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예절과 책 읽기의 즐거움

도서관에 개구리를 데려갔어요 ㅣ I LOVE 그림책
에릭 킴멜 지음, 신형건 옮김, 블랜치 심스 그림 / 보물창고 / 2006년 8월

  학교 도서관에 근무하다 보면 중학생이어도 도서관 예절이 참 엉망이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웃고 떠드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들이 주로 급식을 한 뒤 오는 경우가 많다 보니 칫솔질을 하면서 오는 아이, 급식에서 나눠 준 요쿠르트 병을 들고 오는 아이, 껌이나 사탕을 먹으며 오는 아이, 빗질을 하면서 오는 아이 등 다양합니다. 그런데 어린 아이들은 어떻겠어요?
  이 책의 주인공 브리짓은 도서관에 개구리를 데려온다. 그런데 개구리가 어떻겠는가? 책상 위로 풀쩍 뛰어오르는 바람에 사서 선생님이 깜짝 놀라게 된다. 그러자 아이는 그 다음날에는 암탉을 데려간다. 이 암탉 또한 대출카드함에 알을 낳아 사서를 놀라게 한다.
  그러자 아이는 그 다음날에는 펠리컨, 그 다음날에는 비단구렁이, 기린, 하이에나, 코끼리 순서로 도서관에 데려간다. 다른 동물들은 도서관에서 모두 문제를 일으키지만 코끼리만은 책상 위에 책도 가지런히 놓았고 사서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하면 다소곳하게 부탁했고 선생님이 읽어주는 이야기도 얌전히 듣고 있다가 웃어야 할 대목에서만 웃기도 했다. 하지만 커다란 몸집 때문에 코끼리 역시 도서관을 엉망으로 만든다.
  그 후 사서 선생님은 브리짓에게 도서관에 오는 건 언제나 환영이지만 동물은 집에 두고 오라고 타이른다. 그 후로 브리짓을 책을 빌려다 코끼리에게 주고 코끼리가 동물들을 모아 놓고 읽어준다.
  부모들에게는 도서관은 절대적인 정숙의 공간으로만 기억된다. 이제 도서관도 많이 변해서 어린이실은 상당히 자유스런 분위기다. 물론 정숙해야 하지만 편안한 자세로 책을 볼 수 있는 공간들이 많이 늘었다. 아무튼 이 책을 통해 도서관 예절을 배울 수 있겠다. 그리고 열심히 책을 보는 동물들의 모습에서 책 읽기의 즐거움을 배울 수 있다.

문제량이 많고 경제적이어서 좋다

올백 수학 기출문제 6-1 - 2012 ㅣ 올백 기출문제 2013년-1
천재교육 편집부 엮음 / 천재교육(학원물) / 2011년 1월

일단 문제집의 분량이 얇아서 아이가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받아들인 책이다. 한 장짜리의 선생님이 직접 써준 듯한 핵심정리도 새로운 형식이어서 아이가 좋아했고, 핵심 정리 자체도 그야말로 핵심만 콕콕 짚어 놓아서 한눈에 보기 좋았다.

하지만 이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도 있으리라. 개념 설명이 너무나 요약이 잘 돼 있어 마치 중고생의 노트를 보는 듯한 느낌이기 때문이다. 친절하지 않은 느낌이랄까. 그러나 이런 형식으로 오답노트를 정리하면 된다고 아이들에게 오답노트 정리법을 가르치기에는 좋은 예가 되었다.

기출문제집인 만큼 문제도 많이 수록돼 있다. 기출문제 50선을 비롯해 단원평가를 2회이나 수록하고 있다. 또한 따로 서술형 문제 페이지도 두고 있다.

아이가 학교에서 단원평가 문제지를 거의 갖고 오지 않아서 나는 따로 단원평가를 준비시키는 편은 아니나, 수학은 밀리지 않고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렇게 하기에는 이 책이 큰 도움이 된다. 어차피 기본 개념은 기본서에서 익히게 되므로 개념 정리에는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지 않고 문제량을 늘린 것이 무척 마음에 든다. 그래서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대비용으로 활용하기에도 좋다.

