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나라 명감독에서 봉준호라는 이름 석자는 깊게깊게 새겨졌고, 그가 연출하는 작품은 꼭 보고 싶다는 기대는 누구나가 갖게 되었다. 『살인의 추억』과 『괴물』에서 그가 이루어낸 영화 속 모습은 흡사 이웃집 그것과 같으면서도 무척 신선하다. 지극히 대중적이면서도 평범하지 않아 비평가들을 흥분하게 만든다.
그의 작품에는 강제규 감독의 화려한 볼거리나, 박찬욱 감독의 독특한 스토리 같은 뚜렷함은 없다. 그저 평범한 사람들의 조금 특별한 사건이 그의 주목을 끄는 이야깃거리다. (물론 『괴물』은 예외지만-) 그런 그가 이번에도 한 엄마의 이야기를 들고 나왔다. 그야말로 정겨운 이름, 『마더』이다.
그가 그리는 엄마는 어떤 모습일까. 그가 유일무이하다고 점찍은 배우, 김혜자가 그리는 엄마는 어떤 모습일까. 봉준호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또 어떤 썰을 풀어낼까. 배우 원빈은 제대 후 첫 작품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까. 이런 궁금증에 영화를 안 볼 수 없다!
물론 세상의 모든 엄마가 다 그렇겠지만, 엄마 혜자에게는 아들 도준이야말로 자신의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소중한, 하나밖에 없는 존재다. 남들과 달리 장애가 있는 아들 곁에서 떠나지 않는 엄마. 엄마에게 도준은 아들 이상의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좀 모자라보이는 친구에게는 꼭 나쁜 친구가 따라다니는 법. 진태는 도준 주위에서 얼쩡거리며 도준을 이용해 한몫 벌려 한다. 결국 성공하지만, 그 후에 있을 일들은 물론 상상도 못했겠지.
한편 도준이 갑자기 경찰에 끌려간다. 죄목은 강간살인죄. 억장이 무너지는 엄마, 이대로 있을 수 없다. 있는돈 없는돈 다 긁어모아 변호사 구해보고, 형사와 안면이 있는 관계로 손발 싹싹 빌며 호소하지만, 법 앞에 엄마 또한 무력할 뿐. 결국 스스로 도준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나서는데-
그러나.. 운명의 장난인걸까?! 엄마 혜자가 사건을 파헤칠수록 진실은 점점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비켜나가고, 엄마의 숨을 죄어온다. 그리고 엄마가 진실을 마주한 순간, 이제 엄마와 아들의 인생 그리고 관계는 바뀔 수 밖에 없게 되고 말았다. 그 뒤 여생의 몫 또한 그들의 책임이라는 게 서글프기만 하다.
딱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올해 최고의 영화'다. 봉준호 감독의 능력은 이미 나의 기대를 뛰어넘었다. 김혜자 선생님의 연기는 절절하게 마음을 울리고, 원빈의 모습 또한 반갑기 그지없다. 진구의 성장은 훗날을 기대하게 만든다.
봉테일의 연출과 스토리는 또 어떠한가. 처음의 엄마 춤과 마지막의 엄마 춤의 여운은 얼마나 강렬한가. 곳곳에 숨겨진 복선과 숨 막히는 반전은 신선함 그 자체다. 표정 하나하나, 시선 하나하나, 카메라에 담긴 장면 하나하나는 저마다의 의미로 살아숨쉰다.

그렇게 잘 짜여진 판 위에서 김혜자 선생님은 신들리듯 춤춘다. 왜 봉준호 감독이 『마더』의 주인공을 김혜자 선생님으로 생각했는지, 완전 공감이 간다. 봉준호의 『마더』인지, 김혜자의 『마더』인지 헷갈릴 만큼 선생님은 영화에 완벽히 녹아내렸다. 참 존경합니다 선생님. 좋은 일도 많이 하시고. 우리나라에 당신 같은 분이 있다는 게 감사하고 행복할 따름입니다.
정말이지, 사람에게, 우리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어떤 존재일까?
-내가 이 세상에 있게 해준 존재.
-나라는 인간의 성격과 생각과 마음을 만드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분.
-모두가 등을 돌려도 엄마만은 내 편이라는 강력한 믿음을 심어주는 사람.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인간.
-그저 평생 동안 감사하고 또 고마워해도 모자랄 만큼 귀한 영혼.
어찌보면 엄마의 자식을 향한 사랑이야말로 최고의 집착 같기도 하다. 사랑과 집착도 한끝 차이니까- 사랑이 집착으로 변했을 때 그 파괴력이 대단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한 인간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그저 엄마 혜자의 한 마디면 족하다.
'너, 엄마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