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문학과지성 시인선 276
진은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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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허기를 견뎠다고는 할 수 없겠으나

빵 봉지는 안이 투명했다구겨진 포장에 빛이 잘 들어왔고 작게 쓰인 글씨가 흔들렸다입가에 묻은 우유속이 빈 것들을 앞에 두고 말이 없었다참이 끝나가는 오후골판지 위에 드러누운 황갈색 작업복은 몸을 하나 둘 일으키기 시작했다. “백주대낮에는하느님이 정하신 일만 일어나므로” 교실에서부분현장은 다시 흙먼지와 날것의 온도로 뒤섞였다. 천안 아산역에는 하루 열 세대의 기차가 지났다.


어떤 구절은 어느 날의 신문기사처럼 간결하게 '그날'이었다현장은 도로가 잘 보였다. “앰뷸런스와 소방차로 거리는 활기차다열차는 수백 명을 태운 채강물로 뛰어들 뻔했다” 그것은 아주 흔한 소리여서 어쩌면 도로의 구성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이 문장으로 시마이 할 때까지 다시 부푼, 빵 봉지만큼의 허기를 대신해 견뎠다고 할 수 없겠으나. 그는 무엇을 알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은 가질 수 있었다. 컨테이너 숙소 이불에 피곤을 뉘이고 무엇을’ 알기 위해 시집을 피곤했다그러나 우리는 책을 덮고 창가로 가서 밖을 바라본다” 로 시작하는 시시가 책을 덮으라고 하는 것인가이 말을 이해하기 위해 며칠 밤을 졸았었나. “하루종일 침묵한 일을 위해우리는 서로에게강철로 된 드롭프스를 넣어준다” '달콤한 사탕'이 아니라, '강철로 된 드롭프스*'라고 쓴 '폭력'을 이해하기 위해서.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은 그런 날들에 기대 읽기 시작했다.


그 저녁을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잠이 들 수 있겠니

진은영은 서른 살에 등단했다그리고 3년 후첫 시집을 냈다이 시퍼런 시집을 보면서 벽과 머리의 관계를 생각한다물렁한 살로만 지탱된 생이 없듯이 내게도어떤 굳건함이 있을거라 믿었던 것은 모두 착각인 듯 싶어서시는 너에겐 어떤 방패도 없다는 듯 작정하고 들어왔다가령 이런 물음들. "자 그러니 말해봐 너에게 저녁은 어떻게 오지고요한 저녁의 시부분그 저녁을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잠이 들 수 있겠니찧지 않고서 견딜 수 있겠니그러니 벽과 머리의 관계를 생각하고비로소 머리의 쓸모를 생각한 것이다.



슬픔

물에 불은 나무토막그 위로 또 비가 내린다


자본주의

형형색색의 어둠 혹은

바다 밑으로 뚫린 백만 킬로의 컴컴한 터널

-여길 어떻게 혼자 걸어서 지나가?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부분.


모름지기 시인의 포부란 고작 일곱 개의 단어로 사전을 만들고 고작 몇 마디의 말로 거대한 이름을 설명하려 드는 것세상에 사전만큼 무모한 노력도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으면서그러나 어떤 사전보다 깊은 갈래를 냈으니이 두 쪽 짜리 사전에 금방 손을 떼지 못할 것이다. ‘슬픔이라는 말에서 물에 불은 나무토막을 부르는 걸 보자처참함나무는 쓸모를 잊어버리고 물속에서 헤풀헤풀 풀어질 것이다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그것도 모자라 그 위로 ’ 비가 내린다참혹함몇 마디 하지 않았으나 그 몇 마디조차 막아버리고 싶은 구절이다잊지 말아야 할 것은 '슬픔다음으로 오는 단어가 자본주의라는 점인데오늘이 외면하는 '오늘'을 시가 바로 보겠다는 선언 아닌가시가저 나약한 가지가, “손가락을 쓰는 일이 머리를 쓰는 일보다 중요하기 때문긴 손가락의 부분이라며 머리가 아니라 ''으로 온다.


