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프릴 마치의 사랑
이장욱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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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보다 낯선」, 「기린이 아닌 모든 것」의 이장욱작가님이 4년만에 신작 소설집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을 내셨더군요. 그래서 읽어봤습니다.
(행자가 사라졌다!)의 ‘행자‘가 할머니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애완 뱀의 이름이라는 것이 놀랍더군요.
표제작인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을 읽으면서 저 또한 ‘에이프릴 마치‘인 그녀를 사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복화술사). 입술을 움직이지 않고 이야기하며 여러가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분들이 등장한 단편을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캐럴)속에 등장하는 대학 내 주점 속의 거지꼴 노인이 실은 ‘스크루지영감‘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낙천성 연습)의 아버지가 제 아버지라면 못견뎌서 결국 연을 끊을 것 같아요.
(최저임금의 결정)에 나오는 편의점은 아니지만 같은 동종업계에서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일하고 있는 저로서는 만약 갑자기 새벽에 저의 관자놀이에 글록 26을 겨눈다면 저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양구에는 돼지코)속에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이는 아버지가 너무 안타까웠어요.
(스텔라를 타는 구남과 여)의 욕을 내뱉으며 잠꼬대를 하는 구남씨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는 여자를 생각하며 저 역시도 너무 코를 골고 몸을 뒤척인다며 지적하던 아버지를 떠오르며 제가 코골고 몸을 뒤척이면서 자는 모습을 상상해보았습니다.
마지막 단편인 (눈먼 윌리 멕텔)처럼 꼬물꼬물 기어다니는 벌레들로 이루어진 ‘벌레 인간‘을 마주하게 된다면 너무 무서워서 차마 해변에 산책하고 야구연습장에 갈 생각은 커녕 만져볼 생각조차 못할 것 같아요.
저는 이장욱작가님과 작품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지만 왠지 SNS나 블로그활동을 꾸준히 하시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데 (크리스마스 캐럴)과 (양구에는 돼지코)를 제외한 단편에서 SNS나 블로그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이 아닐까합니다.
마지막으로 위아래로 남녀가 문틈을 바라보거 있는 겉표지와 이름을 알 수 없는 꽃줄기들 사이로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의 소설집 제목이 숨겨있는 듯한 속표지도 인상깊었습니다.
이장욱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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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애인의 선물 바자회
김미월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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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읽은 「연대기」의 한유주작가님처럼 약 8년만에 세번째 소설집인 「옛 애인의 선물 바자회」로 돌아오신 김미월작가님의 신작을 읽어 보았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마을까지 세 시간),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옛 애인의 선물 바자회), (2월 29일), (오늘의 운세), (질문들), (선생님, 저에요), (도망가지 않아요), (연말 특집), (만 보 걷기) 이 소설집에 실린 10편의 단편 제목들이 정감있고 무언가 희망적일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낼 것 같았는 데 내일 새벽에 지구가 멸망할 예정(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고 알람에 일어났지만 몸을 꼼짝할 수 없어서 알람은 물론 소변도 누운 채로 보게 되고(오늘의 운세), 선생님에게 했던 거짓말로 인해 다른 사람의 운명이 뒤바뀌고(선생님, 저에요) 역시 술에 취해 잠들버린 선배를 두고 나와버려 캠퍼스에 동영상이 퍼진 것을 방관한 셈(연말 특집)이며 따로 살다시피하는 아버지를 친구와 찾아가거나(가장 아름다운 마을까지 세 시간), 다니고 있던 직장이 사라지게 되고(옛 애인의 선물 바자회), 결혼을 하기 위해 베트남으로 갔다가 졸지에 바로 이혼할 위기에 처해있는(도망가지 않아요)등 결코 희망적이었던 적이 없었고 희망적이지 않고 앞으로도 희망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들이 놓여져 있는 것이 비단 소설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서 슬픕니다.
저 역시도 학교를 다닐 때부터 졸업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면접을 보면서 들었던 수많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고민하지만 제가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들‘조차 제대로 꺼내지 못한 채로 횡설수설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이 세상이 제가 원하는 대로 딱딱 맞쳐지고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우선 너무 지루하겠지요. 그래서 우연을 가장한 불운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나저나 원제목이 (어느날 문득)에서 「옛 애인의 선물 바자회」로 바뀐 것이 너무 좋네요.
표지또한 사랑스러운데 깨알같이「바깥은 여름」, 「내게 무해한 사람」, 「작은마음동호회」, 「아내들의 학교」, 「오직 한 사람의 차지」라고 쓰여진 책들도 인상적이네요.
아무튼 김미월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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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기 - 한유주 소설집
한유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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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소설집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이후로 약 8년만에 첫 장편소설 「불가능한 동화」이후로 약 5년만에 네번째 소설집이자 다섯번째 책인 「연대기」를 한유주작가님이 내셨고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조금 빠른 속도로 읽어보았습니다.
처음에 실린 (그해 여름 우리는)을 읽으며 저 또한 2000년대에 이미 10대였고 원더키디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2달 후면 2020년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알았습니다. 2011년에 부과되었던 건강보험료를 2019년이 된 지금까지도 내지 않고 얼마인지도 정확히도 모른다는 사실을 (일곱 명의 동명이인들과 각자의 순간들)과 (식물의 이름)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작년부터 박형서작가님의 「당신의 노후」를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이번에는 꼭 공단에 전화해서 얼마인지 물어보고 납부해야겠습니다.)
