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스무 번
편혜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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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로 少年易老」이후로 2년 만에 만나는 편혜영작가님의 열 한번째 책이자 여섯번째 소설집인 「어쩌면 스무 번」을 읽었습니다.
다섯번째 소설집이었던 「소년이로 少年易老」의 제목을 ‘우리들의 실패‘로 하고 싶으셨다고 작가의 말을 쓰셨는 데 이번 소설집에서 낙차와 ‘실패‘를 기억하고 싶다고 적으셨더군요.
표제작인 (어쩌면 스무 번)부터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는 데 ˝사람은 자기 집에서 그렇게 죽기도 해요.(30쪽)˝ 말이 너무 무섭더군요. 결국에는 터무니없는 조건에도 방범업체에 계약해버리는 부부. 실린 나머지 단편들도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무심코 맞다가 차갑다는 감각이 느껴지고 이내 빨리 피해야겠다는 생각을 주었습니다.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인 (호텔 창문)의 형 대신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을 내내 심어주는 형의 부모들.
어떤 사람에게는 그저 지나간 시절의 일부분일지라도 한 사람에게는 지옥같은 기억으로 남았을 (홀리데이, 홈), 그다지 큰 접점은 없지만서도 서로를 친구라 여겼다고 생각했지만 흔적도 없이 증발해버린 친구의 집에서 머무는 남자의 이야기 (리코더), 양양에 있다는 남편을 모른 척했던 아내가 남편의 목소리를 시시각각으로 듣려온다고 여겨지는 (플리즈 콜 미), 무심코 노출되었던 인적사항으로 인해 졸지에 아이를 낳고 버린 비정한 엄마가 되어버린 여자의 이야기 (후견), 서로를 잘 안다고 여겼으나 결국 전혀 알지 못했고 알려고 하지 않았던 모자의 이야기 (좋은 날이 되었네), 미래를 위해 보험에 들었건만 참담한 현실에 결국 미래를 깨어버린 (미래의 끝)까지......
이 소설집의 실린 8편의 단편들 모두 자연스럽게 ‘실패‘가 떠오르고 읽는 저 역시 이들처럼 되지 않을까하는 불안함이 스멀스멀 제 마음을 감싸고 있어서 빨리 모든 것이 흘러가 ‘좋은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편혜영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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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숨
조해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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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진작가님의 네번째 소설집인 「환한 숨」이 출간되어 읽었습니다.
이 소설집에는 총 9편의 단편이 실려있는 데 2014년에 발표하신 자전소설 (문래)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에 실린 (환한 나무 꼭대기)부터 죽은 친구의 집을 친구의 아들이 연락 올 때까지 돌보고 있고 (흩어지는 구름)에서는 오랫동안 만남을 유지해오던 사람과 끝을 맺었고, (하나의 숨)에서는 현장실습을 하던 하나가 크게 다쳐 의식불명의 상태로 얼마 뒤면 계약이 끝나는 기간제담임인 그녀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전무하며, (경계선 사이로)의 그녀들 또한 각각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 (파종하는 밤)의 수은중독으로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가던 어린 노동자들, (눈 속의 사람)의 죽을 위기를 여러번 겪으며 살아남게 되어버린 최길남님, (높고 느린 용서)에서 가족들과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고 홀로 증발을 선택한 교수, (숨결보다 뜨거운)에서 상상의 아들을 키우던 구립도서관 사서, 마지막에서 실린 (문래)에서 시간이 흐르고 발전되어 가면서 사라져갔던 ‘문래‘의 풍경들을 실린 순서대로 차분하게 읽으면서 나에게도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증발‘ 되어버린 풍경들과 잊혀져가는 사람들, 서서히 ‘증발‘되고 있는 제 인생을 영사기에서 상영되고 있는 영화처럼 느껴졌습니다.
「환한 숨」이라는 제목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데 9편의 단편에서 내뿜고 있는 숨들은 탁하였지만 그 숨들이 모여서 정화되어 환한 - 숨으로 되지 않을까하는 단순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조해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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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건너뛰기 트리플 2
은모든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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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시리즈의 2번째로는 은모든작가님의 「오프닝 건너뛰기」입니다.
표제작인 (오프닝 건너뛰기), (쾌적한 한 잔), (앙코르) 이 세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집인데 저또한 이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같은 30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읽는 내내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쾌적한 한 잔)의 은우처럼 ‘연애‘에 큰 관심도 없지만 ‘연애‘의 경험조차 없었으며 (오프닝 건너뛰기)에서의 수미, 경호 부부같이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던 두 사람이 결혼을 하여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저는 제 주변에서 볼 수는 있었는 데 물론 소설 속과는 다르게 두 사람만 사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의 결합물인 아이들도 있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결혼이라는 것이 결코 쉬운일이 아니구나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지만 이 단편을 통해 더 확실하게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에 실린 (앙코르)는 요즘 같은 분위기를 떠나 캄보디아라는 나라가 얼마나 매력적인 나라일까하는 기대감과 소설을 통해 대리만족하는 기분도 들어서 굳이 캄보디아가 아니더라도 수원 화성이든 제가 사는 부산 근처에 있는 울산이나 창원 우포늪같은 곳에 홀로 가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제가 여행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금방 알아차려 벌써 그 생각을 미루고 싶어집니다.