너는 그곳에 살지 않는다

시는 주소가 없다당신의 기억이 그렇듯 장소보다 시간에 기대 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을 보았다는 회상의 흔적은 그의 영혼 속에 있고그의 지적 활동의 발현이 작용한다는 것은 그의 행동에서 알아볼 수 있다."**는 말이 앞을 보태줄 수 있을지. "일부러 뜯어본 주소 불명의 아름다운 편지너는 그곳에 살지 않는다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부분이처럼 있다는 곳에서 살지 못하는 것이 또 하나 있어서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이름 '가족'이다누구나 긴 말 하나씩 품는 단어시인도 한 마디 했다긴 말 할 것 없다는 듯 간단히. “밖에선그토록 빛나고 아름다운 것집에만 가져가면꽃들이화분이// 다 죽었다” 가족」 전문이렇게 쉬운 비유가 이때까지 어디에 있었나밖에서 빛나는 것이 어째서 한 집에 들어가면 서로를 쏘아보는 날이 되어야 했나이 짧은 시를 쉽게 넘길 수는 없다. 

 

너는그곳에 살지 않는다.

센 언어는 기세가 꺾이지 않고 1,2장 내내 읽는 이에게 처들어 온다가족에서의 충격은 청춘에서 다다르는데, 청춘」은 연작이다아마도 더용서 할 수 없었던 모양인가익지 않아 무서운 말들에 흠씬 두들겨맞는다서른 세살에 나온 시집이므로서른 세살 이후에 쓰인 단어는 이곳에 하나도 없다분명하게 금 그어진 서른 셋 이전의 날들은 독자와쓰는 이를 따라 무섭도록 쪼아댄다.

 


청춘 2


맞아 죽고 싶습니다

푸른 사과 더미에

깔려 죽고 싶습니다


붉은 사과들이 한두 개씩

떨어집니다

가을날의 중심으로


누군가 너무 일찍 나무를 흔들어놓은 것입니다


「청춘 2」 전문.

 

어질한 뒷목을 쓸어 정신을 차리면 다른 시. 이제는 더 정확히 '서른 살'이라고 겨눈다. "단지 무언가의 절반만큼 네가 왔다는 것돌아가든 나아가든 모든 것은 너의 결정에 달렸다는 뜻지금부터 저지른 악덕은죽을 때까지 기억난다서른 살부분서른 살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당신이 생각해야 하는 거고내가 알려 줄 수 있는 말은 다만 이것 뿐이다. "지금부터 저지른 악덕은죽을 때까지 기억난다스무살의 끝에 몰린 이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은 하나도 없다. 시인이 말하는 방식이 이렇다이런 일갈이 어디 청춘에게만 한정돼 있으랴뒤를 넘기면 "유신론자는 매일 확인한다어디에나 똑같이 찍힌 신의 엄지손가락 지문을무신론자」부분. 보우하사유약한 나를 또 꾸짖고 뱉고 달린다. 시인은 달려서 마침내 이 세상에 없던 포도송이를 하나를 그리는데. 이 시를 쓰기 위해 시인이『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을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이 시집에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첨탑 끝에 매달린 포도송이"일 것이다. 처참하게도 무용한 시가 폭력에 부딪힌다. 일어났던 폭력과 그것을 침묵했던 폭력, 모두에게 말이다.

 

 ...

 첨탑 끝에 매달린 포도송이

 네가 흘린 눈물은 다 어디로 갈까

 네가 떨어뜨린 물방울은 다 포도송이가 되었다

 건물들 사이로 솟은 첨탑 꼭대기에

 매달린 포도송이

 누구의 그늘이 될 수 없다

 죽어가는 사람들이 입을 축일 수도 없다

 열매가 투명해서 아무도 따먹을 수 없다

 그러므로 이제 나는 쓴다

 너에게 수천 개의 물방울이 모여든 이유를

 

 네가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사람들이 학살되었다 이곳에서

 스무 살이 되었을 때 노동자들이 분신했다 이곳에서

 스무 살이 된 이후로도 다른 스무 살들이 어디론가 끌

려갔다 이곳에서

 빈방의 아이들은 불타 죽고 이곳에서

 철거촌 사람들은 깡패에게 맞아 죽고 이곳에서

 라고 나는 쓴다 이곳은 조용하다

 라고 쓰고 이곳에서 일어난 일을 잊지 않겠다

 라고 쓴다 보랏빛 젖은 안개로 쓴다

  

 네 투명한 포도알 위에

 스무 살 메마른 입술 위에

 

첨탑 끝에 매달린 포도송이부분.


