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의 분위기
박민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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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7일에 제가 자주 가는 작은도서관에서 빌린 책 3권은 여성작가님의 ‘세번째‘ 작품을 주제로 하였습니다.
첫번째로는 기준영작가님의 ‘세번째‘ 소설집 「사치와 고요」였고 이번에 두번째로 읽은 책이 박민정작가님의 ‘세번째‘ 소설집인 「바비의 분위기」입니다. 「바비의 분위기」에 실린 작품 중 (세실, 주희)는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앞서 읽었고 표제작 (바비의 분위기), 현대문학상 수상작인 (모르그 디오라마), 수상하시면서 자선작으로 내놓으신 (숙모들), 그리고 이효석문학상 후보작이기도 한 (신세이다이 가옥)의 제목을 들어봤었고 나머지 (천사의 비밀)과 (천국과 지옥은 사실이야)는 제목도 이번에 처음 접해봤습니다.
앞에 실린 (세실, 주희)와 (모르그 디오라마)를 제일 먼저 읽었다가 시간을 두고 나머지 작품들을 읽었는 데 끊임없이 피해를 당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사실 다 읽고 나서 느낀 것이지만 저도 육체적이나 정신적인 피해를 받았고 받고 있는 여성들. 그런 여성들에게 피해를 주는 남성들. 또는 같은 여성들......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며 피해받은 분들의 용기를 지지하고 응원하며 피해를 준 모든 대상에게 분노를 느낀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천국과 지옥은 사실이야)에서 소설을 쓰기 위해서 코피노인 셔리스를 인터뷰하며 무책임한 한국남성들을 비난, 심지어 복수하겠다고 셔리스에게 둘러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천사의 비밀)의 숙희 학생과 고 선생의 상담기록을 불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순전히 호기심으로 몰래 들고 나온 ‘나‘처럼.
그런데 저는 7편의 단편 중에서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것이 (신세이다이 가옥)이었는 데 ‘신세이다이‘라는 단어가 주는 생경함이라던가 ‘후암동 옛 집‘으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가 인상깊기도 했지만 ˝용산이라도 다 같은 용산이 아니란다.˝(138쪽)나, ‘같은 강남이어도 청담동과 포이동이 다른 것처럼.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은 반포동과 내곡동을 같은 서초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같은쪽)같이 같은 하늘, 같은 대한민국에서 살면서도 사는 곳이 어디인지에 따라 계층이 나눠지고 신분이 나눠지는 이런 말도 안되는 소리인 것이 분명한 상황을 저도 모르게 받아들이며 읽고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합니다.
저도 역시 황인찬시인님이 추천사를 쓰시면서 소설이 끝나도 우리의 현실은 계속 이어진다는 당연한 사실을 마치 이번에 깨달은 사람과 같이 느끼며 박민정작가님이 남긴 질문을 두고 오랫동안 생각하게 될 것 같습니다.
박민정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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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와 고요
기준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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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굉장히 짧게 읽었는 데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있을 줄은 몰랐어요. 어린이집교사였던 미주가 경력을 인정받기 위해 어린이집을 찾아가 경력증명서를 손아귀에 넣는 모습을 기준영작가님의 단편에서 읽은 것이 불현듯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기준영작가님의 세번째 소설집인 「사치와 고요」에서 첫번째로 실린 (마켓)의 한 부분일 것이라고 생각했는 데 시연이 아이를 유산하고 그 것을 시어머니에게 따로 말하지 않은 내용이 나와서 의아했었고 그 다음에 실린 (여기 없는 모든 것)에서도 엄마에게 인주가 이석을 애인이라 소개하는 장면이 나와서 잘못 생각했나 싶었는 데 바로 다음 작품이자 표제작인 (사치와 고요) 에 나오더군요.
미주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우연히 부딪친 남자가 휘두른 칼에 맞는 장면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어서 좀 충격적이었어요. 미주의 지나간 인연이었던 상운이 소개해준 보모일을 하기 위해 어린이집원장을 찾아가 경력증명서를 받아오는 그 별거 아닌 듯한 부분이 강렬하게 기억이 남아 있을 줄은 저도 예상못했습니다.
