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정지아 외 지음, 이제창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방황하는 소설>이 속하는 창비의 ‘테마소설 시리즈’를 좋아한다.

이 책 외에도 창비의 '테마소설 시리즈'에는 땀 흘리는 소설, 가슴 뛰는 소설, 기억하는 소설, 숨 쉬는 소설, 여행하는 소설, 손 흔드는 소설, 함께 걷는 소설, 끌어안는 소설, 연결하는 소설, 공존하는 소설, 이렇게 10종이 더 있다.

이 시리즈는 책 제목에 맞는 단편소설들을 모아 놓은 것으로서, 비슷한 주제에 대해 여러 작가의 각기 다른 작품을 맛볼 수 있다는 즐거움과 단편소설 모음이라 긴 글 읽기를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기에도 좋다.

내가 이번에 읽은 <방황하는 소설>에는 정지아, 박상영, 정소현, 김금희, 김지연, 박민정, 최은영, 이렇게 일곱 작가의 작품이 실려 있다. 그 작가들 모두를 알지는 못하지만 그들 모두 현재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인 것 같다. 정지아, 박상영, 김금희, 최은영 작가의 베스트셀러였던 작품은 읽어본 적이 있기도 하다.

특히 이 책은 서문부터 인상적이었다. 까뮈의 소설 <이방인>의 첫문장을 시작으로 이 책을 구상하게 된 이야기와 책 속에 담을 작품을 고르기 위해 고심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이 책을 만드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방황이었음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이런 방황의 시간이 삶의 일부이며 이런 시간을 많이 가진 사람이 성장할 수 있다'는 말에도 공감하게 하며, 그런 만큼 책에 실린 작품들을 더욱 정독하게 만든다.

7편의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정지아 작가의 <존재의 증명>은 자기 존재에 대한 기억은 잃어도 취향은 여전하다는 이야기인데, 타고난 본성은 어쩔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무척 공감하면서 읽었고, '나만의 고유성'은 무엇일까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박상영 작가의 <요즘 애들>은 예전의 나의 직장 생활을 추억하게 하는 한편 요즘의 직장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어서 흥미로웠다. 정소현 작가의 <엔터 샌드맨>은 재해 상황에서 만난 남녀의 가슴 아픈 이야기였다. 김금희의 <월계동 옥주>는 여행과 방황이 주는 성장의 힘을 느끼게 해준다. 김지연 작가의 <먼 바다 쪽으로>는 타인에 대해 배려하지 않는 사회와 그로 인한 불신과 불안한 사회를 그렸는데, 요즘 우리 사회의 모습이어서 너무나 속상했다. 박민정 작가의 <세실, 주희>에서는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내 문제를 비춰보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음을 느꼈고, 최은영 작가의 <파종>에서는 주위 사람의 사랑만 있으면 언제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기성세대인 내가 보기에 요즘 사회는 청년들을 무척이나 힘들게 한다. 공부, 취업, 연애와 결혼, 그 어느 것도 쉬운 게 없다. 그런 만큼 청년들의 방황도 긴 것 같은데, 이 책이 그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주한 두 행성의 별자리 지도 전쟁 한울림 그림책 컬렉션
마수드 가레바기 지음, 라미파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별자리 지도 이야기를 통해 별자리에 흥미를 갖게 할 뿐 아니라

자기 중심적인 사고가 굉장히 위험하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책 표지만 꼼꼼히 보고 이야기를 읽었더라면

알파 행성이 오메가 행성에서 가져온 별자리 지도가 잘못 되었다며

그 지도를 가져온 이를 감옥에 가두었을 때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벌써 알아챌 수 있었을 것이다.

표지에서 두 행성의 위치를 본 독자가 아니더라도

다리로 연결된 두 행성 사이를 오간 사람이라면

오메가 행성에서 만든 별자리 지도가 알파 행성에는 맞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내 입장만 우선시했지

타인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거나 한참 뒤에나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자기 중심적인 사고나 편견의 위험성을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로써 들려준다.

갈수록 자기 중심적으로 행동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요즘에

꼭 필요한 책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왜 동서통합 의료인가? - 만성 불치병
이시형 지음 / 풀잎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이 50대 중반을 넘기니 몸이 여기저기 아프다. 그러니 건강에 관심을 가져야 하나 나는 아플 때만 챙기지 건강에 대해 잘 챙기게 되지를 않는다. 이런 나쁜 습관을 올해부터는 고쳐 보려고 생각해서 이 책을 보게 되었다. 특히 이 책에 관심이 생긴 건 저자가 이시형 박사이고 ‘동서통합 의료’라는 제목 때문이다.

