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언니, 이것 좀 들어요. 이거 비가림 포도에요. 


정사각형 락앤락통을 연다. 경쾌한 소리. 방울토마토, 포토, 오이, 매주 싸오는 과일이 싱그럽다. 점심이 지나고. 투명한 통 속에 세 알, 네 알 가지를 낸 포도가 서늘하고. 오물거리며 씨를 씹으며 맛있다는 탄성이 여기저기 울린다. 그속에 그녀는 비가림, 비가림. 중얼거리며

그런데


비가림이 무슨뜻이야?

_이거 비를 가려서 비가림이라고 해요. 왜 포도는 노지에서 자라잖아요. 시설로 그 위를 덮는거죠.


아. 


_달지요?


으응이라고 얼버무리며 그녀는

그럼, 여기 올 떄까지 비를 한 번도 맞아본 적 없던거야?

_그렇지요.


그건, 좀 슬프네.


대화가 이상하게 흐르고 있다.


비를 한번도 맞아본 적 없는 포도는 단맛과 또 설명할 수 없는 몇 가지 맛을 갖고 있어서 

무심하게 포도를 입술로 깨무는 소리는 도로에 동글동글 맺히는 햇빛처럼 상해갔다. 


통통, 동생은 쾌활한 목소리를 낸다

_뭐야, 이런 소린 또 처음이야. 그냥 맛있게 먹어요. 비가림이라니까.

맛있다는 소리. 홀쭉해서 쌓이는 포도 껍질. 투명한 락앤락통 거무죽죽하게


대답을 주춤하는 손, 그녀는 눈빛 으스러트리며 동생과 맞춘다. 맛있죠? 그렇죠? 거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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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9-05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봄밤이라는 닉네임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싱그런 글이네요. 글이, 읽는동안, 맛있었어요.

봄밤 2014-09-05 16:06   좋아요 0 | URL
맛있으셨나요, 다행이에요 다락방 님. 그냥 조금 이상한 대화였는데. 맛있게 봐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