을 생각했으며 생물학적인 가족이 아닌 가족들도 현재 꽤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볼때 지금 현재에 반영된 것이 꽤 되었기 때문에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다.



『성의 변증법』에서 혁명은 성적 혁명/경제적 혁명/문화적 혁명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이는 모든 가능한 방법으로 여성을 생물학적 생식의 지배로부터 해방시키고, 출산과 양육의 역할을 전체 사회에, 여성에게 뿐만 아니라 남성과 다른 아이들에게도 담당하게 할 것. 모든 사람의 경제적 독립과 자결권을 가질 것. 여성과 어린이들을 사회에 완전히 통합할 것. 성적 자유와 사랑의 재통합이 이루어질 것(근친상간, 동성애, 사랑과 성의 재통합) 모든 여성과 아동들에게 성적으로 그들이 하고자 하는 대로 무엇이든 할 자유를 줄 것등이 혁명의 내용이 된다.

『여성주의 고전을 읽는다』, (p. 397~398)


그녀는 안타깝게『성의 변증법』 한 권을 내놓고 활발한 활동을 하지 않고 자취를 감추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후 주변의 증언들을 통해서 그녀는 오랫동안 정신병을 알고 있었고 2012년 사망하였다는 소식도 알게 되었다. 당시 페미니즘운동의 한획을 그을 만큼 그녀는 통찰력과 담대한 대안을 내놓을 정도로 상상력이 있었지만 엄격한 보수 유대계 가족에 속했다는 점과 이후에 있었던 가족의 죽음, 그가 속한 여성운동 내부의 조직 갈등에서 얻은 마음의 상처등이 축적되면서 그녀의 이상을 본격적으로 펼치지 못한채 떠나버렸다. 그녀의 이론은 지금와서 보면 물론 한계점도 존재하지만 그녀의 이 책에서 보여준 통찰력과 상상력만큼은 나를 많이 깨우쳐주었다. 왜 '고전'인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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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여러 알라디너분들의 웃음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서 뭔가 했더니 바로 이『징구』때문이란다.

이 책이 뭐길래..? 다음날 도서관에 가서 얼른 검색해보았더니... 다행히 아직 대출중인 상태가 아니여서 바로 빌려서 읽었다.

크기도 작고...분량도 길지않고...아~ 단편소설 모음집이구나. 


『징구』를 처음 들었을때 사람이름인가..? 그리고 책을 직접 봤을때도 아! 표지의 여성의 이름인가보다.라고 생각했었다.

이 책의 첫번째 작품인『징구』을 읽어가면서도 뭐야. 징구는 언제? 베일에 쌓인 인물일까? 제목이 징군데? 다른 인물들만 나오고...

아 이제 언급이 되는구나. 


"징구 아니에요?" 부인이 부드럽게 말했다.

순간 다른 멤버들은 전율을 느꼈다. 잠시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교환했고, 그러다 일제히 안도하면서도 그들의 구세주에게 의문의 눈길을 보냈다. 모두 표정은 같았지만 각자 다른 감정의 단계를 거치고 있었다.

(p. 28)


(...)





본격적으로 내용이 펼쳐지며 후반부를 읽는 나의 모습은 마치 영화 『유주얼서스펙트』에서 수사관 데이브가 컵을 갑자기 떨어뜨리면서 뭔가를 깨닿는 모습이었다.

와.. 하하하하하. 

징구가 뭔지 알 필요가 없었다. 징구는 징구였다.


이디어 워튼 자신이 명문가 자녀로서 당시 상류사회에서 느꼈을 위선과 허식을 특유의 위트와 풍자로 여러 단편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책도 조그맣고 분량도 적어서 부담도 없기 때문에 진정으로 느끼려면 직접 읽어보는 편이 제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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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9-22 17: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이 재미있는 책을 읽으셨군요, 블랙겟타님! 아하하하
저는 이 뒤의 단편 로마의 열병을 참 좋아합니다.
:)

블랙겟타 2019-09-22 21:21   좋아요 0 | URL
네 웃음의 이유를 이제는 알게되었답니다! ㅎㅎㅎ
저는... ‘다른 두사람’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

단발머리 2019-09-22 1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리뷰에는 이 문장이 필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블랙겟타 2019-09-22 21:32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깨서 왜! 추석 후유증의 특효약으로 골랐는지를 알것 같더라구요 ( •ᴗ•) 하하하하

syo 2019-09-22 2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난 아직 안봤는데 어쩐지 으하하하하하하하!!

블랙겟타 2019-09-22 21:33   좋아요 0 | URL
이미 syo님은 마치 읽은 거 같은 느낌!?
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