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간 암소 -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그림책 5
요하네스 옌센 지음, 최자연 그림, 이상교 엮음 / 이상의날개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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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하네스 옌센(1873~1950)의 작품이다. 옌센은 덴마크 출신의 소설가이자 시인이며 수필가로 194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코펜하겐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했지만 졸업 후 문학가의 걷는다. 의학공부를 한 경험은 그의 작품에 큰 영향을 미쳐 진화론에 대한 관심을 담은 작품을 남기기도 했다. 대표작으로는 선사시대부터 신대륙 발견까지의 역사를 다룬 6부작 장편소설 <긴 여행>을 비롯해 <히메를란 단편집>, <신화> 등이 있다.

이 작품은 동물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 이야기다. 요즘 그동안 애지중지 키우던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병이 들었거나 키우기 귀찮아졌다고 함부로 유기하는 몰지각한 사람들이 많아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 짧은 그림책이라도 보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조상들은 소를 끔찍이 아꼈다. 본인은 굶는 한이 있어도 농사일에 큰 보탬에 되는 소의 끼니는 거르지 않았으며, 아침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쇠죽 끓이기이지 않았는가.

이 책의 주인공 앤 아주머니도 그렇다. 앤 아주머니가 암소를 데리고 우시장에 가서 소를 묶어놓고 옆에 앉아 뜨개질을 하기에 나는 처음에는 소를 팔러 온 줄 알았다. 우시장에 온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아주머니에게 소값을 물어본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소를 팔러 데려온 것이 아니라고 한다. 아주머니가 소를 데리고 온 우시장에 온 이유가 감동적이다. 그동안 다른 소를 본 적이 없는 자신의 암소에게 다른 소들을 보여주기 위함이란다. 소의 외로움을 헤아리는 마음이 따뜻한 아주머니다.

동물들도 외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동물의 종류에 따라 그 정도는 다르겠지만. 전에 말라뮤트를 키운 적이 있는데, 말라뮤트는 외로움을 더 많이 느끼기 때문에 자주 산책을 시키면서 다른 개를 볼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한다. 외로움은 사람에게도 큰 병이 되는데, 동물에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동물에 대한 진한 사랑이 느껴지며, 감동을 주는 이야기다. 앤 아주머니 같은 사람이라면 인격이 어떨지 짐작이 간다. 파스텔톤의 그림도 무척 따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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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아이들 1 - 숨어사는 아이들 봄나무 문학선
마거릿 피터슨 해딕스 지음, 이혜선 옮김 / 봄나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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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6편까지 나온, 발간이 진행 중인 시리즈물이다. 전미도서간협회 선정 ‘청소년을 위한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요즘 우리 아이들은 판타지나 추리 소설을 좋아한다. 판타지 중에서도 흔히 장르 소설이라 불리는 게임 판타지 류를 좋아한다. 그런 편향적인 독서를 하는 아이들에게 추천한 말한 책을 찾다가 이 책을 보게 되었다. ○○ 선정이라는 인증 마크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주제도 뚜렷하고 재미도 있다.

‘그림자 아이’는 정부 몰래 낳아서 키우는, 그래서 다른 사람 눈에 띄지 않게 살고 있는 아이들을 말한다. 왜 아이를 정부 몰래 낳아서 키워야 할까? 요즘 같이 출산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는 결코 이해하지 못할 설정이다.

주인공 루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는,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출산을 제한하고 있다. 한 차례 대기근을 겪은 정부는 식량 부족 문제를 들어 출산과 사람들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다. 만약 셋째나 그 이상의 아기를 키우게 되면 인구 경찰이 출동해 체포하고 엄청난 벌금을 물리며 이를 신고한 사람에게도 포상이 있기 때문에, 셋째 이후의 아이들을 내놓고 키울 수는 없다.