''는 누구인가너는 스무 해 첨탑 꼭대기 매달린 포도송이이고포도송이가 떨어뜨린 물방울이다스무 살 메마른 입술을 가진이다그래서 너는 스무 해 동안 일어났던 이 땅을 모두 알고 있거나전혀 알지 못한채로 그 땅을 걷는이다너는 누구인가그러나 너는 누구인지가 중요한가중요한 것은 시인이 이곳에서 일어난 일을 잊지 않겠다며 투명할 포도알과스무 살 메마른 입술 위에 이 일들을 '쓰는 행위'나는 포도를 알고 있다포도는 작고물이 많고입에 쏙 들어간다그러나 이것은 열매가 투명하다포도라고 할 수 있을까까맣게 가지에 차 오르는 풍성한 부풀음이 아닌 것을 말이다열매가 투명한 포도는 원래 알알이 있다고 믿어졌던 것이나 점차 흐려졌다. 학살과 노동자들의 분신과 다른 스무 살이 끌려가는 것을 보면서 보지 못하면서, 그 모든 일이 있었던 이곳을 조용하게 만들면서. 이 투명한 포도는 언제 과육과 검은 껍질을 갖게 될 것인스무 살이 되어 그곳을 걷는 '그'가 마침내 한 개의 '몸'을 채워가고 있을것인가절망에 몰린 희망을 시인은 "보랏빛 젖은 안개로"쓴다. 그것 참 지워지기 쉬워라처음으로 돌아가시는 책을 덮으라고 했다. "교실 밖에서"일어나는 삶을 보라고 했다. 배움에 뜻이 있다면 "하루종일 침묵"하느라 "메마른 입술"에 "보랏빛 안개"로 이곳의 일을 말하는 것이다보랏빛 안개가 내 입술 위에도 내렸을 일을 생각한다. 조용히, 입을 벌려 따라 읽는다.***

 

 

 

 *사탕

**프란시스 위스타슈, 이효숙, 『우리의 기억은 왜 그토록 불안정할까』, 알마. 26p

원문 : "그 사람을 보았다는 회사의 흔적이 그의 영혼 속에 있고, 그의 지적 활동의 발현에 이런저런 방식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그의 행동방식 속에서 알아볼 수 있다."


***따라 읽는 글 

진은영, 「우리의 연민은 정오의 그림자처럼 짧고,우리의 수치심은 자정의 그림자처럼 길다」, 계간 문학동네 2014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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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 자네는 매우 영리하고, 빈틈없는 사람이고, 또 상당히 점잖은 사람이기도 하지. 그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어. 주사위만큼 정확하지. 자네는 정말 괜찮은 친구야. 문제는 말일세, 자네에게는 중요한 세 가지가 빠져있어. 첫째 욕망, 둘째 기쁨, 셋째 연민. 요엘, 자네가 나에게 부탁한다면, 내가 세 가지를 한꺼번에 꾸러미로 엮어 주지. 자네가 두 번째 것이 없다면, 자네는 첫 번째 것도 세 번째 것도 없는 거라네. 자네가 처한 상태, 자네는 끔찍한 상태에 있어. 이제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게 낫겠네. 이렇게 내리는 비를 바라보게. 자네를 바라보고 있는. 난 자네를 볼 때마다 거의 울고 싶다네. p. 166

 

아모스 오즈, 여자를 안다는 것, 열린책들.


 



 

도착 할 때까지 로맹가리를 듣기로 했다. 새벽의 약속. 처연하게 가라앉는 글 아니라, 웃는 가운데 환부가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드러났다가 숨는게 보기 좋았다. 환한 아픔 같은 것. 이런 것을 좋아하는 것은 그때마다 너 살아있음을 친절하게 가르치기 때문일까. 기대지 않아도 충분히 너 있음을 알아야 하는 일은 틀리기 쉬운 일기예보나 몇 개의 뉴스와 길 지나쳐 스치는 사람들로 잊기 쉬웠다. 딱딱하고 차가운 사물이 되어가는 심정*. 조금씩 내리는 비는 밤에 가서야 그친다고 했다. 서울 어디에서 시작해서 어디에서 그칠 거라는 예보는 모두 빗나갔다. 어제라면 당연히 내려야 할 곳을 지나서 몇 정거장을 더 가서 내렸다. 지나친 곳이 마침내 내릴 곳이 된다는 것이 어쩐지 웃음이 났다. 좀 전에는 어제 들었던 그걸 또 들었다. 앤드루 포터의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김영하가 헤더, 하고 부르는 낮은 음색은 이제 로버트를 거의 다 만들었다. 헤더와 콜린이 지나친다면 거의 알아볼 지경이다. 가을에서부터 나는 그들의 겨울을 기다리고 있다. 이곳은 아직은 팔이나 다리가 드러나기 좋은 바람이다.

