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주도 폐암검진은 너무나 위험한 도박이다.
최근 국립암센터의 “폐암검진 권고안제정위원회”가 발표한 국가 폐암검진 권고안은 너무나 위험한 도박이다. 발표한 초안에 따르면, 30년 이상 흡연력이 있는 55-74세 고위험군 대상은 저선량 흉부 CT (LDCT)를 매년 촬영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의 질병 예방 위원회 (U.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 (USPSTF)의 폐암 검진 권고안을 글자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폐암을 진단하고 치료해온 암 전문의로써, 이번 권고안은 도저히 받아드릴 수 없을 뿐 아니라, 인종도 다르고 의료 시설과 의료 시스템도 다른 미국의 권고안을, 그것도 미국 현지에서도 반대와 논란이 끊이지 않는 제도를, 단한건의 임상시험은 물론 충분한 토론과 논의도 없이 그대로 덜컥 받아드리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발표된 폐암 검진의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폐암 검진으로 얻는 이득이 너무나 작다는 것이다.
미국의 임상 연구에 의하면 폐암 사망률을 20%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이는 상대적 수치일 뿐이다. 이를 알기 쉽게 정리하면 흡연자 1000명이 검사를 받지 않으면 20.6명이 폐암으로 사망하지만, 매년 CT 검사를 받으면 17.6명이 폐암으로 사망하게 된다. 이를 절대적 감소율로 보면 폐암 사망률 감소는 0.33%이다. 즉 폐암 검진을 꾸준히 받으면 폐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0.33%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한사람의 생명도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니, 이정도의 사망률의 감소는 적지만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치는 아니다. 그러나 폐암 검진으로 인한 부작용을 감안하다면 이는 너무나 작은 수치가 되고 만다.
폐암 검진의 가장 큰 부작용은 위양성이다. 위양성은 암이 아닌데도 검사에서 암일 가능성이 있다고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물론 추가 검사를 통하여 암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어 가슴을 쓸어내리게 되면 다행이다. 그러나 추가 검사로 다량의 방사선에 노출되는 CT 검사를 반복적으로 받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조직 검사와 수술까지 받아야 하는 경우도 흔하다. 물론 극히 드물지만, 이 과정에서 위험한 합병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위양성 결과가 흔히 나타난다는 것이다. 검진을 받은 환자의 약 39% 환자에서 암으로 의심되는 병변이 나타나고, 이들 중 96.4%는 추가 검사로 암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다. 즉 거의 1/3 이상의 검사 대상자가 암으로 의심된다는 부위가 있다는 통보를 받아서 추가 검사를 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물론 암이 아니라고 판정을 받아도 안심할 수는 없고 계속 검진을 받아야 한다. 암이 의심되는 부위가 폐에 있다는 검사 결과를 통보받고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결국 폐암 검진을 받는 사람은 조만간 폐암 의심 병변이 있다는 통보를 받을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또다른 중요한 폐암 검진의 부작용은 “과잉 진단”이다. 과잉진단은 의학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은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나, “놔두어도 괜찮을 병을 미리 진단하여 치료 하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어린 물고기가 커다란 물고기로 자라는 것이 아닌 것처럼, 암중에는 진행 속도가 느리거나, 아예 자라지 않아서 그냥 놔두어도 건강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암이 있다. 그러나 현대의학에서는 초기 암이 발견되면, 어떤 암이 나중에 해를 끼치게 될지 판단할 방법이 거의 없다. 따라서 발견된 초기 암에 대하여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제 치료를 받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일 이 암이 진행하지 않는 암이라면 괜히 불필요한 수술과 방사선, 항암화학 치료로 인하여 고통을 받고 암환자로 살아가야 하는 상황이 된다. 폐암 검진뿐 아니라 모든 암 검진에는 “과잉진단”의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급격히 많아진 “갑상선 암”이 좋은 예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미국에서도 폐암 검진은 상당한 논란과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가정의학회 (American Academy of Family Physicians)에서는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있으며 다수의 암 전문가도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암 검진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 행위로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게 크다. 검진대상 개인에게는 정상으로 판정을 받으면, 담배를 더 피워도 된다는 잘못된 위안을 받을 가능성도 크다. 더구나 검진대상자의 1/3이상에서 위양성으로 판정받아서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는 것도 커다란 손실이다. 만일 위양성 판정을 받아 더 많은 CT와 X ray 검사를 하게 된다면 이로 인하여 받게 되는 추가 방사선 량으로 인하여 폐암 발생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저선량 CT를 이용한 폐암 검진은 국내에서 한번도 임상시험이 실시 된 적도, 결과도 없으며, 우리나라에서 미국 임상 시험 방식의 제도가 실현 가능한지도 조차도 입증된 바가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폐암 검진에 사용될 CT 기계에 의한 방사선 노출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되고 있지도 않다. 이러한 현실에서 CT를 이용한 폐암 검진은 국가적으로나 국민 개인으로나 너무나 위험한 도박이다.
오랫동안 폐암치료를 해온 암 전문의로써, 0.33%의 폐암 사망률 감소를 위하여 전체 대상자의 1/3을 위양성으로 판정하여 많은 추가 CT 검사와 조직 검사, 수술을 받도록 하는 폐암 검진을 권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금연과 적절한 운동과 올바른 식이요법을 실천할 수 있도록 교육과 지도를 국가가 지원하는 것이 휠씬 더 부작용 위험 없이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검진 사업은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치료 행위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모든 암 검진은 우리나라의 의료 시스템 하에서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임상시험결과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임상시험의 효과뿐 아니라, 소요되는 비용 효과, 부작용에 대하여도 충분한 검토와 광범위한 토론을 거칠 필요가 있다.
충분한 검토 없이 졸속 시행되는 국가 폐암 검진은 너무나 많은 비용을 드려서, 아주 조금 폐암 사망률을 낯추는 대신에 너무 많은 사람을 암 공포증 환자로 만드는 너무나 위험한 도박이다.
거의 모든 대상자를 암 공포증 환자로 만들고, 그중 1/3은 적지않은 방사선을 반복해서 받게 만드는 폐암 검진을 누구에게도 권하고 싶지 않다.
도저히 불안해서 무슨 검사라도 받지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다면 모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