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것들의 추한 역사>


흥미로웠다. 저자는 인내심을 갖고 대표적인 소비재에서 있는 한 멀리까지 의미를 탐구해 나간다. 소비에 엮인 과학, 예술, 역사, 문화 탐방 속에 저자의 회고적인 성격도 들어 있다. 아름다운 것들이 추한 역사를 갖게 되는 데는 그 재료의 특성과, 그것이 성행하게 된 문화적 근간과, 노동과 자본과 환경의 파괴 등이 함께 동반되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비누, 라고 하면 그것 자체에 그렇게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지만 동물 실험이라든지, 친 이스라엘 기업이라든지의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그냥 비누가 아니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기본적으로 광범위한 자료 수집이 있었을 책으로 보인다.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일종의 미시사 교양 역사책. 불편한 이야기를 알게 되면 아름다운 것들이 그 전만큼 빛나 보이지는 않는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향수를 설명하는 부분이었다. 향수 트렌드의 변화에서 오염에 대한 문화적 두려움으로 정제되고, 깨끗한 냄새를 원했다는 대목이다. 


"오리건에 본사를 둔 컬트 향수 브랜드 이매지너리 오서즈의 소유주인 조시 마이어는 1970년대와 1980년대의 향수 트렌드는 자신의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는 "미친 듯이 시끄러운 동물적인 향"으로 정의되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1990년대에 들어서자 "모든 사람들이 완벽히 정제된 굉장히 깨끗한 냄새를 원했다." CK원, 쿨 워터와 같은 바다, 시트러스, 비누 향이 몇 년 전까지 시장을 지배하던 진한 머스크와 플로럴 향을 대체했다. 향수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변화의 원인을 오염에 대한 문화적 두려움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책을 읽고 최근의 한 기사가 생각났다. 헌옷 수거함에 간 옷 추적기 기사이다. 옷을 버리는 일의 최후를 취재했다. 의류에 ‘스마트 태그·GPS 추적기’ 바느질해 달고 전국 수거함에 넣었더니 옷들이 타이 등 동남아 시장으로 흘러가 소각되는 단계를 밟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구체적인 기사는 위의 책과 마찬가지로 무언가를 사거나 구매 할 때 한 번씩 더 생각해 보게 한다. 한 번씩. 그걸로 충분할까 싶긴 하지만, 몰랐던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을테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5661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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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하는 것은, 인생을 조직하는 어떤 방법이라고도 생각된다. 자기계발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자기계발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이 말이 품고 있는 계속해서 나아져야 함에 대한 경계), 조금 더 나은(여러가지 의미에서)삶을 살아가는데 '기대'는 필수적이다. 더 나아지겠다는 낙관이나 긍정이나 확신이 없다면 동력을 얻기 힘들테니까. 그러나 여기까지는 그냥 보기 좋은 말이고, <기대의 발견>은 구체적으로 기대를 하는 것이 어떻게 삶에 도움이 되는 지 연구 결과를 통해 이야기 한다. 와, 얼마나 유사과학 같은 말인가? 하지만 이 책은 호들갑스럽지 않게 결과를 제시하고, 우리가 기대를 하는 뇌의 특성을 살려 생활에 적용하기를 제안한다. 특히 운동/스트레스 관리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이를테면, 스트레스란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받아들이는 것이다."라는 대목이 있다. 말은 얼마나 편리한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면 그것은 더 이상 스트레스가 아니라는 것은.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은 자신을 그렇게 만들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지점이다. 구조적인 관계에서의 접근이 아니라 개인의 자기 돌봄에 대한 쪽으로 가는 것이 아쉽지만, 결국 자기 수신이 중요하다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무래도 운동에 관련한 연구 결과가 구체적이었는데, 이 대목이 재미있었다. 


"하루에 15분씩 주 5일간 전완근을 사용해서 이를테면 테이블처럼 무거운 물체를 들어 올리는 상상을 하는 것이었다. 참가자들중 일부는 이를 내부 시점에서 자기 자신이 직접 몸을 움직여 무거운 것을 든다고 상상했고, 또 다른 참가자들은 외부 시점에서 마치 몸 밖에서 자신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느낌으로 진행했다. 통제 집단은 아무런 상상 훈련도 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6주일 뒤에 드러난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1인칭 주인공 시점처럼 내부 시점으로 상상 훈련을 했던 참가자들은 현실에서단 한 번도 근력 운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근력이 11퍼센트나 증가했다."


