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기술까지 장착한 21세기의 인류는 이제는 어떠한 두려움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자연 재해는 말할 것도 없고, 화성 탐험이나, 미지의 외계인을 만나는 것도 전혀 두려움이 없어 보인다. 더 이상 인류에게 불가능은 절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 동안 인류에게 커대란 재앙을 가져왔던 대부분의 질병도 지혜로 극복해 왔다. 14 세기 유럽에서 2000여 만 명을 죽음으로 이끌어 당시 인구의 절반을 살상한 유럽의 흑사병 (Black Death, yersinia pestis), 20세기 초반과 중반을 포함하여 최근 까지도 수 천 만 명을 살상한 콜레라 (Cholera, vibrio cholera), 19세기와 20 세기 죽음의 사신으로 불렸던 결핵 (Tuberculosis, tubercle bacillus) 등 의 감염 병은 원인 균이 밝혀지고, 그에 따른 항생제가 개발되면서, 더 이상 무지막지한 공포의 대상이 아니다. 20세기의 "흑사병"이라던 AIDS (HIV Human Immunodeficiency virus infection, HIV ) 도 더 이상 커다란 위협이 아니다.
그러나, 아직 두려움과 공포를 자아내는 유일한 존재가 인류의 등 뒤에서 버티고 서있다. 그것은 바로 “암” 이다. 암은 21세기 인류에게 새로운 공포의 대상이고, 치료법은 고사하고, 왜 걸리는 것인지 조차도 알 수 없는, 설명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일종의 에니그마 (enigma)이다.
심장병이나 당뇨병 등, 어떤 질환에 걸리더라도 대부분의 환자와 가족들은 용맹스럽게 질병과의 투쟁을 결연하게 선언하지만, “암”이라는 진단을 받으면 분위기는 급변한다. 누구나 일단 기가 꺾이기 마련이다. 많은 환자들이 암에 걸리면 차라리 치료를 포기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여 눈물을 닦아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결단한 심정으로 투쟁심을 불태워 보아도 가슴한 쪽에 “이것으로 끝인가?” 하는 불안의 그림자는 남기 마련이다. 심지어 평범한 인간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외계인 같았던 애플 컴퓨터의 “스티브 잡스”마저도 “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한동안은 현대의학 치료를 거부했을 정도이니, 암에 대한 인류의 두려움의 바닥은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조사에 의하면 거의 약 50% 이상의 사람들이 암에 걸리면 치료를 포기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더구나 고학력 전문직일수록 현대 의학 보다는 소위 "대체의학 치료"를 선택하느 경향이 심하다. 실제로 상당한 의지를 갖고 치료에 임하는 사람들도 끊임없는 불안에 시달리며, 거의 모두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로 , 한 가지 이상의 풀뿌리 나무뿌리를 달여 먹는 미신적 치료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거의 매일 이다시피, 새로운 암치료법이 개발되었다는 소식이 신문과 TV에서 들려오는데도,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암" 치료를 아예 포기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
1969년 달에 사람을 보내어 (Apollo 11) 인류의 기술에 대한 신뢰와 자신감으로 기세등등했던 미국은 당시 늘어만 가는 암 사망자 증가에 대하여 소위 “암과의 전쟁 ( War on Cancer :Richard Nixon 1971)를 선포하였다 . 모든 기술력과 경제력을 동원하여 암 치료법을 개발하여 십년내로 암 으로 죽는 사람의 숫자를 절반 이내로 줄이겠다고 공언하였다. 인간을 달을 보내는 기술이라면, 그리고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하고, 영원한 비밀일 것만 같았던 유전자의 작동 원리를 규명한 ( DNA 구조 발견 : 1950년 James Watson, Francis Click) 기세를 몰아 ”제임스 왓슨“ 을 책임자로 내세운 암과의 전쟁 프로젝트. 당시 새로운 슈퍼 파워로 등극한 미국의 힘과 과학 기껏 ”암과의 전쟁“ 쯤은 쉽게 이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암과의 전쟁 선포 후 50 년이 되어가는 21세기에 들어서도, 거의 매일 우리는 “새로운 암 치료법이 개발되었다는 뉴스, 세계 각국에 끊임없이 세워지는 암 연구기관과 암 전문 병원, 매년 암 검진을 받으라는 고지를 받으면서, 역설적으로 암과의 전쟁에서 인류가 이기기는커녕, 매년 늘어가는 암 사망자 수의 통계가 단적으로 말해주듯이, 암과의 전쟁이 곧 끝나기는커녕 앞으로도 오랫동안 더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깨달아 가고 있다.
지난 50년간, 우스갯말로, 암으로 죽는 사람보다, 암 연구로 먹고사는 사람이 더 많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암 연구에 들인 엄청난 노력과 돈을 쏟아 부었다. 1984년 시작된 인간 유전체 연구 ( Human Genom Project, HGP)를 비롯하여, 암 치료법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이야, 그야말로 측정자체가 불가능하다. 암 연구에서 나오는 엄청난 양의 지식은 슈퍼컴퓨터에 차곡차곡 저장되어 슈퍼+슈퍼 컴퓨터로 분석된다.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암은 오리무중이다. 암 연구에서 새로운 지평이 열렸으니, 곧 암이 정복되리라는 뉴스가 매일 나오고 있으나, 이미 그런 뉴스에 무감각 해진지도 오래이다. 흔히 암 치료율이 높아졌으니, 곤 암이 정복될 것처럼 말하는 사람도 있으나, 전체적으로 암으로 인한 사망률 (암으로 죽는 사람의 수)은 늘어만 가고 있다. 경찰이 도둑은 많이 잡았지만, 도둑맞은 사람은 더 많아진 것이니, 진짜 도둑을 잡기는 한 것인지도 의심스러운 형편이다.
인류에게 19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암은 매우 드문 질환이었다. 1900년에 암으로 인한 사망은 전체 사망의 5%내외 이었으나, 100여년이 지난 지금 약 20%의 인류는 암으로 사망한다. 앞으로 더 늘어날 것도 확실하다. 아직 “암”이 무엇인지, 왜 걸리는 지, 암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하거나, 혹은 우리가 암에 대하여 완전히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1900년대 초에 서 아프리카에서 의사와 선교사로서 일생을 보낸 “슈바이처 박사”는 “ 원시생활을 하는 사람에게는 암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하였다. 원시 에스키모인, 인도네시아 자바 섬의 원주민, 아프리카의 마사이 족, 등 대대분의 원시부족에게는 “암”은 없었으며, 이들이 소위 문명화된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급격히 암 발생이 늘어나는 현상이 관찰 되었다.
기본적으로 “암은 문명병” ( Cancer : Disease of Civilization) 이라는 것이 암에 대한 이해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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