루크가 바로 그런 셋째 아이다. 하지만 루크는 자기 집 옆에 새 주택이 건립되기 전까지는 어리기도 했지만 주위에 집들이 없어서 꼭꼭 숨어 지낼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그 집에 ‘배런’이라는 자신과는 다른 신분의 가족들이 이사 오면서 루크는 더욱 숨어 지내야만 했다.

하지만 호기심에 창문 너머 이웃집을 관찰하다가 옆집에도 자기와 같은 그림자 아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아이는 놀랍게도 루크 또래의 여자 아이였는데, 인터넷 채팅으로 그림자 아이들을 모으고 있었고 자신들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대통령 관저에서 시위를 계획하고 있었다. 젠이 루크에게도 이 시위에 참여할 것을 청했으나 루크는 거부한다.

예상대로 이 시위는 실패로 끝나고 젠이 죽는다. 이로써 더욱 위험해지기도 하고 자극을 받은 루크는 이전과는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 과연 그는 어떤 삶을 선택할까?

설정이 재미있어서 이야기는 초반부터 흥미롭다. 지구의 식량 문제, 결코 가정이라고만 생각할 수는 없는 문제이다. 요즘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으로 곳곳에서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가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 이런 자연재해들은 필시 식량 생산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식량 부족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요즘 이 책과 함께 읽는 중인 <지상의 음식은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책을 보면 지상의 모든 음식은 씨앗에서 비롯된다. 먹이사슬에서도 보면 분명 생산자는 식물이다. 초식동물이건 육식동물이건 인간이건 동물은 죄다 소비자일 뿐이다. 따라서 기후 변화 때문에 달라지는 생태 환경을 고려할 때 그 어느 때보다도 종자의 보존 문제가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그림자 아이들>은 단순히 흥미로운 판타지 소설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식량 문제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할 것을 촉구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정부가 식량 문제를 더욱 부각시키면서 사람들은 철저하게 통제하는 전체주의 국가가 나온다. 조지 오웰의 ‘1984’가 떠오르게 한다. 사람이 사는 데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무엇이겠는가? 식량의 자원화, 아주 무서운 이야기다. 이런 끔찍한 세상이 되지 않게 하려면 식량 문제 해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물론 우리 일반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주 작고도 쉬운 일이다. 최대한 자연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사는 습관을 들이는 것뿐이다.

아무튼 좋은 내용에다 재미도 있다. 많은 청소년들에게 권장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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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50가지 드레스 디자인 뮤지엄 4
디자인 뮤지엄 지음, 김재현 옮김 / 홍디자인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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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 하면 미국에서 열리는 아카데미시상식을 비롯해 각종 영화제에서 여자 배우들이 입는 화려한 옷들이 떠오른다. 그야말로 뭇여성들이 선망하는 옷들이 아닐 수 없다. 눈으로나마 이런 꿈을 성취하고파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우리의 생활이 많이 변한 만큼 우리가 입는 옷도 굉장히 많은 변화를 겪었다. 특히 여성들의 옷에 있어서 변화는 여성의 지위의 변화와 궤를 같이 한다고 할 수 있겠다. 과거의 여성의 옷들은 지나치게 아름다움을 추구하다 보니 몸에는 많은 무리를 주었다. 잘록한 허리를 강조하다 보니 숨도 못 쉴 정도로 꼭 조여야 했던 옷, 치마는 넓게 퍼져서 우아함을 자랑해야 했기 때문에 철심을 두른 것을 입어야 하는 등 생활의 편의는 고려하지 않은 채 겉보기만을 추구한 옷이 많았다.

그러니, 요즘 세상에 태어나 가볍고 편안한 옷을 입고 마음대로 활동하며 사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축복이겠는가? 색깔도 예쁘고 디자인 또한 다채롭다. 이 책에서 이런 일반적인 복식의 변천사는 다루지 않는다. 오로지 드레스로만 국한해서 1915년에서 2007년에 이르기까지 혁신을 가져 온 드레스 50벌을 소개하고 있다.