은모든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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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계에서도
이현석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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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작가님의 첫번째 소설집인 「다른 세계에서도」가 자음과모음 출판사에서 출간된 것이 조금 의외라 생각이 들었는 데 (컨프론테이션)을 자음과모음 계간지에서 발표를 했더군요.
(그들을 정원에 남겨두었다)
같이 실린 단편에 비해 비교적 짧은 이야기이지만 연명치료중단이나 동거인등 시사하는 바가 커서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다른 세계에서도)
이 단편은 앞서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먼저 접하였지만 지금도 끊임없이 생각되어지는 주제를 다루고 있어 읽으면서 조마조마했던 것 같아요.
저도 모르게 ‘당신‘에게 혹여나 해를 입히지 않을까하는 조마조마함.
(라이파이)
저는 조한흠씨의 이야기를 읽으며 ‘라이파이‘가 실재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였는 데 실재하는 캐릭터라니 그 모습이 궁금해집니다. 언젠가 자유로워진다면 몽골 초원에 가보고 싶군요.
(부태복)
제목만 들었을 때에는 ‘부태복‘이 군인출신의 북에서 귀순하여 남에서도 의사로 환자를 진료하던 사람의 이름일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였는 데 읽어보니 ‘코로나바이러스‘가 대유행되기 전에 글을 쓰셨고 발표하셨던 것이 놀라웠습니다.
(컨프론테이션)
저는 그림그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유명작가의 그림작품이나 법에 대해 무지하여 미술과 법을 소재로 잘 버무려진 이 단편을 읽으며 마지막에 실린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품처럼 모호해집니다.
(눈빛이 없어)
이 단편은 앞서 출간된 「보라색 사과의 마음」에 실려서 접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읽어보지는 않았는 데 같은 ‘우울‘에도 여러가지의 우울이 있다는 것을 작가님이 덧붙여서 쓰신 글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너를 따라가면)
마지막에 언급되는 구체적인 날짜가 아니었다면 마지막까지 이 단편을 단순하게만 여겨지는 것에서 그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 站)
작가님의 등단작이기도 한 이 단편은 교정시설에서 발작을 일으켜 죽음을 맞이한 죄수가 실은 아동을 강간했던 파렴치한 인물이었다는 과거와 교정시설의 수감자 관리 미흡으로 인한 수감자의 죽음을 두고 서로 대립되는 입장에 눈길이 갔습니다.
이렇게 8편의 단편을 실려진 순서대로 읽고 리뷰를 쓰는 이 순간도 언젠가는 다 소설의 배경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현석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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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사람들
박솔뫼 지음 / 창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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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에서 받았던 충격을 「백행을 쓰고 싶다」와 「그럼 무얼 부르지」, 「도시의 시간」, 「겨울의 눈빛」, 「사랑하는 개」, 「인터내셔널의 밤」이 출간되고 그 궤적을 따라 읽으면서 나름대로 무뎌졌다고 여겼던 것 같아요.
이제는 ‘박솔뫼작가님‘에 대한 면역이 생겨서 신작 소설집 「우리의 사람들」이 출간되어 읽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분명 자신감이 가득찼었는 데......
(우리의 사람들)의 주카이숲을 들어보기만 하고 가보지는 않았지만 앞으로도 가보지는 못할 것이고 그럴 마음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건널목의 말)의 해운대구청 근처에 있는 바에 가서 작가님처럼 술을 마시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해보지만 저는 술을 안마시기는 하지만 정확히 제 주량을 모르기 때문에 술을 제 의지로 마셔본 적이 없다는 것을 제 자신이 잘 알기에 생각만 해보는 것이고 (농구하는 사람)을 보면 저는 농구를 할 만한 신체조건이 아니라서 농구를 할 수 없으며 (이미 죽은 열 두명의 여자들과)의 여자들처럼 자신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람을 여러가지 방식으로 죽음에 이르게 할 수가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고 (펄럭이는 종이 쓰기마스 성서)에서 까페에 있지만 아무도 없고 까페 종업원이나 까페 주인이 오기 만을 하염없이 기다릴 수 있을까 (자전거를 잘 탄다)의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읽으며 저도 자전거를 잘 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매일 산책 연습)에서 잠시 집을 빌려주는 최선생이라 불리기도 하는 최명환씨처럼 저에게 잠시 집을 빌려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영화를 보다가 극장을 사버림)에서 한 때 영화를 제작하는 데에 돈을 많이 쓰고 극장까지 사버리기도 했었다는 것에 저도 모르게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조만간이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박솔뫼작가님의 신작 장편소설 「미래 산책 연습」이 출간되어 제가 읽어본다면 그 때가 되어야만 알 수 있겠지만 또 모를 자신감이 생기거나 사라지기도 하겠지요.
서평단을 통해 많은 분들이 리뷰를 남겨주셨는 데 어떤 분은 박솔뫼작가님의 소설처럼 느껴져 새로운 느낌과 동시에 또 좌절감을 느꼈지만 읽는 것을 멈추어서는 안된다고 스스로를 다잡으려고 합니다.
박솔뫼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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