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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사람들 - Hello, Strang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인연이란 무엇이고, 관계란 무엇일까?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하고, 끊임없이 이 사람 저 물체와 관계맺는 게 인생인데. 공통적인 것은 모든 인연이나 관계에 처음이 존재한다는 사실. (막상 친하게 지내는 친구에게 '우리가 처음에 어떻게 친해졌지?'라고 물어보면 '글쎄..처음이 언제였고 어떻게 친해졌드라?라는 답이 오는데. 그런 답을 말하는 친구야말로 진정한 친구일지도?! ㅋ)
여하튼, 이 영화는 사람과 사람의 인연을 가감없이 그려냈다. 다만 그들은 적어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는 무언가 특별한 존재로 여겨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감독이 주목한 것이고, 영화로 연출된 것이겠지.

첫 인연은 진욱과 혜정의 만남이다. 탈북한 지 얼마 안되어 교육 후 정식으로(?) 한국 사회에 첫발을 디디게 된 진욱. 최형사의 인도로 번듯한 집까지 들어가게 되지만 길을 잃어버린다. 그 와중에 만난 택시기사 혜정. 혜정 역시 10년 전 탈북해 한국에서 살고 있는 탈북자(or 새터민. 썩 마음에 드는 용어를 찾기 힘들다.)다. 그렇게 처음 만난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되는데..
어찌 보면 두 사람의 만남은 지극히 평범하다. 그냥 한 사람이 길을 잃었고, 길을 찾던 중 택시기사에게 도움이 청한다는 단순한 이야기. 그러나 그들이 둘 다 탈북자라는 상황에 시선이 가는 것이다. 그러면서 둘이 나누는 대화는 잔잔히 가슴을 파고든다. 탈북자라는 신분이 아직도 낯설고 솔직히 말하기 껄끄러운 혜정. 그러한 혜정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은 아직도 한참 먼 한국의 발전을 느끼게 한다.

진욱이 맺는 또 다른 인연은 더더욱 가슴을 후벼판다. 부산에 있는 친구들을 보러 버스를 탄 진욱. 그곳에서 이주노동자(or 미등록근로자. 개인적으로는 이주한 사람들이 노동을 하고 있다는 뜻의 이주노동자가 더 괜찮다고 생각. 장애가 있는 사람을 장애인이라고 그냥 표현하듯이.) 팅윤을 만나는데- '부안'을 '부산'으로 잘못 알고 탄 팅윤 때문에 진욱은 난처하다.
사랑하는 사람이 한국에서 결혼한다고 떠난 바람에 그녀를 보러 온 팅윤. 그러나 한국에서의 그의 삶은 고달프기만 하다. 악덕고용주는 돈 한푼 안 주지, 그녀를 향한 마음은 급하기만 하지.. 결국 훔쳐서까지 버스에 올라탄 것. 그러나 잘못 탄 것을 알리 없는 팅윤의 모습이 애처롭기만 하다.
그렇게 둘의 관계는 시작된다. 순한 마음의 진욱이 팅윤의 간절한 호소를 모른 채 할 수 없는 것. 결국 불평불만하면서도 따라가고, 도와주고, 함께한다. 혼자였으면 불가능했을 만남도 처음 만난 두 사람이 같이 했기에 가능했던 것. 외롭고 슬픈 영혼들의 위로는 참 가슴 먹먹 답답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그래서 그들의 만남을 그려낸 감독의 한계가 여기까지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관계, 그들의 대화, 그들의 사건을 덤덤하게 그려내는 것 그 이상은 분명 힘겨워보였다. 충분히 이것만으로도 메시지는 전달되었겠지만- 머, 오히려 작위적인 엔딩이었으면 더 위화감이 들었을지도.
모두가 다 같은 사람인데,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데 있어서 처음이 존재하는 데, 왜 그들의 처음은 우리의 처음과 다른 건지. 왜 그들의 처음은 쉽지 않고 단순하지 않으며 행복하지만은 않은 건지. 거꾸로 가는 한국 사회를 보면 한숨만 나오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생각만 하고 고민만 할 순 없다!

두 사람이 먹는 술이 진정 기쁨에서 우러나와 나누는 만남이 되도록,
유일하게 '때리지 마세요. 저도 사람입니다'라는 한국말만 할 수 있는 팅윤이 다른 좋은 한국말도 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꿈꾸고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 맞잡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