이 중에는 코코 샤넬이나 크리스찬 디오르, 지방시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디자이너도 있고, 드레스 모델로는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검정 팔장갑을 끼고 민소매 검정 드레스를 입은 모습으로 유명한 오드리 헵번이나 지하철 통풍구에서 바람에 날리는 홀터넥 드레스의 치맛락을 누르고 있는 장면이 나오는 영화 ‘7년만의 외출’의 마릴린 먼로같은 명배우의 모습도 보이지만, 대다수는 내가 모르는 디자이너들이었다.

1988년에 아카데미시상식을 보면서 가수이자 영화배우인 셰어의 국부만 자수로 가린, 몸이 훤히 비치는 드레스가 아름답기도 하고 충격적이기도 했는데, 그 드레스에 대한 설명(74-75쪽)도 수록돼 있다. 또한 현대 과학기술의 발달을 반영하듯 옷의 소재로 이용되기에는 불편할 것 같은, LED를 이용한 드레스도 소개돼 있다. 아무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여성의 치마의 길이는 경기의 흐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불경기일수록 미니스커트가 유행이라나...이렇듯 옷도 우리 문화의 한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이런 색다른 고찰을 한 책도 읽어보면 사는 게 한층 즐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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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양미술 순례 창비교양문고 20
서경식 지음, 박이엽 옮김 / 창비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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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평론가 진회숙이 쓴 음악 에세이인 <클래식 오딧세이>를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그녀는 음악뿐 아니라 미술에도 조예가 깊은 것 같다. <클래식 오딧세이>에는 음악 작품에 대한 소개뿐 아니라 연관해서 보면 좋을 그림들도 여러 점 실려 있다.

그 중에서도 내게 충격은 준 그림은 벨기에의 브뤠헤에 있는 흐로닝헤 미술관에 전시돼 있다는, 다비드가 그린 <캄뷰세스 왕의 재판>이다. 이 그림에 대한 소개에서 그녀는 서경식의 <나의 서양미술 순례>에 나온 설명글을 인용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적어 놓았다.

이 그림은 기원전 6세기경 페르시아를 통치했던 캄뷰세스 왕이, 판결을 잘못했다는 죄로 시삼네스라는 판사에게 가했던 살가죽이 벗겨지는 형벌 장면을 묘사한 것이었다. 어떻게나 이런 끔찍한 장면을 그림으로 옮겼는지...서양 그림 중에는 끔찍한 장면을 묘사한 것들이 꽤 된다. 게다가 이 그림이 더욱 충격적으로 여겨지는 것은 살가죽을 벗기는 사람들이나 그 형벌을 받는 사람의 얼굴에 아무런 표정이 없다는 점이다. 어찌 그럴 수가 있는지...

<클래식 오딧세이>에서 진회숙은 중세 음악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이 그림을 인용했다. 그 자세한 사항을 <클래식 오뎃세이>를 참고하시라.

어쨌든 이 설명글 덕분에 내가 <나의 서양미술 순례>를 찾아 읽게 되었다. 내가 이 책의 저자인 서경식의 독서 편력이자 영혼의 성장기록인 <소년의 눈물>을 읽은 감상에도 적어 놓았지만 그는 재일 한국인으로서, 그의 두 형의 우리나라에 유학하러 왔다가 간첩으로 몰려 투옥되는 사건을 겪는다. 이후 다행히도 형들은 무사히 출소하나 부모님들은 생을 달리한 다음이다.

이 책은 이 사건을 겪은 뒤 그가 33세가 되던 해인 1983년 말에 누나와 함께 서양의 미술관을 둘러본 뒤에 적은 글에서 시작된다. 이 책에는 모두 11편의 글이 실려 있는데, 이 중 10편이 첫 여행 후에 쓰인 것이고, 그는 이후에도 여러 차례 서양 미술관을 다녀오는데, 8장에 실린 <상처를 보여주는 그리스도>는 1985년 말에 있었던 두 번째 여행 후에 적은 글이다.