말이 되나? 상상만으로 근력이 증가하다니! 어처구니 없는 것 같지만 운동을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운동을 극대화 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지점에서는 이거 장난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이것이 참이라면, 반대로 온갖 핑계를 대며 운동하는 상상조차 하지 않거나 멀리하는 것은 몸에 실제로 운동을 안하는 것보다 더 안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말이 참으로 성립할까 궁금하고, 운동하지 않는 날은 운동하는 상상이라고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기대를 다시 말하자면 '전망'이나 '미래'라도 치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책이 있어서 함께 실어본다. 


"이 책은 일본 식민 지배의 마지막 십 년 동안 한반도에 살았던 시인, 철학자, 소설가, 저술가들의 작품에서 사라지는 미래에 대한 감각과 현재를 재구성하기 위한 상상의 고투가 전개되는 양상을 다룬다. 

미래를 상상할 수 없고 서사화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시간에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더불어 더 나은 전망을 갖기의 어려움은 빈곤이나 가난과도 연결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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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가 뭔가? 새롭고, 전위된 욕망, 대상에 도달하거나 대상을 성취하는 일의 불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그것을 움켜쥐고 지속하는 욕망이자, 그것을 양도하기를 거절하는 욕망이다."













"집합적 권력과 맺는 관계야말로 우파와 좌파를 가르는 정초적 차이이다. 우파는 개체를, 개인의 생존을, 개인의 능력을, 개인의 권리를 강조한다. 좌파는 모름지기 인민의 집합적 권력에 헌신해야 한다. 좌파가 저 자신을 한정해 우파가 차지하고 선 개체주의와 민주주의의 개념 어휘들에 묶여 있는 한, 좌파가 집합적 에너지를 떠도는 감성적 경험들과 절차상의 성취들 속으로 산개시키는 한, 좌파는 평등을 쟁취하려는 전투에서 계속 지고 말 것이다. "



좌파는 왜 실패하는가? 에 대한 어떤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도대체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이제는 희미해졌습니다. 교정공이라는 직업도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습니다. 바늘방석의 바늘들처럼 꽂힌 채 일터로 집으로 실려 가는 출퇴근길 나는 생각합니다. 바로 지금이 인류 역사상 상대적으로든 절대적으로든 최대의 읽고 씀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기 아닐까?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또는 바로 그래서일지, 나 교정공의 일은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는 것입니다."



교정에서 느끼는 분노를 정제된 언어로 이야기하면서, 후퇴하거나 타협할 수 없다는 신념이 느껴진다. 

좀처럼 자주 볼 수 없는 단어들과 저자의 나이를 추측하게 하는 요샛말의 어우러져 독특한 읽기 경험을 준다. 특히 날 것 그대로의 서평이 용기 있고, 재미있다.















이 시리즈의 대표가 아닌가 싶다. 정말로 수첩만한 사이즈의 책이고, 지부장의 일지를 읽는다는 생각이 든다. 노조 지부장 되기-하기의 구체적인 어려움 속에 언어가 묵묵하고, 담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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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들의 추한 역사>


오리건에 본사를 둔 컬트 향수 브랜드 이매지너리 오서즈의 소유주인 조시 마이어는 1970년대와 1980년대의 향수 트렌드는 자신의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는 "미친 듯이 시끄러운 동물적인 향"으로 정의되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1990년대에 들어서자 "모든 사람들이 완벽히 정제된 굉장히 깨끗한 냄새를 원했다." CK원, 쿨 워터와 같은 바다, 시트러스, 비누 향이 몇 년 전까지 시장을 지배하던 진한 머스크와 플로럴 향을 대체했다. 향수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변화의 원인을 오염에 대한 문화적 두려움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꽃을 위한 미래는 없다>


영국에서 문신은 노동자 계급의 상징이다. 특히 공원에서 뛰어다니는 저 아버지들처럼 등과 팔에 여러 문신을 그려 넣은 경우라면 자신이 노동자 계급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148p


내 기억에 배우자의 졸부 친구들과는 최근 5,6년은 만나지 않았다. 크리스마스카드를 주고받을 뿐인 관계가 된 지 오래인데, 카드의 마지막 문구가 "많은 사랑을 담아 with lots of love"에서 "사랑을 담아 with love"로 바뀌고, 머지않아 '행복을 빌며best wishes"가 되어서 "오오, 드디어 사랑은 없어졌나." 라고 말하면 대체로 그 다음 해부터 아예 카드가 오지 않게 된다. 199p


"요즘 제일 열받는 게."

D가 의자에 앉기 위해 긴 다리를 이불 개듯이 접으며 말했다. 

"너 괜찮아? 이렇게 묻는 놈들이야."

D의 윗입술에 라거의 하얀 거품이 찰싹 달라붙었다. 