 

'윤오'라는 이름을 두 번 썼다.

 

어제는 무척 오랜만에 입이 있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말이 오랜만에 있었다고 해야겠지.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아주 오랫만에 내가 읽어왔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고 그때마다 분명히 혼자였을 공간에, 햇빛이나 바람이 지던 풍경이 늘 있었다는 것을 떠올렸던 일이라고 해야겠지, 그때 일고 지나갔을 통증을, 지금은 다 잊었을 그것을 다시 떠올려 위로하는 어제가 있었다고도 해야겠지, 지금 들리는 낯선 목소리가 그랬던 나의 예전에 들어왔던 일이라고도 해야겠지만 그런 건 말하지 않고 다만 '즐거웠다'고 간단히 전했다. 그러나 매일 내렸던 지하철을 지나고, 내려서 그곳에 있는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한 세기만 어긋났더라도 불가하다는 일을 알고 있을런지. 비슷한 공간이 아니라 같은 공간에, 비슷한 시간이 아니라 같은 시간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신기한 일인지. 이렇게 말이다.

 

언젠가 자신보다 어린 나이에 죽었을 것이라던 여자를 1/10으로 그렸던 남자가 들려준 말을 전한다. 그는 그 관 속에 자신이 누워 있고 누워있는 여자가 자신을 그린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고 했다. 다만 그날을 지나가는 시간이 자신과 그녀를 이렇게 세워두었기 때문이라고도. 삼단 같던 머리칼과 희고 둥근 손톱, 어긋난 뼈들은 수백년만의 바람을 맞으며 슬쩍슬쩍 흔들렸다고 했나. 들리지 않는 몇 마디를 건네고 듣지 못하는 말 몇 개를 간신히 주우며 여름 몇 주를 그녀와 함께 있었다는 그를, 생각한다. 그런 만남을 비껴서 어제 우리는 ''을 나누었으니, '그날 같이 있음'에 대한 긴 말을 이렇게 쏟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 이근화, 짐승이 되어가는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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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4-09-13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봄밤 님 문장 참 달달하고 쓸쓸하니 좋군요.

봄밤 2014-09-13 22:40   좋아요 0 | URL
아, 곰발님 가을이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4 00:42   좋아요 0 | URL
과하지 않은 감정, 담담한 어조, 쓸쓸한 서정'을 고루 섞을 줄 아는 문장력으로 보아 소설을 쓰시면 기존 작가보다 뛰어난 문장력을 가진 작가가 탄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끔 봄밤 님 문장 보고 반하고는합니다.

봄밤 2014-09-14 01:32   좋아요 0 | URL
곰발님. 말씀 중 '가끔'이라는 단어가 참 좋습니다. 무언가 쓸 수 있다면, 곰발님을 잊을 수 없을거에요.

다락방 2014-09-13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은 저의 패이버릿. 여기에서 만나는 것이 아주 반가우면서도 만날 곳에서 만났다는 생각도 들어요. 헤더의 삶은 결국 제가 추구하는 삶이에요. 봄밤님, 줌파 라히리의 [지옥-천국]은 읽어보셨나요?

