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접해본 뤼팽의 세계..

아르센 뤼팽 전집 3 - 기암성 ㅣ 황금가지 아르센 뤼팽 전집 3
모리스 르블랑 지음, 소서영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4월

추리소설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내가 지나칠 수 없었던 또 다른 유명한 작품, 「기암성」. '괴도 뤼팽'으로 무척이나 유명한 뤼팽의 비밀과 대활약이 탁월하게 그려진 작품이다.

각종 보물과 예술품을 감쪽같이 훔치는 것으로 명성이 난 괴도 '뤼팽', 어김없이 뭔가 값진 것을 훔치기 위해 '제브르 백작'의 집에 침입한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백작의 조카 '레몽드'가 쏜 총에 맞고 간신히 은신처에서 목숨을 이어간다. 뤼팽의 흔적과 사라진 물건을 찾기 위해 애쓰는 '피열' 예심판사와 '가니마르' 경감. 그러다 홀연히 '이지도르 보트를레'라는 청년이 사건에 끼어들어 기가 막히게 문제를 해결해내고...순식간에 보트를레는 '천재 소년 탐정'으로 각광을 받는다.

그 후 여러 실마리를 통해 만들어낸 가정을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진실을 밝혀내는 보트를레. 결국 뤼팽의 사망을 확인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뤼팽은 정말 죽었을까? 주인공이?ㅋ 그 후에부터 이어지는 뤼팽과 보트를레 간의 치열한 두뇌싸움, 뤼팽의 정체에 얽힌 놀랍고도 거대한 비밀, 뤼팽의 본거지와 뤼팽의 특출한 능력에 관한 진실 등이 속속들이 밝혀지면서 흥미를 더하게 된다.

난 이번이 작가 '모리스 르블랑'의 '괴도 뤼팽' 시리즈의 처음이다. 이 「기암성」이라는 작품이 가장 유명하고 좋다는 소문으로 처음 구입해 보게 된 것이다. 결과는 대만족-!! 무엇보다 일반 추리소설과는 다른, 괴도가 즉 범인이 주인공이라는 설정이 무척이나 흥미로웠고 또 뤼팽과 보트를레간의 불꽃 튀는 두뇌 대결이 박진감 넘쳤다. 갈수록 밝혀지는 거대한 진실들도..뭔가 다른 추리소설과는 구별되는 큰 스케일의..ㅋ

'셜록 홈즈'의 이름을 본따 뤼팽의 라이벌이라는 설정으로 등장하는 '헐록 숌즈'라는 이름도 독특했고..질 나쁜 범인인지 가끔은 의적 노릇도 하는 괴도인지 모를 뤼팽의 이미지나 분위기도 매력적이었다. 역시 유명하거나 재밌다고 입소문이 난 추리소설은 하나같이 나를 만족시킨다.^ㅡ^

여하튼 영국에 '셜록 홈즈'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아르센 뤼팽'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홈즈만큼 유명한 뤼팽. 다음에 꼭 뤼팽 시리즈의 다른 이야기도 읽어봐야겠다. 

유명번역가가 안내하는 영화 속 영어의 세계

이미도의 등 푸른 활어영어
이미도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04년 11월

국내 최고의 외화 번역가 이미도 씨. 그가 외화 번역 경험을 바탕으로 낸 책이 있으니, 바로 『이미도의 등 푸른 활어영어』이다. 정말 활어처럼 펄펄 뛰는 영어 표현들이 가득 담겨 있으며, 특히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재미있고 쉬우며 유익하게 영어 단어에 관련된 이야기 등도 익힐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보면서 느낀 것은 확실히 외화를 번역하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며 특히 외화 번역은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주고 때로는 재미와 감동도 주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이미도 씨는 외화에 나오는 대사들을 그대로 번역하기보다는 자기 나름대로 재미있게 각색해서 번역하기로 유명하다. 일부에서는 그것을 비판하기도 하지만, 관객들은 그러한 번역에 의해 좀 더 웃을 수 있고 번뜩이는 재치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도 씨가 번역한 대사 중 유명한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닌 것처럼..

뿐만 아니라 그는 글도 조리있고 재미있게 잘 썼다. 무엇을 하든 '재미가 있어야'한다는 말은 이제 진리다. 특히 현대에서 빠르고 수많은 정보가 넘쳐나는 사회에서는 우선 재미있으면 먹고 들어가는 것이다. 책은 그것을 간파하여 어렵지 않고 쉽게 쓰여졌고 단어 하나하나마다 그와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흥미롭게 나열되어 있어서 책을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외화 번역시의 위트와 재치가 책에서도 드러나는 것이다.

