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플 친구분 중 한 분이 < 사랑을 그대 품안에>의 프랑스판이라고 하셨는데 완전 딱 맞는 표현이다. 우리나라 주말드라마라고 해도 손색없는 내용, 우리에게 상큼발랄에 무한긍정의 가난하지만 꾸미면 예쁜 캔디형 여주인공이 있다면, < 행복한 여인들의 백화점> 엔 동생들에 헌신하고 인고하며 옛스런 가치관을 고집하는 성녀와 같은 아름다운 드니즈가 있다.
욕망과 소비의 주체로만 인식하는 여인들을 욕망하며, 그런 여인들을 이용해 돈을 버는 백화점 사장 무레
시골에서 올라온 올곧은 참을성 많은 드니즈
그리고 수많은 군상들
애인을 갈아치우고, 레이스를 훔치고, 남편을 파산에 이르게 하고, 도박과 술, 여인을 등쳐먹는 소비의 추악함이 담긴 아름다운 선물상자인 백화점. 그리고 그런 백화점의 공격적 마케팅에 무너지는 소상공인들의 삶과 자존심. 파리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그런 파리에 적응하지 못하고 속수무책 빈손이 되어가는 이들이 있다.
그 속에 무슨 횃불을 든 여신인듯, 방탕한 백화점 사장을 사랑으로 변화시키고, 자신의 힘겨웠던 과거를 떠올리며 항상 선한 선택을 하려 노력하는 드니즈가 있다.
19세기 파리의 모습과 백화점들이 인상깊었다. 지금과 다를바 없는 상술과, 욕망과 관능, 충동과 거짓들이 안무하는 곳이다.
이 책을 보면서 보들레르의 <파리의 우울>에서 본 내용이 떠올랐다.
시골에서 파리로 와서, 마네의 모델 노릇을 하던 한 소년은 달콤함에 중독된다. ( 마네와 보들레르는 절친이었다고 한다. 이 소년은 마네의 소년과 개 등의 그림에 모델이 되었다. ) 이 소년을 모델로 보들레르가 쓴 시에서, 소년은 달콤함과 주류에 중독되어 절도를 일삼게 되고, 결국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겠다는 경고를 받는다. 그 날 소년은 사탕을 입에 물고 목을 맨다. 삶에서 한 번도 사랑과 보살핌을 받지 못한 소년은 그 결핍을 달콤함으로 채우려 했다. 다시 시골로 돌아가면 쓰라린 결핍을 달콤함으로도 채울 수 없다. 목을 맨 끈은 행운을 준다고 해서 비싼 값에 거래가 된다. 소년의 죽음에도 담담했던 그 어머니는 아들이 목을 맨 끈을 야무지게 챙겨 떠난다. 파리, 도시의 삶은 달콤함을 입에 물고 서서히 죽어가는 것이 아닐까. 비단과 레이스를 감고 조금씩 자신의 욕망과 불안이란 줄에 감긴체 죽어가는 것
그렇지만 다행히 이 책은 해피엔딩이다. 드니즈는 신데렐라가 되지만, 그래도 자신의 신을 고치고 드레스를 수선할 줄 아는 신데렐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