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 변증법 - 페미니스트 혁명을 위하여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지음, 김민예숙.유숙열 옮김 / 꾸리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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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뎌내었던 시몬 드 보부아르를 위하여.

이 책 첫장에 적혀있는 글이다. 보부아르? 보부아르라면... 사르트르랑 계약결혼한 그 보부아르 말이지? 첫장에서 언급할 정도면 그사람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나보다. 

(10월 선정도서이기도 하니 곧 보부아르의 책을 나도 읽게 되겠지..^^)

저자인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은 이 책 『성의 변증법』단 한권으로 60-70년대를 강타한 페미니즘 '제2의 물결'을 이끈 대표적인 급진적페미니스트라고 알려져있다. 게다가 이 책은 그녀가 25세에 쓴 것이라고 하니.. 대단한 사람이다. 


파이어스톤은 여성을 성 계급으로 선언하면서 생물학적 출산과 양육의 짐을 여성만이 온전히 질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는 늘 열등한 존재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이전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계급분석을 위해 사용한 사적 변증법에서 경제적 해석을 통해 여성의 억압을 희미하게 인식했다고도 볼수 있었다. 파이어스톤은 자신이 직접 마르크스,엥겔스의 계급분석의 틀을 빌려 설명함으로써 그들이 한 작업이 훌륭했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경제적 해석에 의해 여성의 억압을 설명하려는 것은 그자체로 한계점이 있으며 오류라고 생각하였다. 


파이어스톤은 여성억압의 원인을 다양하게 접근하였는데 먼저 여성억압의 핵심이 출산임을 간파하고 출산으로부터의 자유를 주장했다. 그리고 아동에 대해서도 분석하였다. 아동기라는 신화를 만들어냄으로써 아동은 연약하고 보살펴야하는 존재로 만들었다고 하였다. 이런 아동을 1차적으로 보살펴야하는 존재는 대부분 여성이었음으로 여성과 아동을 가정의 틀 안으로 묶어둘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가부장적인 가족으로 강화시키고 이것 또한 여성의 억압의 원인이 출산과 양육인 여성의 역할로 인한 것과 연결된다. 


아동기의 신화는 여성성의 신화와 더 잘 대응된다. 여성과 아이들은 모두 무성적이며, 따라서 남성보다 '더 순수하다'고 여겨졌다. 그들의 열등한 지위는 정교화된 '숭배'하에 나쁘게 은폐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여성과 아이들 앞에서는 심각한 문제들을 논의하지 않았고 한 마디의 욕설도 하지 않았으며, 또한 그들을 공개적으로가 아니라 등 뒤에서 비하했다. 여성과 아이들은 화려하고 비활동적인 옷으로 구분되었고, 특별한 과제(각각 가사노동과 숙제)가 주어졌다. 둘 다 정신적으로 부족하다고 여겨졌다.("여성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는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리다.")

(p.129~130)


아동의 억압과 여성의 억압은 닮아있다. 결국 아동과 여성은 성인 남성보다 열등한 지위를 갖게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사이버네틱 코뮤니즘이라는 커다란 맥락에서 아이의 생식을 위한 가족의 대안으로 가구를 확립하고, 독신 혹은 생식과 무관한 단위에서 살기로 선택한 사람들을 위한 모든 상상가능한 생활방식이 결합되면, 현재 가족으로부터 발생해 인간의 행복을 방해하는 모든 기본적 딜레마들이 해소될 것이다.

(p.336) 


이렇게 여성의 억압의 주요 원인을 출산과 양육에서 찾아내었고 그리고 이러한 억압을 없앨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생물학적 가족'에 대한 대안으로서 '사이버네틱 코뮤니즘'이라는 것을 주장했다. '생물학적 가족의 압제'로 부터의 자유를 위해 독신 직업인이나 생식에 무관하게 함께 살기로한 사람들끼리의 동거를 통해 '생물학적'이 아닌 가족을 형성할 수 있고 생물학적인 생식인 출산은 과학에 의한 생식인 인공생식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당시로선 상상하기 힘든 과학의 발전을 통한 대안을 생각했으며 생물학적인 가족이 아닌 가족들도 현재 꽤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볼때 지금 현재에 반영된 것이 꽤 되었기 때문에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다.



『성의 변증법』에서 혁명은 성적 혁명/경제적 혁명/문화적 혁명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이는 모든 가능한 방법으로 여성을 생물학적 생식의 지배로부터 해방시키고, 출산과 양육의 역할을 전체 사회에, 여성에게 뿐만 아니라 남성과 다른 아이들에게도 담당하게 할 것. 모든 사람의 경제적 독립과 자결권을 가질 것. 여성과 어린이들을 사회에 완전히 통합할 것. 성적 자유와 사랑의 재통합이 이루어질 것(근친상간, 동성애, 사랑과 성의 재통합) 모든 여성과 아동들에게 성적으로 그들이 하고자 하는 대로 무엇이든 할 자유를 줄 것등이 혁명의 내용이 된다.

『여성주의 고전을 읽는다』, (p. 397~398)


그녀는 안타깝게『성의 변증법』 한 권을 내놓고 활발한 활동을 하지 않고 자취를 감추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후 주변의 증언들을 통해서 그녀는 오랫동안 정신병을 알고 있었고 2012년 사망하였다는 소식도 알게 되었다. 당시 페미니즘운동의 한획을 그을 만큼 그녀는 통찰력과 담대한 대안을 내놓을 정도로 상상력이 있었지만 엄격한 보수 유대계 가족에 속했다는 점과 이후에 있었던 가족의 죽음, 그가 속한 여성운동 내부의 조직 갈등에서 얻은 마음의 상처등이 축적되면서 그녀의 이상을 본격적으로 펼치지 못한채 떠나버렸다. 그녀의 이론은 지금와서 보면 물론 한계점도 존재하지만 그녀의 이 책에서 보여준 통찰력과 상상력만큼은 나를 많이 깨우쳐주었다. 왜 '고전'인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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