요즘 수학 문제집의 특징은 유형별 문제 분석인데 이 책에는 유형 분석이 없다. 사실 난 이 점에 무척 마음에 드는데,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들에게는 그런 친절함이 부족한 것이 아쉬움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어쨌든 선택은 각자의 취향이나 실력에 따라 다르므로 자신에게 맞는 책을 고르면 되리라. 하여간 이 책은 유형에 무관하게 문제만 풀려고 하는 내 아이와 내게는 딱 맞는 책이었다. 요즘 문제집들 너무 비싼데, 이 교제는 경제적으로도 매우 만족스럽다.

유형 분석으로 어려운 문제도 척척 해결~

최고수준 수학 심화 6-1 - 창의 사고력 문제 수록, 2014년용
최용준.영재수학연구회 지음 / 천재교육 / 2011년 11월

갈수록 수학이 어려워지고 있다. 고학년이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일 뿐 아니라 고학년에서 다루던 어려운 개념들이 아래 학년으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어느 과목보다도 학습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과목이 수학이다.

그래서 다들 수학 하면 기본에서 응용이나 발전, 최상급에 이르는 세 수준의 문제집을 구입해서 풀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수학의 3단계 학습법을 위해 살펴본 최상급 수준의 문제집이 이 <최고수준 수학>이다.

일단, 이 책은 최고 수준의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기본 개념에 대한 정리도 잘 돼 있어 다시 한 번 꼭 알아야 할 내용을 확인해 볼 수 있게 한다. 또한 유형별 형식으로 되어 있어 문제의 유형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문제만으로도 겁을 집어 먹고 당황해서 못 풀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유형 소개에서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상세히 알려 주기 때문에 어떤 어려운 문제에도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게 도와준다. 어떤 고난도 문제집에서는 너무나 어려운 문제들만을 수록한 나머지 아이가 풀어볼 엄두도 내지 못하게 경우가 있는데, 이 문제집은 풀 수 있는 용기를 주어서 좋다.

하지만 이것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최고 수준에 걸맞지 않는 수준의 문제라는 비난을 살 수도 있겠다. 또한 유형 탐구나 실력 문제 부분에서는 다른 발전이나 응용 단계의 문제집과 차별화가 없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 아이처럼 올림피아드나 경시대회 문제를 풀 정도는 못 되는 아이가 용기내서 도전해 볼 수 있는 문제들이 많아서 나는 이 문제집이 좋다. 교과 내용을 복습하면서 수학 실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교재로 사용하기에 아주 좋았다.

영원히 살 수 있다면 행복할까?

트리갭의 샘물 ㅣ 눈높이 어린이 문고 5
나탈리 배비트 지음, 최순희 옮김 / 대교출판 / 2006년 4월

영원히 살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누구나 소망하는 당연한 물음을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아마 나도 이 책을 보기 전에는 영원한 삶을 소망했을 것이다. 영생을 아무리 기원한다 해도 가당치 않은 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는 죽지 못한다는 것도 큰 고통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에 나오는 터커 가족은 우연히 위니라는 아이의 집안의 숲인 트리갭에서 마시면 영원히 죽지 않는 샘물을 먹게 된다. 뒤늦게 자신들의 불행을 알게 된 그들은 자신들의 정체를 숨기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과 같은 불행을 겪지 않게 하기 위해 샘물의 존재에 대해 오랜 세월 동안 비밀을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터커 집안의 아들인 제시가 트리갭의 샘물을 마시는 장면을 어린 위니에게 들킨다.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른 터커 가족은 위니를 납치하고, 위니에게 자신들이 겪은 불행을 이해시키기 위해 애쓴다.
어린 위니가 이해하기도, 믿기도 어려운 이야기였지만, 위니는 하룻밤을 터커 가족과 겪으면서 그들이 겪은 불행을 믿게 된다. 나중에는, 자신들의 힘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운명에 놓였지만 여전히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를 위해주는 터커 가족의 친구가 돼 주고 싶어 한다. 위니가 납치되었다는 것을 위니 가족이 알게 되면서 하룻밤 사이에 많은 일들이 생기고 사람이 죽는 일이 발생한다. 그래서 결국에는 터너 가족이 몰래 마을을 떠나게 되는데, 그때 터커 가족의 작은 아들인 열일곱 살의 제시가 위니에게 샘물이 담긴 병을 건네며 열일곱 살이 되면 이 샘물을 마시고 자기와 함께 영원한 삶을 살자고 제안한다. 위니는 과연 그 제안을 받아들였을까?
만약 우리 앞에 트리갭의 샘물이 있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가족 모두가 마시고 영원히 행복하게 살지 뭐.”라고 말하기에는 결코 쉬운 질문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치열하게 살 수 있는 것은 죽음이 있기 때문이다. 언제 이 세상을 하직할지 모르기 때문에 그만큼 모두가 열심히 살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죽지 않는다면? 산다는 게 대단하게 여겨지겠는가? 삶의 태도 자체가 달라질 것이다.
영생의 불행이 무엇인지는 간혹 영화에서 보게 된다. 얼마 전에 아이와 함께 본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도 볼 수 있었고, 아주 오래 전에 한 영화로는 메릴 스트립과 골디 혼 그리고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한 <죽어야 사는 여자>도 있었다. 그렇지만 영생은 우리가 전혀 걱정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그런 일은 결코 가능하지 않으므로.
하여 나이값 하면서 살 수 있는 현재의 삶이 행복한 것이다. 다만 요즘의 우리 삶에서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많은 것을 요구하기에 힘이 들 뿐이다. 아이는 아이답게, 청소년은 청소년답게, 어른은 어른답게 살아야 할 텐데 그게 참 힘든 세상이다. 그래서 모두가 노력해야겠다. 어차피 한 번 살다 가는 인생, 모두에게 신나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돕는 관계가 돼야 하겠다.