봄밤 2014-09-13 23:26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팟캐스트가 닳는다면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벌써 사라져서 없을거에요. 헤더의 삶이 추구하는 삶이시라니, 쓸쓸해요. 그런 삶은 이렇게 멀리서 봐도 아픈건데. 아픈만큼 가까워서이기도 할까요. 읽어보겠습니다. 아직, 아직이에요.

rendevous 2014-09-15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가 되고 싶게 하는 글입니다 ^^

봄밤 2014-09-15 16:01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까, 기립입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소라닌 1
아사노 이니오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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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예감을 모른 척 하는 마음

밤새 아르바이트를 하고 아침에 들어온 다네다. 오자마자 쓰러져 자는 다네다에게 메이코는 유성매직을 든다. 다네다의 얼굴에 가면 같은 그림을 그리고 깔깔, 재밌다. 스물네 살. 그들은 6년을 만났고, 동거 1년 차다. 메이코는 구질구질하기로는 세계 제일인 그냥 그런 회사에 다니고 있고 다네다는 신문사에서 그림을 그린다. 다네다는 생활을 일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급여를 받는데. 이들이 동거하는 이유는 둘이 떨어진 시간을 견딜 수 없는 '사랑'을 위해서라기보다 둘이 함께 있지 않으면 제대로 지속될 수 없는 '생활'을 위함이다. 물론, 사랑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미래...? 를 생각해 보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오늘 저녁과 내일 아침 식사 당번은 정할 수 있다. 카레와 생선구이 카레, 다시 생선구이와 카레로 묘하게 바뀌는 날들에 함께 앉을 수 있다. 평화로운가. 그러나 일상의 '평화'는 무엇이 일어날리 없다고 확신하는 상태다. 이들의 생활은 평화롭다는 포장아래 무엇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예감을 모른척한다. 다만 그 속에서 익숙한 기쁨을 느끼는 것을 주저하지는 않을 뿐이다.



내가 어떻게든 할 테니까. 라고나 할까_다네다

 

가면을 모르는 다네다, 가면을 보는 메이코

아침에 들어온 다네다는 점심 무렵에도 자고 있다. 조퇴를 하고 돌아온 메이코는 오늘이 얼마나 좆같았는지, 그런 건 말하지 않는다. 생각할 뿐이다. 이 회사의 어른들은 별 것도 아닌 일로 호통을 치며 체신을 세우고 그것도 모자라 희롱을 일삼는다. 함께 다니는 후배는 (이걸 패줄 수도 없고)엿을 먹인다. 도대체가 재미라는 것이 없다. 이러려고 어른이 되었나. 혼자 중얼거린다. 다행히 다네다는 자고 있어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본다. , 회사 그만 둘까...미안해서 푸념이라도 하지 못했을 말. 회사를 그만 두고 싶다는 말은, 생활이 되지 않아 함께 살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 다네다를 출구 없는 곳으로 밀어붙이는 일이 될 테니까. 그러나 자고 있어야 할 다네다는 갑자기 일어나 우스꽝스러운, 가면이 그려진 얼굴로 대답한다. '그만 둬. 정말 네가 그만 두고 싶다면.' 메이코는 눈이 커지며 놀란다. '내가 어떻게든 할 테니까...' 메이코는 다네다를 껴안는다. 다네다라고 생각하고 싶은 다네다를, 껴안는다. 그리고 다음 날 메이코는 회사를 그만 둔다.

 

가면이 지워진 풍경

다음 날 함께 밥을 먹으며 메이코가 회사를 그만 두었다는 말을 듣고 다네다는 화들짝 놀란다. 어떻게 하려고? 우리의 생활은, 돈은, 빗발치는 물음이 다네다를 조른다. 그러나 메이코는 즐겁다. 모아둔 돈도 있고, 무엇보다 다네다 네가 그렇게 말했잖아. 다네다는 자신을 이해할 수 없다. 생각도 못했을 용기가 다네다 자신을 누르고 나왔던 것을 말이다. 그가 잠결에 일어나 그 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가면'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면을 잘 쓰는 에스키모족에 대한 연구를 보면 가면을 쓰는 일은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 자신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이고, 가면이나 역할은 쓰는 사람의 확장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보는 관중의 집합적 힘의 확장을 뜻한다고 한다.*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다네다 자신이 원해서 쓴 가면이 아니라, 자신의 사랑인 메이코에게 얼굴을 무방비하게 내줌으로써 그려진 것이었다는 점이다. 스물네 살, 대학을 졸업한 이들에게 꿈이나 현실은 모두 잡을 수 없는 것처럼 멀다. 생활을 위한 아르바이트는 답이 없고 그냥 다니는 회사는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할 수도 없게 한다. 꿈이 없는 삶. 답답함에 몸에 독소가 쌓이고 시퍼런 뿔이 나온다. 감자의 먹지 못하는 싹 솔라닌. 메이코는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을 듣기 위해 다네다의 얼굴에 '가면-무엇이든 말할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신'을 그린다. 자신이 원하는 말을 겨우 하고 그에 합당한 대답을 듣게 된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 말을 발화한 이를 다네다 같은 인물이라고 '혼동'해 버린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세수를 하고 가면이 지워진 다네다는 '그랬다'는 설명에 경기 같은 반응을 보인다. 어느 인류학자의 논의를 참고해 보면 다네다는 '가면'으로 자기 자신을 벗어났으며(그러나 자신이 원했던 것은 아니며) 가면이 보여주는 ''은 가면을 쓰는 사람의 확장이 아니라 그것을 보는 '메이코'의 힘이 확장으로 발현된 것이라는 설명이 가능해진다.


