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모든 해변처럼 문학과지성 시인선 407
하재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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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되는 마음을 기억하려고 한다. 면을 돕는 선. 점을 지나온 선. 이러한 선을 나는 가장자리라고 부르고 싶다.


가장자리는 모든 존재하는 것을 구분할 수 있는 경계다. 그래서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것은 '가장자리'가 있다. 곤란한 당신은 이 순간 내게 공기나 우주를 말할 것 같다. 그러면 나는 좀 땀이 나겠지. 어설픈 최선을 다하면 이렇다. 그들도 언젠가는 이름을 지탱하기 어려운 순간이 있지 않을까. 자신으로서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는 지점이. 그때가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곳을 지나는 순간 더 이상 공기라고 부를 수 없고 우주라고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존재의 '가장자리'라고 부르고 싶다. ''가 아직 ''로서 있을 수 있는 경계. 그것 덕분에 나는 ''를 벗어나는 순간 '' 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재연의 ''를 이야기 하려고 한다. 그의 시는 '어떤 것'의 가장자리를 두드린다. 제목, 해변은 매일 부서지면서 바다를 증명하는데. 그는 이렇게 경계가 사그라들면서 끊임없이 '존재'하는 것들을 의심한다. 유동하는 가장자리임에도 어떻게 자신을 혼동하지 않을 수 있는가. 시침은 휘어지지 않지만 시간에 휘어지는 그림자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모든 ''들은 자신의 경계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일까. 나의 목소리는, 나의 몽상은, 나의 시간은 나를 벗어나기도 하고 나보다 안쪽에서 존재하기도 한다. 이것을 헷갈리지 않고 충분히 자신으로서 살아가는 것들에 대해 고개를 갸웃한다. 세계의 모든 해변에게 묻는다. 우리가 알고 있던 경계, 더 없이 불확실해진 것들에 대해 부자연스러운 물음을 시작한다.

 

최초의 의심은 ''에게서 시작한다. "꿈속에서 나는 아주/ 여러 번 살아왔다.// 내가 나였을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픽션보다부분. 제목 <픽션보다>이후에 내어지지 않은 말은 무엇일까. 설명은 없지만 '꽃보다 나'처럼 '픽션보다 나'를 연상하는데. 첫 연은 순간에 대한 설명이다. "웃음을 떠올렸던 순간은 순식간에/ 일어난 듯 바뀌어서 사라진다." 말을 했는데, 사라지는 순간. 그 누구도 대답하지 않아서 소리가 소멸하는 순간. 내 입에서 나온 것을 다시 거둘 수 없이 사라져버린다. 이때는 내가 한 말과 함께 나도 조금은 없어지는 느낌이 든다. 이 상황은 소리가 '웃음'으로 있을 때 가장 빈번하다. 목소리는 종종 나의 경계가 된다. 사라지는 목소리로 나는 줄어들기도 하는 것 아닐까. 그래서 시인의 물음은 다짐으로 이어진다. "나는 가능하다면, / 명료해지고 싶습니다. "12부분. 나를 향한 의심은 곧 다른 이들에게 적용된다.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어제와 오늘을 나누는 열두시다. 그때를 기점으로 날이 밝고 어두워지는 것 같다. 그러나 시인은 12시를 분화하고 싶다. "밤과 낮, 같은/ 단순한 어휘를 쓰는 사람들이 있고,/ 나는 내가 거기 속하는지/ 궁금합니다."12부분. 그러니까, 12시는 누구의 경계이기에 통용되느냐고 묻는다. 다음 연은 보다 정확하다 "밤이 가서 낮이 오는 건 아니고,/ 세상의 열두 시들은 너무 많습니다." 짧은 시구는 유약한 듯 보이지만 단호하다. 세상의 열두시는 많지만 나의 흐름과는 맞지 않다. 이를테면 당신과 헤어진 후로 끊임없이 불이 들어오며 꺼지는 당신의 날들, 그러나 실제로는 한 날도 움직이지 않았던 당신의 열두 시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럴 땐 "쓸모없이 아무 쓸모도 없이"외로워지고 그저 "별들이 지나간 투명한 궤도를 돌고 있다, 고 생각한다" 자꾸 이지러지는 나의 경계와, 나에게 맞지 않는 다른 것의 가장자리를 지나치며 부유하는 모습. 비단 시에서의 모습일까.

