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혼자서 철학 그림책 4
케빈 행크스 글 그림, 배소라 옮김 / 마루벌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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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아이들을 혼자 두기가 두렵다. 혼자 두면 쓸데없는 공상을 하거나 몰래 컴퓨터 게임을 하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늘 감시망을 가동하게 되는데, 이 책을 보니 아이에게도 조용히 사색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고, 아이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유용하게 보내는 방법을 지도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 아이는 가끔 혼자 있고 싶어 하는데, 그 이유가 자연을 좀 더 세심하게 살펴보고 친구들과 놀던 일을 추억하며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아마 아이에게 ‘이런 이유에서 너도 앞으로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도록 해!’라고 말한다면 받아들이기 어려워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는 아주 쉬운 말들로 되어 있다.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 내 모습과 마음속을 살펴봐요’라는 아주 쉽고 간결한 표현으로 되어 있다. 그동안 아이들은 이런 시간을 가질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부모인 나 역시도 아이에게 이런 시간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못했다.

  또 책에는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은 없어요. 나와 똑같이 생각하는 사람도 없어요’라고 자존감을 키울 수 있는 말을 들려준다. ‘친구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라며 친구에 대한 생각도 하게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시간이 아이들에게는 ‘가끔 필요하고 아주 잠시 동안만 필요하다’는 것이다.

  요즘은 아이들도 바쁘다. 그래서 머릿속도 어수선할 것 같다. 가끔 이렇게 쉬어가며 머릿속도 정리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도 필요하겠다. 짧은 글이지만 생각이 깊은 아이가 되도록 유도하기에 좋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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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놀다 올게요! 국민서관 그림동화 58
팻 허친스 지음, 서남희 옮김 / 국민서관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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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팻 허친스’라는 그림책 작가에 대해 알게 되어 전에도 본 이 책을 다시 봤다. 그림책을 많이 보다보니 이제 그림책 작가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존 버닝햄, 윌리엄 스타이그, 앤서니 브라운, 유리 슐레비츠 등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도 생겼고 이제는 작가별로 작품도 살펴보게 되었다. 최근에 관심을 갖게 된 작가가 바로 팻 허친스다. 우리에게는 <로지의 산책>이라는 작품으로 친숙하다.

  <로지의 산책>은 로지라는 암탉이 목장을 거니는 동안에 이 암탉을 잡아먹으려는 여우가 살금살금 쫓아오지만, 여우는 암탉이 걸어간 길을 따라 걷는 동안에 어이없는 봉변을 당해 결국 암탉을 잡아가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암탉은 자기 뒤에서 벌어진 일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다는 것. 얼마나 유쾌한 이야기인가? 그래서 이 작가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여성 작가다.

  최근 어린이그림책을 연구한 책을 보기 시작했는데, 그림책에는 단순히 예쁘고 보기 좋은 그림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유아들의 발달단계를 고려한 그림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10개월 미만의 아기들을 위한 그림에서는 눈을 맞추는 연습이 될 수 있게 정면을 바라보는 캐릭터가 좋고, 또 이 아기들은 잘 자는 것이 중요한 일이므로 밤에는 자야 하는 것을 알려주는 책들을 보여주는 것이 좋단다. 와! 그림책에 이런 기능까지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이 책 역시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 공간 지각력을 쑥쑥 키워주는 책이란다. 아이들에게 공간지각력 가르칠 때 레고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인지 이 책의 그림에 등장하는 동물 캐릭터들이나 배경은 레고 블록처럼 생겼다.

 내용은 단순하다. 아침을 먹으면서 엄마 동물들이 아기 동물들에게 멀리 가지 말라고 하지만 호기심 많은 아기 동물들은 서로 어울려 들판 여기저기로 놀러 다닌다. 그러다 점심 때가 되면 길을 잘 찾아 집에 돌아온다는 것. 아기 동물들이 놀러 갔던 길을 되짚어 본래의 장소까지 되돌아오는 경로를 보여줌으로써 공간지각력을 키우게 한다. 정말 책으로 할 수 있는 교육이 다양함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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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녀 백과사전 낮은산 너른들 2
김옥 지음, 나오미양 그림 / 낮은산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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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들이 아니라 청소녀들의 일상을 그린 이야기 모음이다. 초등 고학년 여학생들이 좋아하고 공감할 만한 이들이다. <야, 춘기야>, <김마리 이야기>, <벨이 울리면>, <착한 아이>, <청소녀백과사전>, <철이 데리고 수학여행 가기>, <비밀정원>이라는 7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제목들이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가득할 것으로 기대가 된다.