감자에 싹이 나서...이파리에 감자감자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고 장난스러운 일로 이날은 지나가지만 이들에게 변화를 꾀는 사건으로 중요하게 기록된다. 이렇게 다네다 자기가 자신을 벗어나고 그것을 종용한 메이코의 들뜸이 일상을 채워갈 때 한쪽 베란다에 쌓인 감자는 소라닌이라는 독을 가진 싹을 틔우기 시작한다. 땅속의 감자는 과연 알맞게 익었지만 밭을 떠나자 어디에 있어야 할지 모르며 혼잡한 도쿄, 빌딩과 빌딩, 길가와 길가에 덩그러니 놓인다. 무엇이 되기 전에 빛을 받으면 먹을 수 없게 되어 쓸쓸하게 버려지는 이 작물은 아이러니 하게도 그들 자신을 뜻하면서, 만화의 첫 장 메이코의 고향집에서 한 박스 날라져 온 '실제' 생활에 곤란함, 고민거리에게도 작용한다. 박스를 보며 메이코는 턱을 괸다. 이걸 어쩌지. 이걸 어쩌지, 자신을 향해 발화된 말이라는 것을 어렴풋하게, 느꼈을지 모르면서 말이다.




 길이 막혔잖아?


입을 다물게 만드는 말

대학시절 밴드를 했던 다네다는 곡 하나는 끝내주게 쓴다는 세간의 평가를 모른 척 하고 자신의 재능이나 욕망을 그저 '취미'로 포장해 숨긴다그래서 다네다의 꿈속에서 넥이 없는 기타바디만 남은 기타를 등에 지고 걷는 것은 웃음보다 안타까움이 출몰하는 것이다넥이 없는 기타를 지느라 손이 묶여 버렸다연주를 할 수 없는 미래를 들고서그의 손은 자신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여념이 없다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자신을 배고프고 가난하게 할 뿐이다그런 건 재능이라고 할 수도 없고꿈이라고도 할 수 없다는 '어른스러움', 아직 어른이 아닌 이들이 느끼는 어른스러움을 보일 수밖에 없는 도쿄에서의 생활.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해 묻는 것이 때로 사치스러운 상황에 있는 이들의 마음이 페이지마다 가득하다.

 

때로는 폭력적인 마음들

메이코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아직 모르지만 다네다가 하고 싶은 것은 명확하게 알고 있다. 다네다에게 음악을 다시 하라고 권유한다. 때로는 이러한 권유가 폭력적이라는 것을. 생활에 대해서도 자리를 빼앗긴 다네다는 이제 꿈이라는 약점, 꿈이라는 보기 좋은 이름을 흔드는 메이코, 흔들리는 다네다. '어떻게든 될 테니까' '젊으니까' 다시 할 수 있으니까. 요금이 밀려서 가스가 끊기고 찬 물이 나오고 에어컨이 고장 나는 여름을 넘기며, 다네다는 함께한 친구들과 녹음을 하기로 한다. 죽어라 해보고, 안되면 이번이 마지막이다. 씨디를 보내서 데뷔를 하자. 연락이 오지 않는다면 그때는 정말로 포기, 라는 다네다의 말. 6년째 학교를 다니고 있는 베이스와 가업으로 물려받은 약국을 하는 드러머, 모두 삶이 그와 같기는 마찬가지다. 곡을 쓰고 노래를 하는 다네다가 일어나길 바라고 있었다. 네가 움직인다면 어디든 가야지. 여름날, 이들은 치기와 열정이 섞인 노래를 부른다.

