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장마철이 시작됐다고 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우산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그래서일까? 도서관에 있는 수많은 그림책 중에서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들은 저마다 독특한 쓰임이 있다. 그 쓰임에 맞게 사용할 때 그것의 진가를 발휘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끔은 주객이 전도된 경우가 있다. 이를테면 보석이 그런 종류일 것이다. 처음 등장할 때에는 사람을 꾸미기 위함이었을 텐데 지금은 사람이 모시다시피 한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물론 이런 얘기는 나 같은 서민들에게나 해당될라나?) 아무튼 이 책을 보는 순간 그런 느낌이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아저씨가 그렇다. 아주 멋진 우산을 갖고 있는데 제대로 쓸 줄을 모른다. 우산이 하도 멋져서 비가 와도 쓰지를 못하고 오히려 우산을 모신다. 우산이 비를 맞을까봐 비가 올 때에는 외출을 삼간다든가, 길에 나섰다가 비를 만났을 때에는 처마 밑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우산이 비를 맞을세라 품에 안고 달린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이 아저씨가 얼마나 우스꽝스럽겠는가. 이 아저씨가 우산의 존재가치를 제대로 활용하게 된 계기는 아이들 덕분이다. 비 오는 날 조그만 아이 둘이서 우산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또롱또롱’, ‘참방참방’이라고 흥겹게 표현하면서 노래하면서 지나가는 것을 보게 되면서다. 아저씨도 자기 우산에서 그런 소리가 나나 듣고 싶어져 마침내 우산을 펼치게 된다. 아마 아저씨의 우산이 너무나 멋지지 않았다면 아저씨가 쉽게 우산을 사용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요즘 즐겨 떠올리는 표현 중에 ‘아끼다가 똥 된다’는 것이 있다. 지나치게 아끼다가 결국 사용할 때를 놓쳐 못 쓰게 되는 경우를 이르는 속된 표현이 되겠는데, 여러 경우를 보건대 이 말이 맞는 것 같다. 지나치게 아끼다 보면 나중에는 꼭 쓸 수 없게 돼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꼭 물건에만 해당되는 표현은 아닌 것 같다. 사랑도 그렇고 효도도 그렇다. 사랑도 베풀어 봤던 사람이 나눌 수 있는 것이다. 효도도 부모님이 살아계셨을 때에 해야 한다. 무엇이든 때에 맞게, 또 사용처에 맞게 제대로 쓸 줄 아는 것도 지혜다. 흥겹게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의 내용을 비약해서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우산을 모시고 사는 아저씨의 바보 같은 행동을 통해 물질을 숭상하며 살고 있는 나를 반성케 하며, 어떤 점에서는 나도 남들이 볼 때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하면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이 그림책이 물건을 바르게 사용하는 법에 대해 알려주는 계기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