동서통합 의료의 의미를 잘 표현한 일러스트

이시형 박사는 정신건강에 관한 책도 많이 내고 방송 프로그램에도 자주 나온 의사다. 나도 예전에 이시형 박사 책을 흥미롭게 봤던 적이 있다. 그런 공신력 있는 의사의 책이라서 기대가 되었고, 또 동서통합 의료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끔 보았던 방송 프로그램에서 난치병 환자나 병의 진행 정도가 심해 병원에서도 포기한 암 환자가 산속에 들어가 약초로 치유했다는 이야기를 떠올리면 근대 서양 과학이 아무리 발달했다고 해도 한의약을 무시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나 나름대로는 동서통합 의료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저자도 이런 맥락에서 동서통합 의료를 이야기한다. 자신이 앓았거나 앓고 있는 질병 이야기를 통해 동서통합 의료의 필요성도 이야기하나 그가 설명한 동서통합 의료의 사례가 주로 박우현, 김의신 이 두 교수의 사례에 국한돼 있어 아쉬웠다. 아직은 동서통합 의료가 소수에 의해 행해지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서양에 동서의학병원이 있고 동서의학 통합 연구를 하는 의사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이시형 박사가 직접 치료를 받고 있는 치인성스트레스증후군 얘기는 흥미로웠다. 처음 듣는 증후군이기도 했고 내 딸도 턱 아프다는 소리를 자주 했기 때문이다. 동양 의학 중 기 치료, 독소 해독 등을 소개하는 내용도 좋았는데 너무나 간략해서 아쉬웠다.

저자 이시형 박사의 치료 경과 사진

일반인들을 위한 책이라서 이렇게 개요식으로 쓴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전반적으로 사례 소개 책자 느낌은 없었으나 수술로 치유할 수 없는 노령 인구가 늘어난 만큼 호흡이나 약초를 통한 치료가 필요한 이야기는 꼭 귀담아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고 아름다운 르누아르의 미술수업 작고 아름다운 수업
김미진 지음, 오귀스트 르누아르 그림 / 열림원어린이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화가 이야기를 너무나 재미있게 소개하는 책이다. 중학교 때 복도에 르누아르의 <책 읽는 소녀> 그림이 대형 액자로 있어서 르누아르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몰랐지만 그의 그림풍은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었다. 그 이후 보게 된 르누아르의 그림들은 밝은색의 예쁜 옷을 입은 소녀나 부인이 등장하는 것이 유명해 내게 르누아르는 따뜻한 사람이며 인생의 고난 없이 산 사람이라는 느낌이었다.


르누아르의 자화상


그런데 르누아르의 초년 인생은 그렇지 않았다. 미술 공부를 하고 싶었으나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13살 때 도자기에 그림을 그려 넣는 첨화직공 일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도자기공방 훈련소에 도자기에 그림을 붙이는 기계가 도입되면서 일자리를 잃는데, 이것이 전화위복이 되어 오히려 에콜 데 보자르에 입학해 제대로 된 미술 수업을 받게 된다. 거기서 그가 모네, 시슬레, 바지유를 만나고 당시의 화단을 지배했던 살롱전에서 요구하는 그림이 아니라 자기만의 화풍을 가지게 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빨간색이 정말 예쁘다



이런 이야기와 함께 르누아르의 그림 여러 점에 수록돼 있다.<뱃놀이 일행의 점심식사>, <물랭 드 라 갈레트> 같은 명작 외에도 <어릿광대 옷을 입은 클로드 르누아르>, <클로드 모네의 초상>, <건축가 샤를 르 쾨르의 초상>, <앙토니 아주머니의 여인숙에서>와 그가 어쩔 수 없이 살롱전의 요구사항에 맞춰 그렸다는 <블로뉴 숲의 아침 승마>도 볼 수 있다. 또한 르느아르를 왜 색채의 마술사라 부르게 되었는지도 들려준다.


모네가 르누아르를 색채의 마술사라 불렀다.