 

메이코와 다네다


소라닌, 자신에게 보내는 레퀴엠

그날 이후 메이코가 다네다의 기타를 치는 것은 이 둘을 무엇보다 잘 설명하는 은유로 이해된다. 무엇을 위해 태워야 할지 모르는 열망을 갖고서,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가면을 그려 나의 욕망을 대입하고, 생활로서의 끝으로 밀어붙이는 것도 모자라서 마지막 남은 한 자락 꿈에게까지 다네다를 밀어붙이고 말았던 비극적인 결과다. 이 둘은 하나인데, 비유적으로 한 몸이라는 것이 아니다. 결코 두 번 살 수 없는 청춘의 두 얼굴을 연인이라는 두 사람에 화한 것이다. 애인의 죽음 이후, 자신이 꾸릴 수 있는 현실을 되살기를 거부하고 메이코는 애인의 꿈을 집어 든다. 한번도 쳐보지 않았을 기타를 부르트게 치면서 노래를 한다. 무엇이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자신을 위해 던져진 이별의 노래나 다름없는 가사를 부르며 메이코는 마침내 무대에 서는 것을 목표 삼는다. 소라닌은 다네다가 메이코에게 보낸 미리 쓰여 진 이별 노래가 아니라, 자신과 메이코와, 베이스와, 드럼에게 보내는 청춘과의 이별선언에 다름 아니다. 이 싹을 언제까지 틔우는지 자신을 다 소진해 버리고 마는 바보 같은 젊음이 돼버린 우리들, 헤어질 수 없는 끈질긴 날들, 퍼렇게 썩어버린 20대를 노래로 부르며 마음과, 몸을 버리고 가지 못하는 자신에게 떠나보내는 '레퀴엠'이다.


다시 땅속으로 들어가길 원했던 짙은 보라색의 날들에게

그래서 비로소 메이코의 목소리로 울려 퍼지는 이 노래는 내가 서른이 된 후에도 여전히 불리고 있다. 스물세 살, 메이코와 같은 나이일 때 이 책을 처음 보았고 지독한 우울이 밀려왔었다. 일 년에 딱 한 번만 읽겠다는 약속을 두고 책등을 뒤로 꽂아 놓았고 매년 나이를 먹지 않고 똑같은 어리석음과 똑같은 죽음을 반복하는 이들을 봐왔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2권이 없다. 1권만 읽고 쓰는 리뷰가 미완성임에 분명할 청춘을 대변이라도 하듯 라임이 맞아든다. 비로소 이 책을 보고 무엇을 쓰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내가 그곳을 나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까. 수차례 여름마다 읽었던 기억을 되살려서, 아픔이 점점 아프지 않게 되는 것을 문득 '아프다'고 생각하면서, 무엇을 하지 못했던 나의 이십대를 연민하지 않고 나를 믿지 못해 내게서 물러나고 당신에게서 물러났던 나를 수치스럽게 여기면서, 기울고 멀어진 그림자에게 전한다. 소라닌. 징그럽게도 나를 다 뒤덮었던, 다른 감자를 키워낼 수 있을 것처럼 속이며 자랐으나 실은 다시 땅속으로 들어가길 원했던 짙은 보라색의 날들에게 말이다.

 


*클라이브 갬블, 『기원과 혁명』, 사회평론. 142쪽 요약 발췌.

#소라닌1,2는 영화가 개봉된 후, 개정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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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언니, 이것 좀 들어요. 이거 비가림 포도에요. 


정사각형 락앤락통을 연다. 경쾌한 소리. 방울토마토, 포토, 오이, 매주 싸오는 과일이 싱그럽다. 점심이 지나고. 투명한 통 속에 세 알, 네 알 가지를 낸 포도가 서늘하고. 오물거리며 씨를 씹으며 맛있다는 탄성이 여기저기 울린다. 그속에 그녀는 비가림, 비가림. 중얼거리며

그런데


비가림이 무슨뜻이야?

_이거 비를 가려서 비가림이라고 해요. 왜 포도는 노지에서 자라잖아요. 시설로 그 위를 덮는거죠.


아. 


_달지요?


