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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은 다른 곳에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김현철 옮김 / 새물결 / 2010년 10월
평점 :
골드문트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이다.
분명 고갱을 찾으러 간 길인데, 고갱 대신 고갱의 할머니 “19세기 여성 체 게바라”라 불리는 플로라 트리스탕에게 반하게 된 책이다 .
고갱은 원시의 모습을 찾아, 그저 두 가지 성만이 존재하는 위선( 그는 타히티의 양성적 존재인 마후-제3의 성-에 집착했다)이나 겉치레 따윈 없는 천국을 찾아헤매고,고갱의 할머니 플로라는 지옥같은 현실을 천국으로 바꾸려 가슴에 총알을 품고 맞선다. 누구에게 더 천국이 가까울까. 종교에서 말하는 천국과는 거리가 먼 그들만의 천국이다.
자신들의 천국을 꿈꾸며 , 둘 다 세상을 바꾸고 싶어했다.
사람취급 받지 못하는 노동자를 위해, 그런 노동자보다 더 못한 취급을 받는 여성들을 위해 기득권들의 끝없는 욕심을 불 태워 새 세상을 만들고 싶어했던 플로라다. 문명이란 위선으로 가득찬 파리를 원시의 날 것으로 정화시켜 추악한 가면을 벗기고 싶어했던 고갱이다.
닮은 꼴의 할머니와 손자다.
하지만 손자 고갱이 원시의 타히티에서 돈으로 산 14살짜리들의 품에서 고름 흐르는 다리와 녹아 내리는 머리를 기댄 꼴을 봤다면, 플로라는 손자의 두 다리를 분질러 버리지 않았을까. (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갱의 고뇌와 환시등은 연민을 갖게한다. 그 당시엔 당연했던 것들 속에서 죄의식없이 그림을 그렸던 그다. 마네의 올랭피아를 찍은 사진을 가슴에 품고 그는 마네처럼 유럽의 신화와 가면을 깨뜨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리젤다 폴록은 그런 그를 전근대적인 사회와 문화에서 예술의 근원을 찾고자 이곳저곳울 여행하는 관광객으로서의 예술가라고 지칭한다. 여기서 관광객이란 근대도시에서 여가를 즐기는 계급들이 식민주의 및 제국주의와 결부된 다른 나라들을 방문하여, 문화적으로 소비하고 착취하는 것이라고 그리젤다 폴록은 정의내린다 )
천국은 다른 곳에 있다며 죽는 순간까지 또 다른 곳을 꿈 꾼 고갱은 화가이자 탐험가였다. 파랑새 이야기처럼 그의 천국도 어쩌면 그가 있던 그 자리나 그가 떠나온 가족들에게 있던 걸까? 그의 천국은 그의 그림에 있었단 생각이 든다. 그가 그린 원시의 삶, 그 속의 거침없음과 원시적 생명력은, 매독으로 죽어가는 그가 그렇게 원하던 천국이 아니었을까.
그와 얽힌 그 시대의 화가들 이야기도 흥미롭다. 특히 그가 모방했다고 알려진 에밀 베르나르( 그가 그린 그림의 특징~ 중세 스테인글라스기법에서 따온 것으로 테두리를 검은 색으로 칠하는 것인데, 중세의 에나멜기법인 클루아조네에서 이름을 따와 클루아조니슴식 기법이라 불렸다. 그는 이 기법을 개발했다고 알려져 있다 . 일본의 우끼요에 등에서도 영향을 받았다. 그의 이런 그림들은 고갱에게도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 네덜란드의 미친 놈이라 불리는 고흐, 카미유 피사로, 점이나 찍어댄다는 쇠라 등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
( 아래 그림은 고갱이 그린 신비스러운 물이란 그림, 제3의 성이란 마후를 그린 그림이다. 마후는 주로 점을 보는 역할을 하기도 하며 별 무리없이 자연스레 어울려 살아간다. 마우이족 등에도 이런 존재들이 있다고. 몸은 남자지만 얼굴은 곱게 화장을 하고 있으며 묘하게 여성성이 느껴진다. 부족의 화합을 돕고 멘토역할을 한다. 이런 모습을 보며 고갱은 마후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아닐까한다. )
(달과 6펜스는 이 책에 비하면 점잖은 편이다. 음 달과 6펜스가 넥타인 멘 고갱이라먼 이 책은 타잔팬티 입은 고갱같다고 할까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