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스 - 세상에 마음을 닫았던 한 아이가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행
버지니아 M. 액슬린 지음, 주정일.이원영 옮김 / 샘터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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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스 


흥미로운 유아심리학 책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요즘 오은영 박사님의 TV프로그램을 즐겨보는데 책으로 접해보는 유아심리도 흥미로웠다. 특히 이 책의 저자는 놀이치료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버지니아 M. 액슬린 교수였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이 책은 이미 1964년에 출간된 유아 심리 분야의 고전으로 마음의 문을 닫은 채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지내던 아이가 놀이치료를 통해 자아를 발견해가는 과정을 읽어볼 수 있었다. 

주인공 딥스는 자폐아로 오해받지만 자폐아는 아니었다. 


홀로 교실 구석에 앉아 멍하니 있거나 교실 바닥을 기어 다니고,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 그런 딥스의 행동을 살펴본 액슬린 박사는 ‘어린아이는 언어만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없다’며 놀이로써 아이의 내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다양한 놀잇감으로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게 하고, 놀이의 과정에서 아이의 정서적 상처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존중과 사랑으로 자란 아이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는데 놀이 치료 과정에서 딥스는 종종 퇴행을 보이기도 하지만, 액슬린 박사는 재촉하지 않는다. 모든 아이에게는 자기만의 ‘동산’이 필요하다며, 딥스 나름대로 주위를 살펴보고 탐색할 시간을 주며 아이의 행동을 지켜본다. 강요하지 않고 아이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주도권을 주는 것이다. 그러자 놀랍게도 침묵으로 일관하던 딥스는 주변에 먼저 말을 건네고, 자기감정을 표현하며, 그렇게 찬찬히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온다.


놀이치료와 같은 정신치료의 가치는, 대인 관계에서 스스로를 능력 있고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경험하게 하는 데 있다. 나는 딥스가 사람들과 교류할 때 이 두 가지 진리가 중요함을 깨닫게 하려 한다. 세상에서 자기 자신보다 더 자신의 내적 세계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는 것과 책임감 있는 자유 의식은 그 사람의 내면에서 자라고 발달한다는 것을. 아이가 다른 사람들의 인격과 권리와 개성을 이해하려면 먼저 자신을 이해해야 하고 자긍심과 자기 존엄성을 갖는 방법을 배워야만 한다.


찬란한 햇빛이 그늘로 인해 부드러워지듯, 삶도 어느 정도의 폭풍우를 견뎌내야 더 깊이 있고 아름다워진다. 실망이나 슬픔이나 격한 감정이 동반되지 않은 경험은 도전도, 다양성도 없는 무미건조한 경험이다. 한편, 확신과 신념 그리고 희망이 우리의 눈앞에서 실현되는 것을 경험할 때 우리는 내면의 힘, 용기, 안정감을 더 갖게 된다. 우리는 경험과 관계, 사고와 감정이 자라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인격의 주체’이다. 우리의 삶을 형성해가는 모든 것의 총체가 바로 ‘나 자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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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읽는 시간 - 도슨트 정우철과 거니는 한국의 미술관 7선
정우철 지음 / 쌤앤파커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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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읽는 시간 


서울의 환기미술관부터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이중섭미술관, 양구군립 박수근미술관, 수원시립미술관 나혜석기념홀, 이응노미술관을 도슨트 정우철의 안내로 책 제목 그대로 미술관을 보고 읽을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환기미술관과 김창열 미술관을 가본 적이 있었지만 저자의 해설을 읽고 다시 가보고 싶어졌고 아직 가보지 못한 다섯군데 미술관도 꼭 가보고 싶어졌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시 해설가답게 이 책에서 전혀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고 실제 미술관의 작품 도록도 풍부하게 담았다. 


특히 이 책에서는 주로 전세계에 자랑할만한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다루고 있다. 책의 구성은 일곱챕터에 일곱 곳의 미술관을 배정해서 안내하고 있는데 책을 읽다보면 실제 미술관 투어를 하고 있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각 화백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김환기 화백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장욱진 화백의 〈진진묘〉, 김창열 화백의 〈회귀〉, 이중섭 화백의 〈흰 소〉, 박수근 화백의 〈빨래터〉, 나혜석 화백의 〈자화상〉, 이응노 화백의 〈군상〉을 비롯해, 각 화백의 주요 작품들을 모두 수록하고, 화백들의 삶 속에서 어떻게 이런 작품들이 꽃피어나게 되었는지를 이야기 해준다. 