 

조금 외롭고 조금 피곤한 생활. 빨간 날을 찾는 달력에는 해변이 가깝고도 무심하다. 바다가 바다이기를 멈추는 유순한 풍경. 그러나 실은 평생을 돌아 자신을 받아줄 곳을 찾은 바다의 쾌거다. 자신이 마음껏 이지러지면서 부서질 수 있는 곳을 찾았던 투쟁의 결과다. 그것으로 바다는 지켜질 수 있었다. 해변은 아파트 단지나 소나무 사이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때문에 시인은 다음과 같은 말들로 우리를 힘껏 밀어낸다. 비로소 어딘가에 닿을 수 있도록. "우리는 우리의 리듬을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전 생애를 낭비한다."4월 이야기부분. 나의 내밀한 웃음이 공중으로 사라지거나, 나의 말이 사그라들고 나의 시계와 상관없는 계절이 돌 때, 나를 혼동하거나 잊지 않도록, 나를 충분히 감지 할 수 있는 당신을 만나라는 전언이다. 전 생애를 낭비하면서, 당신을 찾아 넉넉한 경계를 지어야 한다. 우리의 인생에 뜻이 있다면 바로 이것뿐이다. 그러나 시인이여. 자신의 리듬을 이해하는 사람을 이미 만났기 때문에 전 생애가 남겨져 버린 이에게는 어떤 시를 건네야 할까. 손가락 사이에 모래가 들어오고, 물이 모래를 되물어 나가는 풍경 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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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4-07-31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첫 문장 참 좋네요. 봄밤 님은 곧 알라딘계의 고수가 되실 겁니다. 거칠지도 않고 마냥 순종적인 문체도 아니며, 조곤조곤 읊조리지만 힘은 있는......

봄밤 2014-07-31 15:44   좋아요 0 | URL
으아 그리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건강하게 읽고 쓸게요. 곰발님,

다락방 2014-07-31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찾 일곱분 중 한 분의 적극적 추천을 받아 얼마전부터 여기 들르고 있었어요. 가만가만 읽고 나가다가 시집의 리뷰 앞에 그냥 지나칠 수 없게되어버렸네요. 이 시집의 리뷰는, 그 분이 제게 적극 추천한 까닭을 알게 하는, 그런 리뷰입니다. 아름다우면서 정리정돈이 잘 되어있는 글이라니. 아- 제가 못하는 것들을 하고 계시네요. Orz

봄밤 2014-07-31 16:01   좋아요 0 | URL
끄아! 다락방님! 반갑습니다. 다락방님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이리 읽어주시고, 고맙습니다. 함께 읽기의 즐거움을 배웁니다. 아, 저를 즐겨찾아 주시고 적극 추천까지 해주신 분께 다시금 감사의 말씀을 남깁니다...;ㅁ;

syo 2017-11-06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집을 보다가 보다가 도저히 아무것도 모르겠다 싶었습니다. 알라딘에 숨어 있는 재야의 고수님들의 눈을 좀 빌려야겠다 싶어서 찾다가 봄밤님의 글을 읽고는 한참을 멍청해졌네요..... 저는 난 도저히 모르겠다는 평 같지도 않은 평을 남기면서 절반은 저를, 나머지 절반은 시인을 탓해보려 했는데요. 크게 반성하고 갑니다.

좋은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엄청 깨닫고 가요.

봄밤 2017-11-08 23:0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syo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는 역시 좋은 것이지요? 제 마음대로 읽고 덮어둘 수 있으니, 말이지요. 저의 한 때, 한계, 가장자리였던 글이 시간을 지나 syo님에게 닿았다니 저는 그것이 기쁩니다. 요새는 어떤 시를 읽으시나요.

syo 2017-11-08 23:14   좋아요 0 | URL
봄밤님 반갑습니다 ㅎㅎㅎ
syo는 지금 신철규의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를 책상 위에 올려놓은 상태입니다. 아직 펼치지는 않았지만요. 어쩐지 잘 읽어낼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