나도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이것저것 안 가리고 좋은 영화가 있으면 본다. 외화도 참 많이 봤다. 그 중 왠만한 유명한 것은 거의가 이미도 씨가 번역했으리라 본다. 그가 번역한 것은 유명하고 재미있다는 소문은 이제 거의 사람들로부터 통용되고 있다. 그렇게 그가 명성을 쌓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했을까. 나도 한때 번역가의 꿈이 있었지만 이미도 씨를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이미도 씨는 또한 독특함으로 유명하다. 스스로 말했듯이 그의 방은 완전 난장판이란다. 온갖 영화와 책들이 수북이 쌓이고 어질러져 있다. 하지만 그는 그래야 일이 잘된다고 한다; 다 자기 스타일이 있지만ㅋ 정말 그는 영화를 보는 이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큰 보배가 아닐수 없다.

최소한 책에서 나온, 영화와 관련된 용어들은 왠만큼 익히고 또 흥미롭게 보았다. 갑자기 '미쳐야 미친다'라는 책 제목이 떠오른다. 영화에 미친 이미도. 외화 번역에 미친 이미도. 그래서 그는 국내 최고의 외화 번역가라는 자리에 미치게 되었던 것이다. 

상대방을 설득하는 놀라운 비법

설득의 심리학 -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6가지 불변의 법칙 ㅣ 설득의 심리학 시리즈
로버트 치알디니 지음, 이현우 옮김 / 21세기북스 / 2002년 9월

현대 사회는 정보 사회이다. 그리고 '세계화', '국제화'라는 말이 성행할 정도로 사회 통합이 일반화된 시대이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특히 사회가 발전할수록 더더욱 사람 간의 의사소통이 필요하고 서로 간의 정보 교류가 절실하며 그래서 대인 관계, 인맥이 매우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는 철저한 상업 사회이다. '돈'이 가면 갈수록 중요해지고 만능이 되어가는 풍토이다. 이러한 사회에서 상대방을 '설득'하는 기술은 어쩌면 대단히 유용한 것이 될 수 있다.

필자는 이러한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특성을 잘 파악했다. 그리고는 자신 나름대로의 풍부한 이론과 사례를 바탕으로 책을 펴냈다. 그것이 바로 이 책, 『설득의 심리학』이다. 사람들에게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인문학의 한 부분인 심리학을 파고들어 쉽고 다양하며 조리있고 유용하게 그에 대한 글을 쓴 것이다. 왠만큼 책을 읽는 사람들은 한번쯤 들어봤을 이 인문학서적은 곧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후에 수많은 아류작을 낳는 원작이 되었다.

역시 사람들의 소문은 그르지 않다. 작가는 정말 한번 보면 빠져들고 보면서 계속 고개를 끄덕이게끔 하는 글솜씨로 상대방을 설득하고 상대방으로부터 설득당하지 않는 기술들을 나열해놓았다. 그것이 단순히 이론에 대한 설명이나 나열 수준에서 그쳤다면 흥미가 없었겠지만 그에 걸맞은 풍부하고 재미있는 사례들은 무한한 공감대를 형성하게 한다. 역시 글을 쓰려면 우선 많이 알고 경험이 풍부해야 됨을 절실히 깨닫는다.

그래서 그는 설득의 법칙으로 누군가에게 호의를 받으면 되갚아야한다는 심리인 '상호성의 법칙', 한번 결정한 것에 대해 일관성을 가져야한다는 심리인 '일관성의 법칙', 다른 사람의 행동을 따라하려는 심리인 '사회적 증거의 법칙', 호감가는 사람의 말을 더 믿으려는 심리인 '호감의 법칙', 권위에 복종하려는 심리인 '권위의 법칙', 마지막으로 희귀한 것이 더 가치있는 것이라고 판단하는 심리인 '희귀성의 법칙' 이렇게 총 6가지를 제시한다. 모두 다 설득력있고 논리적인 이론과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그럴듯하게 적혀있다.

