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도시
임우진 지음 / 을유문화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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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구성은  국회의원들은 왜 고함을 칠까, 왜 조상님을 산에 모실까, 소파는 왜 등받이가 됐을까, 만남의 광장에서 누굴 만나는가, 왜 우리는 높은 건물에 열광할까 등의 열가지 질문에 대한 색다른 해석들은 열개의 챕터에 담은 형식이다. 



풍부한 사진자료오 함께 우리가 보지 못했던 생활 공간의 이면을 보여 주는 대목들이 흥미로웠고  이를 통해 도시 체제 안에 있고 그 체제가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한국의 도시, 건축에 대한 저자의 새로운 관점도 엿볼 수 있었는데 우리나라의 길은 영역 간의 완충 공간이고 통행뿐 아니라 여러 기능이 공존하는 ‘도시적 공터’다. 시골 장터도, 마을 잔치도, 동네 씨름 대회도 길에서 열렸다. 우리의 길은 광장의 역할까지 했다는 해석이 즐겁게 읽혔다. 


개인적으로는 그 광장에 대한 저자의 인사이트가 인상적이었는데 광장은 도시가 성장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고 남겨진 하나의 도시적 결과물이다. 이 말은 어떤 문화권에는 광장이 그 도시민의 생활 방식에 필요했고, 또 어떤 문화권에서는 그렇게 필요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유럽에는 그 흔한 광장이 왜 한국에는 보기 힘든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단서는, 필요가 없었거나 무언가 다른 것이 그것을 대신했기 때문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


그외에도 우리나라 특유의 복도를 따라 좌우로 늘어선 구조에 대한 외국인의 시선을 지적하기도 하는데 그것들은 교도소의 구조와 똑같다. 한국에 성업 중인 고급 호텔의 객실 구조도 동일한 구조다. 그런데 한국인이 익숙하고 편안하게 느끼는 이런 구조의 식당이나 호텔에 처음 들어선 서구인들이 받는 첫인상은 놀랍게도 음모와 비밀이 가득한 음침한 이미지다. 사방이 막혀 있어 문 뒤에 누가 있는지 보이지 않는데, 방 저편에서 간간이 들리는 모르는 사람들의 대화 소리와 웃음소리는 이들에겐 이국스러움을 넘어 빨리 그곳을 뜨고 싶을 정도로 불안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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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을 바꾸는 아주 작은 것의 힘
정미영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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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을 바꾸는 아주 작은 것의 힘


벌써 2022년도 절반이 넘게 지나가버렸는데 새해 다짐했던 습관들을 하나도 못 지키고 있어 다시 마음을 다잡는 의미에서 집어든 책이다. 제목 그대로 습관을 만드는데 필요한 조언들을 읽을 수 있는 책이었고 무엇보다 모든 습관은 신호에 의해 일어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습관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의지력이 높아야만 만들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주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는데 실제로 의지가 강하지 않던 저자도 성공한 공식을 알려준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면 의지 초박약아들도 쉽고 부담 없이 시작하고 완벽한 습관으로 자리를 잡을 습관형성법을 얻게 된다. 습관이란 ‘아주 작은 것’을 ‘조금씩, 지속적으로’ 바꿀 때 강력한 습관이 된다. 수학문제를 푸는 데 공식이 있듯 습관을 만드는 데에도 공식이 있다. 습관은 인생을 좌우한다.


저자는 습관을 만드는 3가지 요소로 신호, 반복 행동, 보상을 꼽고 습관의 유형도 핵심 습관, 보조 습관, 코끼리 습관으로 분류한다. 또한 미루는 습관을 이기는 4가지 핵심 요소로 동기 부여, 자기 훈련, 성과, 객관성을 꼽고 있고 미루는 습관을 뿌리 뽑는 12가지 단계와 미루기에서 벗어나는 사람과 못 벗어나는 사람의 특징도 알게 되었다. 


그 외에도 의지력은 생각보다 약하며 의지력 대신 환경을 믿어라고 제안한다. 의지력보다 환경의 변화가 훨씬 더 중요하고 지속력을 키우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아주 작게 시작하라는 말은 팔굽혀펴기 하루 1개처럼 목표를 작게 잡아서 시작해서 아침 혹은 저녁, 매일 같은 시간대에 실천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5단계 공식이 큰 도움이 되었는데 반드시 실패가 필요하고 조금 끊지 말고 완전히 끊으며 습관은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하며 남들에게 대대적으로 공표하면 어떻게든 하게 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반드시 매일 기록을 남겨 습관의 진척도와 효과를 점검해 보길 권한다. 


