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딸내미의 생일날에 펑펑 울게 만들었지요.ㅋ
와이프가 늦게 퇴근이 일상이고
딸내미도 심야학습 때문에 무척 늦은 시간에,
아이스크림 케이크, 거의 시켜 먹지 않는 치킨도 주문했습니다.
늦은 시간이더라도 그냥 지날 수 없으니까요.
며칠 전에 딸내미의 학습에 체력을 돋운다고
와이프는 무슨 한약을 지어 왔더군요.
꽤 비싼....
고3은 체력 싸움이니 많이 먹고 컨디션 항상 올려야
졸음도 줄어들고 몰입도 높게 책상을 지킬 수 있다고
믿었던 터라 이해되더군요.
마지막에 딸내미에게 준 선물은,
얼추 십만 원에서 이천 원 빠진 금액의
천 원짜리 다발이었습니다.
편지까지 동봉했거든요.
왜 천 원짜리 이였는지 편지에 적었기도 합니다.
요즘 매일 하루에 한 끼만 먹습니다.
의도야 뭐 다이어트 또는,
건강상 소식도 할 겸해서
점심을 먹지 않거든요.
지난 가을에 병원에서 건강검진 때
검사 결과가 당뇨로 발전할 수 있는 내당장애가 있고
대사증후군이므로 살도 빼고 근육도 키우고
소식하라는 충고가 있었습니다.
술때문이었지요.
길게 이야기할 것도 없이 살 빼고 운동하라는 처방.
탄수화물 많이 먹으면,
몸에 염증반응이 올라간다는 소견.
즉 밥을 아주 적게 먹으란 이야기였어요.
탄수화물은 몸에서 없어서는 안될 에너지원인데요.
즉 힘을 내는 대사를 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이게 움직임에 비해, 과잉이면
지방으로 축적되고 콜레스테롤이 높아지고
혈압을 상승시키고 혈액 속의 당분이 과잉으로 되고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가 과잉이 되어 혹사당하고 등등등...
그런데 탄수화물도 중독 증상이 보이냐 하면,
배고픔에 대한 포만감이 즉각적이기 때문이거든요.
고기 많이 먹고 나서도 밥 한 공기 기본적으로 먹어줘야
비로소 먹은 느낌이 드는 포만감이 찾아오는 이유겠지요.
그만큼 인간은 원시시대부터 기아에 허덕였거든요.
그러니 무엇이든 일단 많이 먹어 둬야 합니다.
항상 배 고프니까 고픔을 즉각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농사를 짓고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제일 빠르고 유리했던 이유겠지요.
그러나 이제는 현대 산업사회에서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서 꼼짝하지 않고
돌아다니며 에너지 소비할 거리가 없거든요.
밥 세 끼 꼬박 챙겨 먹고 나면 점점 중독될 수밖에 없죠.
그러니 소비처는 없고 몸에 쌓여 지방으로 축적됩니다.
혹시나 기아가 닥쳤을 때 대비하는 메커니즘이 지방이거든요.
뱃살도 늘어나고 지방이 쌓여갈 때 발생하는
몸의 비만 증상은 현대인의 아킬레스건처럼
치명적으로 발생합니다.
점점 나이가 들면 나잇살이라는 게 결국
근육이 줄어드는데 밥은 많이 먹고... 에너지가 갈 곳이 없습니다.
그러니 건강은 나빠질 수 밖에요.
에너지 보존 법칙은 생체조직에서도
똑같이 적용되거든요.
(밥 적게 먹고 소비처를 만들어 주니
8Kg 감량했습니다.
효과는 당장 혈압이 떨어지고 혈당이 내려 갔어요.)
그래서 점심 거르고 한 끼만 먹어서
저녁에 사이클과 덤벨 운동을 합니다.
소비처를 만들어 주는 셈이죠.
회사에서 점심을 먹지 않으면
점심 식대를 현금으로 줍니다.
이걸 천원단위로 모아두었던 거예요.
밥량도 줄이고 건강도 챙기고
돈도 모으고, 모아논 걸 또 인심 후하게 쓰는 효과를
노린 것입니다.
딸내미가 밥 굶으며 모은 돈을
선물로 받았다고 펑펑 울더군요.
에너지가 부족한 것을 돈으로 모은 것이 아니라,
과잉의 에너지를 돈으로 환산해서 모은 것인데
딸래미는 그저 굶어서 모은 것으로 오해한 것이죠.
그러니 굶어서 모은 것을 생일 선물로 받았다고 하니
감정이 폭발하게 된 거예요. ᄒᄒᄒ
하기야 요즘은 술도 끊었고 담배 살 일도 없으니
크게 용돈 쓸 일은 없습니다.
그저 밥 대신에 책이라도 좀 많이 사거나
책 사서 나눠 주는 용도라면 나름 가치는 있는 셈이니까요.
그러니 딸내미 마음에 오해의 스크래치를 내서 울게 만든,
참 나쁜 아빠입니다.ㅠㅠ
그런데 이건 사실이지만 진실은 비밀입니다.
역시 사람은 측은지심이 발동해야 눈물이 나는 존재라는것이구요.
언젠가는 하나도 남김없이 다 놓고 가야하거든요.
오늘 하루도 악달받게 소소한 것에 아등바등하며
마음의 힘 빼지 말고 운동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