(비둘기와 백합과 태양에게)는 록밴드 히아신스의 공연장에서 USB를 잃어버린 은하가 해산된 히아신스의 멤버 태오와 우연찮게 엮이게 되는 이야기였는 데 태오가 은하와 어머니, 한진이 모인 집에 초대를 받으나 영상통화로 대신하여 곡을 연주하는 모습이 인상깊었어요.
(축복)에서 아버지의 새로운 연인인 양 여사를 만나고 아래층에 있는 양 여사의 동생 준모씨의 집에 방문하게 된 동수와 동수의 아들 보경이, 길우에게 행운의 돌을 받은 고푸름이 쓰러진 길우가 어서 빨리 일어나서 돌을 꼭 쥐고 있는 자신에게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들소), 태은에게 시련의 뜻을 가르쳐주는 동희가 등장하는 (망아지 제이슨), 사람이름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가게의 이름이자 그 가게를 잠시동안 주인대신 맡게 되는 가영이 나오는 (유미). 이렇게 총 9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 「사치와 고요」는 ‘상실‘을 기반으로 하여 읽는 내내 내가 잃어버렸거나 나도 모르게 놓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봤습니다.
(완전한 하루)의 각자 인연과의 상실을 경험한 주현과 민규 이 두 사람의 새로운 인연의 시작일지도 모르는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저도 모르게 잘 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기준영작가님의 작품들은 읽으면서 뭐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느낌을 자주 받고는 하지만 앞으로도 발표되고 출간될 작품들을 읽어가고 싶어요.
기준영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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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를 합시다 새소설 6
배상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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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모음 새소설 시리즈 여섯번째이자 배상민작가님의 세번째 장편소설 「복수를 합시다」의 제목과 표지로 봤을 때 이 것은 강력한 범죄와 연루되어 있구나! 그래서 멋지게 복수하는 내용이겠지? 라는 예감이 들었는 데 정확하게 들어맞아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맞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니 ‘병진‘이라는 이름이 약간의 의도가 있었지 않았나 싶습니다만, 처음에는 그저 중소기업에서 사연게시판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가 과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왕따로 낙인찍혀 고통스럽게 살던 학교폭력의 피해자였다가 그를 왕따로 만든 장본인을 우연히 가구매장에서 만나게 되어 잊고 싶었던 과거가 떠올라 그에게 몇번 이유있는 진상짓을 하는 진상고객이었다가 그에게 정체가 탄로나며 치욕적이고 모욕적인 자신의 나체사진까지 갖고 있는 그에게 또 다시 이용당하는 약자로, 너무나도 분한 나머지 복수를 같이 실현하고자 하는 모임에 초대받은 것이 생각나 복수모임에 참여하여 주작같은 사연을 가진 모임멤버에게 기발한 복수 계획을 세워주는 아이디어 뱅크의 역할로, 나중에는 필리핀에서 불법도박사이트를 개설하는 프로그래머까지...... 평범하지만 때론 힘없던 인물에 불과하던 병진이 위기에 처했을 때 생존본능을 발휘하며 예상치도 못하게 해결하는 모습이 인상깊었고 예상을 하지 못했던 인물이 사건의 키를 쥐고 있었던 것도 재미있었지만 마지막의 모습을 보며 저도 역시 이상하게 고통스러웠습니다.
‘복수‘라는 것이 꼭 거창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게 하였고 그래도 ‘복수‘를 하려면 치밀한 계획을 짜야 한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던 소설이었습니다.
배상민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참고로 저는 만족했기에 따로 작가님에게 복수할 생각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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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부르는 이름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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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선작가님의 세번째 장편소설인 「가만히 부르는 이름」을 읽었습니다.
저는 임경선작가님의 이름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작품을 접한 것은 별로 없을 줄 알았는 데 「나의 남자」와 「곁에 남아 있는 사람」을 읽었던 기억이 났고 「가만히 부르는 이름」이 저에게도 세번째 책이 되었네요.