  <야, 춘기야>는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들이 엄마 몰래 머리를 염색한다는 이야기다. 이 나이 때에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서 성화를 부리게 된다. 이런 딸에게 엄마는 아이 이름도 안 부르고 아예 ‘춘기’라고 노골적으로 부른다. 엄마와 아이의 틈이 벌어져서 서로가 힘들게 할 때  할머니가 다니러 와서 엄마의 어릴 적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것을 기회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을 찾게 된다. 공감에는 역시 대화가 최고다.

  <김마리 이야기>는 이름 때문에 부반장이 된 마리가 가족신문 만들기 숙제에 자기 부모님이 창피해서 가짜로 내용을 꾸며 신물을 만들어 가지만 나중에는 부모님의 고마움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다. 어찌 됐건 자기 부모님이 세상에서 최고다. 잊지 말도록!

  <벨이 울리면>은 요즘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휴대폰 도난 사건 이야기다. 교실에서 일어난 일인데 선생님의 기지로 누구에게도 상처주지 않고 휴대폰을 되찾을 수 있ㄱ 해준다. 아이 마음을 이해하는 선생님이라면 이런 노련함이 필요할 것이다.

  <착한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던 남자 애가 자기가 아니라 자기 단짝 친구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 여자 애 이야기. 그렇게 슬픔을 겪었지만 그래도 착한 아이로 살겠다고 다짐한다는 내용. 이런 상처 하나쯤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청소녀 백과사전>은 젓가락 데이 때 정의롭고 멋진 남학생에게 젓가락 과자를 준다는 이야기. 초등 고학년 여학생들이 좋아할 첫사랑의 시작 이야기쯤 될까? 앞의 이야기들과는 달리 다소 싱거운 느낌이다. <철이 데리고 수학여행 가기>의 감상도 비슷했다.

   7편의 이야기 중 가장 좋았던 것은 <비밀 정원>이다. 정원이 딸린 친구네 집을 부러워하던 아이가 노래에서만큼은 자기가 앞선다고 생각했는데, 그 친구와 함께 합창대회에 참여하게 되자 은근히 그 친구를 곤경에 처하게 한다. 하지만 그 친구는 집안이 망하는 바람에 대회에도 참여하지 못하고 대회 전날 온가족이 빚쟁이를 피해 도망가게 된다. 이후 친구네가 버리고 간 정원이 딸린 집에 들어가서 친구를 그리워한다는 이야기. 무엇이든 잃어버린 뒤에 소중함을 깨닫는 경우가 많다. 버스 떠난 뒤에는 늦으리. 괜한 욕심이나 시기심 부리지 말고 친구가 곁에 있을 때 잘 하라는 이야기.

  제목을 보고 기대했던 만큼의 즐거움을 얻지는 못했지만 아이들의 생각과 생활을 볼 수는 있었다. 초등 고학년 여학생을 둔 부모라면 함께 읽어봐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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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나, 우리 - 해와 달이 들려주는 이야기
선안나 지음, 정현주 그림 / 샘터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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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아름다운 책이다, 글자가 문양, 사람의 모습을 수를 놓았다. 내용은 인간의 기원에 관한 것이다. 글쓴이는 선안나로 우리나라 작가지만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태양 왕국과 달 왕국에 살고 있는 존재들은 이슬람 사람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구리빛 피부에 터번을 쓰고 수염을 기르고 칼을 차고 있다든가 긴 드레스를 입은 모습이다.