개인적으로는 강원도 양구에 있는 박수근미술관을 가장 가보고 싶어졌는데 박수근 화백의 생가터인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정림리 마을에 세워져 더욱 의미 있는 박수근미술관은 박수근기념전시관, 현대미술관, 박수근파빌리온, 어린이미술관, 라키비움까지 총 5개의 전시관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박수근이라는 예술가의 혼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박수근 테마파크’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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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꿈이지만 돈 공부는 처음입니다 - 부자들이 알려주지 않는 돈의 시그널을 읽는 법
윤석천 지음 / 갈매나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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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꿈이지만 돈 공부는 처음입니다 


책 제목 그대로 돈 공부에 대한 책이다. 기존 재테크서적에서 흔히 만나봤던 주식, 부동산 투자 기법이나 전략, 전망과는 차원이 다른 피가되고 살이되고 인생의 지혜가 되는 조언들이 가득한 책이었다. 저자는 이런 얘기들을 부자들이 알려주지 않는 돈의 시그널을 읽는 법이라고 말한다. 


특히 요즘 같은 고금리 고물가에 전쟁까지 터진 어려운 시장상황에서 투자의 근본을 차근차근 알아가며 내공을 쌓기에 좋은 책이 될 것이다. 저자는 돈의 흐름을 찬찬히 들여다보아야, 투자의 사이클이 읽히고 타이밍이 보인다고 강조하는데 책의 초반부에서는 우선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정리하고 시작한다. 


왜 지금 돈 공부를 다시 해야 하는지, 돈이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하고 내가 가진 돈의 가치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읽어볼 수 있었고 나만은 돈을 벌 거라는 착각에서 벗어나라는 뼈때리는 지적도 인상적이었다. 


두번째 챕터에서는 본격적으로 부자들은 아는 돈의 시그널을 공개하는데 금리 움직임을 주시하고 정부 정책의 행간을 읽고 자산시장의 주기를 읽어라는 세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개인적으로는 최근의 고금리 시대에 어떻게 대응해야 될지 고민이 있었는데 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금리의 지속적 오름세가 확실하다면 가능하면 위험자산, 즉 주식이나 코인, 부동산시장 등에 투자는 삼가야 하고 이때는 이미 자산시장이 오를 대로 오른 경우이기 떄문에 투자에 신중해야 된다. 


그 외에도 책의 후반부에서는 초보 투자자의 흔한 실수와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봤을 만한 빚을 먼저 갚을까, 투자를 할까? 투자에 손해가 났는데 놔둘까, 팔까?  국내 투자와 해외 투자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등에 대한 조언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 중에는 넣어두고 잊어라는 우량주를 맹신해선 안 된다는 대목도 있었는데 중요한건 해당 주식을 매입할 때 가격의 적정성 여부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모든 주식에는 적정 가치보다 ‘과대평가’되는 시점이 존재하고 어떤 기업이든 천년만년 승승장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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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니발 - 로마의 가장 위대한 적수
필립 프리먼 지음, 이종인 옮김 / 책과함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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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니발


기원전 814년 카르타고 건국, 기원전 753년 로마건국으로 시작해서 기원전 247년 한니발 출생과 포에니 전쟁, 한니발 자살, 카르타로 완전 파괴로 이어지는 연대표로 시작하는 이 책은 이 연대표 기간 동안의 역사를 한니발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풀어내는 역사책이다.


특히 기존의 로마 역사가들의 관점에서 왜곡된 한니발을 거대 제국에 맞서 감히 역사의 흐름을 바꾸고자 했던 한 남자에 대한 객관적인 전기로 기획했다는 점이 역사덕후라면 반가워할 기획이었다. 