정말 책대로만 상대방에게 말하고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좋은 이론을 실제로 적용시키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책에 대한 리뷰를 쓰면서 다시 한번 필자가 제시한 설득의 법칙들을 평소에 상기시켜 상대방을 설득할 때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 잘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요즘 시대, 이 책은 그러기 위해서 필수적인 내용으로 가득차있는듯 하다.

작가의 단순한 시 모음집

시가 내게로 왔다 1 - MBC 느낌표 선정도서 ㅣ 시가 내게로 왔다 1
김용택 지음 / 마음산책 / 2001년 4월

진석이한테 빌린 또 하나의 책, 「시가 내게로 왔다」- 김용택 시인이 자신이 좋아하는 시들을 모으고 간략하게 감상평을 적어놓은 작품이다. 평소에 시는 잘 접할 기회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나마 '시인이 추천하는 시'를 보게 되었다.

책 가운데에는 익히 들어본 시부터 처음 보는 시들까지 다양한 시들이 담겨있다. 하지만 역시..시는 별로 감흥이 없다고 할까. 정말 길지 않으면서도 많은 것을 담고 있는 것이 바로 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미 소설에 맛들인 나로서는 특별하게 와닿지 않았던 것이다. '아 이 시는 이러한 시구나...'라는 생각에서 끝나게 되었다. 지금도 생각해보면 어떤 시가 제일 인상깊었다..라고 말할 수가 없겠다. 시 한 편도 제대로 못 외우는데 멀..-_-;

그리고 또 아쉬웠던 것은 지은이가 순수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시들을 묶어놓은 것이 이 책의 특징인데 각 시들에 대한 단평이 너무 짧고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이다. 시인답게 비유적으로, 감상적으로 평가를 하는데 약간은 어리둥절하고 그러한 평가들에 고개를 끄덕일 수가 없었다. 후...

다시 한 번 시에는 별로 흥미도, 감흥도 없는 나를 발견한 시간이었다. 그나마 류시화 시인이 현대 감각에 맞을라나...시의 매력에도 눈뜨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12명의 남자들에 대하여

열정과 결핍 - 이나리 기자가 만난 우리 시대 자유인 12인의 초상
이나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3년 12월

잡지 「신동아」에서 1년간 '이나리 기자의 사람 속으로'를 연재한 이나리 기자가 그 중 12명을 추려내어 펴낸 책, 「열정과 결핍」. 자신의 길을 가기 위해 가진 모든것을 던져 버릴 줄 알았던 열정, 그리고 얻을 수록 목마름이 남는 결핍, 이 두 단어가 이 책을 말해준다고 한다.

이윤기, 황석영, 조영남, 박현주, 조순형, 이어령, 진중권, 설경구, 이장희, 박진영, 박재동, 장사익까지. 가수, 영화배우 등 연예인에서부터 작가, 기업가, 정치인, 평론가, 만화가, 소리꾼에 이르기까지, 책은 각기 개성 만점의 남성 12명을 비춘다. 이나리 기자가 여성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녀가 인터뷰한 그들의 인터뷰 내용은 사뭇 흥미롭다. 아마도 이나리 기자의 날카롭고 재치있는 질문 덕분이 아닌가 싶다.

'신화'로 유명한 이윤기 씨의 신화 이외의 면을 보았고, '황석영'이라는 인물을 보면서 언젠가는 그의 작품 「장길산」을 읽어보리라하고 다짐하였다. 자유인 조영남 씨의 멋진 세계를 들여다보았고, 빈틈없어보이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증권철학을 접할 수 있었다. 조순형 국회의원의 순진한 면이 사뭇 남달랐고, '이어령'이라는 사람을 이제서야 처음 들어본 게 한스러웠다. 진중권 씨는 요즘은 왜 안 보이나 의아했고, 설경구 씨는 역시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임을 실감하게 되었다. 내가 좀 더 태어났더라면 분명 이장희 씨의 팬이었을 것이고, 박진영 씨는 역시 개방적인 인물임에 틀림없다. 박재동 씨의 만화도 흥미로웠고, 소리꾼 장사익 씨의 소리를 듣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이렇듯 그들의 열정과 결핍을 보면서 참 부럽기도 했고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도 했다. 내가 그들처럼 되려고 노력한다면 뱁새가 황새 따라가듯 힘든 일이겠지만, 최소한 그들의 열정적인 면, 결핍을 채우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꼭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 열정도 많고 결핍함에 항상 갈구하는 사람. 미래에 내가 무엇을 하든지간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경받고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