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한 순간 모든 것이 달라지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있는 외국 작가를 꼽는다면? 단연 파울로 코엘료일 것이다. 「연금술사」하나로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은 물론, 한국 독자들을 위해 블로그로 작품까지 게재 중인 그의 모습은 그래서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작품과 마주하게 되었다.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제목이어서 더욱 이끌린,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특'별'했다. 과연 베로니카라는 인물은 어떤 인물일까? 왜 그 사람은 죽기로 결심한 것일까? 가장 이상적인 모습으로 자살을 (그것도 수도원에서) 감행하는 처음 모습을 보면 충격적이지만, 후에 (그것도 정신병원에서의) 그녀의 깨달음을 보면 신선함 그 자체다.

코엘료의 다른 작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 인생 가운데 처음으로 접한 그의 작품은 마치 내 인생 그 자체를 얘기하고 있는 듯 그렇게 생생했고 마음을 뒤흔들었다. 각자가 자기 몫의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라..사람들은 언제나, 오로지 우월감을 맛보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려는 성향이 있다라.. 어쩌면 이렇게도 사람의 감성을 건드리고 심리를 꿰뚫는지.

게다가 죽음에 대한 생각, 삶에 대한 자세도 나의 견해와 무척 닮아 있어서 그저 경탄과 반가움을 금치 못했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그러나 죽음을 대하는 자세는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이미 죽음 가까이까지 경험해봤을 것이고, 누군가는 죽고 싶은 생각에 사로잡혀봤을 것이며, 누군가는 죽지 못해 살기도 할 것이니 말이다. 

포인트는 그야말로 죽음의 자각과 그로 인한 삶의 변화가 아닐는지. 반드시 삶에는 마지막이란 게 있으므로, 마지막까지 후회없이, 기쁘게 살아가는 게 내 삶의 몫이라는 생각. 자신이 가진 꿈,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의지 그 자체를 열정적으로 펼쳐 나가는 삶이야말로 행복해지는 인생이라는 마음가짐. 

이러한 태도를 취할 때 비로소 사람은 외로움, 불만, 고통 등 모든 것을 삶의 일부라 여기고 피하기보다는 맞서 싸우는, 더 나아가 이해하는 경지에까지 이르게 되지 않을까. (나의 이런 결론은 내 인생부터가 죽음을 자각한 후 행복해졌음을 잘 알고 있는 것에서 도출되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잘 살아야 잘 죽는다'라는 말이 있고, '오늘은 어제 죽은 이들이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다'라는 격언도 있지 않은가. 죽음이 있기에 한번 뿐인 인생이 가치 있고, 고통이 있기에 행복이 더욱 빛나듯이, 주어진 하루하루를 매일매일의 선물인 마냥 감사함으로 그렇게 열심히, 즐겁게, 미치도록 살아보자꾸나!

+ 책을 읽으면서 얼마 전 본 영화 『멋진 하루』와 감사히 읽은 글「사랑을 찾아 돌아오다」등 다양한 작품들이 떠올랐다. 요즘 내 인생의 작품들의 화두는 바로 상처다. 상처를 받았는지의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상처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얼마나 큰 의미를 차지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들을 마주하게 되어 참 행복하다. 

+ '슬로베니아'라는 인상적인 나라를 알게 해준, 그리고 '빌레트'라는 매력 넘치는 정신병원을 보여준 파울로 코엘료에게 감사!

[100자평] 거북이 달린다

거북이 달린다 - Running turtle
영화

거북이 시골 형사 '김윤석'을 위한 맞춤형 영화

거북이여서 더 정감 가는 형사의 토끼 따라잡기

거북이 달린다 - Running turtle
영화

내가 김윤석이라는 배우를 처음 접한 것은 어느 아침드라마에서였다. 아침드라마 특성상 멜로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배우 하희라와 호흡을 맞춘 그의 연기는 참 어색했다. 무뚝뚝한 말투와 투박한 외모는 왠지 멜로물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그를 달리 보게 된 것은 역시 영화 『추격자』에서였다. 그 누구보다도 형사 역이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는 영화에서 형사 역할을 참 맛깔지게 잘 해냈다. 이 영화 한 편으로 모든 영화제의 남우주연상을 석권한 것도 수긍이 갈만한 일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도 형사 역으로 『거북이 달린다』라는 영화에 출연했다.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것이 사실이다. '과연 이번 영화에서도 전작의 포스를 다시 보여줄 것이가'라는 기대와 함께, '이러다가 이 배우 형사 역만 하게 되는 거 아냐?'라는 우려까지.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려보다는 기대가 더 흥겨운 기분을 충족시켜 주었다.