특히 (식물의 이름)에서처럼 석달 간 깨끗하고 아늑한 집에서 이름을 알 수 없는 식물에게 가끔씩 물을 주면서 살 수 있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왼쪽의 오른쪽, 오른쪽의 왼쪽)을 읽으면서는 프랑스어를 아주 짧게나마 배웠었다는 사실을, (은밀히 다가서다, 몰래 추적하다)를 읽으면서 3개이상의 선으로 이루어진 도형들을, (한탄)을 읽으면서는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페터 한트케의 작품들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짧지만 강한 (낯선 장소에 세 사람이)에서 이름이 없었다가 마지막에 ‘캄파넬라‘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인물에 대해서 , (처음부터 다시 짖어야 한다)의 통사를 잃은 것이 어떤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잘 모르지만 시추종의 개를 키우다 잃은 시람의 마음은 알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 소설에서 속독을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생각을 했었지만 한때는 제 소유였지만 지금은 모두의 것이 된 작은도서관의 대출기한이 얼마남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한유주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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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움과 해변의 신
여성민 지음 / 민음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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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면서 소설가이신 여성민작가님의 첫 소설집 「부드러움과 해변의 신」을 출간당시에 여덟편의 단편들 중 절반만 읽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조금 빠른 속도로 읽어보았습니다.
(부드러움들)에 등장하는 총을 구매하기 위해 멀리 해변에서 카레를 파는 집까지 와서 총을 파느냐고 물어보던 어느 쪽이 ‘친애하는‘ 밥인지 저도 잘 모르는 두 명의 밥과 분명 다섯 명의 밥의 이야기이지만 정작 어느 한 명의 밥에 대한 이야기는 제대로 등장하지 않는 (밥Bob), 모작인 피카소의 그림과 커피를 파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엄마를 둔 본인이 형인지 동생인지 잘 모르는 인물의 (이미지들), 시인과 애인과 경찰이 아직 오지 않는 요리사를 기다리는 (애인과 시인과 경찰), 야구공이 굴러오며 버스정류장을 향해 가는 애인과 시인과 독일인 세 사람이 등장하는 (해변의 신들), 결혼 전에도 결혼 후에도 빌붙어살며 소설을 쓰겠다며 산으로 간 한심한 남자가 나오는 (양희은),
그리고 그다지 언급하고 싶지 않은 노골적인 내용을 담은 두 편의 단편(구체적이고 사실적인), (봄밤)들까지 읽기는 했지만 의미있는 독서였을까 제 자신을 돌아보았던 것 같습니다.
정말 끊임없이 밀려오는 이미지들로 가득한 소설을 조금은 색다른 소설을 읽은 것 같아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봅니다.
작가님도 압도적이라고 하셨는 데 표지가 인상깊은 것은 맞는 데 약간의 성의부족이랄까 아니면 이 것이 최대치일까하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인상깊은 표지인데 해상도가 그다지 좋지 않아서 이미지가 깨져 보이는데 혹시 이것은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최대치인 것인지......)
여성민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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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냇가빌라 로망 컬렉션 Roman Collection 12
김의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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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옆의자 로망콜렉션 12번째로 김의작가님의 「시냇가빌라」가 3월초에 출간되었지만 초입부분만 읽고 제가 자주가는 작은도서관에서 10월 30일에 빌려서 읽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나오는 ‘시신의 핸드폰에서 짧게 신호음이 울린다. 카톡문자가 왔다. 시신의 친구다.(7쪽)‘라는 이 구절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중반까지도 확신이 서질 않았어요.
말그대로 살아있지 않고 죽은사람의 ‘시신‘을 뜻하는 건지 아니면 ‘시신‘이라는 이름을 가진 인물을 뜻하는 건지 나중에 후반에 가서야 전자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솔희가 끔찍했던 4년간의 결혼생활을 종지부를 찍고 고양이 티티와 강아지 말랭이를 입양받아 키우며 공과금이나 방세가 조금씩 밀리면서 국수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시니컬하고 예민한 아랫집 아줌마와 등에 해를 짊어지고 있어 ‘해아저씨‘라고 불리는 윗집 남자와 이웃으로 지내는 ‘시냇가빌라‘에 살고 있습니다.
결혼하기 전에는 정말로 다정다감했던 사람이 결혼 후에 완전 다른 사람으로 변해 아름다워야할 결혼생활이 지옥으로 변하고 결국에는 이혼을 했음에도 계속 솔희가 사는 시냇가빌라로 찾아와 재결합하자는 그 인간 같지도 않은 사람을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사실은 읽으면서 예상이 가는 대로 흘러가서 속은 후련했는 데 뜻하지 않은 결말이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것이 사랑인걸까요? 아니면 죄책감일까요?
아무튼 「시냇가빌라」가 2019년 한국문학예술위원회 상반기 문학나눔에 선정되어 증쇄를 찍게 되었고(대부분 선정이 되면 증쇄를 찍더군요.) 최종심까지는 아니었지만 달마다 후보를 올리던 동인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등 좋은 일로 가득해서 아무 관련이 없는 제가 뿌드함을 느꼈습니다.
김의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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