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단경로 - 제25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강희영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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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경자년의 첫 책으로 제25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하신 강희영작가님의 「최단경로」를 선택했습니다.
앞서 읽으셨던 분들과 심사하셨던 심사위원분들이 빅데이터나 알고리즘같은 어려운 용어나 도입부가 낯설다고 하셨지만 저는 생각보다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던 것 같아요. 후반부에 애영이 강의를 듣거나 과제를 푸는 과정에서 어려운 용어가 나오기는 했지만
(실제로 녹색창에 ‘최단경로‘를 검색해보니 책의 제목이기도 하지만 알고리즘과 연관이 꽤 많더군요.)
그것이 이 소설의 단점으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진혁이 맡던 라디오 프로를 진혁이 그만두면서 후임자로 혜서가 맡게 되고 우연하게도 발견된 진혁의 흔적으로 인해 혜서의 인생길의 경로가 뒤바뀌게 되는 이야기에 과거 진혁과의 인연이 있던 애영의 이야기가 겹쳐지는 데 짧은 이야기인데도 저도 모르게 빠져들고 있었어요.
세계지도에서 공식적으로 삭제되었지만 어떤 이에게는 분명히 존재하는 ‘샌디섬‘처럼 감쪽같이 숨어버린 진혁이 애영과 혜서에게는 ‘샌디섬‘과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영과 진혁의 흔적같은 아이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2주마다 곰인형을 사고가 났던 곳의 기둥에다가 고정해놓으며 자신이 세상에서 사라지기 위해 ‘안락사‘를 신청하고 안락사협회에서 자신의 안락사를 설득하는 애영의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최근부터 제가 일하는 편의점에서 치킨이나 튀김등을 튀겨서 팔기 시작했는 데 뭐랄까, 치킨집에서 하듯이 직접 튀겨야하는 줄 알았는 데 이미 조리된 것을 튀김기계에 있는 번호를 입력하고 시작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알맞게 튀겨지고 그 것이 끝나면 기름을 제거해줘 저는 튀기기전에 조리된 제품을 튀김기에 넣고 번호 조작하고 튀겨진 것을 진열대에 진열하기만 하면 되어서 세상이 많이 좋아졌구나라는 생각도 하면서 그래도 버튼을 누르는 것은 사람이 직접해야 하니까 「최단경로」를 읽으면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강희영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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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의 마지막 날에 작은 도서관에서 빌린 3권의 책.
「안녕, 뜨겁게」와 「링컨타운가의 베이비」를 쓰신 배지영작가님의 두번째 소설집인 「근린생활자」!
「홍학이 된 사나이」를 쓰신 오한기작가님의 세번째 장편소설 「가정법」! (두번째 장편소설인 「나는 자급자족한다」도 작은도서관에 비치되어 있지만 다음에 빌려보는 걸로)
「위안의 서」, 「불온한 숨」에 이어 박영작가님의 세번째 장편소설 「이름 없는 사람들」!
이 세권을 읽어보면서 2020년 경자년을 시작해볼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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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01-03 2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가정법 재미있게 봤어요. 오한기 작가 다른 책도 궁금하네요. ㅎㅎㅎ

물고구마 2020-01-04 03:19   좋아요 1 | URL
「홍학이 된 사나이」는 200안팎에서 멜로, 스릴러, 호러 등 여러장르가 결합되어 있고 첫 소설집 「의인법」은 ‘한상경‘이라는 인물이 단편에 주로 나오는 데 인상적인 인물입니다. 재밌다고 하시니 기대가 큽니다.

반유행열반인 2020-01-04 06:55   좋아요 1 | URL
말씀을 듣고보니
가정법은 홍학이 된 사나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ㅎㅎㅎ
 
