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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7 ㅣ 미키7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7월
평점 :
“테세우스는 나무로 만든 배를 타고 전 세계를 항해했어요. 그동안 배 여기저기가 망가지고 뜯어져 배를 고쳐야 했어요. 몇 년이 지나 집으로 돌아왔을 때 원래 선체를 구성하던 목재는 모두 교체되고 없었어요. 이 경우에 테세우스의 배는 출발할 때와 같은 배일까요 아닐까요?”
“멍청한 질문이네요. 당연히 같은 배죠.”
“만약 배가 폭풍을 만나 산산조각이 나서 다시 항해를 시작하기 전에 완전히 새로운 배를 지어야 하면요. 그래도 여전히 같은 배인가요?”
“아니요. 그건 완전히 다른 경우죠. 배 전체를 다시 지었다면 테세우스 2호가 되겠죠. 후속작인 셈이니까.”
미키 당신이 바로 테세우스 배라고요.
이 이야기의 가장 핵심부분이라고 할까.
미키원본은 복제본인 미키1와 미키2와 미키3와 같은 존재일까.
기억을 업로드 받아서 단백질덩어리에서 탄생된 미키들은 정말 미키와 같은 존재인가.
백명을 살리기 위해서는 한명이 죽어야 한다. 이것이 정의인가, 항상 딜레마다.
세상은 주로 다수결로 이루어지는 듯하다. 다수에 유리하고 다수에 의해 만들어져 나간다.
그렇지만 소수를 배제하진 않는다. 불편함을 줄뿐이다.
생명이 걸린 문제라면 또 다르다.
그러나 여기선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어떤 죽음앞에서도, 등을 떠밀수 있는 존재가 있다.
바로 미키의 복제본들.
원자로에도 미완성 백신 실험에도,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각종 수리에도...
그는 불에 태워지고 사지가 곪아가거나 찢기거나 방사능에 오염되며 매번 죽어간다.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사람들은 위험을 감수한다.
그러나 여기선 그런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
버리고 돌아와, 새로운 미키를 만들면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미키1에서 미키8까지.
죽은 줄 알았던 미키7이 돌아오면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둘 사이의 차이점은 업로드 하지 않은 6주간의 기억.
그 6주간의 기억과 살아돌아온 경험이 미키7과 미키8을 닮은 듯 다른 존재로 만든다.
미키는 유쾌하고 긍정적이다.
시종일관 죽어나가지만 무섭거나 고통스럽게 느껴지진 않는다.
죽음은 무척 고통스러웠겠지만, 그 공포 또한 끔찍했지만 죽고 또 살아나는 그를 누군가는 불멸이라 믿기도 한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희생양으로 만들어진, 언제나 등 떠밀릴 준비가 되어 있는 복제인간.
그의 존재에 대한 도덕적 문제.
매번 죽지만 매번 살아나는 그가 정말 불멸인건지.
그리고 그가 정말 테세우스의 배가 맞는지도 말이다.
“여러분이 잠자리에 들면 잠이 들었다가 다시 깨어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상상해 보자. 당신은 죽는다. 당신은 죽고 내일 아침부터 다른 사람이 당신의 삶을 대신 산다. 그는 여러분의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다. 모든 희망, 꿈, 두려움, 소망을 기억한다. 그는 자신이 당신이라고 생각하고 당신의 친구들과 사랑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당신이 아니다. 당신은 전날 밤 잠자리에 들었던 그가 아니다. 당신은 겨우 오늘 아침부터 존재했을 뿐이고, 오늘 밤 눈을 감을 때까지만 존재한다. 자신에게 물어보자. 만약 그렇다면 당신의 삶에서 실제적으로 달라지는 점이 있을까? 달라진 점을 눈치챌 수 있을까?”
기억만으로 나는 내가 될 수 있을까. 증명할 수 있을까.
테세우스의 배, 파도를 헤치고 모험을 하며 생긴 작은 생채기들과 거기서 파생되는 기억들로 선원들에게 존재한다.
테세우스의 배하면 선원들은, 어느 날의 모험을 혹은 배 위에서 수평성을 바라보았던 그 시절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미키 하면 사람들은 어떤 것들을 떠올릴까. 그렇게 모인 단편들이 미키가 될 수 있을까. 혹은 업로드 되었다고 하는 그 기억들로 미키가 될 수 있을까
"와, 멋진 답변이었어. 너, 좀비치고는 꽤 귀엽네. 그녀가 미소 지었다. "고마워. 수분 크림을 많이 바른 덕분이야." 나샤는 내 손에 손을 갖다 대더니 한 손가락으로 팔뚝을 쓸며 말했다. "그런 것 같네." 미소가 장난기 어린 추파로 변했다. "정말・・・・・・ 그런 것………같아."
나는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쉰 다음 천천히 내뱉었다. "내가 화가 난 이유는 내 삶이 엉망진창이기 때문이야. 숙취에시달리는 느낌으로 보존액이 덕지덕지 붙은 채로 잠에서 깰때마다, 나한테 뭔가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는 건 아는데, 무슨일이 왜 일어났는지, 그 일이 다시 일어나는 걸 막기 위해 뭘할 수 있는지 기억이 안 나. 그럴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면 나샤와 너를 믿을 수밖에 없어. 나 혼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할 방법이 없으니, 너희를 믿을 수밖에 없다고. 그런데 네가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거짓말을 적어도 한 번은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제 나는 네가 여태 몇 번이나 거짓말을 했을지 생각하게 된다고 알아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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