이처럼 이 책은 르누아르의 작은 화집이자 그의 전기인데, 동화처럼 흥미롭게 되어 있어서 아이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그동안 화집이나 화가의 전기는 그림 때문에 크기가 커서 휴대하기가 힘든 경우가 많았는데 이것은 작아서 휴대성도 좋고 종이가 좋아서인지 화질도 좋다. 책날개를 보니 다른 화가에 대한 책도 있다. 그 책들도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쉽게 보는 난중일기 완역본 - 한산·명량·노량 해전지와 함께
이순신 지음, 노승석 옮김 / 도서출판 여해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화 <노량>을 본 뒤로 역사와 영화를 좋아하는 딸과 함께 영화 <명량><한산>을 다시 보고 이야기도 나누고 있어서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 대한 관심이 지대해진 이즈음에 <난중일기>를 다룬 신간 두 권이 나와서 열심히 보고 있다. 한 권은 이 책 <쉽게 보는 난중일기 완역본>이고 또 한 권은 더스토리에서 나온 <임진일기>이다.

두 권 다 나름의 특색이 있는데, 여기서는 이 책 <쉽게 보는 난중일기 완역본>에 대해서만 말하겠다. 이 책의 장점은 책의 앞쪽에 실린 ‘<난중일기> 해설‘<난중일기> 유적지 사진첩이다. <난중일기>라는 제목을 갖게 된 여유, 어떤 판본이 있는지 등 책 자체에 대한 이야기와 한산, 명량, 노량 등 이순신 장군의 전적지 사진뿐 아니라 이순신 장군의 가계도, 5수영지, 55, 조선소의 사진이 있어서 <난중일기>의 내용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나는 이런 것들이 매우 궁금했는데 사진을 통해 그 궁금증을 풀 수 있어 아주 좋았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이순신 장군과 관련해서 다녀왔던 곳을 따져보니 그의 3대 대첩 전적지, 아산 현충사, 여수와 통영, 심지어 <불멸의 이순신> 촬영지였던 부안까지 많이 다니긴 했다. 그렇게 다녀왔던 곳을 사진으로 확인해 보는 재미도 있어 이 사진첩 페이지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난중일기 유적지 사진첩 등과 이순신 장군 가계도, 지도가 실려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노승석은 그야말로 난중일기전문가이다. 박사학위도 <난중일기의 교감학적 검토>로 받았고 2013년에 난중일기가 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때에 자문도 했단다. 2014년에는 그가 국내 최초로 출간한 <교감완역 난중일기>가 영화 <명량>과 때를 같이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이 책은 몇몇 대학에서 교양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도 그는 여해고전연구소 소장으로서 이순신을 연구하며 강의하고 있다고 한다. 여해는 이순신 장군의 자다. 자는 16세 이상의 남자에게 어른들이 지어주는 새 이름이라고 한다. 연구소 이름에 이순신의 자를 쓸 정도도 이순신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목차부터 완역본의 의미를 느끼게 해준다.



이런 전문가가 쓴 데다 이 책은 완역본인 만큼 주석을 읽지 않고도 그 의미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세부 설명이나 부연 설명이 필요한 것들에는 주석을 달아 놓아서 많은 것들을 알 수 있게 해놓았다.


일기 세부 내용. 완역본이라 주석을 보지 않아도 쉽게 읽을 수 있어 좋다. 세부 사항을 주석으로 달아 놓아 더 많은 것들을 알 수 있다.


<난중일기>의 내용은 날짜, 날씨, 이순신 장군이 만난 사람, 전투 준비 상황이나 전투를 위한 수영 간의 협조 사항, 군사 문제, 장계 작성 등과 같은 업무 처리 내용과 장군 자신의 몸 상태와 활을 쏜 횟수, 가족이나 지인에 대한 걱정 등을 적어 놓았다. 업무 일지처럼 객관적인 사실만 짧게 적은 날이 대다수이지만 전투 상황을 자세히 기록하거나 자신의 감상과 시까지 적으면서 길게 쓴 날도 있으며, 전투 때문에 빠뜨린 날도 있다. 하지만 어쨌든 전쟁 중의 장수로서 임진년부터 정유년까지 7년간 일기를 꾸준히 썼다는 것은 이순신 장군이 얼마나 끈기 있고 성실한 인물이었나를 증명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렇듯 일기 내용 자체는 이순신 장군이나 역사에 관심 없다면 사실 재미는 없다. 그러나 이 위대한 인물이 남긴 기록을 통해 그가 있었던 시간과 마주한다는 묘한 매력을 느끼게 해준다. 또한 기록의 중요성도 되새기게 함으로 일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