이처럼 이 책은 미술 전문가의 가이드북이 아니다. 그리고 나와 같은 평범한 감상자로서의 감상도 담지 않았다. 그는 아주 복잡한 심경에서 그림들을 대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보지 못했을 더 많은 것들을 그림에서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널리 알려진 작품보다는 독특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그림들에 집중했다. 그런 만큼 색다른 미술 감상법을 제시한다고 하겠다. 더불어 ‘양심수’라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정치 상황에서 빚어진 아픔에도 직면하게 된다. 아무튼 이 책을 통해 그림과 역사를 함께 보는 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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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눈물 - 서경식의 독서 편력과 영혼의 성장기
서경식 지음, 이목 옮김 / 돌베개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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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정말이지 목표 없는 독서를 하고 있다. 그저 닥치는 대로 읽고 있다. 이 책도 그렇다 보니 읽게 된 것이다. 한 책을 읽다가 그 책에서 다른 책 정보가 나오면 그 책을 찾아서 읽어보는 식으로 독서를 ‘뱀 꼬리 잡기’ 식으로 하고 있다.

이 책도 음악 평론가인 진회숙 씨가 쓴 <클래식 오딧세이>를 읽다가 서경식의 <서양미술관순례>를 알게 되었고, 서경식이 누구인지 찾아보다가 알게 되었다. <서양미술관순례>는 전에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올 여름에나 읽게 되었다.

서경식은 1951년에 일본 쿄토에서 태어난 한국인 2세이다. 와세대대학에서 프랑스문학을 전공한 뒤 자유기고가로 활동하며 대학 강단에도 서고 있다. 이런 이력 말고 그에게는 조국에서 받은 크나큰 상처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박정희에서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군사독재 시기에 그의 두 형인 서승과 서준식이 조국에 유학을 왔다가 간첩누명을 쓰게 되어 사형선고를 받게 되는 일이다. 그가 대학 3학년 때의 일이다. 이 두 형제의 옥바라지를 하던 어머니와 아버지가 3년 사이로 세상을 뜨는 불행을 겪는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두 형은 살아서 출옥한다. 나는 이런 사실을 그의 책 <나의 서양미술 순례>를 통해 알게 되었고, 그로 인해 이 책 <소년의 눈물>도 읽을 마음이 생기게 되었다.

<소년의 눈물>은 제목부터 마음을 찡하게 한다. 소년의 눈물은 소녀의 눈물보다 더욱 애처롭게 느껴진다. 사내대장부는 울지 않아야 된다는 고정관념이 있어서인지 소년의 눈물이 더욱 마음을 흔든다.

이 책은 그가 일본에서 나고 자라면서, 재일한국인으로 느꼈던 설움을 삭히는 데 독서가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소심하고 책 많이 읽는 대부분의 아이들처럼 그 또한 조숙했다. 나이에 걸맞지 않은 작품들을 읽기도 했는데, 내게는 너무나 생소한 일본 작가들과 작품들이어서 그가 어떤 감동을 받았는지는 쉽게 짐작되지 않았다. 다만, 그가 재일외국인으로 일본 아이들 사이에서 느꼈을 차별과 틈을 독서를 통해 슬기롭게 극복해 왔음은 헤아릴 수 있었다. 소년 서경식의 눈물을 닦아주었던 것은 많은 책들이었다.

이 책에서 인상적인 것은, 시작하는 글에 나오는, 17세기 스페인의 화가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의 그림 ‘창문턱에 기대어 있는 농촌 소년’(A peasant boy leaning on a sill)에 얽힌 에피소드이다. 저자는 이 그림의 영어 제목에서 leaning을 learning으로 잘못 읽고는 농부 소년의 즐거운 표정을 쌓여가는 지식에 대한 즐거움으로 해석했다고 하니 우습기도 하고 지식에 대한 저자의 갈망이 느껴져 부럽기도 했다.

저자처럼 자신의 유소년 시절을 추억하면서 많은 책이 떠오른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이제라도 추억이 되는 책읽기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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