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억을 새기고 보존하는 일을 한다. 우리는 책을 읽거나 작품을 감상하며, 잊힌 것들을 곱씹는 일종의 기억 여행을 떠난다. 예술가들은 우리를 낯선 장소로 이끌기도 하지만, 출발지든, 도착지든, 혹은 경유지든, 집 없이는 이야기가 전개되기 어렵다. 우리의 삶이 집을 떠나 집으로 돌아오는 매일의 일상이 쌓여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은 과거와 현재의 기억이 공존하는, 거대하면서도 내밀한 공간이다.-p114
욕창이 생겨서 수술을 하고 40여일의 치료가 끝났지만 상처가 완전히 아무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지금은 요양병원에 계시는데, 엄마에게 갈때마다 집이 아닌 병원에 모셨다는 것이 너무나도 마음에 걸려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겁다. 이것이 정말 최선일까? 동생은 그렇게 말했다. 엄마가 집에 있어도 병원에 있어도 아무것도 하지않고, 앉아있는 것은 똑같은데 차라리 병원이 낫지 않겠냐고. 정말 그럴까? 치매는 갈수록 심해지셔서 지금 계신 곳이 어디인지 인식을 못하시지만 집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계신다. 익숙한 공간, 가족과 함께 생활했던 공간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것은 당연할 터. 이 문장을 읽는데 엄마 얼굴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