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것들의 추한 역사>
오리건에 본사를 둔 컬트 향수 브랜드 이매지너리 오서즈의 소유주인 조시 마이어는 1970년대와 1980년대의 향수 트렌드는 자신의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는 "미친 듯이 시끄러운 동물적인 향"으로 정의되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1990년대에 들어서자 "모든 사람들이 완벽히 정제된 굉장히 깨끗한 냄새를 원했다." CK원, 쿨 워터와 같은 바다, 시트러스, 비누 향이 몇 년 전까지 시장을 지배하던 진한 머스크와 플로럴 향을 대체했다. 향수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변화의 원인을 오염에 대한 문화적 두려움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꽃을 위한 미래는 없다>
영국에서 문신은 노동자 계급의 상징이다. 특히 공원에서 뛰어다니는 저 아버지들처럼 등과 팔에 여러 문신을 그려 넣은 경우라면 자신이 노동자 계급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148p
내 기억에 배우자의 졸부 친구들과는 최근 5,6년은 만나지 않았다. 크리스마스카드를 주고받을 뿐인 관계가 된 지 오래인데, 카드의 마지막 문구가 "많은 사랑을 담아 with lots of love"에서 "사랑을 담아 with love"로 바뀌고, 머지않아 '행복을 빌며best wishes"가 되어서 "오오, 드디어 사랑은 없어졌나." 라고 말하면 대체로 그 다음 해부터 아예 카드가 오지 않게 된다. 199p
"요즘 제일 열받는 게."
D가 의자에 앉기 위해 긴 다리를 이불 개듯이 접으며 말했다.
"너 괜찮아? 이렇게 묻는 놈들이야."
D의 윗입술에 라거의 하얀 거품이 찰싹 달라붙었다.
"내가 괜찮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 괜찮냐고 묻는 거야. 아냐, 나는 하나도 괜찮지 않아. 왜냐하면 바로 얼마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아버지한테는 인지저하증 조짐이 보이고, 덤으로 앞으로 나 말고는 아버지를 돌볼 사람이 없거든. 이렇게 어두컴컴한 이야기만 줄줄이 내뱉으면 뭐라고 할 생각이었을까?"
"괜찮을 리가 있겠냐, 멍청아, 이렇게 쏘아붙이고 무시해버리면 돼."
나도 기네스가 든 잔을 입에 대며 말했다.
"괜찮다고 하는 게 거짓이라면, 내 마음을 구시렁 구시렁 설명하는 것도 거짓이고, 말로 내뱉는 순간 전부 얄팍하고 바보처럼 되는 거야." 240p
기본적으로 나는 소지품이 여행가방 하나에 들어가 언제든 이주 가능한 상태로 살 때 가장 마음이 안정된다. 그리고 그런 상태일 때 내가 무서울 것 없는 최강이 된 듯한 느낌이 든다. 영어로 말하면 'I have nothing to lose잃을 것이 없다.'같은 상태인 것이다. 245p
<사회학자와 역사학자>
부르디외: ... 그런데 역사학자들은 범주를 너무 순진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역설적인 일이지요. 일례로, 의사라는 개념 자체가 끝없이 변하는 역사적 산물입니다. 우리는 이런 사실을 먼저 인식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18세기 이후 지금까지 의사들의 지위를 비교하는 시계열적 통계를 산출할 수 없습니다[범주 자체가 다르니까요]. 이는 제가 만들어 낸 사례에 불과하지만,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역사적 대상을 구축하는 범주들 자체가 역사적 분석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37p
부르디외: ...저는 특정한 효과를 얻기 위해, 그러니까 단절을 시도하는 동시에 무언가 보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했습니다. 이는 특히 원초적이고 전투적인 형태의 마르크스주의와 종종 관련되어 있었지요. 결국 저는 [마르크스주의를]파괴하는 동시에 보존해야 했는데, 이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었고, [제가 사용하는] 언어만이 아니라 문장의 구성에도 이런 사정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제 담론은 "지금 읽고 있는 것에 주의하시오"라고 끝없이 말하는 메타담론을 실어 나릅니다. 그러나 저는 불행히도, 제가 기대하는 이런 식의 독해를 동시대 인물들에게 얻어 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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