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짓는다는 것 - 공간에 숨결을 더하는 건축가의 말 지노 지혜의 말 시리즈
로라 더시케스 엮음, 전은혜 옮김 / 지노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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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짓는다는 것 


가우디부터 자하 하디드, 레오나르도 다빈치, 겐조 단게, 르코르뷔지에, 안도 다다오, 시저 펠리, 한스 훌라인 등의 세계적인 레전드 건축가들의 말이 담긴 책이다. 특히 영어 원문과 번역이 두페이지에 마주보고 깔끔하게 배치되어 길지 않은 문장들을 곱씹으며 여운을 즐길 수 있게 배려했다. 


책 속에서 만난 건축가들은 건축이란 무엇이고 건축가는 어떤 사람이며 건축 설계에서 진짜 중요한 것과 건축하는 삶에 대한 도전과 기쁨, 지혜와 영감들에 대해 얘기한다. 건축과 관련된 일을 하는 독자나 건축학도들에게 의미있는 책이 될 것이고 건축과 관련없는 독자들도 각자의 일에 대한 본질을 곰곰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세계적인 건축회사 NBBJ의 도서관 사서이자 기록물 관리자로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채로운 건축가들의 목소리를 이 책 속에 생생히 담아낼 수 있었다. 또한 우리말 번역은 샌프란시스코에서 건축가로 활동 중인 전은혜가 맡았다.


“건축 설계를 한다는 것은 원의 한 점이 되는 것과 비슷하다. 건축이라는 구심점을 기준으로 팽팽한 원심력 속에서 살아가면서 그 괴로움을 토로하는 건축가들의 삶은, 이 책의 상당 부분에서 말하는 이상의 고민과 피로, 그리고 자발적인 고립 속에 치열하다. 


이 책에 담긴 건축가들의 말은 마치 해탈한 선인들의 그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자의식 과잉처럼 보이기도 한다. 파올로 솔레리는 건축가의 자아 세계가 커야 세상에 그만큼 이바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의식의 뒷면에 자리한 건축가들의 인간에 대한 애정과 노고를 발견 할 수 있었다. 


그 중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을 꼽자면 얼마 전 제주도 여행을 하면서 그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던 안도 다다오의 문장이었다. 


나는 폐허를 좋아합니다. 남아 있는 것이 전체 디자인은 아니지만, 생각의 명료함, 적나라한 구조, 그것의 영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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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 내리는 날 다시 만나 - 시골 수의사가 마주한 숨들에 대한 기록
허은주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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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 내리는 날 다시 만나 


책 표지 디자인과 제목부터가 감수성 넘치는 이 책은 현직 시골 수의사인 저자의 에세이였다. 수의사를 하게 된 이유부터 병원 안에서, 병원 밖에서의 일상과 여러 에피소드들, 경험, 생각, 느낌들을 전문 작가가 아님에도 놀라운 필력으로 그려낸다. 



특히 넘쳐나는 반려견들과 펫샵, 유기견의 나라에서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 담론도 날카롭게 지적하는 이야기들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보호자들의 죄책감과 슬픔, 괴로움 곁에서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개와 고양이를 택배로 사고팔고 반품까지 자유롭다는 충격적인 사실부터, 고속도로 위에서 운송 트럭 위의 닭과 눈이 마주치며 시작된 이야기, 우연히 들어간 소싸움대회에서 마주한 지옥 같은 장면들, 연간 800만 마리의 새들이 투명 벽에 부딪혀 죽어가는 현실들을 읽다보면 평소 내가 얼마나 동물권에 대해 무지했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단순히 현직 수의사의 책이라고 알고 집어들었다가 허은주 작가의 의외의 이력에 눈길이 가기도 했는데 여성학을 전공하고,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활동하며 함께 세상을 바꿔나간다는 즐거움을 경험하기도 했고 성폭력 피해자 상담 활동도 했다고 한다. 그러다 “동물은 사람과 달리 진료할 때 말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덜컥 수의대 진학이라는 새로운 길을 선택하지만 수의사가 된 이후에 그는 또 다른 죄책감을 맞닥리게 되었다고 말한다. .


어떤 대목에서는 너무 충격적인 현실을 마주하며 나는 앞으로 절대 반려동물을 키우면 안되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모양으로 만들기 위해 2개월 된 강아지를 어떠한 마취도 없이 귀를 잘라 명주실로 꿰맨 농장주, 자신의 개는 아파도 물지 않으니 마취하지 말고 빨리 꿰매라고 소리치는 보호자 등 그야말로 몰랐다면 알기 전보다 마음 편히 살 수 있을 이야기들을 마주했던 책이다. 


