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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묻고 미생물이 답하다 - 공생하고 공격하며 공진화해 온 인류와 미생물의 미래 ㅣ 묻고 답하다 6
고관수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4년 9월
평점 :
역사가 묻고 미생물이 답하다
묻고 답하다 시리즈의 여섯번째 책이다. 이번엔 역사가 묻고 미생물이 답하는 테마다.
역사와 미생물이라면 전혀 다른 분야 같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미생물이 인류 역사를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책의 구성은 인류와 미생물이 공생하고 공격하며 공진화해 온 흐름 중에 중요했던 10가지 주제를 연대순 엮었다. 10개의 챕터는 마치 10부작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했고 호모사피엔스의 진화에 이바지한 효모 이야기부터. 콜럼버스의 교환, 산업혁명, 세계대전 등도 미생물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결국 사람에게 달렸다. 세균과 바이러스, 곰팡이와 같은 미생물은 저들의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지금도 그렇다. 그것들을 불러내어 수많은 사람이 죽은 것도, 그것을 이용해서 우리에게 유용한 것을 만들어낸 것도 우리가 한 일이다. 사람의 일, 결국 역사다.
그 외에도 최초의 역학조사는 도시를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페니실린과 푸른곰팡이, 말라리아와 황열병, 그리고 볼바키아, 미생물은 의료의 모습을 어떻게 바꾸는지, 면역항암요법과 세균 매개 암 치료법 등을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최신 미생물 학계의 동향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다루는 대목도 인상적이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특정 환경, 특히 인체에 존재하는 미생물이나 그 미생물들의 전체 유전체를 가리킨다. 감염성 질환이 단일 미생물(병원체)의 활동 결과가 아니라 여러 미생물이 한꺼번에 상호작용한 결과일 수도 있다는 인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나아가 이러한 미생물 생태계가 건강은 물론 행동과 성격까지도 좌우한다는 놀라운 연구 결과까지 속속 나오고 있다. 비만, 자폐스펙트럼,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을 앓는 사람들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균형이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것이다. 자폐 증상을 보이는 무균쥐에게 세균대사산물인 5-아미노발레르산과 타우린을 주입하자, 이들의 자폐 증상이 완화되는 현상을 발견한 획기적 연구 결과도 나왔다.
과거 우리는 세균을 비롯한 미생물을 질병을 일으키는 못된 녀석으로만 여겼다. 그러나 이제는 해로운 세균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유익한 미생물도 있다는 것을 안다. 그뿐만 아니라, 해롭다거나 이롭다는 식으로 이분법적으로 미생물을 나눌 수 없으며, 대신 미생물 군집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미국 뉴욕 대학의 마틴 블레이저(Martin Blaser)가 인간 진화의 운명이 우리의 마이크로바이옴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말했듯이, 미생물은 과거뿐 아니라 곧 현재가 될 미래에도 우리와 함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