무엇보다도 『추격자』에서의 형사 김윤석과 『거북이 달린다』에서의 형사 김윤석이 같은듯 다른 것에 대한 매력을 발견했기 때문일게다. 두 형사 모두 변변치 않은 외모에 무대뽀 같은 근성으로 투철한 사나이들. 하지만 『추격자』의 김윤석이 좀 더 냉철하고 투박했다면, 『거북이 달린다』의 김윤석은 허술하고 푸근한 모습에 더욱 정감이 간다. 같은 형사 역을 이렇게 달리 창조해내는 그의 연기에 우선 박수!

여기서 『추격자』의 김윤석을 뒷받침해준 인물들에 '하정우'와 '서영희'가 있었듯이, 영화가 살려면 든든한 조연이 있어야 했다. 그리고 '정경호'와 '견미리'는 그 역할을 충실히 해주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후 처음 마주한 정경호는 한층 성숙된 연기를 보여줬고, 영화에서는 처음 접한 견미리는 특유의 까칠한 연기가 압권이었다. 이들이 있었기에 김윤석의 연기가 더욱 빛날 수 있었던 것이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시골 형사의 걸죽한 한 판이 웃음을 자아내는 영화 『거북이 달린다』. 불현듯 한국적 정서에 들어맞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면서, 김윤석의 (아마도 『전우치』가 될) 다음 작품을 손꼽아 기다리련다.

반전의 묘미를 더한, 그 장엄한 대단원의 향연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세트 - 전4권 (무선) ㅣ 해리 포터 시리즈
조앤 K. 롤링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수첩 / 2007년 12월

20대 후반을 살아가는, 결코 어리지(-_-;) 않은 나이를 먹은 본인인지만, 나이를 무색하게 만들 만큼 강력한 마력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 판타지 소설, 「해리 포터」시리즈. 드디어 마지막 7편을 입수하여 나의 것으로 만들게 되었다. 대장정의 클라이막스가 다가온 것이다.

「해리 포터」의 모든 시리즈가 그렇지만, 특히 이번 7편은 전편인 6편의 연장선상 하에 있다. 왜냐하면 해리와 그의 친구 론&헤르미온느가 호그와트를 벗어나 7개의 호크룩스 ─ 볼드모트의 영혼이 담긴 현물 ─ 를 파괴하기 위해 나서는 여정이 고스란이 7편에 담겨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배경이 호그와트를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결코 비극은 아니다. 결국 나중에 가서 주무대는 호그와트인 것이다. 더욱이 이름을 불러서는 안될 그 사람에 다가가는 가운데 나오는 장소, 인물 혹은 물건들은 전편들에 등장한 것들이어서 친숙함을 더한다. 다만 너무 많은 등장에 당혹스러울 수도 있지만 말이다. ;ㅁ;

거기에 더해, 이번 시리즈에는 죽음의 성물이라는, 신비하면서도 또다른 황홀한 현물이 등장한다. 매혹적인 전설에 얽힌 이 세 가지 성물에 대한 이야기와 진실은 독자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호크룩스와 성물 - 무언가 판타스틱하지 않은가?!

결말에 가서 밝혀지는, 여러 의문에 대한 해답들은 짜릿한 반전을 선사하기까지 한다. 덤블도어의 죽음에 얽힌 진실, 해리 포터의 이마 흉터를 비롯해 볼드모트의 저주로부터 살아남게 된 비밀, 마법을 부리는 지팡이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 그리고 죽음의 성물에 대한 뒷이야기 등은 결국 결코 동떨어지지 않은, 서로 유기된 하나의 연결고리였던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도저히 상상해내기 힘들 정도의 반전에 '조앤 롤링은 천재'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결국 이렇게, 7편을 끝으로 전세계를 사로잡았던 「해리 포터」시리즈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아쉬운 것이 사실이지만, 적당한 때에 잘 끝마무리를 지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에겐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영화가 남아 있으니까. 글 속의 마법들이 현실에서 표현되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그래서 곧 개봉될 6편이 기다려짐과 동시에, 후에 만들어질 7편 또한 고대하게 만드는 것 같다.

앞으로 「해리 포터」같은 판타지물이 다시 나올지 모르는 바이지만, 이러한 작품을 마주할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참 감사한 마음이 든다. 

해리 포터, 포레버

[100자평] 마더

마더 - Mother
영화

'엄마'라는 위대한 존재의 재고찰