"내가 괜찮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 괜찮냐고 묻는 거야. 아냐, 나는 하나도 괜찮지 않아. 왜냐하면 바로 얼마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아버지한테는 인지저하증 조짐이 보이고, 덤으로 앞으로 나 말고는 아버지를 돌볼 사람이 없거든. 이렇게 어두컴컴한 이야기만 줄줄이 내뱉으면 뭐라고 할 생각이었을까?"

"괜찮을 리가 있겠냐, 멍청아, 이렇게 쏘아붙이고 무시해버리면 돼."

나도 기네스가 든 잔을 입에 대며 말했다. 


"괜찮다고 하는 게 거짓이라면, 내 마음을 구시렁 구시렁 설명하는 것도 거짓이고, 말로 내뱉는 순간 전부 얄팍하고 바보처럼 되는 거야." 240p


기본적으로 나는 소지품이 여행가방 하나에 들어가 언제든 이주 가능한 상태로 살 때 가장 마음이 안정된다. 그리고 그런 상태일 때 내가 무서울 것 없는 최강이 된 듯한 느낌이 든다. 영어로 말하면 'I have nothing to lose잃을 것이 없다.'같은 상태인 것이다. 245p













<사회학자와 역사학자>


부르디외: ... 그런데 역사학자들은 범주를 너무 순진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역설적인 일이지요. 일례로, 의사라는 개념 자체가 끝없이 변하는 역사적 산물입니다. 우리는 이런 사실을 먼저 인식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18세기 이후 지금까지 의사들의 지위를 비교하는 시계열적 통계를 산출할 수 없습니다[범주 자체가 다르니까요]. 이는 제가 만들어 낸 사례에 불과하지만,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역사적 대상을 구축하는 범주들 자체가 역사적 분석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37p


부르디외: ...저는 특정한 효과를 얻기 위해, 그러니까 단절을 시도하는 동시에 무언가 보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했습니다. 이는 특히 원초적이고 전투적인 형태의 마르크스주의와 종종 관련되어 있었지요. 결국 저는 [마르크스주의를]파괴하는 동시에 보존해야 했는데, 이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었고, [제가 사용하는] 언어만이 아니라 문장의 구성에도 이런 사정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제 담론은 "지금 읽고 있는 것에 주의하시오"라고 끝없이 말하는 메타담론을 실어 나릅니다. 그러나 저는 불행히도, 제가 기대하는 이런 식의 독해를 동시대 인물들에게 얻어 내지 못했습니다. 


4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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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책의 묘미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과학적 사실은 하나이나 그것을 다룬 책은 수도 없이 많다. 사실이 하나인 과학책을 어떻게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까? 이 책은 미드를 보는 듯한 흥미로운 조감으로 과학 분야 중 원자의 세계에 독자들을 초대한다. 적확한 씬, 방대할 수 있는 정보의 적절한 요약과 포커스, 그리고 주목할 만한 대목에 대한 과학적인 지식을 풀어낸다. 매력적인 시작, 첫 장을 보자. 제목은 <모두에게 생일 축하를>이다. 물리학자이면서 수학자이자 카톨릭 성직자이기도 한 르메트르를 소개한다. 그는 우주 전체가 아주 작은 원시 원자로부터 폭발하는 순간을 발견한 최초의 학자이다. 


르메트르의 진리 탐구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의 인생을 한 페이지 반으로 요약한다. 제1차 세계대전 중에 군대에 소집되면서 전쟁 속에서도 물리학 서적을 읽었다고 한다. "르메트르는 과학적 성향 때문에 상관의 탄도 계산 오류를 자주 지적한 탓에 진급에 실패하고 말았다."는 일화 등은 웃기면서 슬프게 그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신앙심이 깊었고 물리학도 좋아했던 그는 두 가지 길을 다 가본다. 뜻밖에 실용적인 삶의 자세를 알려주고 넘어간다. 


하여간, 르메트르는 은하가 서로 멀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우주 자체가 더 커지고 있다고 주장한 최초의 사람이었다. 동시대 아인슈타인이 있었고, 그를 만났지만 처음에 아인슈타인은 그의 이론을 혐오했다고 한다. 나중에 아인슈타인이 그 이론을 받아들이게 되지만, 일반 사람들이 그 이론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과학적인 사실과 그게 연관된 과학자들을 엮어 통찰력 있게 보여준다. 저자는 과학과 역사 다큐멘터리 작가라고 하는데, 영상의 스크립트를 읽어가는 듯 시종 빠져든다. 가독성이 무척 좋으며, 과학에 대한 흥미를 자라나게 해주는 반가운 책. 



까치스러우면서도 큼한 표지도 인상적이다. 















까치 서포터즈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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