동물병원에 대한 어두운 이면도 알게 되었는데 의사가 아동 학대로 의심할 만한 정황을 확인하면 반드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동물병원에서는 의료진의 신고 의무가 제도화되어 있지 않다. 학대를 입증할 만한 직접증거 자료가 있어도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는 것이 동물 학대의 현실이다. 마취 없는 수술을 요구한 것이 학대의 증거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이 개는 내가 옆에 있으면 죽을 만큼 아파도 참는다”라는 그 남자의 말이 평소의 학대 정황을 강하게 의심하게 한다. 자기를 아프게 하는 상대를 공격하는 것은 모든 생명체에게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최소한의 자기방어는 생존 본능이기 때문이다. 죽을 만큼 아픈데 물지 않는 개는 없다. 하지만 학대받는 개는 죽을 만큼 아파도 물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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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란 무엇인가 - 변화되는 세상에서 성공하는 리더의 노트
한근태 지음 / 샘터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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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란 무엇인가 


시중에 리더십에 대한 책이라면 수없이 많지만 이 책은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에서 리더로서 성공하는 법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명쾌하게 정리했다는 점에서 단연 돋보이는 책이었다. 


자신이 글로벌 기업의 거창한 CEO가 아닌 작은 조직의 팀장이라도 이 책을 통해 유익한 리더십에 대한 조언들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갈수록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최신의 리더십 트렌드를 읽을 수 있었고 저자의 3,000번이 넘는 기업 컨설팅과 700명이 넘는 CEO에게 경영 코치를 해온 노하우를 전수 받을 수 있었다. 


특히 책을 읽어보면  리더십 뷔페’라는 저자의 표현에 고개가 끄덕여졌는데 다양한 리더십을 자신이 놓인 상황에 맞게 골라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백서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리더는 자신이 완벽한 사람이 아님을 인지해야 한다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는데 항상 사람들에게 자신에 대한 피드백을 구하고 이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다. 듀폰 아시아태평양 회장직을 수행했던 김동수 회장의 직속 상사였던 앤더슨은 일 년에 한 번 한 시간씩 자가 평가 시간을 가졌다. 앤더슨은 김동수 회장에 대한 평가를 끝내고 나면 항상 자신에 대한 평가를 요청했다. 상사를 향한 평가에 난색을 표한 김동수 회장에게 앤더슨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똑같은 인간이고, 직책이란 것은 연극의 가면 같은 것이다. 나는 임원의 가면을 쓰고 자네는 부장의 가면을 쓰고 역할극을 하는 것이다. 연극이 끝나면 우리는 하나의 동등한 인격체다.”


책의 구성은 3개의 큰 챕터 아래 길지 않은 리더십에 대한 웰메이드 칼럼들이 엮인 형식이었다. 1장, ‘Notes For Future Leaders’ 부터 ‘Notes For Growing Leaders’,  ‘Notes For Changing Leaders’로 이어졌고 다가오는 미래에 리더가 될 이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리더로서 발전을 모색하는 이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현재 리더로서 조직을 이끌어가고 있지만 변화된 세상에 적응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읽어볼 수 있었다. 


그 외에도 고독한 리더가 져주는 법, 탁월한 리더가 가진 세 가지 무기, 상향 리더십과 수평 리더십, 핵심 인재와 일하는 기술, 일을 잘 맡긴다는 것, 변하지 않는 리더의 철학 등의 읽을거리들이 준비되어 있다. 


무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무대위에 올라가 무심히 무대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주기적으로 제삼자의 입장에서 일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단 하루만 일 생각을 하지 않아도 더 명료하게 사고할 수 있고, 더 잘 소통할 수 있고, 긴장을 풀 수 있다. 새로운 관점을 위해서는 언제 자신이 최적의 상태가 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스위트 스팟’을 찾고 몰입하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최적의 지점에서는 누구든 최고의 능력과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 지점은 지루함과 스트레스의 중간쯤 위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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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되는 법 - 꿈이 너무 많은 당신을 위한 새로운 삶의 방식
에밀리 와프닉 지음, 김보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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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되는 법 


TED를 통해 화제의 인생강연을 펼쳤던 저자가 핵심 메시지를 명쾌하게 정리해놓은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들을 제안하는데 특히 흔히 알고 있었던 전문가가 되기 위한 1만 시간의 연습 대신 모든 열정에 지속 가능한 삶을 디자인하는 법을 알려준다. 