사실 저는 결혼은 커녕 연애조차 해보지 못하거나 하지 않은(전자에 가깝겠지요.) 사람이라서 결혼을 했으나 지금은 돌아온 싱글이며 전처와의 사이에서 딸아이도 있는 워커홀릭인 ‘혁범‘과 전처와 스스럼없이 만나는 그를 가끔은 밉기도 하지만 사랑하지 않을 수도 없는 ‘수진‘, 무려 8살이나 많은 그녀를 좋아하게 되어 그녀 곁에 불쑥 나타난 순수한 청년 ‘한솔‘이라는 인물들이 사랑하며 질투하기도 하며 때로는 마음 아파하는 모습들을 눈으로 읽으면서 ‘사랑‘이라는 게 과연 무엇일까하는 원초적인 질문이 떠오릅니다.
솔직히 제대로 된 사랑도 해본적이 없었던 저여서 그런지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렵기만 하지만 저에게도 언젠가 ‘수진‘과 같은 사람이 불쑥 찾아오게 된다면 ‘한솔‘과 같은 사랑을 그 사람에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목인「가만히 부르는 이름」처럼 저도 가만히 앉아 나즈막하게 이 세 사람의 이름과 생각나는 이름들을 불러보려고 합니다.
임경선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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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맨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8
백민석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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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새로 출간된 소설집「장원의 심부름꾼 소년」을 시작으로 2016년 장편소설「공포의 세기」를 읽으며 오랜 침묵을 깨시고 돌아오신 백민석작가님의 작품들을 꾸준히는 아니어도 읽어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2019년 10월 현대문학 월간지에 발표하시고 2020년 7월 25일에 현대문학 핀시리즈 28번째이자 신작 장편소설인 「플라스틱맨」을 조금 늦게나마 작은도서관에서 빌려 읽어 보게 되었네요.
이 소설은 「공포의 세기」가 출간되었을 당시인 2016년 10월부터 2017년 4월까지의 시간적배경이 그려지고 있고 차마 전‘대통령‘이라고 부를 수 밖에 없는 박근혜와 최순실로 알려진 최서원이라는 가상이 아닌 실존인물이 등장하고 걸스데이의 히트곡 「여자대통령」이 언급 되어 있어서 실제인지 허구인지 잘 파악이 되지 않았고 대통령 탄핵에 관한 헌재 결정문을 읊어대는 순간까지도 순조롭게 읽혀졌지만 만장일치로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하지 않는다˝라며 주문을 선고할때부터 다른 의미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허구인 ‘소설‘이라는 것을 인지하였지만 실제로 이게 현실로 이뤄졌다면 너무 두려웠을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현실로 이뤄지지 않았는 데도 너무나도 두려운 것은 왜일까요?
‘플라스틱맨‘이라고 알프스의 하이디소녀를 꿈꾸던 하 경감이 특별할 것도 없는 흐릿한 인상의 기계처럼 일정한 목소리톤을 지닌 정체모를 남성에게 별명까지 붙여가며 정체를 알아내려고 갖은 고생을 했지만 결국은 경찰을 그만두게 되는 데 그만두고 나서도 플라스틱맨은 계속 USB로 신문사에 방송국에 협박하고 광화문광장이나 서울광장에는 꾸준히 집회를 하고 있으며 폭탄이 터져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는 상황이 소설 속에 펼쳐져 있어서 그 것을 읽는 저도 불편하고 불쾌했고 답답했어요.
한편으로는 이게 소설일까 현실일까 모호하기도 했는 데 분명 이것이 허구가 가미된 ‘소설‘이지만 코로나로 주춤하긴 했지만 집회는 그동안 꾸준히 하였고 그 이후에 당선된 대통령을 하야를 촉구하고 무능력하다며 분노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폭발까지는 아니어도 사람이 죽고 다치는 사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났을 지도 모르며 앞으로도 이러한 것들이 결코 멈추지 않겠지요.
백민석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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