사람들이 습관을 오랫동안 지속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목표를 너무 크게 세우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매일 운동을 2시간씩 하겠다.’, ‘영어 학원에 가서 공부를 몇 시간씩 하겠다.’ 하면서 다짐을 한다. 이렇게 목표를 크게 세운 사람들은 계속 유지하기 힘들다. 다른 급한 일이 생겼을 경우 습관을 실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목표를 세울 때는 쉽게 이룰 수 있도록 아주 작게 설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운동 30분, 영어 공부 10분’ 하는 식으로 작게 시작해야 한다. 10분도 힘든 사람은 5분, 3분부터 시작해도 좋다. 또한 목표는 유연하게 정해야 한다. 우리 뇌가 ‘오늘도 습관을 실천했다’는 경험을 많이 하게 해 주는 것이다. 이것이 작은 습관의 원리이다. 작은 성공을 만들어 가다 보면 좋은 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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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부자 - 위기를 활용하는 두 친구의 월세 수업 이야기
반지상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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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소액 빌라 투자로 월세 1400만 원을 만든 저자 반지상의 투자 마인드 관리 수업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흔들리지 않고 성공하는 투자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전적 투자 과정을 담은 소설 형식의 스토리텔링을 펼쳐보인다. 


최근 몇년간 유행했던 부동산 갭 투자가 아닌 오래된 빌라를 통해 월세 수입 1,400만 원을 구축했다는 점에 솔깃했고 그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던 책이다. 소설 형태에 등장하는 강이준은 남들이 소위 ‘많이 남지 않는’다는 빌라 투자로 월세를 받으면서 불황에도 견딜 수 있는 투자 방식을 구축했다. 


그 과정에서 10년간 파이프라인을 늘리겠다는 자신만의 투자 방식을 선택하고 유지하면서 겪었던 애환과 고민을 두고, 먼저 투자의 길을 걸어 본 선배로서 김영훈에게 애정을 가지고 조언한다. 특히 투자 초보자인 주인공 김영훈의 투자 멘털이 흔들릴 때마다 친구이자 멘토인 강이준이 생각 확장의 힌트를 던져주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월세 수업 형식이 투자를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소액으로 투자를 진행하고자 하는 사람들, 투자를 진행 중이지만 여러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특히 유익한 내용들이 많았고 무엇보다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멘탈관리가 인상적이었다. 


“네가 왜 투자를 시작했는지 생각해 봐. 일확천금의 돈을 벌기 위해서는 아니겠지. 순서를 정한다면 삶에서 우선해야 할 건 현금 흐름이야. 너 역시 이번에 제대로 경험했잖아. 삶이 위태롭다고 생각한 건 회사의 월급이 안정적이지 않다고 느껴서 그런 거야. 현금 흐름을 안정적으로 만든 다음에 시세 차익을 생각해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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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1천 권의 조선 - 타인의 시선으로 기록한 조선, 그 너머의 이야기
김인숙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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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1천 권의 조선 


역사덕후로서 최근에 만나본 역사관련 책들 중에는 가장 매력적이면서 색다른 기획이 돋보였던 책이다. 역사 속 우리 민족이 아닌 한반도를 거쳐간 수많은 타인들의 기록들을 만나 볼 수 있었고 어쩌면 그 옛날 조선에게는 수백년 뒤의 나 역시도 타인일 수 있겠다는 묘한 기분도 들었다. 


또한 이 책이 특별했던건 역사학자가 아닌 소설가 김인숙의 글이었다는 점이다. 딱딱한 학술서적이 아닌 소설가의 상상력과 감수성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일종의 산문이기도 했다. 

저자는 한국에 관한 서양 고서 마흔여섯 권을 만나고 그에 대한 해설과 자신의 생각과 느낌들을 엮었는데 그 책들은 명지-LG한국학자료관이라는 곳에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고서는 키르허의 중국도설과 하멜의 하멜 표류기부터 샬의 중국포교사, 키스의 오래된 조선, 카를레티의 항해록, 프로이스의 일본사, 쿠랑의 한국서지 등인데 조선만 다루는 책이 아닌 코레아라는 단어가 한번이라도 들어간 책이면 역사추리의 단서가 되고 있다. 


물론 그 책 속의 조선은 완벽한 팩트를 장담 할 수는 없었다. 고정관념과 이해관계, 왜곡, 동경, 미화, 혐오, 폄하가 녹아있었다. 하지만 그런 허점투성이 기록을 했던 이방인들의 시선을 상상해본다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되었고 그에 대한 탐구와 고민들을 소설가 김인숙과 함께 해보는 시간이었다. 