일면 도발적인 제안 같기도 했지만 나 자신을 되돌아보면 기존의 자기계발서가 실전에서 잘 통하지 않았던 미스터리가 풀리는 힌트를 발견한 듯 했다. 책 초반부부터 저자는 그동안 산만하고 끈기 없다 핀잔받았던 다능인만의 능력에 주목하며 이들의 행복에는 의미와 다양성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여러 가지를 한다는 건, 그 모든 것에서 평범해진다는 의미다.” 수학적 시각에서 보면 이 주장은 옳은 말이다. A라는 사람이 한 가지를 학습하는 데 10,000시간을4 쓰고 B라는 사람이 네 가지를 학습하는 데 각각 2,500시간을 쓴다면, B는 어떤 분야에서도 덜 능숙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 주장은 기술에서 중요한 건 오직 질이라는 개념에 기초한다. 나는 창의력과 독창성 그리고 열정은 모두 똑같이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싶다.


그리고  다능인이 만족스럽게 일할 수 있는 네 가지 패턴을 제시하는데 그룹허그 접근법부터 슬래시 접근법, 아인슈타인 접근법, 피닉스 접근법 등의 다능인이 만족스럽게 일할 수 있는 네가지 패턴들을 분석한다. 


개인적으로는 책의 후반부에 일상에서 효율적으로 다양한 분야를 오갈 수 있는 기술과 두려움과 비난에 대처하는 법을 알려주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는데 저자는 ‘드러내고 자랑스러워하는’ 다능인이란 세상과 소통하고, 우리의 일에 대해 말하는 법을 배우고, 두려움과 반감에 직면해도 우리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파한다. 모든 것을 드러내는 것이 항상 편안하고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다같이 그렇게 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그 외에도 부록에서는 리처드 븐랜슨, 벤저민 프랭클린, 갈릴레오, 스티브 잡스 등의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유명 다능인들의 리스트와 다능인이 활약할 수 있는 학제간 분야의 예시, 그리고 어떤 직업모델이 나에게 적합한지 연습할 수 있는 흥미로운 툴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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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가봅시다 남는 게 체력인데 - 50대 구글 디렉터의 지치지 않고 인생을 키우는 기술
정김경숙(로이스킴)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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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가봅시다 남는 게 체력인데 


벌써 인생과 일상에 지칠려던 차에 만난 정신 번쩍 들게 했던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50대 구글 디렉터로서 지치지 않고 인생을 키우는 기술을 얘기한다. 여느 자기계발서와 달랐던 점은 책에서 조언하는 모든 것들을 이미 자신의 이력으로 증명해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단 한 번의 승리가 아니라 매일의 작은 성장을, 반짝이는 천재성이 아닌 지속가능한 꾸준함을 추구한다는 대목이었다. 안 그래도 최근 들어 무더위에 지치고 일하기 싫었던 나를 되돌아보며 몸과 마음의 근력을 가다듬는 시간이 되었다. 


책의 구성은 네개의 챕터에 자신이 50대 구글 디렉터가 되기까지의 힘겨웠던 여정과 여러 고난들을 헤치고 온 세월에서의 경험, 생각, 느낌들을 생생하게 풀어내고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재밌게 얘기하는 형식이었다. 


체력도 열정도 ‘키우는’ 것이라는 단순한 진리부터 뼈때리는 조언이었고 임포스터 신드롬을 넘어서는 공부 자신감과 구글 디렉터의 짠내 나는 영어 분투기, 마흔에도 시작할 수 있는 영어 공부 팁도 만나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다시 일어나는 힘이라는 마음의 코어 만들기에 대한 조언들이 인상적이었는데 요즘 나의 문제점이 바로 마음의 코어가 약해서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좋아하는 마음을 오랫동안 이어가려면 열정도 체력도 고갈되지 않도록 계속해서 연료를 채워줘야 한다”고. 좋아하는 일을 원하는 만큼 오래 하려면 몸과 마음의 코어 근력을 끊임없이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성장은 일만 잘한다고 해서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우리가 일을 하는 건 이미 채운 걸 쓰는 일이지, 채우는 일이 아니다. 비우기만 하고 어떻게든 스스로를 채우고 성장하는 즐거움을 찾지 않으면 스스로 발전을 포기하게 되어버린다. 내 일의 미래를 놓치지 않으려면, 매일매일 꾸준히 채우는 자기만의 ‘채우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 외에도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그리고 리더로서 성장하는 인간 정김경숙의 따뜻한 철학을 들여다보며 대한민국 여성이라면 한번쯤 고민해볼 만한 성장과 일, 그리고 육아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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