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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사의 두건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3
엘리스 피터스 지음, 현준만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1,2,5,10권에 이어 다섯 번째로 읽은 캐드펠 수사 시리즈다. 표지가 비호감이라 인터넷에 많이 노출됨에도 불구하고 읽지않고 있었는데, 1권을 만난 순간 전 권을 모두 읽고 싶어졌다.
'1138년 12월 초순,캐드펠 수사는 평온한 마음으로 수도회 평의회에 참석했다.'라는 첫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중세시대 수도사가 주인공이다. 슈루즈베리 수도원의 수도사 캐드펠은 수도원에서 약초를 키우고 관리하고, 질병을 앓는 이들을 위한 치료를 하고 있다. 약초밭에서 많은 허브들을 가꾸고, 약초들을 달여 약을 만드는 과정들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이렇듯 평화로운 삶을 살고있으면서 사건이 일어나면 멋지게 추리를 하고, 사건을 짠 해결해낸다. 그것도 아주 인간적인 결말로.
자신이 관리하던 장원을 수도원에 기부하고 수도원에 노후를 의탁하러 온 보넬이 수도원으로 거처를 옮겨온지 얼마되지 않아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캐드펠이 치료목적으로 만들어 두었던 독극물에 의한 사망이었고, 그의 아내는 십자군 원정을 떠나기 전 10대때 결혼을 약속했던 리힐디스였다. 40여년이 지나 만난 그들이었다. 보넬은 리힐디스의 두 번째 남편이었는데,살인 용의자는 첫 남편의 아들인 에드윈이었다. 에드윈은 극구 부인했지만 아주 유력한 용의자로 쫒기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 소설에서는 캐드펠의 입지가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피해자의 부인은 예전의 연인이었고, 살인에 사용된 독극물은 캐드펠 수사가 만든 약물이었으니 말이다. 그러한 불리한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굴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그다지 긴장감이 있다거나 사건 전개가 긴박하게 흘러가는 소설은 아니다. 캐드펠의 시선을 따라 등장인물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사람을 보는 시선이 예리하고 따뜻하다. 사건이 단순해보이는데도 범인은 꼭꼭 숨어있다가 의외의 인물로 툭 불거져나온다. 그때까지 독자에게는 정보를 꽁꼼 숨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다른 시리즈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범인을 처벌하는 캐드펠 수사의 행동은 좀 특별하다. 목숨으로 죗값을 치르는 것이 아니라 속죄의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정상참작이라고 해야할까?
자네가 피를 흘린다고 이 세상에 무슨 이득이 있겠는가? 하지만 자네의 손과 힘과 의지, 자네 안에 아직 남아 있는 그 모든 미덕은 세상에 큰 쓸모가 될 걸세. 무슨 벌이든 달게 받고 속죄하겠다고 했지? 그러면 죄 갚음을 하라는 명령을 내리겠네. 앞으로 자네의 삶을 살되 세상 사람들과 어울려, 그들을 배려하며, 그들과 함께 살아감으로써 자네의 부채를 갚으라고 명령하겠네. 자네가 행한 선의 총계가 악행을 모두 합친 것의 수천 갑절이 되도록 노력하게나. 이것이 내가 자네에게 내리는 벌일세.-p307~308
소설이기에 가능한 처벌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런 결말이 나쁘지는 않다. 또, 재미있는 포인트 하나는 중세 역사 소설로서의 가치를 들 수 있겠다. 이번 소설에서는 잉글랜드와 웨일즈 사이의 법의 차이라든가 미묘한 갈등 등이 언급되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첫 인상과는 달리 푹 빠져서 읽을 수 있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 이제 4권으로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