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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봄날 ㅣ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26
오 헨리 지음, 송은주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12월
평점 :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 6은 '소중한 것일수록 맛있게'라는 타이틀로 다섯 권의 책으로 이루어져있다. 그 중 한 권인 이 책은 오 헨리의 단편집이다. 오 헨리는 마흔여덟 살의 나이로 사망하기까지 381편의 단편소설을 썼다고 한다. 그 많은 작품 수에 놀랐다. <마지막 잎새>,<크리스마스 선물> 대표작과 함께 식욕을 돋우는 음식이 등장하는 단편 18편. 두 작품 외에는 전부 처음 만나는 작품이었다. 음식을 둘러싼 여러가지 상황, 음식이 가지는 의미들을 찾는 재미가 있었다.
<마녀의 빵>은 타인에 대한 호의가 쓸데없는 오지랍이 되어버릴 수도 있음을 느끼게 하는 소설이었다. 나도 필요 이상으로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보였던 적은 없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정확한 상황이 파악되지 않으면 함부로 나서지 않는 걸로. <물레방아가 있는 교회>는 해피엔딩이 점쳐지는 작품이었다. 너무 식상한 전개라는 느낌도 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피엔딩이어서 맘이 놓였다. <아르카디아의 단기 투숙객들>에서는 일주일 간의 호사를 위해서 투자를 하는 주인공들이 멋있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이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흐뭇한 결말을 만들어냈다. <식탁 위의 큐피드>에서는 관점을 바꾸어 보는 것이 필요함을 이야기했다. 그 과정이 좀 험난하긴 했지만. <녹색의 문>에서는 마법인가 했었다.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고 있었던 한 남자에 의한 착각으로 일어난 일이었지만, 불쌍한 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따뜻한 맘의 소유자를 만날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자기가 속한 사회에 맞추기 위해서 고군분투했던 사람이 허울을 벗어던졌을 때, 본연의 모습을 더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음을 <도시의 패배>에서는 만날 수 있었다.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아픈 맘을 떠오르게 하는 팬케이크, 사랑하는 이를 위해 이리 저리 쫒아다녔음에도 씁쓸함을 안겨 준 과일 복숭아에 대한 이야기는 작은 미소를 짓게했다.
오 헨리는 지나치게 우연에 의존한다는 비판, 억지스럽게 보이는 과도한 반전이라는 비평을 받았다고 한다. 사실, 추리소설에서는 이런 장면들이 등장하면 긴장감이 떨어져 흥미를 잃게되는데, 오 헨리의 단편들에서는 그런 우연, 반전이 만들어내는 따뜻함이 오히려 좋았다. <마지막 잎새>와 <크리스마스 선물>로만 기억되고 있던 오 헨리였다. 이젠 다른 작품들로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