잘 쓸 줄 아는 법

아저씨 우산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30
사노 요코 글.그림, 김난주 옮김 / 비룡소 / 1996년 6월

벌써 장마철이 시작됐다고 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우산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그래서일까? 도서관에 있는 수많은 그림책 중에서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들은 저마다 독특한 쓰임이 있다. 그 쓰임에 맞게 사용할 때 그것의 진가를 발휘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끔은 주객이 전도된 경우가 있다. 이를테면 보석이 그런 종류일 것이다. 처음 등장할 때에는 사람을 꾸미기 위함이었을 텐데 지금은 사람이 모시다시피 한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물론 이런 얘기는 나 같은 서민들에게나 해당될라나?) 아무튼 이 책을 보는 순간 그런 느낌이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아저씨가 그렇다. 아주 멋진 우산을 갖고 있는데 제대로 쓸 줄을 모른다. 우산이 하도 멋져서 비가 와도 쓰지를 못하고 오히려 우산을 모신다. 우산이 비를 맞을까봐 비가 올 때에는 외출을 삼간다든가, 길에 나섰다가 비를 만났을 때에는 처마 밑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우산이 비를 맞을세라 품에 안고 달린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이 아저씨가 얼마나 우스꽝스럽겠는가.
이 아저씨가 우산의 존재가치를 제대로 활용하게 된 계기는 아이들 덕분이다. 비 오는 날 조그만 아이 둘이서 우산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또롱또롱’, ‘참방참방’이라고 흥겹게 표현하면서 노래하면서 지나가는 것을 보게 되면서다. 아저씨도 자기 우산에서 그런 소리가 나나 듣고 싶어져 마침내 우산을 펼치게 된다.
아마 아저씨의 우산이 너무나 멋지지 않았다면 아저씨가 쉽게 우산을 사용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요즘 즐겨 떠올리는 표현 중에 ‘아끼다가 똥 된다’는 것이 있다. 지나치게 아끼다가 결국 사용할 때를 놓쳐 못 쓰게 되는 경우를 이르는 속된 표현이 되겠는데, 여러 경우를 보건대 이 말이 맞는 것 같다. 지나치게 아끼다 보면 나중에는 꼭 쓸 수 없게 돼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꼭 물건에만 해당되는 표현은 아닌 것 같다. 사랑도 그렇고 효도도 그렇다. 사랑도 베풀어 봤던 사람이 나눌 수 있는 것이다. 효도도 부모님이 살아계셨을 때에 해야 한다. 무엇이든 때에 맞게, 또 사용처에 맞게 제대로 쓸 줄 아는 것도 지혜다.
흥겹게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의 내용을 비약해서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우산을 모시고 사는 아저씨의 바보 같은 행동을 통해 물질을 숭상하며 살고 있는 나를 반성케 하며, 어떤 점에서는 나도 남들이 볼 때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하면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이 그림책이 물건을 바르게 사용하는 법에 대해 알려주는 계기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