구디 얀다르크 - 제5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염기원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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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벌청년문학상이 벌써 5회째로 접어 들었습니다.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작가님, 「불온한 숨」의 박영작가님, 「굿바이 동물원」의 강태식작가님등 좋은 작가님들을 배출한 황산벌청년문학상 5회 수상작은 염기원작가님의 「구디 얀다르크」입니다.
구로디지털단지의 잔다르크인 사이안을 줄여서 ‘구디 얀다르크‘라고 불리게 된 사이안씨의 파란만장한 직장인생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저는 직업에는 따로 귀천이 없다고 생각이 듭니다.
공장에서 일하시는 분이나 콜센터에서 익명을 가장한 불특정다수에게 감정노동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분이나 편의점에서 여러 고객님들을 상대로 일하는 저 또한 온갖 경험을 가지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하물며 IT업계에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전산 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이안씨같은 전문직도 예외는 아닐겁니다. 다 사람사는 곳이고 사람이 일하는 곳이기 때문에 일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경험이라는 그 것이 좋고 나쁨을 떠나서 우리의 마음 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축적되어가며 나이를 먹어가는 모습을 이 소설에서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물언저리에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5년만에 대리 직함을 달고 서른에 첫 직장을 마무리하여 구로디지털단지와 가산디지털단지를 돌고 돌아 마흔을 바라보며 구디의 잔다르크라고 불리는 사이안씨와 같은 인물을 마주하면 어떤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꺼내야할지 고민될 것 같아요.
염기원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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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킬 - 이재량 장편소설
이재량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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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잠수함」의 이재량작가님의 두번째 장편소설
인 「올 킬」역시 「노란잠수함」처럼 잘 읽혀졌습니다.
지금은 새롭게 리모델링을 해서 아직까지는 바퀴벌레같은 해충이 없는 데 개점한지 10년이 되었던 제가 일하고 있는 편의점에 바퀴벌레나 모기가 가끔씩 출몰하고는 했었습니다.
혹시나 손님 눈에 띄면 어떡하지? 노심초사하면서 저 나름대로 청소를 하고는 했었는 데 사실 일을 하니까 청소도 하는 것이지만 제가 사는 집은 청소하지 않아서 엉멍진창입니다. 게으름이 많아서 청소를 어쩌다가 한 번정도 대충하는 스타일이라서 환경미화원이었다던 광남 씨의 아버지나 그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은 광남 씨가 제 아버지였다면 저는 엄청 맞고 자라면서 저 또한 결벽증에 가까운 강박증을 보이겠지요. 아무튼 더러운 것을 못견뎌하던 광남씨가 해충박멸업체인 ‘올 킬‘에 의뢰하면서 이야기가 시작이 되고 이야기가 진행되면 진행될 수록 예상치 못하고 광남씨에게 공포로 다가오게 됩니다.
‘해충‘이라는 게 단순히 바퀴벌레나 모기같은 우리에게 유해한 존재라고 생각이 드는 데 ‘올 킬‘에서는 고객에게 유해한 그 어떠한 존재를 가리지 않고 완벽하게 박멸(!)해주는 프리미엄서비스를 하고 있는 데 실제로 이러한 서비스를 하는 업체가 있다면 얼머나 무서울지 그 것도 내 이웃이나 내 주위에 있는 사람이 신청한다면 끔찍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광남 씨가 자신의 아들을 위해 그 서비스를 신청하는 모습이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재량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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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맨
심재천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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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내에서 사용가능하지만 일상에서는 크게 쓸 일이 없는 플라스틱 조각에 불과하는 얇은 학생증 하나로 인생이 바뀌어진다면 어떨지...... 「나의 토익 만점 수기」로 인상적인 작가로서의 데뷔를 하신 심재천작가님의 세번째 책이자 두번째 장편소설인 「젠틀맨」을 읽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1996년이면 애틀랜타 올림픽이 열리던 때이며 김영삼 정권이었을 때이고 IMF가 터지기 1년 전일 시기에 저는 아마 어린이집에 있었을 때인데 음지에서 생활하던 74년생인 남자가 우연히 77년생인 대학생이자 인문학부 국문과 박성훈의 학생증을 손에 넣게 되면서 양지로 나오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일단 흡입력이 뛰어나서 금방 읽긴 했지만 플라스틱으로 된 학생증 하나로 인생이 뒤바뀌어진다는 내용이 인상적이다기보다 이 소설의 배경인 ‘1996년‘이라는 시간이 궁금했어요.
물론 저도 ‘1996년‘을 지나왔었지만 워낙 어려서 제대로 느낄 틈조차 없었던 것이 당연하지만 1996년에 인문학부 박성훈과 함께 신촌에 있다는 대학교 교정을 다녀보고 싶었고 기회가 된다면 1500원의 시급을 받으면서 24시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것은 몰라도 이 것만큼은 한 번에 성공해버린 지미또한 만나보고 싶어요.
심재천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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