 이야기는 이국의 신화를 바탕으로 한 느낌인데, 그 나라가 어느 나라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아마 상상의 나라일 것이다. 내용은 인류의 기원에 관한 것이다. 왕들 간의 사이가 좋지 않는 태양 왕국의 왕자와 달 왕국의 공주가 밝기만 한 태양 왕국과 어둡기만 한 달 왕국을 위해 두 나라의 국경을 약간 허물어뜨려 놓은 죄로 벌을 받아 땅으로 쫓겨 와서 인류의 조상이 된다는 이야기다.

  이야기 자체는 여러 옛이야기에서 들었던 내용을 혼합한 것 같다.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간 솜씨가 좋다. 특히 마지막 장에 ‘느껴지지 않니? 우주의 아이인 너를 가만히 지켜봐 주는 어떤 눈길과, 어루만져 주는 손길이.......’라고 적어 놓음으로써 이 이야기를 진실같이 여기게 한다. 그래서 우리가 해와 달을 보면 무언가 옛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를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는 이야기다. 믿거나 말거나.

  인류의 기원을 재미있게 상상해 보게 하는 재미있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자수로 되어 있는 삽화가 멋지다. 정현주가 바느질했다고 되어 있다. 그린이 정현주는 <오세암>, <멸치><흑산도 가는 길> 등의 일러스트를 했으며, 미국 유학 후에는 텍스타일 작업을 주로 한다고 한다. 이 책은 <달 호수의 비밀>이라는 작품에 이어 염색과 자수, 뜨개질과 같은 텍스타일 기법으로 만든 두 번째 책이란다. 색다른 그림을 보는 재미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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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광고에는 신제품이 없다
이강우 지음 / 살림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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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생각을 얻고 싶어 이 책을 보게 되었다. 광고에서 보이는 톡톡 튀는 신선한 감각이 그리워졌다. 안 그런 척 했지만 나도 은근히 가을을 타는 모양이다. 나 나름대로는 노랗고 붉게 물든 단풍길에 취해서 가을을 만끽하며 황홀해 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의 변화와는 달리 별 변화 없는 내 생활이 지겹게 느껴졌나 보다. 아무튼 신선한 자극이 필요해서 제목만 보고 고른 책이다.


  전에도 광고 관련 책을 읽으면서 그 기발함에 웃고 놀란 경험이 있어서 우리나라 1호 CM 플래너라는 저자의 책에 무척 기대했었다. 한때 나도 광고쪽 일을 소망했던 적이 있어서 설레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종류의 책은 아니었다.


  광고계에 입문하려는 사람이거나 현재 광고계 종사자라면 흥미 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고 아니 광고계 대선배의 조언이 담긴 책이기에 꼭 한 번은 읽어야 할 책이다. 저자가 라디오 드라마 제작 PD를 하다가 1974년에 CM 제작부로 발령이 나면서부터 광고계에 입문해, 광고기획사를 설립하고 여러 광고들을 제작했던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있다. 광고인으로 살아온 그의 인생 회고담과 긍지가 들어 있으며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롱런하는 광고인이 될 수 있는 비결이 담겨 있다. 따라서 뭔가 발상의 전환이 될 수 있는 광고 카피를 원했던 내게는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이야기였다.


  그래도 소득은 있다. 최인호의 소설 <상도>에 나오는 거상 임상옥과 세도가 박종경이 만나는 대목의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크리에이터로서의 자질이 뛰어난 현대 정주영 회장의 일화도 기억에 남는다. 임상옥과 정주영 회장, 두 사람 모두 기업인이지만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들이었다. 앞으로 이 두 사람에 대한 책도 봐야겠다.


  또 히트 친 광고 제작에 관련된 일화에서는 광고의 제작과정뿐만 아니라 광고의 속성과 좋은 광고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준다. 또 광고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창의력에 대해서는 쉽게 정의해 준다. 일반적으로 창의력 하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특별한 능력이라고 생각하는데, 창의력은 그런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남들도 다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그들은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을 찾아내는 것이고 또한 서로 이질적인 요소에서 공통점을 찾아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도록 연결시켜 주는 것이라고 설명해 준다.


 광고의 홍수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광고는 무심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한번쯤 이런 책을 읽고서 광고의 속성도 배우고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의 생각을 알아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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