그 외에도 최초로 유럽 땅을 밟은 조선인으로 알려진 안토니오 코레아의 실체, 고종의 초청으로 조선을 방문한 루스벨트 대통령의 천덕꾸러기 딸 앨리스 루스벨트와 그녀를 대접하기 위한 화려한 연회 메뉴, 도포와 갓 차림으로 당당하게 파리 거리를 활보하며 심청전과 춘향전을 프랑스어로 번역·출간한 조선 최초의 서양 유학생 홍종우가 왜 김옥균의 암살범이 되었는지에 대한 다양한 읽을거리도 실려있다. 


또한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신비로운 고서들의 아우라를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었는데 세월의 때들이 묘한 상상력을 자극했다. 습기를 머금어 얼룩이 생기고 울룩불룩해진 종이, 기울여 씀으로써 종이의 여백을 최대한 아름답게 살리고자 한 글씨체인 이탤릭체, 책의 인쇄를 주문하는 출판사나 단체 혹은 가문에 따라 다양한 판형과 표지를 가진 책들, 그림 하나하나마다 기름종이를 덧댄 정성스러운 가공, 금박과 가죽으로 고급스럽게 엮어낸 장정들이 눈에 들어온다. 


개인적으로는 임진왜란에 대한 마테오 리치의 기록을 소개하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는데 그에게 있어 임진왜란은 일본과 조선의 전쟁이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전쟁이었다. 임진왜란이 끝났을 때, 마테오 리치에게 그것은 중국의 승리였다. 그야말로 조선은 ‘타자의 타자’에 불과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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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히 인도 - 하진희 인문 여행 에세이 언젠가 꼭한번 1
하진희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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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히 인도 


오늘 뉴스를 보니 올해 인도가 중국의 인구를 넘어서며 세계 최대 인구 대국으로 올라선다고 한다. 그런 인도에 관한 여행가이드북이라면 시중에 넘쳐나지만 이 책은 일종의 인문 여행 에세이로 인도문화를 깊숙히 알고 싶은 이들에게 반가운 책이 될 것이다. 나 역시도 당장에 인도 여행 갈 계획이 없지만 인도 그 자체에 대한 흥미로운 읽을거리가 되기 충분한 책이었다. 


특히 인도미술사학자이기도 한 저자의 깊이 있는 해설이 일품이었고 30여 년 간 매년 한 번 이상 인도를 드나들며 자연스레 접한 인도의 문화와 그들의 정체성을 관찰하고 연구한 결과물이기도 했다. 


책의 구성은 산티니케탄, 사람들 성향, 푸자, 인도의 맛, 생활, 계급, 힌두교, 유적지, 예술 등의 주제로 아홉개의 큰 챕터 아래 다양한 이야기들이 엮인 형식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인도라고 하면 모순 덩어리 그 자체가 연상되었는데 저자는 그 모순에서 그 반대의 역설이 존재한다고 말하며 그것은 우리의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우리와 다른 모습들을 단순히 ‘틀림’이라 규정할 수 없음을, 더 나아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 외에도 신을 숭배하는 만큼 물질을 중시하는 사람들, 푸자 의식과 놀이, 채식과 비채식의 공존, 신의 축복, 몬순, 삶 속에 녹아버린 카스트, 세상을 등지고자 하는 고행승들, 천년의 세월이 여기에, 아잔타 석굴, 왕들의 도시, 분디와 코타, 힌두 여신도 사랑한 루이비통 문양 등 기존에 알고 있던 인도에서 좀 더 깊숙히 파고 들어가는 이야기들이 이 책의 매력이다. 


인도 사람들을 보면 오늘도 신과의 만남인 푸자 없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거의 없다. 그들은 브라만의 축복 없이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오늘도 14억 인도 사람들은 수백억 명의 힌두교 신들과 함께 살아간다. 신이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신의 세상에서 사는 것 같다.


힌두교도에게 가장 신성한 경전 리그베다는 3000년 이상을 이어져온 신에 대한 찬가를 집대성한 것이다. 서양 학자들이 그것을 책으로 엮기 전까지는 오랜 시간 동안 브라만 계급에 의해 구전으로 이어졌다. 기원전 1500~기원전 1000년에 조성된 리그베다와 힌두교 문학의 몸체가 기록되지 않은 채 브라만에 의해 암송으로만 이어져 온 것이다. 그야말로 청동기 시대 사람들이 신에게 바쳤던 제식이 지금까지도 그 방식 그대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 곳이 인도다. 심지어 문자가 존재하던 시대에도 신에 대한 찬가는 기록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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