으응이라고 얼버무리며 그녀는

그럼, 여기 올 떄까지 비를 한 번도 맞아본 적 없던거야?

_그렇지요.


그건, 좀 슬프네.


대화가 이상하게 흐르고 있다.


비를 한번도 맞아본 적 없는 포도는 단맛과 또 설명할 수 없는 몇 가지 맛을 갖고 있어서 

무심하게 포도를 입술로 깨무는 소리는 도로에 동글동글 맺히는 햇빛처럼 상해갔다. 


통통, 동생은 쾌활한 목소리를 낸다

_뭐야, 이런 소린 또 처음이야. 그냥 맛있게 먹어요. 비가림이라니까.

맛있다는 소리. 홀쭉해서 쌓이는 포도 껍질. 투명한 락앤락통 거무죽죽하게


대답을 주춤하는 손, 그녀는 눈빛 으스러트리며 동생과 맞춘다. 맛있죠? 그렇죠? 거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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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9-05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봄밤이라는 닉네임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싱그런 글이네요. 글이, 읽는동안, 맛있었어요.

봄밤 2014-09-05 16:06   좋아요 0 | URL
맛있으셨나요, 다행이에요 다락방 님. 그냥 조금 이상한 대화였는데. 맛있게 봐주셨어요,
 
소설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두 권은 읽기 힘듭니다. 그러나 두 권은, 두 권의 의미가 있겠지요. 

책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책소개를 조금 보니 알아야 할 것 같아요.


프랑스 북부의 한 탄광촌을 배경으로 노동자들의 비참한 삶의 모습과 그들의 저항, 

투쟁을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한 자연주의 문학의 걸작으로, 

노동자계급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최초의 소설이다.


자연주의 문학, 걸작, 그런것 다 빼고도 남겨진 단어들에서

책에 그려진 이야기 결코 나와 무관하지 않을 이 소개를. 지나칠 수 있겠어요.

 















천명관의 힘! 제목이 어쩐지 땡깁니다.

고래의 꿈틀대는 힘이 어떻게 화했을까요.
















미국 최초의 SF 소설이라고 해요. 인문서 같은 외양에,

한길사 그레이트 북스로 혼동할 것 같은 표지,

설명을 살짝 보니


자본주의가 사라지고, (...)

2000년의 사람들은 평등하게 교육받고,(...)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고,(...)

45세가 되면 노동의 의무를 모두 마치고 온전히 삶을 누린다.


역시, SF소설이 맞는 것 같군요. 
















전작을 재밌게 봤어요. <골든 슬럼버>, <집오리 들오리의 코인로커> 영화로도 짠했어요.

근데 그건 그렇고, 표지가 왜 이렇게 매력있지요? 그냥 이유없이 보고싶어요.



그리고















페소아, 페소아와, 페소아들

이것만으로 충분히 매력있는 제목과

기대하게 하는 '이름'들

이름들. 나도 그런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늘어나는 가명과, 분화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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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devous 2014-09-01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르난두 페소아 는 소설이 아니라서 선정되기 힘들지 않을까요? ㅜ 순수하게 추천하는 의미에서 올리신 거라면 상관 없지만 ^^ 페소아 애정하신다면 세계적으로 공인된 페소아'빠' 안토니오 타부키가 쓴 '페르난두 페소아의 마지막 사흘'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아직 번역되지 않았지만... 문학동네 여름호에 짧게나마 번역돼서 읽어봤는데 좋더라고요 ㅜ '오마주'란 거 참 좋은 것 같아요 ㅎㅎ

봄밤 2014-09-01 17:37   좋아요 0 | URL
아아, 그렇네요! 소설 신간 안에서 찾았었는데, 알지 못하고 골랐던것 같아요. 오일동안 변경을 가늠해봅니다. 윤스리 님 설명 들으니 환해지네요!

봄밤 2014-09-01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다가 계간지 소식이라니, 고맙습니다 문학동네라니 얼른 읽어볼 수 있을 것 같아요ㅎㅁㅎ이름들, 기억할게요. 이렇게 말씀으로 들으니 훨씬 가깝게 기억됩니다.

2014-09-01 18: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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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1 19: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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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2 10: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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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2 12: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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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2 13: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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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2 17: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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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2 18: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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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2 19: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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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3 16: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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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3 16: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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