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언니, 이것 좀 들어요. 이거 비가림 포도에요.
정사각형 락앤락통을 연다. 경쾌한 소리. 방울토마토, 포토, 오이, 매주 싸오는 과일이 싱그럽다. 점심이 지나고. 투명한 통 속에 세 알, 네 알 가지를 낸 포도가 서늘하고. 오물거리며 씨를 씹으며 맛있다는 탄성이 여기저기 울린다. 그속에 그녀는 비가림, 비가림. 중얼거리며
그런데
비가림이 무슨뜻이야?
_이거 비를 가려서 비가림이라고 해요. 왜 포도는 노지에서 자라잖아요. 시설로 그 위를 덮는거죠.
아.
_달지요?
으응이라고 얼버무리며 그녀는
그럼, 여기 올 떄까지 비를 한 번도 맞아본 적 없던거야?
_그렇지요.
그건, 좀 슬프네.
대화가 이상하게 흐르고 있다.
비를 한번도 맞아본 적 없는 포도는 단맛과 또 설명할 수 없는 몇 가지 맛을 갖고 있어서
무심하게 포도를 입술로 깨무는 소리는 도로에 동글동글 맺히는 햇빛처럼 상해갔다.
통통, 동생은 쾌활한 목소리를 낸다
_뭐야, 이런 소린 또 처음이야. 그냥 맛있게 먹어요. 비가림이라니까.
맛있다는 소리. 홀쭉해서 쌓이는 포도 껍질. 투명한 락앤락통 거무죽죽하게
대답을 주춤하는 손, 그녀는 눈빛 으스러트리며 동생과 맞춘다. 맛있죠? 그렇죠? 거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