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눈물 - 서경식의 독서 편력과 영혼의 성장기
서경식 지음, 이목 옮김 / 돌베개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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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정말이지 목표 없는 독서를 하고 있다. 그저 닥치는 대로 읽고 있다. 이 책도 그렇다 보니 읽게 된 것이다. 한 책을 읽다가 그 책에서 다른 책 정보가 나오면 그 책을 찾아서 읽어보는 식으로 독서를 ‘뱀 꼬리 잡기’ 식으로 하고 있다.

이 책도 음악 평론가인 진회숙 씨가 쓴 <클래식 오딧세이>를 읽다가 서경식의 <서양미술관순례>를 알게 되었고, 서경식이 누구인지 찾아보다가 알게 되었다. <서양미술관순례>는 전에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올 여름에나 읽게 되었다.

서경식은 1951년에 일본 쿄토에서 태어난 한국인 2세이다. 와세대대학에서 프랑스문학을 전공한 뒤 자유기고가로 활동하며 대학 강단에도 서고 있다. 이런 이력 말고 그에게는 조국에서 받은 크나큰 상처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박정희에서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군사독재 시기에 그의 두 형인 서승과 서준식이 조국에 유학을 왔다가 간첩누명을 쓰게 되어 사형선고를 받게 되는 일이다. 그가 대학 3학년 때의 일이다. 이 두 형제의 옥바라지를 하던 어머니와 아버지가 3년 사이로 세상을 뜨는 불행을 겪는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두 형은 살아서 출옥한다. 나는 이런 사실을 그의 책 <나의 서양미술 순례>를 통해 알게 되었고, 그로 인해 이 책 <소년의 눈물>도 읽을 마음이 생기게 되었다.

<소년의 눈물>은 제목부터 마음을 찡하게 한다. 소년의 눈물은 소녀의 눈물보다 더욱 애처롭게 느껴진다. 사내대장부는 울지 않아야 된다는 고정관념이 있어서인지 소년의 눈물이 더욱 마음을 흔든다.

이 책은 그가 일본에서 나고 자라면서, 재일한국인으로 느꼈던 설움을 삭히는 데 독서가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소심하고 책 많이 읽는 대부분의 아이들처럼 그 또한 조숙했다. 나이에 걸맞지 않은 작품들을 읽기도 했는데, 내게는 너무나 생소한 일본 작가들과 작품들이어서 그가 어떤 감동을 받았는지는 쉽게 짐작되지 않았다. 다만, 그가 재일외국인으로 일본 아이들 사이에서 느꼈을 차별과 틈을 독서를 통해 슬기롭게 극복해 왔음은 헤아릴 수 있었다. 소년 서경식의 눈물을 닦아주었던 것은 많은 책들이었다.

이 책에서 인상적인 것은, 시작하는 글에 나오는, 17세기 스페인의 화가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의 그림 ‘창문턱에 기대어 있는 농촌 소년’(A peasant boy leaning on a sill)에 얽힌 에피소드이다. 저자는 이 그림의 영어 제목에서 leaning을 learning으로 잘못 읽고는 농부 소년의 즐거운 표정을 쌓여가는 지식에 대한 즐거움으로 해석했다고 하니 우습기도 하고 지식에 대한 저자의 갈망이 느껴져 부럽기도 했다.

저자처럼 자신의 유소년 시절을 추억하면서 많은 책이 떠오른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이제라도 추억이 되는 책읽기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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