한니발은 2천여 년 전, 코끼리 부대를 이끌고 눈덮인 알프스산맥을 넘어 로마 심장부를 겨누고, 로마의 운명을 손아귀에 틀어쥘 뻔했던 카르타고의 장군이다. 저자는 로마 역사가들의 폄하와 편견을 최대한 배제하고 객관적 사실을 기반으로 이 책에서 그 역사를 재현한다.  


무엇보다 기존의 역사책에서는 자세히 읽어보기 힘들었던 그가 도박과도 같은 알프스 횡단을 감행해야 했던 국내외적 상황, 칸나이 전투 이후 로마로 진격할 수 없었던 혹은 하지 않은 필연적 이유, 휘하 병사들과 고통을 같이 나눈 헌신적이고 인간적인 면모 등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즐거웠고 카르타고라는 세계적 도시의 진면모도 읽어볼 수 있었다. 


그 외에도 한니발이 유년 시절에 카르타고 사원의 모든 신 앞에서 로마에 대한 영원한 증오를 맹세하는 장면부터 1차 포에니 전쟁에서 로마 군대에 의해 학살당하고 짓밟힌 조국의 비극을 똑똑히 목격했던 열 살 소년 한니발, 스키피오와 최후의 전투를 치르기까지를 즐겁게 읽을 수 있도록 아주 극적으로 서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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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머니 - 화폐의 최후
브렛 스콧 지음, 장진영 옮김, 이진우 감수 / 쌤앤파커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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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머니 


화폐의 최후라는 부제부터가 뭔가 도발적이고 공포스런 호기심을 자극하며 이 책을 집어들게 했다. 화폐가 멸망이라도 한단 말인가? 라는 의구심 부터 들었던 이 책은 막상 읽어보니 현금이 암호화폐, 디지털머니, 코인 등으로 대체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과 그 어두운 이면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평소 개인적으로도 카드 지갑과 스마트폰만 가지고 다니며 OOO페이 등을 애용하는 입장에서 현금없는 사회에 대해 오히려 편리하다고 생각했는데 저자는 디지털머니 확산을 위한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과 일상에서 실재 현금을 없애기 위해 코로나19가 무기화되는 과정을 넘어 화폐의 미래상까지, 그에 대한 문제점들을 논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금융 마피아들이 존재한다. 


또한 어떤 대목에서는 이런 화폐와 금융에 대한 철학적 사유까지 불러일으킨다. 인간과 돈의 관계는 기술에 대한 인간의 애착보다 훨씬 더 깊고 심오하다. 사람들은 은행 잔고가 거의 바닥나서 곧 시장접근성을 잃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공황 상태에 빠진다. 내게도 시장접근성을 잃는 것은 장거리 운항 비행기에 탄 골초가 되는 것보다 훨씬 더 끔찍하다. 


고로 돈은 궁극적인 의존대상이다.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우리의 돈을 직접 보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건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은행계좌에 찍힌 디지털화폐는 은행이 통제하는 원거리 데이터센터에 존재한다. 우리는 스마트폰·컴퓨터·결제카드 등을 통해 은행의 데이터센터와 소통한다. ‘현금 없는 사회’는 우리의 금융거래 능력을 금융기관이 위탁받아 관리하는 세상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실제 파생상품 브로커 출신의 영국 최고의 금융 저널리스트로 금융계의 하부구조와 미래 금융의 메커니즘, 가상자산의 배후를 조종하는 세력들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이유를 알려준다.  


그 외에도 돈은 피가 아닌 자극이다, 기업자본주의의 작동방식, 화폐는 빚이다, 은행은 돈 보관소가 아닌 카지노에 가깝다, 금융 카르텔, 결제 앱의 진실, 힙스터의 결제 앱과 소상인의 현금, 낡은 허물을 벗고 새로운 껍질을 뒤집어쓴 은행업계, 금융로봇은 화장실에 가지 않는다 등의 흥미로운 읽을거리들이 가득했다. 


이 거대한 디지털금융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이제는 규모가 너무 커서 완전히 이해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컴퓨터·각종 센서는 우리로부터 습득한 다양한 개인정보를 멀리 떨어진 데이터센터로 보낸다. 여기서 불편한 감각이 스멀스멀 목덜미를 타고 올라온다. 우리는 상호연결의 중앙집권화가 심화될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너무나도 불편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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